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동차여행- 4 .
6월19일.목요일.
어제의여행이긴장되고힘든것이어서늦게일어났다.
8시에아래층식당으로내려갔다.
대개의경우BB의식당에들어서면테이블위에객실의번호가놓여있어서자기자리를찾기가쉽다.
이미세가족이식사하고있었고우리도지정식탁에앉아음식을기다렸다.
한가지인상적인것은세가족이식사하고있는데도너무조용한것이었다.
그들은정말조용하고침착하게식사하고있었다.
BB의아침메뉴는거의모든집이같다고보면된다.
처음에는몰랐는데여행을계속하면서음식을만든재료의질은차이가나도메뉴는같다는것을알게
됐다.
집이좋고침실이큰경우숙박비가비쌌는데그만큼음식의질은좋았다.
대표적인메뉴는,
우리것보다사이즈가큰베이컨여러개,
달걀후라이,
커다란소시지몇개,
토마토와버섯이커다란접시에담겨져나왔고
삼각형으로잘라세우는틀에끼워놓은토스트빵6조각,그리고뻐터와잼,
커피나홍차였다.
그런데이상하게도BB의아침식사는맛이별로없었다.
그러나구워놓은식빵은맛이아주좋았다.
정말그빵은맛이있었기때문에더청해서먹었다.
그리고BB의아침식사는그양에서하루의칼로리를충당하고도남을정도였다.
아내는반도못먹었고나도소시지와베이컨은너무크고기름져서다먹을수가없었다.
그런데영국인가족들은모두가접시를깨끗이비우고있다.
정말엄청나게먹는사람들이다.
또한가지재미있는현상은,
BB에들어갈때는꼭그집부인이손수손님을영접한다.
그리고아침식사시간음식을나르는등시중을드는건그집남편이고손님이떠날때배웅하는일도
남편이한다.
특별히면담요청을하기전엔부인의얼굴은다시볼수없다.
이것은어느BB건똑같았다.
물론남녀불문혼자BB를운영하는경우는예외지만.

식사후이층으로올라와짐을꾸린후출발준비를하고밖에나가차에짐을실었다.
밝을때보니우리가묵은동네는중심지를약간벗어난곳같았고주변의집들은그림처럼아름다웠다.
[에딘버러]까지가기위해서는우선A59번도로를타야하고이어M도로로진입해야한다.
그런데차를가지고여러곳을다녀봐도A59번도로의입구를찾기가어려웠다.
일단차를세우고사람이지나가기를기다려차례로세여자분에게길을물었다.모른다는것이다.
자기고장의길을모르다니그점도뜻밖이었다.
이럴때는차선책을찾아야한다.
지나가는택시를세워A59번입구까지안내해주면택시비는별도로지불하겠다고했다.
운전사는고개를끄덕이고자기를따라오라고하면서출발했다.
우리가찾던거의반대방향으로주행,입구까지우리를안내한후손을한번흔들고는그냥가
버리는것이아닌가.미안하고감사했다.
대개의경우도시에서민박한후우리가가야하는도로의입구를찾는일은언제나어려웠다.
책지도에그도시지역도로가나와있어도우리가있는현재위치를잘모르기때문에그렇다.
그건미처알지못했던자동차여행의어려움이었다.

본래의우리계획은에딘버러까지A1도로를타는것이었다.
그게가장빠른길이었다.그런데쉬면서다시지도를자세히살표보니A68이지름길이었다.
이럴경우는선택을해야한다.
A1도A68도전혀가보지않은모르는길들이다.
바로이점이자동차여행의묘미다.
결과는예측과다를수있고그차이가크면하루일정자체가어려워지는것이다.
이럴때내가가지고있는철학은[모든길은사통팔달이다]라는원칙이다.
설사길을잘못들어도좀돌다보면그길을만나지않겠는가.
우리는A68을선택했고용감하게그길로들어섰다.
그길은속력을낼만한넓이도아니었고잘정비된길도아니었지만주변풍경은정말아름다웠다.
차가언덕으로올라갔다밑으로내려갈때마다아내는즐거운탄성을지른다.
신나게운전하고있다는얘기다.
그만큼환상적이고로맨틱한도로였다.
오가는차도별로없었기때문에더즐거웠다.

이미앞서도언급했지만,
자동차여행에서승용차는여행내용을좌우할만큼그비중이크다.
스콜피온2.3은생각보다공간이컸고그만큼사람과짐모두에안정감을가지게했다.
이점은프랑스에서자동차여행을했던분이여러번강조했던그대로엿다.
가급적큰차를써야하고디젤보다는개솔린엔진을,그리고자동변속기를택하라는게그분의
충고였다.
뒷좌석과트렁크공간에짐들을여유있게실으니여행하는우리까지도생각과행동이유연해질수
있었고차안에있으면서도구속감이전혀없었다.
또한가지충고는,
자동차여행의경우여러사람이한차를쓰지말라는것이었다.
사람넷이면짐은여덟사람자리를차지하게된다.
벤을빌려도사정은비슷할것이다.
결국두사람이여행하는것이가장좋다는얘기다.

