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 일본.
한국과일본은이웃일까,적일까.
적은아니지만그렇다고선뜻이웃이라고말하기도어려운관계다.
물리적으로는분명가장가까운이웃이지만마음으로는태평양건너의미국보다
더먼나라이기도하다.
우리와일본의관계에서가장크게자리매김하고있는역사적사건이임진왜란과
일제의식민지시대다.
선조25년인,1592년에서98년까지2차에걸친왜군의침략으로일어났던전쟁이
임진왜란이다.
일본을통일한’도요또미히데요시’가시작한,조선에대한침략전쟁으로15만의
육상군과9000의수군이동원됐다.
조선관군은조총(鳥銃)을가진왜군을당할수없었으며부산진에상륙한왜군은
60일만에평양성을함락했다.
왕은의주(義州)로파천했으며이전쟁은결국명(明)나라의개입까지불러왔다.

1910년8월29일.
조선은한,일합방의강제조인으로일본의식민지가됐다.
1945년8월15일의광복까지우리국민이겪은고통은여기서다시적을필요도없을
만큼온갖기록으로남아있다.
광복후한,일국교정상화문제에서한국에대한일본의사죄는초미의화두였지만
그들은온갖수사를동원,본심을감췄다.
독일은수상이아이슈비츠에서무릎을꿇고눈물을흘렸지만일본인은결코사죄하는
일은없을것이다.
그들은’사죄’를모르는국민성을가지고있다.
일본군대가얼마나잔인했었는지는중국쪽에서더많이알려졌다.

이제현실적인관점에서일본을보자.
지나간100년동안확실하게선진국에진입한나라는전세계에서일본밖에없다.
물론아시아에서는유일한선진국이기도하다.
그리고지금그들은자타가공인하는기술대국이며경제대국이다.
우리가만들어전세계에수출하고있는상당수상품의핵심부품은모두일본것이다.
일본과의엄청난무역역조는상거래가시작된이후계속증가했으며단한번도역전된
일이없다.
이런의미라면경제식민은계속되고있는셈이다.
일본은우리앞의현실이다.
우리가어떻게생각하든일본은선진,경제대국으로우리이웃에존재하고있는실제의
국가다.
때문에우리와그들의관계는현실이다.
그누그든이현실을부인할수는없다.
한국과일본의문제는’오늘’이라는현실에서조명받아야하는구체적인상황이다.

한국과일본을비교해보는것은너무나예민한문제이기에자칫감정적이되어공정성
을잃을수도있다.
한편그비교는너무나다양한방편들이있기에오히려산만해질수도있다.
때문에공통분모를가지는대상을선정,비교하는방법이좁기는해도명료성은클
것이다.
그래서택한것이책이다.
책은문명과문화를아우르는한사회의소산이며그시대를보여주는압축된삶의
모습이기도하다.
책은그사회의얼굴이며그내용은책을만든사람들의’삶’그자체다.
그래서책은가장확실한현실이며수준이다.
책은그것을통해더깊은속내를들여다볼수있는열려있는창이기도하다.

아내는오래동안두가지월간잡지를정기구독하고있다.
하나는국내의여성잡지고,다른하나는일본의월간지다.
매월배달되는두나라의월간지는,그래서나도거의빠짐없이구경하는책들이다.
우선그겉모습에서두나라의책은아주다르다.
우리나라책은크고무겁다.
어른이손에들고읽기에도정말크고무거운책이다.
그런데일본책은보통크기에가볍고친화적이다.
손에들기좋고펴서읽기에편리하다.
더자주손이가는책은결국일본책이다.
접근이쉽고취급하기가편하기때문이다.
무겁고큰우리나라책은친근하기어려운무게와두께가거부감을준다.

