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의 위기.
지난5월,임권택감독의100번째영화로화제를모았던’천년학’이3주만에13만명
정도의관객만을유치한채전국10여개스크린에서겨우명맥만유지했다.
촬영을시작할때부터시사회에이르기까지온갖찬사가쏟아졌던이작품의내용적
참패는오늘의충무로를읽을수있는현주소다.
명분은요란했지만실속에서시장에진입하지못한것이며’영화상품’으로서관객들
에게외면당한것이다.
대부분의일반관람객들은서편제와크게다르지않고지루했다는평가를했다.
소문난잔치에먹을게없었던대표적인케이스다.
영화도상품인이상시장에서팔려야한다.
팔리기위해서는상품가치가있어야하며영화에서그것은내용과재미다.
천년학의참패는임감독의100번째작품이라는포장에만치중했지뚜껑을열었을때
알맹이가없는외화내빈의고질병그대로였다.

지난해한국영화는110편이개봉됐으며이중90여편이손익분기점을넘지못했다.
손익분기점은손익계산에서수입과비용이같고이익과손해가갈리는기준이다.
이손익분기점을넘지못했다는것은투자에대해이익이없었다는뜻이고그것은
바로적자를의미한다.
개봉된영화의80%이상이손해를기록한것이며투자손실액은1000억원에이르렀다
고한다.
편당평균제작비50억원이넘는영화시장으로서는뼈아픈손해가아닐수없다.
영화한편이손익분기점을넘기위해서는관객수가200만은넘어야한다.
스크린쿼타의축소영향도있었겠지만2006월3월에71.8%의시장점유율을가졌던
한국영화가일년만에27.6%로떨어졌다는것은’영화상품’자체로설명해야지다른
이유들은설득력이없다.
이제한국영화는아주심각한단계에진입한셈이다.
지금까지의제작관행과후진적구조로는결코돌파구를열수없는한계에섰다고봐야
한다.

이제영화계에몸담고있는관계자들의얘기를들어보자.
먼저제작자협회의차승재회장은,
-한국의영확계가최대위기를맞은게사실이다.
지금당장은아니지만이대로3-4년이면망할것이다.
충무로전체로봐도지금촬영현장이별로많지않다.
한해이사업에서돌아가는돈을4000-5000억원으로보는데작년에1000억원을허공
에날린것이다.

소빅창투의박현태대표는,
-지난해110편의한국영화중에서20편빼고는모두큰적자가났다.
자체조사결과적자가난90편중에서50-60편은필름프린트값과마케팅비용도
건지지못했다.
또그나머지절반도70%가까운손해가났다.
이건투자가아니라투기고로또다.

감독조합의정윤철공동대표는,
-문제는현재일부제작사를제외하면감독이하는일이너무많다.
시나리오만드는건물론,배우캐스팅,현장진행,프로듀서의일까지감독이맡는다.
감독들이수익지분의50%를요구한다고말들이많지만결과론만가지고말해서는
안된다.
창작의입장에서가장우려스러운것은시나리오의위기다.
‘좋지아니한가(家)’를하기전에60여개의시나리오를봤지만고르기가쉽지않았다.
좋은인력은드라마나게임쪽으로빠져나가고있다.
시나리오에좀더대접이이루어져야한다.

한국영화의핵심적환부는,
원로연예인인이순재씨의말속에함축돼있다.
‘지금은톱스타한명을캐스팅하고나면중견배우들의역할은뭉텅뭉텅짤려나가는게
현실이다.
톱스타들의개런티를하늘꼭때기까지올려놓고그것도모자라러닝캐런티까지떼
준게바로제작자들이다.
오직인기있는주연배우의’얼굴’하나로대박을하겠다는투기판이고로또다.
물론여기에는주연배우얼굴하나만보고영화관을찾는관객의수준도똑같이
문제다.
때문에관객의수준도바뀌어야한국영화가발전할수있다.

한국의영화계풍토에서,
연예인들은거의100%비정규직들이다.
연예계에서일하는수많은스탭들도일용직대우로일하는게관행이다.
정점에있는극소수를빼놓고는생계를꾸릴수있는직업으로는생각도할수없다.
그들모두가보잘것없는수입에시달리고있다.
영화를’종합예술’이라고한다.
톱스타한사람만으로는좋은영화가만들어질수없는게영화산업의구조다.
단역의조연에서소품을나르는사람까지제몫을다해야좋은영화가만들어진다.
그런데영화의손발인스탭들이홀대받고있다면최선과효율은기대할수없다.
한국영화는그구조에서질이계속떨어질수밖에없게돼있다.
제작자-투자자들의’도박’심리가사라지기전에는개선되기어렵다.
영화산업은그근본에서’흥행업’이다.
사행심이바탕에깔리는이유가거기에있다.
건전한투자가아닌투기판을면하지못하는한지금의위기를극복할방법은없다.
무엇보다도우선제작자들의자세가바뀌어야한다.

