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재.
고대사(古代史)를읽어보면,
부족이나국가의지도자는세가지의고유한기능을가졌던것을알수있다.
제일먼저요구된기능이뛰어난전사(戰士)였다.
칼과창,방패를들고육탄전을벌이는전투에서출중한무술(武術)없이는
그전쟁에서승리할수없었다.
따라서전투부대의앞장을설수있는전사만이부족의족장이나나라의왕이될수
있었다.
두번째가부족,또는국가가섬기는신(神)에대한제사를주제하는사제직
(司祭職)이었다.
마지막이백성들의시시비비,즉송사를가리는판관(判官)의기능이었다.
재판은그렇게처음부터중요한문제였다.
기원전961-922년간재위했던이스라엘의제3대왕‘솔로몬’의유명한재판은
지금도사람들사이에회자되고있을정도다.
‘한아기와두어머니의재판’이그것이다.
바빌론의제1왕조제6대왕인‘함무라비’는기원전1724-1686년간재위했었
는데1902년프랑스의탐험대가‘수사’에서발견한석비가그유명한‘함무라비
법전‘이다.
형법,소송법,민법등282조가기록된이법전은왕의사법권이기록으로남은
역사적가치를지니고있다.

아마도가장먼저분리된기능이사제직이었을것이다.
종교가형식과내용에서발전하면서족장이나왕보다는더전문적인계층이
이일을맡게된것이다.
역사에는사제계층이왕권보다우위에있었던시대도있었음을알수있는기록들이
많다.
중세시대교황의막강한권력이가장대표적인사례가될수있을것이다.
가장늦게분리된기능이‘재판권-사법’이었다.
현대국가의대부분은입법,사법,행정이각각독립돼있다.
사법권(司法權)은,독립된사법기관이행사하며이는오늘날세계각국의공통된
기본원칙으로되어있으며그독립성을보장하기위해입법,행정으로부터독립된
법원을설치하고있다.
법원(法院)은,
헌법에의하여사법권을행사하는국가기관이다.
법원의구분은,최고법원인대법원과
하급법원인고등법원,지방법원,가정법원,행정법원,특허법원의6가지종류가
있다.
법원은심급(審級)에따라제1심,제2심,제3심법원으로구성된다.
대법원(최고법원)은종심(終審)법원으로서1)상고사건,2)재상고사건,3)다른
법률에의해대법원의권한에속하는사건(행정소송,선거소송사건등)을심판한다.

판사(判事)는,
대법관을제외한각급법원의법관이며헌법과법원조직법이정한바에따라임명
되어사법부를구성하고대법원과각급법원에서재판사무를담당하는국가공무원
이다.
판사는보직에따라지방법원,가정법원판사,
지방법원,가정법원의부장판사,
고등법원판사,고등법원부장판사,
지방법원장,고등법원장등의4계층으로나뉜다.
판사가되기위해서는사시합격과사법연수원을거치는일정한자격이있어야하며
대법원장이임명,보직한다.
판사의임기는10년이고,연임할수있으며정년은63세다.
판사는탄핵이나금고이상의형벌에의하지아니하고는파면되지않으며
징계처분에의하지않고는정직,감봉,또는불리한처벌을받지않는다.
판사는헌법과법률에의하여그양심에따라독립하여심판하며(헌법103조),
재직중정치운동등에참여할수없다.(법원조직법49조)

스페인계미국인인18세의소년은,
예리한칼로친아버지를살해한혐의로체포돼재판을받게됐다.
검사의기소내용,채택된증인들의증언,그리고여러증거는이소년의유죄를
입증하는분위기로굳어갔다.
재판절차를모두지켜본12명의배심원들은최종‘평결’을위해투표했으나
1명이무죄를주장,만장일치가되지않았다.
그한명은,소년의키등신체구조와시체의자상,증인들의증언내용의허점등을
과학적으로분석,설명하여다른배심원들을설득한다.
결국모두가동의한가운데그소년에대해‘무죄평결’을내린다.
1957년거장시드니루멧이만든흑백영화‘12명의성난사람들’의내용이다.
미국의법정드라마는‘배심원제도’의운용이가지는묘미를유감없이보여준다.
배심원단(보통12명)앞에서검사와변호사가벌이는불꽃튀기는설전은손에땀을
쥐게하며그살벌한법정분위기를부드럽게,그러나공평무사하게이끌어나가는
판사의경륜과노련함은감탄이절로나온다.
그들은‘내법정’이라는표현을쓸수있을만큼경력이있는법관들이기도하다.

