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적인 노후.
어떤모임이있었다.
회의가끝난후모두가함께저녁식사를하기위해식당으로자리를옮겼다.
그때모임의대표는,
‘저녁식사는모임에서대접하겠다.
단,식대는1인당1만원이내에서메뉴를선택해주기바란다.‘고말했다.
그식당의주메뉴는‘설농탕’이었다.
이럴경우일반적으로는‘설농탕으로통일’이된다.
그런데회원중에는같은가격에서다른메뉴를선택하는사람도있을수있다.
이상한것은,우리의풍토에서이런사람들에대해좋게생각하지않는점이다.
‘통일’이라는쏠림에는익숙해도그것과‘다른것’에는거부감을가지는정서가
그것이다.
이정서가극단적으로발전하면‘내생각과다르면적이다.’가된다.
온갖갈등의뿌리도여기에있다.
획일적인것은좋아도개성적인것은거부감을가지는‘감정’은결코건전한
것이라고할수는없다.

개성(個性)은,
일상에서나타나는개개인의독특한성격이나성향이다.
예술작품의경우그작가만의특징도여기에포함된다.
말하자면개성이나,개성적인것은전혀나쁜것이아니다.
그것은다양성(多樣性)인것이며모든사회공동체는다양성이많을수록질적으로
발전할수있는조건을가지게된다.
반대로획일적인것을좋아하면전체주의사회가될수있으며이는가장
비민주적인사회로가는길이다.
파시즘,나치즘,커뮤니즘모두가그랬다.
다음은,
모두가1만원이내의메뉴를선택하는데유독어떤사람은1만원이훨씬넘는
비싼메뉴를선택하는경우도있다.
이기적인인간이기때문이다.
이기(利己)는남의일을생각하지않고자기의이익만을꾀하는것이며
자기의이익만을추구하는이런사고방식을‘개인주의’라고도부른다.
우리중에함께있는‘기생적-寄生的인간들’이여기에속한다.

이기주의-개인주의는,
함께있는다른사람들에게구체적으로피해를주기때문에배격해야한다.
더불어함께살수없는해충(害蟲)같은존재들인것이다.
대표적인이기적부류가‘새치기들’이다.
반대로개성적인사람들은새치기가아니다.
함께줄을서서차례를기다리는사람들이다.
기다리는방법이아무리독특하다해도그것은새치기가되어다른사람들에게
해를끼치는것은아니다.
우리사회의약점중하나가개성적인것과이기적인것을올바로구분하는
‘분별력’의부족이다.
‘나와다르면적’이라는극단적인사고방식이그래서생긴것이다.
‘서로다른것을인정하는것이교양이다’라는서양격언이있다.
차이를인정하라는것이다.
다른것이곧나쁜것은아니기때문이다.
그러나사회공동체에서이기,이기적,개인주의는악이다.
그것은다른사람들에게손해와피해를주기때문이다.
그래서가장시급한문제는개성적인것과이기적인것을구분하고분별하는
정신능력을키우는일이다.

보통사람들이일상을사는모습은크게두가지로나눌수있다.
많은사람들과어울려대다수가가는길로휩싸여그일상을사는사람들도있고,
반대로그큰흐름에서비켜서서작지만자기만의영역을구축하는개성적인
사람들도있다.
물론그비율에서는전자가압도적이다.
현역에있는동안은이러한일상에서의차이는결과로드러나지않는다.
현역의시간은아직‘과정’이기때문이다.
그러나현역에서물러나은퇴하면그서로다른일상의결과들은밀물처럼밀려
온다.
아무도그밀물을막을수없으며결과를만들어낸과정도바꾸지못한다.
시간과공간에서그건벌써과거이기때문이다.
할일없이‘무료(無聊)’라는무서운감옥에갇혀단지늙어가는인생도,
오히려은퇴가정말리타이어-retire-타이어를새로갈아끼운,새출발이되는인생도
현역에서의과정이만들어내는서로다른결과들이다.

