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상에약점이없는사람이있을까.
열등감이나자격지심이없는사람이있을까.
그런사람은존재하기않는다.
사실우리가성자(聖者)라고부르는부처나예수는,그누구보다도스스로의한계와
부족함,즉약점을깊이깨달은사람들이었기에인간을구원하는종교의창시자가
된것이다.
약점을약점으로가지고사는것과오히려그약점을깨닫고더강한인간이될수
있는게사람사는세상이다.
약점을극복하기위한인간의노력은역사도길고방법도다양하다.
원시부족들이맹수의머리를뒤집어쓰고사냥이나전쟁터에나가는것이시초였다면
여자들의화장은가장세련된방법이다.
여기에더해지는게근자크게유행하고있는각종성형수술이다.
자기의약점을극복하고자하는인간의노력은예로부터지금까지그리고앞으로도
계속될것이다.

그런데,
우리가꼭알아야할내용은,
겉으로나타나는약점,즉외모는성형수술이나화장으로상당부분커버할수있지만,
내부적인약점,한인간의내적인약점은물리적인방법만으로는극복할수없다는
점이다.
심리적인약점들은화장이나성형수술,그리고약물로치료될수있는게아니다.
그건어디까지나인간스스로의내부적인문제이기때문이다.
자기의중심이분명한사람만이그약점들을극복할수있다.
교육,가치관,인생관,경험,신앙생활과같은내공이있어야비로서가능해지는일이다.
속이비어있으면약점에종속되어넘어질수있지만그안이가득차있으면모든약점을
능동적으로극복할수있다.

이제자기의분명한약점을극복한두사람의얘기를해보자.
케시베이츠(KathyBates-KathleenDoyleBates)는,
1948년미국의테네시주멤피스에서태어났다.
아버지는기게기술자였으며,
아일랜드에서뉴오리언즈로이민온그녀의조상중에는미국의제7대대통령인
앤드류잭스(1767-1845)의주치의도있었다.
멤피스의화이트스테이션고등학교와사우턴메도디스트유니버시티에다녔으며
1969년뉴욕으로진출,1970년부터연기생활을시작했다.
케시베이츠는우리모두가아는대로못생긴얼굴에엄청난거구다.
그약점을결코감출수도,개선될수도없는정도의단점이었고다이어트나성형수술
로해결할수있는일도아니었다.
여자로서의그약점은헐리웃이받아들일수없는악조건이었다.

그러나1990년,
스티븐킹의원작을윌리엄골드먼이각색하고롭라이너가메가폰을잡은
‘미져리-Misery’를통해이거구의여자는,
1990년시카고비평가협회상과
1991년골든글로브여주연상,그리고배우의금자탑인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수상
했다.
1994년테일러핵포드감독이연출한
‘돌로레스클레이본-DoloresClaiborne’을보면,
돌로레스역을소화해내는그녀의탁월한연기는정말감탄을자아낸다.

또한사람,
모건후리맨(MorganFreeman).
1937년테내시주에서태어난이흑인은같은어머니의아버지가각각다른다섯아이중
하나였으며가난한할머니집에서천덕꾸러기로자랐다.
신발을아끼려맨발로다녔던그는고졸후공군에입대했으며5년후다시무대로돌아
왔다.
무대에대한열정때문이었다.
그의무명시절은38년동안계속되었다.
1987년’스트리트스마트’에서그의놀라운연기는인정받기시작했고,
‘키스더걸’과’아미스타트’에서확실한주연급으로나서게된다.
그의나이50줄에서다.
우라나라에서는’쇼생크탈출’에서더많이알려져있다.
깊이파인주름,선한눈빛,과묵한입은그누구도따라갈수없는무게를그에게실어
준다.
롭라이너감독이연출한최근영화’버킷리스트’에서는검버섯이퍼진70줄의얼굴로
박학다식한정비사역을소화하며잭니컬슨과당당하게경연하고있다.

후리맨은,
아무리표백제를써도그검은피부를흰피부로바꾸지못한다.
그는,백인의마스크가결코만들어낼수없는’흑인의얼굴’로승부를건것이다.
자기의약점을장점으로바꾼케이스다.
케시베이츠나모건후리맨의공통점은자기의약점이만들어내는온갖불리한
조건들을정면으로돌파,성공한데있다.
그래서그들이더돋보이는것이다.
어찌그들에게시련이없었겠는가.
그어디나연예계의속성은같은것이다.
그러나그들은자기들의약점을인정하고그약점을오히려강점으로활용,성공한
사람들이다.