세계3대영화제의하나인’칸영화제’에서우리나라의전도연씨가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이후그가출연했던’밀양’이흥행순위1위를달리고있다.
칸영화제에서주연상을받았다는것은사실기적같은일이다.
영화를사랑하는사람이라면모두가함께기뻐할일이다.
그러나냉정하게생각해야할점은,
영화’밀양’은경쟁에서탈락했다는현실이다.
감독상은’잠수종과나비’를연출한줄리앙슈나벨이받았으며,
최고영예인작품상은크리스티안문쥬의’4개월3주,그리고2일’이수상했다.
밀양이라는영화를통해전도연이라는배우의연기는최고의상을받았지만영화
밀양은밀려난것이다.
연출력과작품성이없었기때문이다.
한국의영화관객들이이문제를제대로이해하고구분할수있을때한국영화도새로운
지평을열수있다.
영화관객이곧영화시장이기때문이다.
까다로운소비자없이좋은상품은나오지않는다.

그전도연씨가이런말을했다.
‘요즘은,읽어보라고들어온시나리오가한편도없다.’
시나리오는다른말로극본,대본이다.
이대본,시나리오를만들어내는사람이바로극작가다.
거의모든사람들은영화는주연배우나감독,또는제작자가만드는것으로생각한다.
설사제작비도,캐스팅된주연배우도,실력있는연출자로서의감독도확보됐지만
대본-시나리오가없다면영화는만들수없다.
영화의소재인’스토리’가없기때문이다.
스토리-이야기는작가의머리에서나오는창작물이다.
왜그들이드라마나게임쪽으로빠져나갔는가.
대우를해주지않았기때문이다.
영화시나리오만써가지고는먹고살수가없었기때문에떠난것이다.
한국영화계의가장핵심적이고구조적인문제는바로여기에있다.
어떤제작자도작가를기르려는시도를하지않았다.
당장의이익이없기때문이다.
긴안목이없는투기꾼들로들끓고있기때문이다.

전세계40여개국으로팔려나가는미국의CSI시리즈.
우리나라에서도인기가대단한영화시리즈다.
제작자’제리브룩하이머’는미국영화계의마이더스손으로평가받는인물이다.
CSI같은대형시리즈를만드는전문성에서그들은놀라운구조를가지고있다.
시나리오를쓰는중심작가를정점으로100여명의해당장면전문작가들이팀을
만든다.
살인현장,갱조직,차량,실험실,도박장,유흥업소,부검실등,다양한촬영장면을
위한전문시나리오를쓰는작가들이포진하고있는것이다.
스토리-이야기가탄탄한만큼그영화가내용과재미에서관객을사로잡는것은
당연하다.
러닝타임40여분정도의한작품이우리영화한편과맞먹는제작비가드는것은
인건비가높은이유도있지만극작가-시나리오작가에쏟아붓는돈이워낙크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시리즈의길반장은배우보다는제작자로서의지분이더크다.
출연료와는비교도안되는이익배당을받는전문가인것이다.

충무로출신으로헐리웃에진출한배우가김윤진이다.
기자가물었다.
-어느쪽인간관계가더편한가.
-미국이덜피곤하고갈등도없다.
왜냐하면선을딱긋고일하기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선을넘나들고친해져야같이작품을할수있다.
내단점을상대에게보여주고술마시고망가져야인간적이라고한다.
그래야정이깊다고한다.
미국에서는네가해야하는일은여기까지고내가해야할일은여기까지라는선이
딱그어져있고서로존중한다.’
같이술마시고망가져야카메라앞에설수있다면그연기는진실일수없다.
부자연스러운온갖오버액션과역겨운연기들은망가진사람들이보여주는코미디다.
같이망가지는정이아니라한사람의배우로서의전문성이요구돼야한다.
대본을숙독한후작가의작품의도를이해하고,소화하고,연구하는교육수준,
자기철학,영화에대한열정이같이술마시고망가지는일보다앞서야한다.

잠깐의성공에안주,계속사행심으로투기를일삼았던영화제작자들부터반성해야
한다.
이세상에계속해서터지는’대박’은없다.
하늘높은줄모르고불어나는제작비도낮춰야한다.
10년도채안되바닥이드러난,감독들의빈약한연출력도큰문제다.
(그마나조폭영화,폭력물들이다.)
오랜푸대접으로황폐해진극작가들을발굴하고길러내야한다.
스텝들에대해상응하는대우를해야한다.
그게어느라나어떤영화든영화를만드는기본골격은’재미있는이야기’다.
누가그걸쓰는가.
그게극작가-시나리오작가들이다.
주연급에버금가는대우를해보라.
세상이달라질것이다.
영화없는생활은상상할수도없다.
영화도못보고무슨재미로산단말인가.
그래서좋은영화를기다리는것이다.
정말충무로가바뀌기를기원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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