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정신.
인간은동물적인조건을모두갖추고있지만,
‘정신적인존재’다.
그리고영적(靈的)존재이기도하다.
인간의숭고한정신이철학의문을열었다면인간의영은종교의문을열었다.
철학의밭을통과한신앙은건전하지만그렇지못한믿음이미신이되는이유가
거기에있다.
위대한인간의정신에우,열이있다는것은사실신비에속하는문제다.
그것은선과악을설명할수없는것과같은차원의숙제이기도하다.
어떤정신은인류에게봉사했지만,다른정신은인간을파멸의길로이끌었다.
인간정신의우,열은아마도처음부터갈라져있었을것이다.
어떤면에선,그건태생적일수있기때문이다.
성격이변하지않는것을보면이해할수있다.
그래서문학에서는‘나쁜피’라는매우유비적인표현을쓴다.
‘병든정신’을그렇게부르는것이다.

사람이살고있는모든시대에는그시대에서나타나는‘시대정신’이있어왔다.
그시대정신안에는사유체계(思惟體系)는물론,가치관도포함돼있으며
그시대정신이사람들의행동양식(行動樣式)을결정짓는것도사실이다.
전통적인사회에서는이미있는학습과정의‘틀’을통해그것이교육되고,
퍼지기때문에보수적인측면이보전되는게사실이다.
그러나지금과같은정보화시대에는인터넷이라는보편화된수단을통해
검증되지않은정보가순식간에사방으로퍼져나간다.
검색된정보를정제하고,구분하고,판별하는데는그렇게할수있는‘실력’이
그바탕에있어야한다.
그게있으면정보의주인이되고,그게없으면정보의노예가될수밖에없다.
정보화시대의위험과파탄이그래서무서운것이다.
이미우리는그것들을아프게체험한바있으며지금도똑같은위험앞에노출돼
있기는마찬가지다.

최근,
한네티즌이대학교커뮤니티에올린글이‘43계명’이란명칭으로불리면서
인터넷포털의게시판,카페,블로그등을통해빠른속도로넓게퍼지고있다.
그네티즌이커뮤니티에올릴때의글제목은
‘사회에나가면누구나알게되는사실43가지’였다.
43개의짧고도자극적인글들은대단히냉소적이고자조적(自嘲的)이며,
어떤글들은허무주의-nihilism에가깝다.
세상을부정적으로바라보는데는분명그만한이유가있었을것이다.
이제43개의글중그내용이상대적으로더첨예한10개를선정,부연설명해
봄으로서‘병든정신’이사회공동체에끼치는나쁜영향에대해생각해봐야한다.
나쁜정신도시대정신임에는틀림이없기때문이다.

1.나까지나설필요는없다.

‘굿이나보고떡이나먹겠다’는얘기다.
함께구정물에손을담글의사가없는,가장소극적인이기주의가그것이다.
인간의사회공동체는개개인의자발적인‘참여’에의한‘관계’에서시작되는
조직이기때문에한발물러서있겠다는태도는지극히반사회적인발상일수
밖에없다.
‘너희끼리잘해봐’
아웃사이더만이내뱉을수있는말이다.
이런부류가많아지면그사회공동체가붕괴되는건시간문제일뿐이다.
특히젊은이들이이런생각을가지고있다면우리에게내일은없다.

2.헌신하면헌신짝된다.

헌신짝은소용에닿지않는버려진물건이다.
헌신(獻身)이라는이타적행동이결과적으로‘쓰레기’가된다는이발상은
지극히반인간적이다.
인류문화사에서인간집단을정신적으로,물질적으로향상시킨것은살아있는
정신들의그고귀한헌신과자기희생,그리고봉사였다.
가장고상한인간의이타적행동에대한이런냉소는그정신이깊이병
들었다는증거다.
가장근접한사례가있다면부부사이까지희생하면서자녀교육에매달리는
부모들이자식이성장한후용도폐기되는경우가그것이다.
효용가치가없어지면버려져헌신짝이되는것이다.

3.포기하면편하다.

패배주의의전형이다.
모험과도전이없는삶은그겉모습이어떠하든젊은이의길은아니다.
‘야심’은성공의가장큰열쇠다.
야심이있어야목표가생기고그목표를향해어려운과정들을극복해나갈수
있다.
지금의젊은세대가어려움에약한것은무지한부모들의과보호가온실이되어
비바람을견디는인내력을길러주지않았기때문이다.
면역력이없는것이다.
그래서빨리포기한다.

