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림현상.
나는강산이두번빠뀔정도의긴세월을직,간접으로외국인들과함께직장생활을
했다.
대학을졸업하고미국인들과일하게됐을때그생소함은문화적차이이상의것이었다.
도대체모든것이너무나우리와는달랐다.
지금도기억되는생소했던일중하나는편지봉투였다.
그건우리와는정반대의기록순서였는데우리는도,시.동.번지가먼저이고제일
나중에수취인의이름을쓴다.
그러나그들은언제나사람이름이제일먼저이고동네와번지,도시,주(州)가제일
나중이었다.
그때우리는우편번호가없었고그들은있었다.
지금은이런기록방법이보편적이지만그때는정말생소했었다.
이름을제일나중에기록하는문화와언제나이름이제일앞에오는문화는그내용
에서바로동양과서양의차이였다.

그들은개인이우선이다.
그만큼개성적으로산다.
개성적인것이곧이기적인것이아니라는것도그들과생활하면서알았다.
인간이개성적으로산다는것은남과똑같기를거부한다는의미다.
다른사람의생각은존중하되쉽게동의하지는않는다.
그만큼서로가상대적으로자기것을남에게강요하는일도없다.
강요한다고해서받아들여지지도않는다.
춥지도,그렇다고덥지도않은날씨에겨울코트를입은사람과반소매옷을입은사람이
함께다닌다.
다른사람의눈때문에제한받는일이거의없는게그들이다.
남에게피해를주는것이아니라면개성적으로,자기스타일대로산다.
그렇다면그들을하나로묶어공동체가되게하는요소는무엇일까.
그게법과규칙이다.
다른말로는상식과원칙이라고할수있다.
그들의일반적인준법정신은대단하다.
여기에정직성이더해지기때문에모래알처럼개성적으로살아도사회공동체는
건전한선진국이된다.
개성적인여럿을연결해주는끈이튼튼하기때문이다.

미국이서구를대표하는선진국이라면일본은동양을대표하는아시아에서유일한
선진국이다.
내가오래동안직장에서관찰한일본인들은겉으로봐서는몰개성적이다.
그들은모가나지않기때문에정맞을일도없다.
집체적으로자라난사람들답게조직속에서조직적으로움직인다.
미국인들이자기표현에강하다면일본인들은자기의본심을감춘다.
겉으로보기에그들은환경순응적이고조직에충성하는,부품같은사람들로보이지만
조금만그속내를들여다보면전혀다른면을발견할수있다.
그게’폐-弊"의문화다.
폐는남에게끼치는신세나괴로움이다.
그들은아주어려서부터철저하게남에게폐를끼쳐서는안된다는교육을받고자란다.
따라서일상생활에서,그게가정이든,직장이든폐를끼치는사람이되어서는안되는
것이다.
그들의조심스러움과정직,겸손,검소는모두’폐’의문화와관계가있다.
조금어렵게설명하면,
남에게폐를끼치지않겠다는정신은남이내게끼치는폐도받아들일수없다는양면성
이그안에있다.
미국인들이외향적으로개성적인사람들이라면일본인들은내향적으로개성적인
사람들이다.
표현양식은서로다르지만개성적인내용에서는같다고볼수있다.

두나라사람들과오래동안생활하면서그들과우리들의차이점에대해서도깨달은게
많았다.
‘개성적’인문제만가지고얘기한다면우리는외향적으로나내향적으로나’개성적’
이지못하다.
조금은진부한얘기같지만여럿이중국음식점에갔을때주문할음식에대해갑론을박
하다가누군가가큰소리로’짜장면으로통일’하면그걸로끝이다.
미국인이나일본사람들은절대그렇지않다.
그런방법자체가없다.
좋고나쁘고의문제를떠나우리에게만있는아주독특한정서가그것이다.
그런경향성이극단으로나타나는게’쏠림현상’이다.
그건유행보다더강력한유행이다.
너도나도물불을가리지않고모두가한쪽으로쏠리는,우리들특유의정서가그것이다.
개성적인사람은한쪽으로쏠리지않는다.
자기생각과중심이분명하기때문이다.
모두가좋다고해도자기가좋아하지않으면선택하지않는다.
모두가떠난자리에혼자남아도후회하지않는다.
가장큰이유는그내면에자기것을분명하게가지고있기때문이다.
결국몰개성적이라는것은그안에자기것이없다는뜻이다.
자기것이없으니남을따라갈수밖에없게된다.
혼자쳐지면불안하기때문이다.
혼자일때강한자가정말강한자다.
그게개성적인사람이다.

