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즐거움.
음악은‘영혼이거니는뜰이다.’
그리고음악은책과함께정신의양식이기도하다.
인간이음악을만들고연주하고듣기를즐기는것은비록동물적인조건을다갖추고
있지만결국은‘정신적존재’임을증명하는것이다.
우리모두는음악과무관하게는살지못한다.
초인종을눌렀을때들리는베토벤의‘엘리제를위하여’에서부터특정음악을선별
해서듣게되는단계까지우리는음악과직,간접으로접촉하면서살고있다.
서로다른지역에살면서말이통하지않는사람들이라해도음악은함께연주하고
또감상할수있다.
음악에는국경이없기때문이다.
그래서음악의선율과박자는만국어이기도하다.
특히지금과같은지구촌시대에는더그렇다.
어떤곳에서의히트곡은거의실시간으로전세계에전달된다.
수많은서로다른장르의음악으로지금지구촌은뜨겁기까지하다.

유행가와고전음악.

‘유행하는우리를즐겁게하고고전음악은우리를각성(覺醒)케한다.’는
말이있다.
각성은깨어나정신을차린다는뜻도있고,정신적방황에서자기의갈바를
깨닫는다는의미도있다.
우리모두는풍요로운인생을살기위해서는즐거움도있어야하고각성도있어야
한다.
유행가-대중음악만듣는사람이나,고전음악만듣고대중가요를가볍게보는
사람들은한쪽만고집하고다른한쪽을버리는어리석은사람들이다.
사실유행가도오랜세월사람들이즐겨부르고들으면명곡이되는것이다.
1970낸대말,
우리가경제적으로‘압축성장’하던그시기는모두가힘겹게일하던시절이다.
월차,년차도없이일에파묻혀늦은시간퇴근하는게일상이었다.
사무실에서버스정류장까지가는중간에전파상이있었는데가게앞길에내다놓은
스피커에서는언제나음악이흘러나왔다.
처음에는무심히들으면서지나다녔지만시일이지나면서특히내가좋아하는
노래가있다는것을알았다.

하루는,
전파상에들어가그노래에대해물어봤다.
한곡은‘고향무정’이었고다른한곡은‘잊을수가있을까’였는데두곡모두
오기택이부른노래였다.
결국오기택의LP판을사들고집에갔으며틈나는대로전축에올려놓고들었다.
수십년이지난지금,‘고향무정’은내가부를수있는유일한유행가가됐고,
‘잊을수가있을까’는지금도자주듣는노래가됐다.
한번은어떤피로연에서지명을받아노래를부르게됐는데마침반주해주는밴드가
있어기량을다해고향무정을2절까지불렀다.
노래가끝난후밴드마스터가모두에게말했다.
‘나는지금까지수도없이많은사람들의고향무정을반주했는데악보대로,정확히
부른사람은오늘처음만났다.‘
고향무정은노래가반주보다한박자늦게들어가는데악보를읽을줄아는나는처음
부터그걸알고있었다.
그리고오기택이부르는대로배웠기때문이기도했다.
얼마전며느리가첨단기종으로컴퓨터를바꿔줬고,음악을좋아하는아버지를위해
아들은1.5홈씨어터의독일제세트를연결해줬다.
인터넷으로Mnet에접속,6개의스피커로듣는고향무정과잊을수가있을까는전혀
다른음악이되어나를즐겁게,즐겁게해주고있다.

스타바트마테르-stabatmater.

