빌리에 체류기- 16 .
9월30일월요일.
아침에는구름,낮에는맑고따뜻했다.
8시에아침식사.
바로바포레토를타고싼마르코광장으로갔다.
선착장에서약15분걸어베네치아해양사박물관에도착했다.
건물초입이너무평범하고입장하는사람이없었기때문에약간의실망감도있었으나입구에
전시된대포부터가대단했다.
4층으로된전시실에전시된각종무기와모형선박들은정말정교하게만들어진,감탄이절로
나올정도였다.
[시오노나나미]의[바디위의베네치아]를읽은것이더실감있게다가왔다.

갤리선의축소판모형은노젓는사람들까지복원,그규모와기능을가늠할수있게했다.
그외,옛선박에서지금의전함들까지의모형도대단했고해군들의복장,무기까지전시되어있었다.
밖에서보기와는달리우선그규모가상당히큰박물관이라는것을알수있었다.
한가지정서적으로재미있는것은4층의전시실,
소라,조개,산호등을전시한방이었다.
발상도기발했지만세계곳곳의패류껍데기를한곳에모아전시한모습은정말장관이었다.
그옆방은다른나라들의옛전함모형을전시하고있었는데초입에는큰거북선모형이있었다.
첫눈에선박모형제작기술에서많이뒤떨어져있음을알수있었다.

이어어제아내가그림을그렸던싼마르코광장뒷편싼타마리나호텔근처에가서어제그림을
마감손질한후장소를다른곳으로옮겼다.
양쪽에높고아름다운벽을가진집들이있는좁은운하.
이미유화를그리는외국인화가가있었고아내는그옆에이젤을펴고그림을그리기시작했다.
그곳은그만큼아름다운풍경이었다.
(이때그린그림도아내의개인전때일찍구매자가나타났었다)
그동안나는리알토다리의가게에가서세바스챤과매튜에게줄베네치아가면두개를샀다.
카니발때쓰는베네치아가면은상당히유명하다.
그리고오여사를위해서는헝겁으로된가방을하나샀다.

점심식사는샌드위치대신,
싼타마리나호텔앞의,관광객이오지않는이태리인들만모여있는식당에들어갔다.
야채샐러드둘,쇠고기요리한접시,그리고호박과밥으로된요리를시켰다.
(이요리는옆에서식사하는사람들이먹는것을보고주문했는데이태리인들은맛이좋으니
주문하라고거들었다.)
음식은정말맛이있었다.
올리브기름으로만드레싱한샐러드가이렇게맛이좋은줄은몰랐었다.
쇠고기요리는다른테이블의이태리인들이추천해서주문한것인데맛이훌륭했다.
그들은자기의접시를가지고와서먹어보라고까지했다.정말친절한사람들이다.
식대는56.000리라.
식후바로옆에있는빵가게에가서케익두쪽을사왔고카푸치노를시켜함께먹으니부러울것이
없는점심식사였다.
오전중에있었던에피소드.
아내가그림을그리는동안주변에있는바에서뜨거운차를주문해서마신뒤차값4.000리라를
잔돈이없어5만리라짜리지폐를내놓으니못되게생긴젊은아가씨가그돈을햇볕에비춰보는것이
아닌가.
동양인이위폐를사용한일이있었던지,아니면동양인을못믿어서그랬는지는몰라도대단히
불쾌했다.

아내는어제HuckScarry의수채화화집을두깔레에서샀었다.
대담하면서도수채화의속성을살려낸그그림은정말인상적이었다.
나는아내에게한번시험적으로라도이베네치아에서화풍울한번바꿔보는시도를해보라고
강력하게권했다.
모험과도전없이어떻게발전이있을수있는가.
그런데오늘아내의그림은전혀다른것이었다.
내가그렇게기다리던여백이살아있는그림을그리고있었다.
아마아내에게도하나의[전기]가될수도있었다.
아내의그림친구들이보면깜짝놀랄것이다.
5시에그림을마감하고유채의베네치아화집이있을까해서꼬레르박물관의책방에다시
갔지만찾지못했다.
오늘아내가그림그릴때쓴아름다운밀집모자는아침에해양사박물관에갈때산것인데정말잘
어울렸다.
(이모자는지금도우리집에소중하게보관되어있다.)
우리는바포레토로돌아왔고방에들어가기전물과포도를샀다.
먼저점심식사를한식당에서주문해서만든샌드위치를먹고우리가가지고온간이한식메뉴로
푸짐한저녁식사를했다.
후식으로맛좋은이태리포도까지먹으니더부러울것도없었다.