죤그리샴의근작소설‘이노센트맨’에주인공‘론윌리암슨’에대한서술이있다.
‘론윌리암슨은자신에게씌워진강간혐의에자존심이상했지만그는애써아무렇지
도않은척했다.
그는어느때보다도열정적으로파티를즐겼고자신을걱정하는사람들앞에서
여유롭게미소를지었다.
그의곁엔유능한변호사가있었다.
하지만론의솔직한심정은달랐다.
그에게는잔뜩겁을먹게할이유가있었다.
그런심각한혐의를받았다는자체만으로도겁이났지만자신을오래동안
교도소에서썪게만들수있는배심원단을대해야한다는사실이상상만해도
끔찍했다.‘
미국에서배심원단의위치가어떤것인지를알게해주는대목이다.

미국연방의회의하원의원을지낸바있는김창준씨는,
‘미국인은미국의사법제도가완전무결하다고생각하지는않는다.
하지만국민자신이배심원이되어법정판결을내고국민투표로판사를뽑는
제도에대해자부심을가진다.배심원은국민이직접판사가되는것이다.
판사보다법은잘몰라도상식적인판단을하는보통국민이더올바른판단을
내릴수있다고믿기때문에배심원제도는200년넘게미국에서존속되고있다.
판사는재판절차를진행하는역할만할뿐결정권은배심원단에있다.
대한민국국민은한사람의판사에게중대한재판을맡기지말고미국식
배심원제도의도입을생각해야한다.‘고주장한다.

배심제(陪審制)는,
평범한보통사람들의상식적판단이가장옳다는법정신에바탕하고있다.
특정관할구역에서일어난범죄에대해그지역에거주하는주민들이소환되어
재판에직접관여하는제도다.
검사의논고,변호사의변호,증거물제시,증인들의증언을들은후피고의
유,무죄를평결(評決)하며법원은이평결에따라법률을적용,판결(벌금액수,
형량,가석방제한등)하게된다.
우리나라는2007년4월,
국회가‘국민의형사재판참여에관한법률제정안’과‘형사소송법개정안’을
통과시킴에따라피고인이국민참여재판을희망하는경우일반시민이배심원
자격으로형사재판에참여,유,무죄평결을한뒤이를제시할수있으나단지
‘권고적효력’만있다.
2008년부터‘국민사법참여’가시행되고있으나아직은미미한수준이며
법원이이제도를활용하려는의지도약한편이다.

MBCPD수첩의광우병보도와강기갑의국회폭력사건에대한무죄판결이있자
이에항의하는집회와시위가계속됐다.
1월21일과22일서울한남동대법원장공관앞도로에선이용운대법원장사퇴를
촉구하는시위가벌어졌으며대법원장의관용차를향해계란까지던지는일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청사정문앞에선PD수첩사건에무죄를선고한판사의사퇴를주장
하면서그의얼굴사진이불태워졌다.
1월14일국회폭력에무죄를선고한서울남부지법판사는일부단체회원들이집앞
까지찾아와규탄시위를하는바람에법원이지원한경호차량으로출,퇴근하다
19일에는예정에도없던휴가를떠났다.
법원형사단독판사의1심판결에대해이렇게구체적으로,직접적으로‘시민저항’이
일어났던일은거의없었다.
그만큼판결이‘상식’을벗어났기때문이다.
보통사람이건전한상식으로승복할수없는판결이몰고온파장이그랬다.
이후사회각계에서의규탄과비난도수그러질줄모르고있다.

왜이런일이일어났을까.
먼저서울법대법학과이효원교수의얘기를들어보자.
‘우리헌법이인정하는사법의독립은다음의두가지전제조건을요구하고있음을
유념해야한다.
첫째,사법권은‘헌법과법률에의하여’행사돼야한다.
우리헌법은법치주의를이념적기초로하고있고법치국가의핵심은특정개인과
세력이국가권력을자의로행사하는것을금지하는것이다.
법을해석하고,적용하는사법권도이러한법적안정성을구현해야하는헌법적
책임을지며사법의독립도이를바탕으로인정되는것이다.
그렇지않으면사법의독립이법관의전횡이나자의적인재판을허용하는것으로
이해되거나사법관료주의를강화하는수단으로왜곡될가능성이있다.
둘째,법관은‘그양심에따라서’재판해야한다.
이때법관에게요구되는양심은법관의개인적양심이아니라법관으로서의직업적
양심을말한다.
법관의직업적양심이아닌개인의가변적인주관적의사와판단에따라서재판
하게되면같은사안에대해유,무죄나구속여부가다르게되고,선고형량도크게
차이가날수있다.
이런결과는재판으로서의정당성과공정성을상실하게되고법원의재판은국민
으로부터신뢰를받지못하게된다.
따라서법관개인의주관적양심에따른재판은법치주의를위반한것으로
헌법적정당성을얻기어렵다.‘

헌법학계의원로인허영(許營)헌법재판연구소이사장은,
‘사법부의현재상황은,
사법의이념화,정치화,복권화,돌출화이네가지로표현할수있다.
1988년‘우리법연구회’가조직되면서사법의이념화가시작됐고이념화는
사법의정치화를불러왔다.
그러다보니재판이무슨복권뽑는일처럼돼버렸다.
성향이비슷한판사를만나면무죄가되고아니면유죄가되는상황이됐다.
이후돌출적인판결이계속늘었다.
이게사법부의현주소다.‘라고지적한다.