금년에는’절정기’에있는연예인들이상당수세상을떠났다.
댄스그룹거북이의리더임성훈,
록밴드산울림의김창익,
남성듀오먼제이키츠의김민수,
텔런트이언,안재환,그리고며칠전최진실이떠났다.
연예인으로서’절정기’에타계한다는것은틀림없이’변고-變故,괴이쩍은사고’다.
그래서더가슴아픈일이며그들모두가소문,루머에시달렸다는공통점이있다.
특히그중에서도인터넷의’악플’이치명적이었음은언론이계속지적하고있는
점이기도하다.

연예인은인기와돈을먹고산다.
이두가지는중독성이크기때문에평상심(平常心)을유지하기가어렵다.
그들이특히악플에예민하게반응한게그것이다.
타계한그들은아직젊은사람들이다.
인기와돈이주어졌을때그의미를알고관리하기에는미숙한나이인것이다.
연예인으로서의성공,돈과인기를누린다는것은,
‘노출’을담보로하는조건인것이다.
모든사람들의온갖시선과선망과질시와악감정까지도짊어져야하는스스로의
무게가있어야하는데그들에겐그게없거나부족했다.

쉽게말하자면,
‘성공’을뒷감당할만한내부의힘이없었던것이다.
인기와돈은산전,수전,공중전까지다겪은사람에게도벅찬일이다.
사람이그안에가지고있어야하는자기중심,자기무게는무엇인가.
교육,가치관,인생관,경험,신앙이그것들이다.
자기철학이있어야하는것이다.
그게부족할때,뒷감당이안되고결국은자기와의싸움에서지게된다.
우리연예계의척박한분위기에서이런덕목들이자랄수없다는것은어제오늘의
얘기가아니지만이대로간다면같은일들은반복될것이다.

얼마전,이스라엘영화’누들-Noodle’을봤다.
불법체류중체포되어중국으로강제출국된,중국인가정부가두고간6살짜리아이를
주인공인스튜어디스가여행가방에담아베이징까지데려가는소재도특이했지만
아일레트메나헤미(AyeletMenahemi)감독의절제된역량(力量)이이런수작(秀作)
을만든것이다.
그리고주인공’미리’역의’MiliAvital’.
그녀는대사보다도풍부하고깊이있는표정으로더많은얘기를했다.
정말뛰어난연기력이었다.
아비탈은이스라엘최고의예술학교인TalmaYalin출신이며,
TV드라마’Yael’sFriend’에주연으로출연,1994년이스라엘아카데미상을수상
했다.
그후연기공부를위해뉴욕으로갔으며,
블럭버스터’스타게이트’에서커트러셀,제임스스페이더의상대역으로출연한바있다.

‘누들’에서의아비탈은,
안에가득한것이밖으로드러나는,무게가실린표정으로관객을압도한다.
영화자체도재미있지만아비탈의표정들은배미중백미였다.
아비탈이안에가지고있는것,
우리연예인들에겐늘그게부족하다.
더무서운것은그런내공을쌓으려는노력을하지않는점이다.
현란함의포로가되어스포트라이트안에살다가불이꺼지면죽는것이다.

전도연이칸에서여우주연상을받았을때,
정작그녀가출연한’밀양’은아무상도받지못했다.
연기는’상’을받았지만영화자체는작품성이없었기때문이다.
화가출신의슈나벨이연출한’잠수종과나비’를보면칸이요구하는것이무엇인지
알수있다.
한국영화의기본요소는언제나똑같다.
퇴폐와불륜,폭력,쌍소리,오버액션,질질끄는편집,
씨나리오-대본이빈약한것은더말할것도없다.
이렇게영화의기본이빈약한것은결국사람이빈약하다는얘기다.
영화10개만들어8개가본전도건지지못하는이유도그’부족함’에있다.
잇달은,젊은연예인들의주검도더깊이,그원인을찾는다면그부족한분위기가
만든결과다.

자주언급하는얘기지만,
얼마전타계한찰튼헤스튼의서재에는사다리가있다.
흡사도서관같은서재가있었기에’유다벤허’가나올수있었던것이다.
사람이무슨일을하면서세상을살든자기의약점을극복하는유일한길은아무리
소박하다해도’자기철학’을가지는것이다.
그안에들어있는것이있어야무게중심을잡을수있기때문이다.
최진실이타계한날,
한일간지의짧은코멘트가이랬다.
‘톱스타최진실씨,자택에서목매자살,
마음의평화못찾으면세상모든영화(榮華)다부질없는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