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첫인상이마지막인상이다.’
사람이다른사람에게어떻게보이느냐하는문제는대인관계나사회생활에서매우
중요하다.
그런데우리들은그첫인상을무엇을통해서가지게되는가.
결정적인신체부위가’얼굴’이다.
인간의얼굴표정은너무나섬세하고미묘한것이어서설명하기조차어렵다.
표정을읽을수있다면그아래감추어져있는’감정’도어느정도는파악된다.
얼굴은그렇게중요한신체부위이며한인간의모든것을읽을수있는창(窓)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그인상에속을수있는시대다.
얼굴성형수술이일반화됐기때문이다.
눈,눈섭,코,입술,턱을물론,광대뼈까지깎아내는’변장’의시대다.
여기에발달에발달을거듭한화장품까지가세한다.
인공눈썹까지있지않은가.
결혼후엄마와는전혀다른얼굴의애기가태어나는이유가거기에있다.
때문에이제는한인간의내용을읽을수있는신체의부위를바꾸어야한다.
우리가사회생활을원활히하기위해서는내가만나는상대를제대로파악하는
안목을가져야한다.

‘손은정직하다’는서양격언이있다.
우리가상대의얼굴만봐왔다면서구인들은얼굴과함께인간의손을관찰했다는
얘기다.
특별한경우,예를들어손을크게다쳤거나크게화상을입은경우가아니라면
아직까지는’손성형수술’은거의없는편이다.
말하자면손은,아직까지는그원형을유지하고있다는뜻이다.
손에도표정이있을까.
칼을잡고있는무사의손과,피아노의건반위에놓여있는손이같을수있을까.
그두손이질적으로다르듯이인간의손은천태만상의모습으로손의임자에대해
얘기하고있다.
나무열매의껍질을벗겨내는원숭이의투박한손과떡을빚어내는섬섬옥수가
같을수있을까.
손은얼굴보다더많은정보를가지고있는신체의중요한부분이다.

인류문화사에서유인원의직립(直立)은더멀리볼수있었던기능과함께손이
해방된획기적인사건이기도하다.
땅을집고다니던사역에서해방된손은후기구석기시대인기원전3만년에서
1만년사이에짐승의뼈로’바늘’을만들어사용했다.
짐승의가죽을꿰매어옷을만들었던것이다.
지금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손은컴퓨터의자판위에서못해내는일이없다.
얼굴이거의고정된구조의’인상’이라면,
손은그놀라운기능의또다른인상이다.

손을통해타인의정보를전달받는최고의행위가’악수’다.
그래서악수는진지해야한다.
악수는건성으로하면안된다.
상대의손을쥐었을때그손은한인간의거의모든정보를건네준다.
따뜻한손과찬손,딱딱한손과부드러운손,큰손과작은손,축축한손과건조한손,
상대의손을잡는힘의크기에도차이가있다.
다음은손을관찰하는습관을가져야한다.
손은정직하기때문이다.
손만제대로읽을수있다면한인간에대한파악은그만큼쉬어진다.

작부(酌婦)의손은천(賤)하다.
그리고불결하다.
그손은술을따르고안주를먹여주는,
뭇사내들의손길을거치는’술판의손’이기때문이다.
돈을벌기위해못하는짓이없는손이다.
그손의임자가그렇게살기때문이다.

특히여인의손톱은그것을어떻게가꾸느냐에따라아주다른손이된다.
길게기른손톱은첫인상에서게으르고지저분해보인다.
거기에본인의피부색과어울리지도않는메니큐어를진하게발랐다면불결하고
천박해보이기까지한다.
관리에게을러서메니큐어의상당부분이벗겨져나간손톱은시체의한부분을
보는것처럼불쾌하기까지하다.
모두가주제파악을못하는,제분수를모르는골빈당들이기때문이다.
그손은임자의부족함을그대로드러내고있다.

손톱을짧게깍고메니큐어도바르지않은여자의손은건강하고,건전하고,
아름답게보인다.
그손은여자전체를아름답게보이게한다.
깨끗하고부지런하고,자기일에충실한향기로운여자로보이게한다.
자기의손에대해자신감을가지고있는개성적인여인이바로그런여자다.
그손이아름다운것은당연하다.

그손은약간작게느껴지고,
손가락들은실제보다가늘어보인다.
특히더나빠보이는부분이있는것도아닌데기분나쁜손이다.
속이는손이그렇다.
기름기가흐르지만건전해보이지않고
무척다듬기는했어도아름답게보이지않는다.
사기꾼의손이기때문이다.
그손은진지하게악수하는법이없다.
사람을속이는술수의손이기때문이다.
그게범죄하는손이다.

악수를해보면따뜻하게느껴지는손이있다.
사실은찬손인데도다정하게느껴진다.
손의임자가다정다감한사람이기때문이다.
그손은,
사람을안심시키고,굳어있는마음을풀게해주며겨울인데도온기를느끼게해준다.
고상한인품,인격이전달돼오기때문이다.
그건정말귀중한손이다.

농사꾼의손은흙냄새가나고거칠다.
그러나그손은세상에서제일정직한손이다.
심는대로거두는땅의섭리를알고살펴주는만큼결실하는곡식의원리를깨닫고있는
손이기때문이다.
그손은편법(便法)을모른다.
새치기나끼어들기로는농사를지을수없기때문이다.
땅에흘린콩한알도거두어들이는경건한손이다.
하늘과땅사이에서’농사’를짓는원형의인간이가지고있는손이그손이다.
그정직한손을통해우리모두가식량을얻고있다.
그래서그정직한손은생명의손이다.

오래전수인선협괴(狹軌).
어떤시골역에서등에애를업은아낙이커다란푸성귀보따리를힘겹게들고찻칸에
올랐다.
송도에나가팔물건인것이다.
그아낙의손은,
오랜농사일을통해거칠어졌고,햇볕에그으른손이다.
그러나,그손은우리모두가감사해야할손이다.
촌부(村婦)의그거친손은,
그어렵던시절가난한살림을꾸려우리들을길러냈고공부시킨손이기때문이다.
그손이없었다면오늘의우리도없는것이다.
정말그손은위대한손이다.

어머니의손,
그건기적의손이다.
그손이못해낸일은없다.
그손은,필설로는다설명할수가없다.
세상에그손이닿지않는곳이있겠는가.
우리모두는어머니의손이빚어낸작품들이다.
세상의어떤어려운일도마다하지않았던그손이있었기에지금우리들이이만큼
살고있는것이다.
그손은주기만했지돌려받지않는손이다.
우리가세상어디에가든그손길은거기에닿아있다.
어머니의손은그어떤손과도비교할수없는절대의손이다.

손자의아픈배를쓰다듬는손,
그게’할머니의약손’이다.
그접촉은한인간의인격안에녹아드는사랑이다.
그따뜻한할머니의약손을모르고자라는지금의아이들이,그래서측은하다.
지금사람들은거칠고각박하다.
할머니의약손이만져주지못했기때문이다.
할머니의약손을모르고자랐기때문이다.

손녀가태어났을때,
애기옷속에서꽉쥐고있던그손은,
내엄지손가락만했다.
나는세상에서그렇게작고아름답고사랑스러운손을그때처음봤다.
그손은손의원형(原形)이었다.

이제우리들은,
마음을비우고내손을내려다보자.
손등,손바닥,손가락들을,
처음의원형이어떻게변했는지살펴보자.
다른이들이내손을어떻게볼것인가도생각해보자.
그작고아름다웠던손이지금어떤모양으로변했든그모든책임은나자신에게
있다는것도깨닫자.
손은누구에게나정직하기때문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