부활절이임박한고난주간이되면,
나는언제나페르골레지의스타바트마테르(슬픔의성모)를듣는다.
페르골레지의곡을고집하는것은그음악적설득력때문이다.
1736년26세로요절한천재의마지막작품이바로이스타바트마테르이다.
그중에서도제11곡,
알레그로의이중창인‘성모여심판날에나를지키소서’는심금을울리는명곡이다.
나는1985년도이치그라마폰이만든음반을가지고있는데,
클라우디오아바도의지휘,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연주,
레슬리피어슨의파이프올갠,
그리고스코틀란드스털링출신의소프라노마가렛마샬.
이태리파도바출신의콘트랄토루치아테라니의이중창은타의추종을불허하는
명연주다.
들으면들을수록감탄하게된다.
페르골레지음악의그유창한흐름과아름다운선율,그리고빠른템포는
‘만하임악파’에계승되어모차르트에까지이어지고있다.
영화‘쇼생크탈출’로유명해진모차르트의오페라‘휘가로의결혼’중,
수잔나와백작부인의‘편지의이중창’을들으면그점을온몸으로느낄수있다.
시대를뛰어넘어고전을듣는기쁨이그안에있는것이다.

12개의바이얼린환상곡.

텔레만은1681년생으로,
요한세바스챤바하와는같은시대의독일작곡가다.
바하의자녀들이세례받을때대부가되어준것을보면두사람은상당히가까웠던것
같다.
우리가아는대로텔레만은수천곡의작품을남긴당대최고의음악가이기도하다.
고전음악을오래듣다보면결국은독주악기연주에도착하게된다.
다른길이더없기때문이다.
피아노,바이얼린,그리고첼로등의무반주독주곡들을만나게되는것이다.
‘12개의바이얼린환상곡’도그런곡이다.
하나의악기를반주없이독주한다는것은대단한실력이아니면엄두도내지못한다.
그런의미에서연주자의최고수준의기량을들을수있는게바로무반주독주곡
이기도하다.
나는필립스의아르투르그뤼미오와하모니아문디의앤드류맨츠의음반을가지고
있다.
때에따라서로다른연주를듣지만아무래도더유연한맨츠의연주를더자주
듣는편이다.
정말들을수록아름다운곡들이다.
내가이들의연주를비롯,독주악기들의연주를듣는오디오는거의30년된
panasonic의restyCH500이다.
전압100볼트의이고물을아끼고쓰다듬는것은독주악기들의소리를재생해내는
그독특한기능때문이다.
중국사람들이만든‘일본제품’이아니라,
꼼꼼한일본인들이직접만든이오디오는시간이지날수록스피커의기능이안정적이
되고더맑은소리를낸다.
다른오디오에겻눈질도하지않는이유가그것이다.

그리그의’피아노협주곡A단조OP16′

흔히최고의피아노협주곡하면,베토벤의5번‘황제’를꼽는다.
사실그화려한연주를들으면수긍이가기도한다.
나는겨울이끝날때쯤이면반드시그리그의피아노협주곡A단조를듣는다.
노르웨이를여행하면서그사나운북해를본이후,이곡은더마음에다가왔다.
팀파니의어두운연주로시작되는이곡은극도의세기(細技)를요하는섬세한
부분과질풍노도와같은,폭풍이몰아치는장대함이함께있는곡이다.
정말피아니스트라면한번도전해볼만한특이한곡이기도하다.
2악장도입부에서피아니스트의기량은숨을곳을찾지못한채드러나게된다.
나는언제나그네신음대출신인릴이아질베르슈타인의연주를즐겨듣는다.
2악장도입부를그녀만큼아름답게연주하는피아니스트는쉽지않다.
노르웨이사람인그리그의음악은독일쪽과는아주다르다.
그자신대피아니스트였던것도이렇게놀라운곡을만드는바탕이되었을것이다.

드비시의전주곡.