지금우리사회에서전체평균의은퇴연령은53세다.
반대로기대수명은이미80을바라보고있다.
무슨얘긴가.
은퇴하고도적게는20년,많게는30년을더살아야한다는뜻이다.
건강한사람은더오래살수도있다.
이렇게긴세월을다시살아야하는데‘무료’에갇힌다면이미죽은목숨이나마찬
가지다.
‘생존’과‘생활’은전혀다른것이다.
왜무료한가.
‘자기것’이없기때문이며그건자기것을준비하지않은어리석음때문이다.
반대로자기것이준비되어있다면,은퇴-retire는글자그대로새출발이다.
‘제2의인생’을시작하는것이다.
준비된은퇴생활,자기것이분명한은퇴생활,할일이있는은퇴생활은그래서
축복이다.
‘행복한노년’은현실적으로존재하는시,공간이다.
그무엇에도,그누구에게도매이지않는자유는은퇴만이가져다주는놀라운
선물이다.
내가즐기는것,내가잘하는것,내가하고싶은것을마음껏할수있는최고의
‘개성적인삶’이기다라고있기때문이다.
단,할일이준비된자에게만그렇다는얘기다.

나도평생직장생활을했다.
그때는모두가먹고살기에바빠은퇴이후를생각하고준비할겨를이없었다.
‘은퇴후’를생각하게해주는선배들도없었다.
아직산업화이후의은퇴세대가없었기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자체가없던시절이니경제적인준비도부족할수밖에없었다.
따라서나의‘은퇴후준비’는전부가스스로생각했던것들이고그만큼미흡
한것도사실이다.
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지금의은퇴생활이‘행복한노년’이되는것은그
준비들이있었기때문임도부인할수가없다.
내가지금의‘내생활’을얘기하는것은앞으로은퇴할사람들에게아주작은
도움이라도되기위해서이며노파심을가져도되는나이이기때문이다.
다른한가지는내생활방식이결코최선의것은아니라는점이다.
인간은그모습이서로다른만큼이나생활도서로다르고,그건당연한것이다.
그러나‘참고’는언제나필요하고그건또상대적이기도하다.
그래서지금도‘노년의삶’에대해쓴책이있으면주저하지않고사다읽는다.
‘선병자의원-先病者醫院’이라는우리속담이있다.
먼저병을앓은사람이의사라는뜻이다.
경험,체험은그렇게중요하다.
그래서서로가서로의귀중한얘기에귀를기울여야한다.
은퇴생활도분명한현실이기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휴대폰이처음시판되었을때,
나는거의1착으로그것을샀다.
그때는정말비쌌고귀한물건이기도했다.
은퇴할때까지기기는여러번바꿨지만그건일상에서없어서는안되는유용한물건
이기도했다.
그러나,
은퇴했을때,나는무엇보다도먼저그것부터버렸다.
휴대폰은틀림없이편리한현대의이기(利器)이긴하지만한편으로그건
하루24시간내게붙어서나를감시하고온갖잡다한일들에나를엮어매는
아픈밧줄이기도했다.
휴대폰을버린다는것은과거와의‘단절’을확실히하겠다는결단이었다.
과거와는무관한,전혀새로운출발을하고싶었기때문이었다.
은퇴후에도옛직장을기웃거리고밥과술을얻어먹는구차함이보기싫었다.
단절이분명치못하면새생활은불가능하다.
과거는지워지지않는흔적이되어사람을속박한다.
옛날의좋았던시간은단지‘과거일’뿐이다.
휴대폰이없으면못살것같았지만전혀그렇지가않았다.
현역과은퇴의사이에서가장중요한결단은관거와의‘단절’이며그상징이
휴대폰버리기였다.
개성적이지않으면어려운일이다.
새출발은그렇게하는것이다.

