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자동차여행- 8 .
6월23일.월요일.
스카이(Skye)섬을향해출발할때,
BB의남자주인은Left를두번만말했다.
말하자면차가집앞도로에진입한후좌회전을두번하면A82번도로의북쪽방향으로진입할수
있다는의미였다.
그런데나중에생각해보니나는그두번을세번으로생각했던것이다.
그분은자기집을떠난후가기준이었고나는그집에서부터좌회전을세번한다는뜻으로알았던
것이다.
외국어로소통하는문제는간단하면서도이렇게어려웠다.
이미아내는내지시에따라A82번도로에진입,계속주행하고있었다.
그런데아무래도방위가이상한것같아나침판을꺼내보니북쪽으로가야할차가계속남쪽으로
달리고있는것이아닌가.
차를길옆에세운후책지도를꺼내놓고나침판과함께다시점검해봤다.
역시남쪽으로가고있었다.
즉시차를돌려북상하기시작했다.
그렇게40여분을허비한셈이다.
외국에서의초행길은주변에대한사전인식이없기때문에나침판이없으면하루종일이라도
엉뚱한길을갈수있다.
지도만있어도안되고나침판만있어도안되는이유가그것이다.
그리고같은지도라도계속해서공부한눈에익은지도라야금방판단할수있다.
스카이섬으로가는북쪽루트는기대만큼아름답지않았다.

전에는섬까지훼리(Ferry)로사람과차를실어날랐으나지금은아주큰다리가놓여져있었고
입구에서다리사용료5.5파운드를받은후통과시켰다.
섬에들어가서한참주행한후마을도아닌외딴곳에평범하게생긴작은카페하나가있어
차를세우고들어갔다.
뜻밖에도그곳에서는할머니한분이주문을받고요기할수있는샌드위치와차를직접만들어줬다.
맛은형편없었지만따뜻해서좋았다.
그리고스코틀랜드를소개하는작은책자몇권도샀다.
스카이섬은바람이아주많이불고땅이너무척박해농경지를볼수가없었다.
대신방목하는양떼는아주많았다.
띠엄띠엄서로멀리떨어져있는집들도벽을흰색으로칠해아름답게보였다.
B도로한곳으로진입해보니이런곳에서어떻게사람이살수있을까할정도로척박하고적막했다.
그런데,
바람이심한이악천후에도아이들과개를데리고산책하는뚱뚱한부인들이있었다.
아마도뚱뚱하지않으면이추위와바람을견디기가어려울것이다.

인버네스의BB마담이예약해준곳은RoskHillGuestHouse.
그런데섬의서쪽끝부분까지갔는데도찾을수가없었다.
차를돌려작은동네에들어가서한청년을붙잡고물어보니모른다는것이다.
더진행한후약간번화한거리에서여러사람들이모여있는게보여그옆에차를세우고내가내려가서
다시물어봤다.
그들은우리가지나온우측에그BB가있다는것이다.
따라서온길로되돌아가다보면왼쪽에그집이있는데집앞에는아주큰나무여러그루가서있다고
설명해준다.
한참을진행한후에야그BB를찾을수있었다.
우리가그옆을지나면서도그집을찾지못한것은우선간판이너무작았고진행하는쪽에서는
나무에상당부분이가려져있어보기가어려웠기때문이었다.
하얀자갈이깔린소로로진입하니동화에나오는것같은,정말그림처럼예쁘고하얀집이나타났다.
하얗게칠한현관의유리문을노크하니역시몸집이좋은여주인이문을열고우리를영접한다.
그부인은장화를신고있었다.
안내된방은비교적작은방이었는데흡사어린공주가사는방처럼꾸며져있다.
그렇게예쁘고,깨끗하고,사랑스러운방은처음이었다.
짐을내려놓기에도,의자에앉기도미안할정도로청결한방이었다.
음식은프랑스민박집이더좋았지만주거하는방은스코틀랜드가단연그수준이높았다.

