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의 죄.
내가다녔던중,고등학교는시내에서멀리떨어진교외지역에있었기때문에걷는
거리도길었고시간도많이걸렸다.
도심을벗어나학교까지가는길옆에는논과밭이많았기때문에농부들이농사짓는
모습을늘보고다녔다.
어린나이에도같은밭농사의경우한국인과중국인들의농사짓는방법이크게다른
것을눈여겨봤으며왜그런차이가생겼는지궁금했다.
주로산동성에서건너온일단의중국인들이네모반듯한밭에서채소를길러시장에
내다팔았는데그들의밭은언제나정연했고채소도아주잘자랐다.
같은종류의작물인데도중국인들은언제나서서일을했고한국인들은쭈그리고앉아
일을했다.
물론쓰는연장도달랐다.
한국인들은호미로김을맺지만중국인들은긴자루에호미와비슷한농기구를달아
서서일을했다.

간혹은퇴하면시골가서농사나짓겠다는사람들이있다.
알고하는소리라면그건분명히작심하고하는얘기지만농사가뭔지모르고하는
소리라면그런사람은농사못짓는다.
매일논,밭이있는길을걸으면서사계절을겪어보니농사는그대로중노동이다.
뙤약볕에서고추밭김을매보지않고농사를말하지말라는속담이있다.
농사에는언제나일손이모자란다.
정말해야할일이태산같은게농사다.
논농사의경우,땅을갈아엎고,물이찬논의흙을고르고,비료주고,모심고추수하는
모든과정이이제는’기계영농’이다.
논밭에서일하는황소는한마리도없다.
논에서일하는사람도보기어렵다.
그러나밭은사정이다르다.
작물자체가기계영농을할수없는게대부분이고밭들의크기와모양이너무제각각
이어서기계를갖다댈수가없다.
결국밭농사는사람의손으로할수밖에는달리방법이없다.
그것도거의대부분이여자들이맡아한다.

지금농촌에는60대도드물다.
거의가70대이상의노인들인데잘살펴보면그자세가바른사람이거의없다.
모두가휘어진몸을가지고있다.
성한사람이없는것이다.
평생그힘든농사를짓다보니몸이그지경이된것이다.
영농기계는알지도못하던시절이다.
특히할머니들의경우남자들보다그훼손이더가혹하다.
허리,대퇴부,무릎관절,발목관절이안아픈사람이없고,손가락,손목,팔꿈치,어깨
의통증이없는사람이거의없다.
특히무릎관절과발목관절이심하다.
지금도그들은밭에서계속일을하고있다.

나는오래동안그분들이밭에서일하는자세를관찰해봤다.
아주가까이에서,지속적으로,여러가지밭에서여러사람의상태를살펴봤다.
그리고내린결론이모든통증의원죄가호미에있다는것을알았다.
호미야말로한국의여자들을망가뜨린원흉이다.
호미로쭈그리고앉아밭일을하는자세는모든관절이아플수밖에없는구조를
가지고있다.
거의평생을그런자세로일했으니몸이망가지는것은당연하다.
만약같은밭일이라도서서했다면몸이그렇게망가지지는않았을것이다.
망가질수가없다.

호미가언제부터쓰였는지는기록이없다.
밭에종자를심거나김을맬때쓰는가장기본적인농기구가호미다.
호미의모양은그것이사용되는지역의자연적인조건과작물,농경의성격에따라
날의모양과호미자루의길이에서차이가난다.
대개북쪽지역으로올라갈수록호미의날과자루가넓고길며,남쪽지역으로내려
갈수록날이가늘고자루도짧아진다.
북부의일부지역을제외하고우리나라에서사용되는호미는대체적으로자루가짧아
쭈그리고앉아서일하는게특징이다.

한국의호미는크게세가지형태로나눌수있다.
첫째,보습형은경기,충청,전북도등중부지역에서흔히쓰이는것으로쟁기의보습
처럼날끝이뾰죽하고위는넓적하다.
뾰죽한날은흙에집어넣고자루를잡아당기면흙이쉽게뒤집혀져김을매기에
적합한구조다.
제주도및전남도도서지역및산간지역등의자갈이많은지역에서쓰이는것은
낫처럼날의길이가폭에비해더길며그끝이예리해자갈이많은밭에서쓰기에
적합하다.
세번째모형은황해도,평안도,경기도북부지역,강원도북부지역등에서많이쓰는
것으로날이크고길며자루의길이가1미터이상되는것도있다.
호미는논농사가기계영농이된지금도밭농사에서는여전히기본적인농기구로
쓰이고있으며어떤획적인개선이없는한계속,특히밭일을많이하고있는여자들의
몸을망가뜨릴것이다.