‘우리나라판사들은어떤외부간섭도받지않는것이지고지순한원칙이라고
주장하는이상한행태에몰입해사법의책임을간과하고있다.
편향판결비판에법원이사법부독립을들고나오지만판사들은보수든진보든
항상비판여론에반감을가져왔고책임보다권한만을주장해왔다.
이는집단이기주의다.‘
신평(申平)전헌법학회회장의말이다.

이제대한변협김평우회장의말을더들어보자.
‘법원이시대착오적인발상에젖어있다.
지금시대는판결도평가받고비판받아야한다.
지금은그누구도법원이간섭받는다고생각하지않는다.
이런상황에서사법부독립운운하는것은독선이다.
법조인의양심이란법과사회상규에맞는건전한양식,그리고법원이쌓아온
선례(관례)에따르는것이다.
때문에양식(良識)이란표현이더적절하다.‘

지난1월20일.
광우병제작PD수첩제작진5명에게무죄판결을내린판사문성관은이제막
40세다.
2000년사법연수원수료(29기)와동시에법관생활을시작,판사생활10년째다.
옛글에천하를다스리는일을경륜(經綸)이라고했다.
말하자면맡은일을감당하기위해서는그렇게할수있는인간적깊이와두께가
있어야한다는뜻이다.
법대에입학하자마자곧바로고시공부에몰입하면서학교수업은뒷전이고절이나
고향,고시원에처박혀육법전서와씨름하는학생들이인문(人文)교육과세상
물정에서멀어지는것은당연하다.
세상의이치,삶의가치,교양과상식을외면한채오로지사시합격과출세를향해
매진하는젊은이들이외골수인간이되는것도당연하다.
사람들의시시비비를가리고인신(人身)을규제하는일은인간이인간을심판하는
두려운일이다.
법을해석하고,법을다루는사람은그래서보다많은지식과깊은경험과넓은
시야를지녀야되는데사전적지식에만매달리는법관은‘인간적장애’를가질수
있는확률이높은게사실이다.
나이40에단독심을맡아인간을판단한다는자체가위험한일이다.

판사임용에대한깊은고민과연구가있어야하며,
단독심의경우나이와경력이절대적기준이돼야한다.
경륜이있어야하기때문이다.
판관(判官)은이념과취향에서까지자유하지않으면공정성을기대하기어렵다.
판사에게는진보나보수가있을수없다.
지나친엘리트의식이교만으로이어지고거기에권위주의의옷까지입힌게
지금의사법부가아닌가.
세상물정에가장어두운사람들이‘사법부’에갇혀있으면서하루가다르게변해가는
‘세상’을판단한다는것은너무위험한일이다.
특히남북이첨예하게대치하고있는상황에서‘좌경화된판사들’의존재는
커다란뇌관이될수있다.
2009년1월기준,
전국의판사는2239명이다.
이중지방법원에서1심을맡는형사단독판사는297명,전체의12.8%다.
2008년현재,전체형사재판피고인의92.6%인24만8907명이형사단독
판사에게1심선고를받았다.

이용훈대법원장은취임초부터일선법원에‘공판중심주의’강화를독려해왔다.
2006년9월취임1주년을맞아전국법원을순시하면서
‘법원이재판모습을제대로갖추려면(검찰의)수사기록을던져버려야한다.’고
말해큰파문을낳은바있다.
사실법관으로서는상식을벗어나는망발인것이다.
그말대로라면경찰도,검찰도존재할이유가없어진다.
그는이번에도아직진행중인사건에대해결론적인비판을하는것은적절하지
못하다는견해를피력한바있다.
검찰의항소로2심,3심까지가봐야한다는논리다.
사법부의수장이할수있는얘기는아니다.
문제는,그게1심이라해도그판결이잘못된것이라면지탄받아마땅한것이
아니겠는가.
자기가탄차에왜계란이날아왔는지를깨달아야한다.
사법부의독립은독재를해도좋다는의미는절대아니다.
물론국민들은2심,3심을지켜볼것이다.
그렇다해도1심판결이‘시민의저항’을받고있다는사실은‘사법부독재’에
대한비판임을법원스스로가깨달아야한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