A68에진입한후,
우리는중간에서주유소에들려휘발유를넣고주유소에딸린자그마한가게에서홈메이드의
샌드위치를사서먹었다.
정말맛이형편없었다.
저절로빠리의바게뜨샌드위치생각이간절했다.
거의5시간을주행한후당초계획대로A68을통해영국의고도[에딘버러]에도착했다.
이미땅거미가지고있었다.
그런데도시초입에서보이던BB의간판이시내를지나는동안보이지않았고그렇게BB를
찾다보니도시외곽까지나오고말았다.
이미날은어두워졌고더찾기도어려워서앞에보이는주유소에들어가물어봐도알아들을수없는
설명만한다.그것은정말이상한영어였다.
다시도로에나와기다리다지나가는택시를세웠다.
가까운BB까지안내해주기를부탁하고따라갔다.
택시운전사는길보다높게위치한,돌계단이있는BB에안내해줬다.
나는요금8파운드를지불했고,BB의주인인할머니가별도로운전사에게팁을줬다.
손님을모시고오면팁을주는게관행인것같았다.

이BB는첫눈에B급으로서욕실을공동으로사용하게돼있었으며이층의객실은예쁘고깨끗했다.
밤이기때문에더선택의여지도없어그대로숙박하기로했다.
그리고이BB는아까의그할머니혼자서경영하는곳이었고우리를영접할때그분에게서알콜냄새가
심하게났었다.
전화를쓰기위해아래층으로내려가할머니의거실에들어섰는데역시알콜냄새가심했다.
나는할머니에게술을얼마나마셨기에이렇게알콜냄새가심한가하고물었더니할머니는웃으면서
하는대답이[알콜이든초코렛을많이먹어서그렇다]는것이다.
심한편은아니었지만알콜중독자임에틀림없어보였다.
나는런던의이형교사장에게전화했다.
요크를거쳐에딘버러까지의여행내용을얘기해줬더니[역시두분은충분히해낼수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고기뻐했다.
속으로야얼마나걱정했겠는가.
어제는너무시간이늦어전화하지못했다고했고가급적BB에도착하면바로전화할테니안심하라고
했다.
그리고앞으로갈예정인[에버딘]의최교수댁에전화했다.
이분은우리가찾아갔던,에버딘에서유학하신교수께서소개해준그분의친구였다.
최교수가족은29일에귀국할예정이라고했고도착하면자기에게전화를달라고했다.

전화를걸고계단을올라오다영국인을만났는데그분은바로우리옆방에투숙한분이었다.
나는그분의양해를얻은뒤지도를가지고그방에가서같이지도공부를했다.
마침그분은에버딘에사는분이었고이곳에서에버딘까지의루트에대해친절하고자세한어드바이스를한후,좀더크고세밀하게되어있는자기의책지도를내게줬다.
나는몇번이고사양했지만자기는다시사면되니여행내내꼭필요한자기의지도를가지라는것이다.
사람들이이렇게친절하다면이번의자동차여행도생각보다쉽지않겠는가하는생각을했다.
정말영국인들은친절했고그모든표현들이신중했다.
한가지애로는그들의영어발음이미국식이아니어서우리가알아듣기에어렵다는점인데그건
어쩔도리가없는차이였다.

또하나의문제는,
우리가투숙한방에서차도에서의자동차소리가너무크게들려잠을잘수가없을것같았다.
그래서우리는밖으로나가세워둔차를가지고가까이에있는주택가몇곳을돌아다니며다른
BB를찾아봤다.
결국은다른BB를찾지못하고돌아와야했고,나는옆방의영국인을다시불러사정을얘기했다.
그는우리방의창문들을잘살펴보더니하나하나꼭맞게닫는것이아닌가.
창문의모양이우리와너무달라조곰씩열려있는것을몰랐던것이다.
창문을꼭닫으니그렇게조용할수가없었다.
우리는비치된전기주전자로물을끓여누룽지를불린후멸치와고추장으로저녁을먹었다.
내일은이곳에서쇼핑을한후다시출발,[스털링]이나[펄스]에서숙박할계획이다.
이상한것은이틀밖에지나지않았지만자동차여행은아주빨리익숙해진다는점이다.
아마도그것은정신집중이그만큼크기때문일것이다.
이제차를가지고에딘버러중심가에들어가는문제는또새로운국면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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