얼마전NHK의BS2차넬을통해드비시의전주곡을시청할수있었다.
잘알려진피아니스트는아니었지만프랑스인답게전주곡의정취는충분히살려
내고있었다.
드비시는20세기프랑스가배출한대음악가다.
인상파음악의창시자이자완성자이기도하다.
그의전주곡집은2권이며각12곡씩24곡을작곡했다.
이전주곡들은쇼팽이래최대의걸작으로평가받고있으며리스트가창안한
‘전주곡장르’에해당되는,피아노로연주되는시이며그림이다.
내가가장좋아하는곡은1권의제8곡.
‘아마빛머리의소녀’다.
나는,거의언제나이곡을‘룻시에트리오’의연주로듣는다.
자크룻시에의피아노,세곤작의더블베이스,그리고알피노의드럼.
룻시에는드비시의전주곡이쿨재즈의연주로어떻게변신하는지를
정말충격적으로들려준다.
룻시에는파리음악원에서고전음악을공부한뮤지션이다.
거의평생을바하음악에매달린분이기도하다.
대가세사람의드비시전주곡연주는피아노에의한정격연주보다도더
감동적이다.
나는두번이나가까이에서그들의연주를직접들은행운도가지고있으며,
지금은telarc의jazz에디션으로전주곡연주를소장하고있다.

바하의평균율.

‘음악의체계가다무너져도바하의평균율만있으면전부복원할수있다’는
말이있다.
1722년완성한‘평균율클라비아곡집’은,
등분평균율로서,
여러가지건반악기로연주할수있도록작곡한C에서B에이르는장,단조
48편의전주곡및푸가에붙인이름이다.
첼리스트로스트로보비치는자기가어디에있든,매일아침이평균율을
연주했다고술회한적이있다.
1,2권24곡48편을한번에듣기는어렵다.
그러나,언제나평균율을들으면마음이차분하게가라앉는다.
키(調)에따라바뀌는음계의세계가얼마나다양한것인지,음악의세계가
가지는크기와넓이가감지되는게이음악이다.
그래서나는거의일년내내틈나는대로평균율을듣는다.
스비아토슬라브리히터의피아노연주는무거운편이다.
대신글렌굴드는아주경쾌하다.
그리고중심을잡아주는게구스타프레온하르트의챔발로연주다.
사실챔발로연주로듣느게가장좋다.
바하시대에는아직피아노가없었던때다.
평균율은그때의음악인것이다.

아마추어의즐거움.

그게어떤분야든,가장크게즐기는사람들은‘아마추어들’이다.
프로들이받는속박,스트레스없이,실수해도좋은자유때문이다.
또아마추어이기때문에가장순수한동기와마음으로자기가좋아하는분야의
핵심에다가설수도있다.
나는음악을좋아하고,또악기를좋아한다.
그래서듣기만하는음악에서연주해보는음악으로발전한게사실이다.
폐활량때문에목관클라리넷을놓은후첼로를잡은것도그런이유에서다.
관악기에비해현악기가더어렵다는사실도알게됐다.
연습을위해교측본을따라가다보니바하의‘무반주첼로모음곡중제1번의
5곡메뉴엣‘을만났다.
첼로를지도하는선생님의얘기로는거의모두가이부분은피한다고한다.
그만큼어렵다는뜻이다.
첫부분의25소절을암보하고포지션을익히는데6주가걸렸다.
아직멜로디는들리지도않는다.
모두가어려워서피했다면나는도전하고싶었다.
그래서지금아주열심히연습하고있다.

듣는것과해보는것은다르다.

그게누구든,더풍요로운인생을살고싶다면악기를잡을일이다.
듣기만하는것은수동적인삶의자세다.
그러나악기를들고연습하고연주하는것은능동적이고창조적인생활이다.
그게무슨악기이든아무상관도없다.
자기가좋아하고하고싶은것이면된다.
단지밀집해서사는시대이기때문에‘이웃’을배려해서악기선택을해야한다.
악기를하면,
즐겁고,자부심이생기며속에뭔가꽉차는마음이되어매사에자신감이생긴다.
악기를하면사람이너그러워지고값과가치의진정한차이를깨닫게된다.
음악은그본질에서선(善)이기때문이다.
나처럼은퇴한사람에게악기는새로운생활을약속해준다.
서재한쪽에세워둔첼로를볼때마다‘격조높은문화’에대한소속감을가질수있다.
그건얼마나큰마음의자산인가.
우리모두는음악을사랑한다.
음악이우리들을즐겁게해주고각성케하기때문이다.
‘음악은철학보다위대하다.’
베토벤이남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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