나는중국을여행할때마다밭만보이면중국농부들이일하는모습을주의깊게살펴
봤다.
특히오지에들어가서는더그랬다.
버스로12시간정도들어가는중국의오지는아직도19세기이기때문에밭농사도전래
의전통적인방법으로짓고있다.
놀랍게도그들은모두서서일하고있었다.
호미처럼생긴농기구를긴자루에달아서서김을매는것이다.
다음은특히나이가많은중국인할머니들을유심히살펴봤다.
시골장터의장날은그런관찰이용이한장소였다.
그중국인할머니들은우리농촌할머니들처럼몸이망가지지않았다.
자세도바르고똑바로걸었다.
몸이휜사람이없었다.
늙어쇠잔한몸이지만망가진몸은아니었다.
그들이라고농사일이쉬울리가없다.
단지같은일이라도일하는방법과사용하는도구의차이에서전혀다른결말이나타난
것이다.
역시호미는사람을못쓰게만드는원흉이다.

매일수로를따라걷기운동을하는동안뚝옆에오래된집에서혼자사시는나이많은
할머니한분과친해졌다.
우리보다나이가많은그할머니는특히아내를아주좋아한다.
엊그제도전화로아내를불렀다.
막뽑은마늘,밭에서바로딴오이와가지,그리고막캐낸감자,내가좋아하는묵은지
와밥에둬먹는풋콩까지상당량을주셨다.
그할머니는몇달전무릎관절과발목관절의통증이너무심해결국은병원에입원,수술
을받았다.
지금그부위는계속부어있고통증도크게가라앉지않았기때문에할머니는수술한
것을크게후회하고있다.
그분은지금도아픈몸으로밭일을하고있다.
달라진것은작은플라스틱의자에앉아일하는것이다.
그나마움직이지않으면더아프기때문이며밭일을하는게오히려마음이편하다고
했다.
그런데그손에는수술부위를망가뜨린그호미가들려있다.
호미를대체할수있는농기구가달리없기때문이다.

이미밝힌대로언제부터호미가쓰여졌는지는기록이없다.
그러나사람의몸을망가뜨리는것이분명한이못된농기구가왜개선되지못하는
것일까.
작업의효율에서는호미를따라갈게없다.
그러나같은시기의같은밭농사인데도왜중국인들은일찍부터서서일했는가.
우리나라에는농과대학도있고농협도있고농진청도있다.
사람몸의마디와관절이절단나는이호미에대해왜아직까지대체농기구가나타
나지않았을까.
농기구에대한문외한이지만이해할수가없다.
IT인프라와첨단의휴대폰시대를살면서한쪽에는가장윈시적이고비인간적인
호미가있는것이다.
나는상당기간밭과밭농사,호미,사람들의일하는자세등을지켜보고,
중국인들과의차이도확인하면서호미문제를해결하지못하는우리스스로에대해
한탄했다.
머리도뛰어나고손재주도남다른우리가아닌가.
정말알다모를일이’호미’다.

개선의요체는어제나’관심’이다.
지금의한국농촌이그농사에서경쟁력을완전히상실한것과호미의문제는상관
관계가있다.
도전하지않고,현상에안주했기때문이다.
시어머니의몸마디와관절들이절단났다면며느리대에서는그걸쓰지않아야
발전이다.
추곡수매,영농자금,수입물량에따른차액의시세보전등모든혜택이결국은경쟁력
없는천덕꾸러기를만든것이다.
이제논농사가완전히기계영논으로바뀐것처럼사람잡는호미도바뀌어야한다.
자루만길게해도일어설수가있다.
그것만으로도모든관절들이해방된다.
늙어도바른자세를유지할수있다.
관심과의지,그리고과학적인연구,여기에그렇게하려는농민들의마음이합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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