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묘-素描.
축구를사랑하는사람이라면,
지네딘지단(ZinedineYazidZidane1972.6.23)이누군지는다알고있을것이다.
1998,2000,2003년FIFA(국제축구연맹)가선정하는‘올해의선수상’을연속
수상한바있으며,
유럽축구연맹이선정하는‘50년역사상최고의선수’로뽑히기도했다.
미드필더의포지션을가지고있는지단은세계정상의선수로서
그시야가넓고,패싱이정확하며,빠른스피드와현란한드리볼로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그의은퇴후그라운드에서그를보지못하는아쉬움은모든팬들의한결같은
마음이기도하다.
그는축구의아티스트였으며21세기축구황제로서모자람이없었다.
축구에서다시그만한선수가나오기는어려울것이다.
그래서그가떠난자리는더크게보인다.

지단은프랑스의남부항구도시말세이유에서출생했다.
가정형편이어려워독학으로축구를배웠다.
그러나그의뛰어난재능이인정되어1998년프랑스의1부리그칸에서프로선수
생활을시작했다.
1990년프랑스청소년대표팀에선발되었으며,
1992년프로선수로서뛰어난기량을보여FC지롱댕보르도팀으로이적한다.
1994년프랑스국가대표팀에선발되었으며같은해신인선수상을받았다.
1996년이탈리아의유벤투스로옮겼으며2001년스페인의유명한레알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레알마드리드의기라성같은선수들사이에서도그의존재는뚜렸했으며
침착한자세로공을적재적소로배급하던그의놀라운기량은지금도눈에선하다.
그는진정21세기‘축구의황제’였다.

마르세이유에정착한가난한그의부모는알제리출신의이민자들이었다.
평소지단이알제리에대해나타낸관심과애정은그의뿌리가알제리에있었기
때문이다.
모로코,알제리,튀지지,리비아는아프리카북서부에위치해있으며
이들나라들을묶어‘마그레브-Maghreb’라고부른다.
리비아는이탈리아의식민지였으며,
모로코,알제리,튀니지는프랑스의식민지와보호령이었다.
마그레브지역과사하라이남의아프리카는전혀다른세계다.
지금도마그레브지역을여행해보면유럽이남긴큰족적을여기저기에서만날수
있다.
예를들어,카사불랑카의호텔에투숙한후아침식사를하기위해대리석이깔린
화려한식당에내려가면한테이블에두명의아름다운모로코여종업원들이
유창한프랑스어를구사하며자상한서브를제공한다.
흡사왕족이된기분이다.
더재미있는것은같은나라인데도지브랄탈해협이가까운북쪽지역에가면
스페인어가등장하는사실이다.
역사는그렇게재미있다.
탕헤르에서훼리를타고해협을건너알제시라스에올라서면바로그라나다가
있는안달루시아가아닌가.
‘안달루시아를보기전에는눈을감지말라’유럽사람들이하는말이다.

지금의알제리는1962년에독립했으며,
국토가238만여평방키로로이집트보다크다.
모로코와튀니지사이에위치한알제리는지중해에면해있으며베르베르인이
99%인아랍국가로서대부분이수니파무슬림들이다.
2008년기준인구는3.376만여명이며
1인당GDP는3.825달러,평균수명73.7세다.
비록독재와부패가있다해도사하라이남아프리카의여러나라들과는비교할수
없이풍요로운나라다.
알제리는1830년부터프랑스의식민지가되었으며
1954년민족해방전선(FLN)을중심으로8년간프랑스와격열한알제리전쟁을
벌인끝에독립했다.
실로132년간프랑스의식민지였던것이다.
지금도프랑스에알제리인이많은것은이런관계때문이다.
말하자면지단도알제리계프랑스인인것이다.

알제리가132년간프랑스의식민지가된것은‘파리채’때문이었다.
1827년4월의어느날,
당시알제리는오스만터키의지배를받고있었으며술탄이임명한‘파샤’가
지배자였다.
그직책을‘데이-dey’라고불렀다.
그날,알제리의‘데이’인‘후사인’은마침프랑스영사를접견하고있었다.
지금은그내용을알수없는대화때문에크게화가난후사인은파리채로
프랑스영사를세번이나후려친일이벌어졌다.
크게모욕감을느낀프랑스정부는즉각알제리에함대를파견했으며사과와
보상을요구했다.
아무리오스만터키가뒤에있다해도후사인은사과하는게옳았다.
그러나그는이요구를일거에거절했다.
이에프랑스정부는영사와프랑스거류민모두를배에태운후수도인알제항을
봉쇄했으며,
서쪽으로32킬로떨어진‘시디페르루크’에육군을상륙시켰다.
해군은바다에서대규모포격을시작했으며육군이이에가세,단며칠만에
수도알제는함락되었으며이로서132년간에걸친프랑스의식민정치가시작
된것이다.
파리채때문에.

