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考.
지금을통칭’청년실업자100만명의시대’라고부른다.
실제로는더많을수도,더적을수도있지만그규모가100만단위인것만은사실이다.
한편통계청이5월13일에발표한내용을보면전국의취업자수는2천3백50만명수준
이다.
청년실업자,그중에서도고등교육을받고도취업이안되어놀고있는사람들을백수
(白手)라고부른다.
이말은백수건달(白手乾達)에서온것으로돈한푼없는,할일없이빈둥빈둥놀거나
게으름을부리고,남의일에트립을잡는일,또는그런사람을일컫는말이다.
전에는백수대신룸펜이란말을더많이사용했었다.
룸펜(lumpen)은떠돌이부랑자나무직자를이르는말이다.

백수의범위를넓히면건달들모두가해당되는것임으로여기서는고등교육을받고도
취업을못한,수입이없는청년들로국한하려고한다.
따라서백수는,
대학이상의고등교육을받고도취업이안돼부모에얹혀사는무직자라고정의할수있다.
그숫자가100만단위에육박한다는것은무엇보다도’사회적인문제’가된다.
학문적인용어로는,
룸펜인텔리겐챠-lumpenintelligentsia가그들이며실직한,취업을하지못하고있는
지식계층을이르는말이다.
청년백수의증가는,
정치적으로도민감한사회문제가될수있다.
상대적열등감이나박탈감같은불만으로이어질수있으며’자기책임’은외면하거나
회피한채좌파의반체제세력들에게악용될소지가생길수있다.
말하자면사회불안의한가지요인이되는것이며,문제의해결이구조적으로어려울수록
그위험은더커진다.
불만세력의감염속도는생각보다빠르기때문이다.

우리나라는객관적기준에서청년백수의숫자가많은국가에속한다.
가장큰이유는잘못된가치관과사회구조때문이다.
고등학교를졸업하는학생들의경우,대학진학율이83-85%의수준이다.
이는세계최상위권에속하는수치다.
이에비해선진국평균은50-60%수준이며졸업은그중에서도60-80%만할수있다.
대신2년제의우수한’전문직업교육기관’이많이있어산업현장이요구하는기술인력
배출이원활하다.
노동시장의수요와공급이안정적이라는얘기다.
지금대로라면우리의대학진학율은줄어들기미가보이지않는다.
일류대-일류직장-성공적인삶,이라는단선적등식밖에없기때문이다.
그게무엇이든내가하고싶고,잘하는일을할수있는’실용적환경’이없다.
또그렇게하기위해서는가치관에대한상당한교육이선행돼야하는데지금의붕괴된
공교육으로는기대할수없다.
백수가될것을알면서도그길을가는게지금의예비백수들이고그부모들이다.
다른길을모르기때문이다.

교육부조사에의하면,
2008년도대졸자55만명중정규직취업자는28만명이다.
27만명이비정규직이나,알바,또는백수라는얘기다.
더암담한문제는,
이런결과는매해어김없이누적된다는사실이다.
꺼꾸로말하면28만명의대졸자가필요한데55만명이공급된것이다.
수요와공급에서전혀균형을잡을수없는게우리의현실이다.
정부는,’일자리’를만드는곳은아니다.
이점에서오해가없어야한다.
일자리는’기업’이만든다.
정부는그기업이잘해나갈수있도록지원만할수있다.
지금의우리기업들이28만명만필요하다면공급도거기에맞춰야한다.
그런데도4년제대학교가200개넘는다는것은이문제가구조적으로해결될수있는
일이아님을웅변으로설명하고있다.

이제어렵지만가슴아픈얘기를해보자.
55만명중28만명은정규직으로직장에들어갔다.
왜똑같이학교를졸업했는데그들은취업이됐는가.
상대적으로우수했기때문이다.
그래서’선발-選拔’된것이다.
선발은많은것중에서추려뽑는것이다.
어떤기업,직장이든더우수한인재를선발하려고하는것은지극히자연스러운일이다.
따라서27만명은선발된자들에대해서는’낙오자-落伍者’들이다.
대열에서떨어져뒤로쳐진것이다.
가장큰이유는’경쟁’에서졌기때문이다.
55만명모두가취업을못했다면더긴얘기가필요없을것이지만28만명은경쟁에서
이겨선발되지않았는가.
결국낙오자27만명은선발될수있는’조건’에서미흡했다는얘기다.
또한가지는,첫번째탈락은평생을통해만회하기가어렵다는사실이다.
어쩔수없이삼류인생을살게될확율이아주높다.