4.가는말이고우면사람을얕본다.

대단히체험적인말같다.
큰목소리가통하는,왜곡된세상을살아본사람의경험이그것이다.
인사-人事는말에서시작된다.
지금우리사회는만인이만인을향해쟁투하는살벌한사회다.
자칫공손한언사가약자로비칠수도있는분위기인것은사실이다.
그러나그렇다하더라도,
그게잘못된것임을계속천명하면서고운말이오가는사회를만드는것이
당연한일이지얕보이는게싫어목소리를높인다면결국은사람이사람답게
살수있는사회는만들지못한다.
고운말에힘을싣는것은그래서‘자기의신념’이다.
자기철학이분명하다면이미표정에서말이상의효과를얻을수있다.

5.즐길수없으면피하라.

즐겁다는개념은괴롭다는개념이있기때문에성립되는정서다.
사람사는세상은날씨와같다.
맑고따뜻한날이있는가하면,먹구름이낄때도있고,비바람이치는가하면
추운날도있다.
그런데맑고따뜻한날에만얼굴을내밀고,
궂은날씨에는나서지않는다면어떻게이험한세상을살아갈것인가.
정신적존재인인간은,
쾌락보다는고통을통해더크게성장하는‘인격체’임을알아야한다.

6.일찍일어나는새가더피곤하다.

일본과우리는‘같은시간대’다.
그런데일본은우리보다평균한시간먼저해가뜬다.
같은시간대에서그들은우리보다한시간을벌고들어가는것이다.
하루를일찍시작하는것은밤시간과는무관한‘현실적인이익’이있다.
시간대가같기때문에먼저시작하는쪽이유리한것이다.
그래서일본사람들이우리들보다더피곤해야하는것일까.
정말말도안되는소리다.

7.어려운길은길이아니다.

포기하면편하다는생각의연장이다.
세상에는어려운길이따로있고,쉬운길이따로있는게아니다.
그두가지길은섞여서연결돼있기때문에어느한쪽을피할수가없다.
따라서어려운길을피하면앞으로나아갈수가없다.
그자리에정체된다는것은,
고여있는물이썪는것과같은과정을밟게된다.

8.내일할수있는일을오늘할필요가없다.

‘준비’가필요없다는괴변이다.
오늘일을다하고도여력만있다면내일일을끌어다하는게발전이요성공이다.
‘주어진일’만하는것은노예일뿐이다.
노예는절대내일일을미리하지않는다.
그러나그게자유하는사람이라면,
더구나그게자기일이라면모레일까지도끌어다해야한다.
정당하게벌어크게재산을불린사람들은하나같이개미처럼부지런히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처음부터,그게사과장사라해도열심히자기일을해온사람들이다.

9.고생끝에골병난다.

고생의의미는,성공이주는보상이다.
골병날까봐두려워서‘리스크’를피한다면평생을살아도성공할수없다.
성공은꼭돈을많이버는것만은아니다.
자기의실현,자기재능의구현,
그것들이사실은더값진성공이다.
골병은고생하는방법과자세가나빠서생긴것이지고생자체가골병을부르는
것은아니다.

10.티끌모아봐야티끌이다.

일확천금은언제나재앙을불러온다.
복권인생을두려워해야하는이유가그것이다.
땀흘려번돈의가치는다른어떤것과도비교할수없다.
‘저축’은변함없는경제의미덕이다.
아무리많은숫자도그시작은‘하나’부터다.
하나를우습게알면돈은쌓이지않는다.
티끌모아봐야티끌이라는이잘못된생각은인간의정신을좀먹는악마의
속삭임인것이다.

동서고금을통해모든사회공동체안에는부정적이고냉소적인부류들이
있어왔고,앞으로도있을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하나의사회가붕괴되지않고굴러가는것은
‘건전한정신’이상대적으로더많기때문이다.
건전한정신의참기능은부정적이고냉소적인反을성찰의계기로삼아
合을도출해내는능력이다.
‘헤겔’에의해정식화된‘正反合’의변증법적논리가바로그개념이다.
문제는合을이끌어내는우리사회의수준이크게미흡하다는사실을인정
해야한다.
지금의모든사회적혼란의원인도바로거기에있다.
‘일찍일어나는새가더피곤하다’가아니라,
‘일찍일어나는새라야벌레를잡을수있다’가변함없는정답이다.
그래서긍정과부정은종이한장차이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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