김대중전대통령은1997년대선때한도시에서97.3%의득표를한일이있다.
2002년대선때노대통령도같은도시에서95.2%의득표를했다.
북쪽에서나볼수있었던현상이남쪽에서도일어난것이다.
한도시의유권자전체가오직한후보만을지지했다는것은’정치적쏠림현상’이다.
지지하는것은틀림없지만그동기가선거외적인것이문제가된다.
서로다른수많은사람들이거의획일적으로한후보만을지지한다는것은
후보의인간,학력,경력,정책,능력이기준이아니라학연,혈연,지연이우선했기때문이다.
거기에는그렇게할수밖에없는충분한정치적인이유가있었을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모두가오직한후보만을선택했다는것은정치적으로발전된현상은
아니다.
민주정치의핵심인다양성이죽어버렸기때문이다.
민주정치에서51%가가지는의미는크다.
과반이찬성한다면된다는것은다양성때문에그이상의결집이현실적으로어렵기
때문이다.
선진국의결선투표가51%의득표를기준으로하는것이그이유다.
정치가발전한모든곳에서찾아볼수있는공통점은다양성과선택의균형이다.
그어떤곳에서도한후보가90%이상의몰표를얻는사례는찾아보기어렵다.

이제얼마후면우리들도대통령을선출하는투표를하게된다.
자유민주주의정치시스템을채택한지도이미60여년이지났다.
정치도발전할때가된것이다.
그첫째요소가투표율이다.
투표는참정권의행사다.동시에민주시민의기초적인의무이기도하다.
더많은유권자의의견이나와야그결과에무게가실릴수있다.
투표하지않는유권자는민주시민으로서실격자다.
그입을열어정치를말할자격이없다.
다음이개성적인선택이다.
그선택의기준역시정상적이어야한다.
후보의이력,그가속한정당,그정당의정책,그들이지금까지해온국가경영능력,
특히지금은경제에대한역량을심도있게짚어봐야한다.
이모든것을종합적으로검토한후분명한자기소신을가지고투표에임해야한다.
가족이라해도의견이다르고선택이다를수있어야한다.
내가미국인들과일할때아들과어머니가서로다른정당을지지,진지하게정치토론을
하는장면을자주목격했었다.
부부사이라해도마찬가지였다.
미국이강한것이그런다양성의힘이라는사실을그때깨달았다.

다음이그어떤정치적쏠림현상에대해서도거부해야한다.
지연,학연,혈연의고리를끊어야한다.
이병폐가한국정치에끼친해악은그크기를가늠할수없을정도다.
이제는우리도성숙해질필요가있으며그렇게할수있는단계에와있다.
친척이니까,동향사람이니까,선후배관계이니어쩔수없다는나약함에서벗어나야
한다.
다시거기에잡히면우리의정치적발전은요원해진다.
그런선택의피해는결국내가입는다.
선관위에서각가정에보내온후보들의자료만으로도검토는충분히할수있다.

지난10년을’잃어버린10년’이라고한다.
친북좌파가집권한기간에대한대표적인부정적표현이다.
그러나꼭그런것만은아니다.
분명히발전한부분들도있을것이다.
문제는우물안이아니다.
세계적인기준과안목으로볼때상대적으로우리의발전속도가떨어진점이다.
성장동력자체가힘을잃었다.
그들의국가경영능력이부족해서생긴이간격은스피디한세계적인변화에서는
치명적인것이된다.
지금은한번뒤쳐지면만회가거의불가능한속도의시대다.
이는진보와보수의문제가아니라’현실적’인상황이다.
이번대선을통해방향과속도를바로잡지못하면기회는더멀어지고위험해진다.
좌파경험은10년으로충분하다.
선택을다시해야하는이유는어느한쪽이미워서가아니라국가경영능력이부족하기
때문이며그피해가바로우리가당하는고통이되기때문이다.
이제우리모두는더개성적으로,더실리적으로,더이기적으로선택해야한다.
더이상몰표가나오는쏠림현상은없어야하며,또거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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