우리가스카이섬에온것은,
척박한땅과주변환경을보기위해서였다.
사람과산업의손을타지않은,본래의스코틀랜드를보고싶었기때문이었고그생각은적중했다.
이곳에와서야우리는스코틀랜드자체를조곰씩이해할수있었다.
전에외국잡지에서이런기사를읽은기억이난다.
식당에서식사한후,테이블에서계산대까지가는시간이가장긴사람이스코티쉬라는것이다
그이유는,식사는했지만돈을내기가너무아까워서천천히걸어간다는것이다.
이거칠고돌투성이의척박한땅에서살아남기위해서는강인한구두쇠정신없이는불가능했을
것이다.
토양자체가땅과사람이싸워야살수있는환경이다.
그러면서도이곳사람들이한결같이친절한것은서로가너무멀리떨어져살기때문이아닐까.
우리가이섬에들어섰을때,
작고아름다운마을이나타났었다.
차를그곳으로진입시킨후아내는그림을그리기위해밖에나갔지만너무나바람이심하게불어
차안에들어와스케치하는것으로만족해야했다.
스카이섬을떠나기전,크지않은곳임으로내가운전하면서아내가그림을그릴수있는기회를
만들어봐야하겠다.

지금우리나라에서발간되는여러가지여행안내책자는사실부실한부분이아주많다.
발로쓰지않고책상에앉아베꼈기때문이다.
매사에그렇지만우리는정말전문성이크게부족하다.
우리가휴대한[영국편]은개정판인데도스카이섬에다리가생긴것은언급도없고5분정도
훼리선을이용해야한다는내용이버젓이인쇄돼있다.
(우리가빠리에서사용했던안내책자는영국에서만든것이었는데사람이함께다니면서안내하는것
처럼정확했다.그책이여러나라말로번역돼베스트셀러가된것은당연했다.)

이곳의바람은그기세가다른곳과아주다르다.
세게불기도하지만멈출줄을모른다.
우리가투숙한방에는스팀의라디에터가가동중이었고욕실에는아주뜨거운물이계속나왔다.
사실뜨거운물과목욕없이는살기어려운곳이다.
그리고이렇게외진집의시설이현대적이고편리한것도뜻밖이었다.

지금우리부부는거의보통의BB는피하고있으며가급적GuestHouse급을이용하고있다.
일반BB는둘이서40파운드정도지불하면되지만공동화장실과샤워시설은우리의나이에도
맞지않을뿐아니라자동차여행자체가저녁시간에는안락한시설을요구하기때문이다.
쾌적한방에서피로를풀지않으면다음날운행에지장이있다는것을알았기때문이기도했다.
전용BathRoom이딸린방은55-60파운드사이의비용이지만그대신식당을이용하지않기때문에
그정도의비용은지불할수있었다.
특히누룽지불린것과깐멸치,그리고고추장과김등은여기서도최고의음식이다.
그것은절약과맛을동시에해결하는우리음식이기도했다.

우리는지금도스카이섬에서의그밤을잊지않고있다.
동화속의방처럼아름다운침실에서창문을통해바라보이는어둠속의우람한나무들이거대한
바람을받고휘어지던모습은정말대단한장관이었다.
스카이섬의바람,
그바람은영국북쪽스코틀랜드지역에특이한문화를만들어낸장본인일것이다.
환경에적응하며살아가는게인간이기때문이다.
실내에서하는작업이발달한것도,
입고있는옷이순모의따뜻한의류인것도,
세계최고의순모양복지를만들어내는것도,
최고의순도와맛을자랑하는스카치위스키를만들어내는것도추운지방이만들어낸하나의
문화적인산물일수있다.
땅이이렇게척박하다보니식사에야채가나오는일이거의없다.
야채밭이없기때문이고수입야채는비싸기때문이다.
우리는스카이섬의거대한바람소리를들으면서따뜻한방에서피곤한눈을감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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