이번베네치아여행은허비한시간없이,여유있게발로걸어다닌흡족한것이었다.
빠리에비해아주작은지역이기때문에곧익숙해질수있었고그만큼내용적으로충실한일정이
된것이다.
물론초행이아니기때문에얻는프레미엄도많았다.
호텔에들어서면서후론트에내일아침6시에모닝콜을부탁했다.
내일은빠리로돌아가는날,오늘저녁에모든준비를끝내야한다.

10월1일화요일.
빠리로돌아가는날이다.
부탁했던대로6시에모닝콜이있었다.
짐싼것을다시점검한후7시조곰전식당에내려가아침식사를했다.
주방장은새빵이도착하자바로새그릇에빵을담아갔다준다.
내일부터는이렇게맛이있는로제타를먹을수없다고생각하니아주섭섭했다.
8시30분발공항행리무진버스를타려고조곰일찍삐아제데로마광장에나갔는데버스가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상으로는버스가없어야하는데이상했다.
시간표대로운행하지않는다는얘기다.
4명이탑승하자바로출발했고,8시40분에공항에도착했다.
아내는남아있는이태리잔돈으로물건사기에바빴고,
손이굼뜬창구여직원덕택에체크인에상당한시간이걸렸다.
오늘은10시40분제시간에비행기가이륙했다.
빠리는비가오고기온은섭씨15도라는기장의어나운스먼트가있었고맛이없는간단한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빠리의드골2B공항에도착하니정말비가오고있었고베테치아와는달리날씨가쌀쌀했다.
택시는중간에교통사고때문에지체됐고빌리에까지오는데220프랑을지불했다.
방에도착,일단짐을풀어놓은후,
오여사와통화했다.
저녁식사는그집에서같이들기로하고우리는바로시장에나가점심에먹을바게뜨샌드위치와
포도를샀고모노포리에들려선물용으로나무로만든아름다운샐러드용숟갈20개를1.000프랑에
샀다.
부엌에서사용하는,가장실용적인선물이될것이다.
(나는지금도머핀반죽을할때이나무숟갈을애용한다.내가만드는머핀은이미그맛이정평이
나있다.)
방에돌아오면서보니,
마담은정말앞쪽의두방을영화촬영팀에게빌려줬다.
제법집안이시끌벅적하다.
방하나는배우들이옷을갈아입고화장하는분장실로쓰였고,다른하나는여러가지소도구와함께
중앙에있는테이불에는여러가지먹을것들이쌓여있었다.
계속먹으면서일하는모양이었다.
그런데잘살펴보니,
프랑스인들은대단히조용히,소리를절제하면서일하고있었다.
배우들도스탭들도전혀소란스럽지가않았다.
집밖에도도로의일정구역에폴리스라인을쳤고촬영은조직적이고유기적으로진행되었다.
같은지붕밑에서배우들과감독,스탭들을구경하는것도뜻밖에재미있었고아주독특한체험이었다.
6시에오여사댁으로출발하기로하고나는스팀이훈훈하게들어오는방에서침대에누워쉬었고,
아내는베네치아에서그린그림들을손질했다.
이번베네치아여행은3일간의짧은일정이었지만지금생각해도정말알찬것이었다.
오여사부부는이제빠리일정이얼마남지않은우리에게더신경을쓰고잘해주려고노력한다.
좋은음식을준비해주고차로데려다주려고하는것도그렇다.
참으로많은신세를지고있다.

빠리의택시는규격화된모델이따로없다.
모든승용차종이있는모습그대로단지[택시]라는표지판만붙이고다닌다.
형식에구애받지않고효율을먼저생각하는사고방식때문일것이다.
기능과효율을중시하는이런풍토는사실부러운것이다.
거기에는불필요한낭비가없기때문이다.

이제는이번민박여행도종반,
그동안지출한총경비도계산해봐야겠고,내일몽셀미셀에가는준비도해야했다.
방에스팀이들어오니정말지낼만했다.
잘때쯤엔너무덥다싶을정도다.
세바스챤은우리가내일일찍일어나야한다니까자기의자명종시계를빌려줬다.
침대속에들어가니오랜만에집에돌아온기분이다.
그동안이낡은방에정이들었다는얘기다.(계속)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