바야흐로대학등록금1000만원의시대가시작됐다.
대학은학기당평균18학점을취득해야한다.
학점당이수시간을15시간으로보면1년두학기540시간의강의를듣게된다.
말하자면시간당2만원정도의돈이들어가는셈이다.
도시근로자의연평균소득은4670만원이다.
자녀둘을대학에보내려면이소득에서40%이상을등록금로내놔야한다.
나머지돈으로는입에풀칠하기빠듯한수준이다.
4년동안등록금천만원씩을내고도졸업후백수가된다면그게바로비극이다.
28만명중에포함되지못한27만명은사실처음부터백수가될가능성을가지고시작
했다고보는게정직하다.
오직’대학’에가야한다는강박관념때문에돈은돈대로쓰고,3류인생을살게되는
백수가된것이다.
불꽃을향해뛰어드는부나비와무엇이다른다.
생각해보면이런국가적인소모와비극도달리없다.

청년백수의문제는,
어떤경우에도정부나기업이완전하게해결할수없는구조적인것이다.
이대로간다면백수의숫자만증가할뿐이고상당수교육받은국민이낙오자가되어
‘계층적불만세력’이될수밖에없다.
촛불에모여드는것은절대로전문시위꾼만은아니다.
이미상당수의백수들이공권력을위협하는세력들속에포함돼있다고봐야한다.
물리적인방법이라면,
2,4년제의,400개가넘는,백화점식커리큘럼의학교들을반으로줄여햐하고,
수요와공급을맞추기위해입학-졸업생의숫자를합리적으로조정해야한다.
그러나교육법이15번이나바뀌어걸레가됐는데도이문제가해결되지않는것은그
원인이다른데있다는뜻이다.
이제는’결과’를떠나’원인’을찾는발상의전환이있어야한다.
원인만바로잡으면결과는저절로제자리로돌아오게된다.

근치(根治)라는말이있다.
병의뿌리를고쳤다는뜻이다.
근절(根絶)이라는말도같은의미다.
가지치기가아니라아예뿌리를짤라버리는것이다.
백수문제의근치는무엇일까.
우선,올바른가치관을가지는일이다.
일류대학-일류기업-성공적인삶이라는잘못된등식부터깨야한다.
등록금을천만원씩내고자식이백수가되는이비극을이제는막아야하며그시기를
놓치면호미로막을일을가래로도막지못하는사태를만나게된다.
어떤교육자도,어떤정치인도,어떤종교지도자도,심지어는학부모까지도백수문제의
근본에대해서는’말’을하지않는다.
참으로오래동안오직결과에만매달려세월을보낸것이다.
그래서는결코어떤해결책도찾을수없다.
이제청년백수문제는국가안보이상으로중차대한문제로떠오르고있다.
절대로그냥방치하면안되는예민한문제임을알아차려야한다.
그만큼해결책도시급히찾아야한다.

단지돈-생활비를벌기위해좋아하지도않고,잘하지도못하는직업을가진사람이
사실은제일불행한사람이다.
반대로좋아하고잘하는일이직업이된사람은세상에서가장행복한사람이다.
전자가천부(天賦)를거스렸다면,후자는천부를따랐기때문이다.
천부는하늘이그사람에게주신솜씨와재간이다.
천부가없는사람은하나도없다.
영어로는talent라고한다.그리스어talanton에서왔으며무게의단위와함께천부를
의미하는단어다.
그래서천부는일찍발견되어야하고관리되고키워나가야한다.
천부를펼치는데꼭필요하다면고등교육도받아야한다.
그러나그것이고등교육없이도펼칠수있는것이라면굳이대학까지가야할이유가없다.
오늘의’현대그룹’을일으킨정주영은타고난,천부의장사꾼이었다.
그가묵묵히그천부의길을갔기때문에역사에남는인물이된것이다.
정주영도천부를무시하고대학에갔다면백수가되는건자명한일이다.

‘세대차를말하지만,
정작철저히소외된부류는청년실업50만이라는사상초유의실업난을겪고있는
새파란청춘들이다.
이들은직업만없는것이아니라.
싸가지(싹수)도없고,희망도없고,미래도희박하다.
어른이되어가는과정을시뮬레이션해주는선배도없고,기나긴삶의행로에서
오래동안등불이되어줄지혜를일러주는어른도없고,철학과전통문화를전수해
주고자하는은사도없고,인성과감성과교양을가르쳐주는학교도없다.
그래서오늘의청춘들은무섭고,불안하고,외롭고,답답하다.’
김형태가2004년에쓴책’너,외롭구가’의서문에있는부분이다.
백수에대한정의가아주분명한글이다.
그때부터5년후인지금,더나아진것이있는가.
없다.
더악화되었을뿐이고,계속악화되고있는중이다.
수요와공급이라는구조가정상화되지않는한타들어가는심지의불은꺼지지않는다.
그리고그끝은폭발이다.
이건우리모두의’발등의불’이지남의일이아니다.
지금은,그래서뭔가손을써야하는마지막기회인지도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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