이번추석을지내면서한복을차려입은어른들을거의보지못했다.
애들은더러봤지만,
해마다한복을입는사람들이줄어들고있는게사실이다.
제대로갖추어입은한복은아름답고우아하고품위가있다.
근자에는너무요란한무늬와색깔을사용하는경향이있고,
개량한복도있지만전혀아름다워보이지않는다.
10여년을미국인들과생활하면서살펴본바로는그들대부분이한복에매료
되어귀국할때는자기가입을한복한벌씩을준비하는게보통이었다.
특히우리의고가구에매료된미국인들도많았다.
그들이가지고있는고가구에대한애착은한국인들보다더했다.
진품은반출이안되기때문에모조품을사가지고가는이들도많았다.
이상한것은,
한복과국악이대중화되지않고있는점이다.
한복은우아하고아름다우며우리의국악은더없이청아한음악이다.
그런데도이두가지는대중화,일상화되지못하고있다.
가장현실적이고쉬운대답은,
한복은불편하며만들기가까다롭고,국악은재미가없기때문일것이다.
사람들이서양식복장을선호하는것은유행보다는그실용성,편리성,효율성
때문이다.
한복을입고는지금과같은스피디한시대를살수가없다.
똑같이서양음악이국악을밀어낸것도재미에서앞서기때문이다.
아무리국가적인차원에서국악육성을시도해도대중화되지못하는게그때문이다.
섭섭하지만현실은그렇다.
그런데,
최근미국의건강전문지‘헬스’가선정한세계의5대건강식품에우리의김치가
포함됐다.
스페인산올리브오일,그리스의요구르트,일본의두부,인도의덴틸콩,그리고
우리의김치가그것이다.
2가지는발효식품이고,3가지는아시아식품이다.
우리의김치가세계모든나라식탁에오를날도머지않았다.
그리고김치는중독성식품이기때문에그다음은걱정할필요가없다.

LG에서연구원장을지냈으며,
전경련부회장을지낸후지식경제부장관을지낸이윤호씨가장관직을물러난후
한얘기가있다.
마음을비우고,
생각을단순하게하고,
느리게행동하는세가지일에집중하겠다는게그것이다.
마음을비운다는게무엇인가.
사람들마음속에가득차있는게무엇인가.
탐욕-욕심이다.
과식하면괴롭듯이마음속에잡것이가득하면병이된다.
그래서그것들을다끄집어내버리고홀가분해지겠다는것이다.
본래의자기로돌아가겠다는얘기다.
생각을단순하게한다는것은무엇인가.
단순해진다는건어떤한가지에만집중하겠다는뜻이다.
그동안매달려있던온갖잡것들을다동댕이쳐버리고한가지만생각
하겠다는것이다.
그게무엇이겠는가.
자기의근본을생각하는것이다.
뿌리만생각하는것이다.
체중은줄지만정신은더맑아지는게그런것이다.
느리게행동하겠다는것은,
그동안뛰기만하면서바쁘게살았다는뜻이다.
본래의자기속도,패이스를되찾겠다는다짐이다.
본래의‘자기’로돌아가겠다는얘기다.
모두가바쁘다,바쁘다하면서빨리빨리살고있지만왜그렇게살아야하는지는
모르고있다.
슬쩍그대열에서빠져나와천천히걸어보면그이유를알게된다.
그래서우리에게는느리게걸어보는시간도절실하게필요하다.
왜가끔심호흡을하겠는가.

서화숙씨는22년간의아파트생활을청산하고단독주택으로이사했다.
편리함에서불편함으로스스로옮겨간것이다.
그는최근‘마당의순례자’라는책을썼는데거기에이런대목이있다.
‘단독주택이좋은것은,
나와남이다르다는점이다.
똑같은집에살면사람들은자꾸그내용을비교해보게된다.
단독주택은처음부터다르다는것에서출발하니까
나는나일뿐,남과비교하려들지않는다.
이게얼마나사람을건강하게하는지겪어봐야안다.‘
정말가슴에와닿는얘기다.
서화숙씨는용감하게토끼장을탈출한것이다.

2009년9월현재,
우리나라의전체가구수는1.691만6.966가구다.
이중절반이상이아파트에살고있다.
1958년11월,
중앙산업이성북구종암동고대옆언덕에지은‘종암아파트’가한국최초의
수세식화장실을갖춘아파트다.
그리고5.16혁명후,
주택난해소를위해박정희대통령이주택공사에지시해지은6층단지의
아파트가‘마포아파트’다.
단지형아파트의효시다.
불과50년,두세대도안되는짧은기간에전국가구의절반이상이아파트에살고
있는기록은세계어디에도없다.
정말대단한민족이아닐수없다.
외국인관광코스에일부여행사가일산의아파트단지를포함시킨것은세계
어디에도그런곳이없기때문이다.
충분히구경거리고될수있고,관광상품도될수있다.
앞으로아파트는크게두가지종류로진화된다.
한쪽은더고급스러운주거공간으로발전,가진자들의게토가될것이고,
다른한쪽은슬럼-slum이되는것이다.
그게정해진코스다.
무너지기직전의와우아파트를연상하면된다.

삶의껍데기-형식-값을추구하는사람이아니고,
삶의안-질-가치를지키려는사람은아파트를떠날준비를시작해야한다.
게토에갈자신이없다면더더욱그렇다.
아파트,특히그획일적인거실의구조가TV를군림하게한상업주의에서
벗어나야‘나’를찾을수있다.
서로다르게생겼듯이서로다르게,개성적으로살아야하는게인간-인생이
아니겠는가.
가을은,
그래서많은생각을하게되는계절이기도하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