또한가지는,
우리나라책은주로사진을인쇄하는두꺼운광택지를많이쓴다.
매페이지마다현란한사진이있으니그럴수밖에없겠지만모든광택지는찬느낌을
주기때문에따뜻함이없다.
늘그렇지만,
주문한책이도착하면먼저손에들고무게를느껴보고,손으로종이를쓰다듬어보고,
잉크냄새를맡는다.
그때종이가무광택의평범한종이이기에정이가고인쇄잉크의상큼한냄새가마음을
설레이게하는게책이다.
광택지는사람과책이가지는소박한정을차단한다.
일본책은광택지가아니다.
소박하기는하지만단단해보이고사람의마음을끄는디자인을하고있다.
무광택지가가지는검소함이사람의마음을편하게해주고접근을쉽게한다.
지나치게화려한종이와겸소한종이의이차이는하나의사회적현상의차이로볼수
있다.

책의내용에서,
우리나라책은비일상적이고비현실적이다.
최고명품들의사진과모델로채우다보니평범한보통사람들의일상은거기에없다.
의.식.주모든기사에서일상적이지못하다.
그건’구경’하는것이지읽을수있는것들은아니다.
옷도음식도집도독자들과는무관한,독자들이일상에서구현해볼수없는다른세계의
것들이다.
일본책은다르다.
좁은공간을활용하는수납장하나만봐도그렇게구체적이고치밀하고생산적이다.
누구가쉽게따라갈수있는실제적인내용이다.
의.식.주모두에서그렇다.
일본책을읽으면서늘감탄하는것은독자가원하는것을꿰뚫고있는편집수준이다.
책을만드는사람들이그책을읽는사람들의평범한일상을연구하고있기에가능한
일이기도하다.
우리책은너무일방적으로,너무고급하고생소한것으로독자들을밀어내고있다.
그건책을만드는사람들의책이지읽는사람들의책은아니다.

일본책에는전문적인내용들이있다.
말하자면독자가’읽을거리’가있는것이다.
책을읽고배우게되고지식의지평을넓혀갈수가있다.
그만큼교육적이다.
우리책은연예인과연예계의까십으로도배돼있다.
그것도새로운것을발굴하기보다는재탕삼탕이대부분이다.
광고,고급의상과고급주택의사진들,화장품소개그모두가서민들과는무관한
그림의떡들이다.
눈으로잠시구경하는책일뿐,읽고얻을게없는책이다.
일본책은한달내내뒤적이지만우리책은한시간만구경하면끝이다.
다시손에잡을것이없는빈약한책이다.
일본책은읽고나면뒷맛이좋지만우리책은뒷맛이쓰다.
어떤배신감같은것을느끼지않을수가없다.
책값을생각하면더그렇다.

더큰차이는,
일본책은기다려지지만우리책은배달이돼야있는줄알게된다.
기다린다는것은얻을게있다는뜻이다.
이차이의뿌리가어디에있는지를나는오랜체험으로알고있다.
우리는명분을,일본인들은실리를챙기기때문이다.
명분은결국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갈수밖에없고,실리는겉이아니라그안을
채울수밖에없다.
이렇게서로다른책문화의배경은학문적인설명이필요한부분이기도하다.
그형성과정역시역사의산물이다.
좁은해협을사이에두고사는가까운두나라의’삶’의모습이이렇게다르다는것은
정말연구해볼만한일이다.

우리가일본을연구하고배울것은배워야하는이유는문화적으로그들과같은수준에
있어야하는역사적당위때문이다.
그들은무엇에서우리보다앞서있는가.
그걸찾아내고볼줄알아야한다.
다른하나는우리와일본,그리고중국과러시아는지정학적인위치때문에무관하게
살수없는사이들이다.
일본에대한적대감은어떤문제도해결해주지않는다.
그들은우리가알고있는것보다훨씬더무서운민족이다.
우리가말-언로-논쟁의나라라면그들은’칼’의나라다.
할복의문화가그것이다.
‘금각사(金閣寺)’를쓴’미시마유끼오’의할복은우리세대가눈으로본사건이다.
두나라의책을나란히놓고비교해본다.
하나는큰덩치에취할게하나도없는껍데기뿐이다.
속빈강정인것이다.
그리고다른하나는겉보기에는소박하고검소하지만그안은사람을이롭게하는
것으로꽉차있다.
실력이있기때문이다.
책이무엇인가.
책은문화다.
그리고책은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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