또하나의개성적인결심은,
은퇴후의‘노후생활’을‘창의적’으로하겠다는각오다.
즉일상을수동적이아니라능동적으로살겠다는것이다.
나는지상파3사의텔레비전프로그램을전혀시청하지않는다.
창의적이려고하는생활에전혀도움이되지않기때문이다.
그것들은계도와교육이전혀없는,단지상업방송일뿐이다.
진부하고구태의연하고,폐륜과폭력이난무하는그런프로들은인간의정신을
좀먹는사악한힘이라고여기기때문이다.
대신인터넷에개인블로그를개설하고글을쓰기시작했다.
글을쓴다는것은곧‘공부’를의미한다.
한편의제대로된글을쓰기위해얼마나많은자료들이필요한가.
그게모두가공부다.
학교때보다몇배의공부를해야한다.
대영박물관으로부터미국의국회도서관까지나는전세계싸이트를뒤지면서
자료들을검색한다.
컴퓨터앞에앉아,내서재에서전세계곳곳을뒤지고있다는사실은그자체가
정말기적같은일이다.
정보화시대가아니라면꿈도꾸지못할일이다.
글을쓰면서공부하는시간이계속되는한나는끝까지‘메니아’로남을것이다.
메니아에게는남녀노소,국적도없다.
나이들수록모든창의적인작업에컴퓨터의활용도를높여나가야하는것도
그때문이다.

개인적으로더개성적이고창의적인생활은어떤것일까.
그게악기다.
한인간이악기를손에쥔다는것은또하나의,전혀다른세계를여는것이다.
음악을좋아하고듣는것과그음악을직접한다는것은질적으로다른차원이다.
70이넘은사람이현악기를시작하는게과연가능한일이며현명한일일까.
그건대단한모험이고도전이기도했다.
지금나는거의매일아침,첼로를연습한다.
내게있어잘하고못하고는문제가되지않는다.
고정된악보와악기라는하드웨어를통해‘음악’이라는소프트웨어를살려내는것은
최고의‘창의적인세계’다.
‘명연주’가그런세계다.
내나이에악기를시작하는사람은거의없다.
나는그래서더행복하다.
어려서부터악기를좋아했고,이미여러가지관악기를다룰수있었기때문에
첼로의시작이가능했을것이다.
악기를연주한다는것은‘고도의정신집중’을요구한다.
체력도따라와야한다.
‘치매’는노년을위협하는가장치명적인질환이다.
그런데악기를하는사람들은치매가없다.
치매가들어설자리가없을만큼정신작업의비중이크다는얘기다.
악기는,언제나어디서나인간을정서적으로정화해준다.
깊이있는사람을만들어주는것이다.

전에는남자가부엌에들어가면‘팔불출’이라고놀렸다.
그러나지금의남자들은요리학원까지다니는정도다.
은퇴후그림을그리는아내를위해간간히서투른솜씨로식사준비를했다.
놀라운것은같은일을반복하면서익숙해지고그만큼자신감도생기는점이다.
요리도대단히창의적인면이있다는것을알게되었고지금은요리책들도많이
출판돼있다.
뉴욕에있는코넬대학부속병원에서1년간연수하고돌아온아들네식구들은,
귀국하자마자우리집으로왔다.
내가만드는‘돼지두부찌개’때문이다.
국물한방울안남기고다먹은후,
‘미국에서이렇게푸짐하게먹으려면100불은있어야한다’는것이다.
엊그제는처음으로황태구이를해봤다.
아내는과장도폄하도하지않는사람이다.
‘지금까지먹어본황태구이중최고’라는판정을받았다.
여러번의실패끝에성공한자장면,
일본식의스끼야끼,코다리찜,멸치뽂음,콩자반,김수미식돼지불고기,한복려식
미역국과쇠고기무국은먹어본사람모두가칭찬했던메뉴들이다.
그러나내가가장잘하는것은밥짓기다.
고시히까리와발아현미를섞은밥은그자체가반찬을끌어당기는맛이있다.
앞으로내요리메뉴도계속늘어날것이다.
나는요리에서도내가잘하는메뉴에서최고가되고싶다.

모두에게있어,
은퇴생활은자칫패착(敗着)이되기쉽다.
그걸극복하는길이‘개성적’으로사는것이다.
개성적이기위해서는‘자기철학’이있어야하고선의의차별을시도해야한다.
은퇴하고도20년,30년을더사는일이어찌쉬울수있겠는가.
그건정말심각한숙제이기도하다.
또한가지는,그게누구라도늙는다는섭리다.
아무도,결코피하지못하는게그길이다.
그래서지혜로운준비가있어야한다.
똑같이,이미노년에들어섰다면‘개성적’으로살아야한다.
그게건강하게,행복하게,오래사는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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