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동차여행- 2 .
9월17일화요일.
오후6시16분B/A042편은히드로공항에착륙했다.
적어도여기까지는익숙한여정이다.
입국심사관은중년의부인이었으며사복을입고있는것이인상적이었다.
히드로공항은이런분위기때문에영국에대한첫인상이좋게된다.
전에도여러번사복을입은관리들이심사한일이있었다.
그들의표정은한결같이부드러웠다.
후진국으로갈수록입국심사관의표정은점점굳어져서나중에는돌이된다.
재미있는것은,
입국심사가부드러운나라일수록입국후의입지는오히려좁아진다.
법의그물이그만큼탄탄하고시민들의의식도이에버금가기때문이다.
반대로입국심사가까다로운나라일수록불법체류나불법취업이쉽다.
대문에서는엄격하고까다로운데울타리안은아주느슨하기때문이다.
선,후진국은이점에서분명하게갈라진다.
영국을그렇게많이드나들었지만여권에스탬프를찍는일이거의없었다.
그러나후진국에가면인지(印紙)까지사서붙이게하고스탬프는물론,심사관의육필사인까지
한다.
그중년부인도입국심사관리로서는온화한분이고나의여행목적이자동차여행이라고하자
다소놀라는표정이다.
그때옆에서다른심사관에게입국심사를받던아내가체류기간에대해몇주를할것인가를물어왔다
나는그심사관에게휴가여행이기때문에3주정도면좋겠다고했다.
나를담당한심사관은스탬프도찍지않고웃으면서여권을내줬다.

밖에나오니이형교사장이수배해준강문봉씨가우리를기다리고있었다.
그의차에짐을싣고출발했는데강문봉씨가런던의외곽순환도로인M25진입에서판단착오로
잘못진입,결국순환도로를거의두바퀴나돌게되어상당한시간을허비했다.
두번째착오는,
먼저렌트카회사에가서차를인수한후호텔에갔으면좋았을것을호텔에먼저가서짐을내려
놓은후렌트카회사로향했는데중간에길이막혀아주오랜시간을도로에서허비했다.
(이번여행에서우리는도심의호텔을피해공항가까이에있는HolydayInn을택했다.그이유는
랜트카로출발하기가좋고돌아올때도도심을통과하지않아도되기때문이었다.이선택은
결과적으로옳았다.
렌트카의경우자기가직접운전하고다녀야하기때문에도심에있는호텔에투숙하면그만큼
어려워지는것이다.그리고공항근처는입,출국할때호텔에서가깝기때문에편리하다.)

이미이형교사장이지정해놓은렌트카회사에가서놀랬던것은,
영국제차에는자동변속기(오토메이션)가거의없고휘발유차도찾아보기힘들었던점이다.
그들은오토메이션이기름이더들기때문에쓰지않고,연료도상대적으로값이싼디젤을쓴다는
것이다.
거의모든승용차가디젤엔진이었다.
그러고보니M25도로를주행할때앞이뿌옇게보일정도로매연이심했고창문으로스며드는
냄새는숨이막힐것같았다.
서울의매연은아무것도아니었다.
여행하면서겪어보니주유소에서휘발유를넣는차는많지않았다.영국사람들의[구두쇠작전]은
프랑스사람들수준이었다.
주유소는모두셀프서비스이고반드시카드로만결재했다.
주유소간간격은우리보다훨씬멀었고때문에휘발유게이지를항상주의깊게체크하면서다녀야
했다.

자동차여행에서승용차는여행내용을좌우할만큼큰비중을가진다.
우선성능이좋아야하고(그래서휘발유차를써야한다.)공간이커야사람과짐이제자리를찾아
부대끼지않는다.
결국우리부부는,
미국제포드의[스콜피온2,3]을택했다.
자색의튼튼하게보이는왜건이었다.
제일먼저하는일은자동차의이미지가그려져있는서류로회사직원과내가함께직접차의외형에
나있는크고작은파손부분을하나하나체크하는것이다.
이렇게해서서로확인함으로서책임의한계를분명히하는것이다.
스콜피온2.3은거의파손부분이없는새차였다.
이차를쓰면서알게된사실은,
영국식으로개조된운전석은앞뒤뿐만아니라상하로도조정이되었고,백미러는아주작은데도
우리차의배정도넓은시야가보였다.
2300cc의엔진은트럭처럼힘이좋았고(우리부부는이점이아주마음에들었다.)뒷좌석에는
일상으로쓰는물건들을실을수있었고뒷편트렁크공간에는라면박스와중간중간마켓에서
구입하는여러가지식료품등을충분히실을수있어아주편리했다.
정말작은집같은큰공간을가진차였다.
속도계는킬로와마일겸용이었다.

다음은사무실에들어가서류를작성하는일인데,
서식은회사의것이고우리가반드시제시해야하는것이신용카드다.
(현찰로는차를빌려주지않는다.)
나는여행때VISA와MASTER카드를가지고다닌다.
VISA카드를제시,서류작성을마쳤고,운전자는나와아내두사람의이름을쓰고각각서명했다.
이점은중요한사항인데어떤경우에도기재된사람이외에는아무도운전할수없기때문에
서류작성때신경을써야한다.
특히여럿이한차를사용하는경우더신중해야한다.
그들은차의열쇠하나와(열쇠는꼭하나만준다고했다.)몇가지서류를주는데그하나는이미작성한
차량임대서류이고,나머지는언제,어디서나문제가생겼을때자기들을찾는전화번호등,안전에
관한것이었다.

일단차를빌린후[까치]라는한식집에서저녁식사를했다.
그때가거의오후8시반경,
거기에는강문봉씨와그의친구,그리고식당을운영하는한국인부부가있었다.
그들은우리가차를빌려타고잉글랜드와스코틀랜드로여행하는문제에대해아주많은걱정을
했다.
아직그런여행을하는한국인을본일이없으니정떠나겠다면런던에거주하고있는한국유학생중
운전잘하고영국지리를잘아는운전자를고용해서떠나는게좋겠다는의견까지제시했다.
그들의염려는진지한것이었지만우리의마음을바꾸지는못했다.
그때이미호텔에도착,우리를기다리고있던이형교사장으로부터전화가왔고,우리는서둘러
식사를마친후차두대를가지고호텔로향했다.

강문봉씨와그의친구가먼저떠났고,
우리는이형교사장과함께이번여행에대해깊이있는대화를나눈후헤어졌다.
그는다시한번,[두분실력이면아무걱정없다.]고격려하면서도어느곳이든BB에도착하면
반드시자기에게전화를달라고했다.
속으로걱정하기는그도마찬가지인것이다.
그가떠난후나는호텔주차장에가서새식구가된스콜피온2.3을살펴봤다.
차의첫인상은마음에들었다.
우선미국차답게우람하게컸고,탄탄해보이는새차였다.
한가지걱정은집에서쓰는차보다그덩치가훨씬큰이차를아내가잘다룰수있을까하는점이었다.

방에돌아왔으나시차때문에잠이잘오지않았다.
나는내일부터시작되는이번자동차여행에대해다시여러가지를생각했다.
그동안준비는많이했지만실행은또다른것이여행이다.
지도들을테이블위에올려놓고런던에서요크(york)까지의도로와거리,접속점,진입점등을
다시하나하나체크해봤다.
그리고내일의주행일정을확인한후작은카드에압축해서기록했다.
아내는침대에서코까지골면서깊이잠들어있다.
나는가방에서소중하게가지고온휴대용나침판을꺼냈다.
자,내일부터의길안내는사실상이나침판이다.
지도와나침판만가지고,
한번도타보지않은,운전석이오른쪽에있는낯선미국차를몰고좌측통행하는영국도로에나서야
하는것이다.
이게쉬운일일까.
우리는그런도전과모험이한편으로는어렵게느껴지면서도또한편으로는마음에드는것이다.
코를골면서자는아내가이런말을했었다.
[얼마나신나,생각만해도가슴이뛰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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