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치료 이야기.
지난9월28일아침,
평소습관대로TV로음악전문차넬을시청하고있었다.
마침오케스트라의연주시간이었는데방송을듣던나는아주미묘한차이를
느끼고그게뭔지생각해봤다.
그건볼륨의차이였다.
늘듣던정도의볼륨인데연주소리가작게들리고악기들의소리구별을분명하게
할수가없었다.
좀더지켜보기로하고TV를끈후다른일을했으며,
저녁시간에다시음악프로를들으려고했을때아침보다더분명히소리가작게
들렸다.
그때나는내왼쪽귀에대해생각해봤다.
왼쪽귀는이미오래전부터오른쪽귀에비해그청력이70%정도였다.
오른손바닥으로오른쪽귀를막은후왼쪽귀로만음악을들어봤다.
그70%가거의30%수준으로떨어져있었으며그때문에음악프로시청에
차이가생긴것을깨달았다.
왼쪽귀만으로는음악방송을들을수없는수준이었고,
이게간단한일이아니라는직감에의사인아들에게전화로그내용을자세히
얘기했다.
아들은같은병원에근무하는전문의와상의한후다음날아침입원준비를하고
일찍병원으로오라고했다.

이비인후과도전문분야가더세분되어아들의의과대후배인그의사는‘귀’만
전문으로진료하는전문의였다.
그는우선내설명을주의깊게들은후곧청력검사실에들어가도록했다.
오랜시간여러가지기계적인검사를마친후전문의는기계가만들어준도표를
보면서내상태를설명했다.
학교선배의아버지인내게그분은아주정중했고쉬운말로난청에대해얘기했다.
0에서20데시벨까지를정상수준으로볼때내오른쪽귀는15,왼쪽은지금현재
34라는것이다.
노인들에게쉽게나타나는‘돌발성난청’이며,난청수치가높을수록회복율은
크게떨어진다고했다.
내경우는34의수준에서생긴난청이기때문에그만큼회복가능성이높다고했다.
나는곧입원수속을마치고1인실병실에들어갔으며점심은‘금식’이었다.
곧검사를시작해야하기때문에물도마시지말라고했다.

점심을굶은채오후에시작된검사는어지럼증을유발,청각신경과의연계여부를
테스트하는것이었는데,
군인들이사용하는야간투시경처럼생긴크고검은안경을넓적하고단단한고무줄
로연결시켜머리에씌우듯장착했다.
일단누운자세에서오른쪽눈의뚜껑을열고천정에나타나있는푸른점을응시
하도록했으며그것이이동할때마다시선이따르도록했다.
다시뚜껑을덮은후칠흑같은암흑속에서상당시간두눈을뜨고있도록했다.
다음은찬물과더운물을차례로양쪽귀에기계로분사,어지럽게한후다시
뚜껑을열고푸른빛을보라고했다.
이미초점이흔들려서보기가어려웠다.
다음은앉은상태에서머리를좌우로크게흔들어놓고다시어둠속에서눈을
뜨고있게했다.
이과정에서상당수의환자들이음식물을토하고쓸어진다고했다.
나는큰고통없이그검사과정을마쳤다.
그러나아주힘들었던것은사실이다.
무엇보다도허기가참기힘들었다.

무염식,소금끼가거의없는맛이라고는하나도없는저녁식사를마친후잠시휴식,
혈액검사를위한채혈과소변검사준비가있었고,이어심전도검사실을거쳐
MRI촬영실로갔다.
가동중인세탁기에머리를디민것같은요란한소리속에서약40여분간촬영이
실시되었는데고소공포증이있는환자는촬영을못한다고했다.
난청환자가MRI를촬영하는것은난청의원인이뇌신경과관련이있는지를알기
위한것으로서아주중요한검사라고했다.
여기까지의여러가지검사를마치고병실로돌아오니밤10시.
즉시링거주사가시작됐고이후8병을달고있는고통을견디어야했다.
이번검사과정을겪으며여러전문가들이들려준얘기를종합해보면,
근자에는노인들보다50대에서벌써난청환자가급증하고있다는것이며가장큰
원인으로젊은이들이귀에끼고있는이어폰의해독을들었다.
이어폰의높은소리가예민한고막을직접때린다는표현을썼다.

사람들이나누는대화에서음성은약50-60데시벨이라고한다.
자하철내부나플랫홈의소음은85-95수준,
이때그소음들보다이어폰소리가더잘들리기위해볼륨을높이면귀에전달
되는소리의크기는평균105가된다고했으며,
105이상의소리에하루한시간정도씩지속적으로노출되면소음성난청이발생
한다고했다.
전문의의소견은,
이어폰의볼륨이60이상이되면안되고,특히귀에직접끼는이어폰은실제로
6-7데시벨정도더큰소리로고막을자극하기때문에꼭필요하다면귀밖에
거는헤드폰을사용하라는것이다.
이미10대에서20%이상의난청이나타나고있으며소음때문에죽어버린청각
세포는재생이안되기때문에50대에벌써반귀머거리가된다는것이다.
그러니노인이되었을때의나빠진상태야더말해서무엇하겠는가.
소음이귀에얼마나치명적인지를사람들이모르고있다는사실을모두가입을
모아지적했다.
내막을아는자들은걱정하고있는데그얘기를귀담아듣지않기때문에나중에
큰값을치르고있다는것이다.

난청은,큰벽이다.
그앞에서면방법이없다.
눈으로보고,귀로소리를듣는다는것은평범한일상같지만일단일이벌어지면
그게얼마나치명적이라는것을알게된다.
인간이누리는삶의질이크게훼손되기때문이다.
음악소리가작게들리기시작했을때,그리고그것이귀의문제라는것을알았을때
나는순간적으로‘공포’까지느껴졌었다.
나처럼음악을좋아하는사람이청력이나빠진다는것은무엇과도바꿀수없는
귀중한것을상실하는것과같기때문이다.
내친구하나는근자한쪽귀가전혀들리지않는‘돌발성난청’이발생,병원에서
일주일동안치료받은수회복된일이있다.
그때그친구는‘절망’이어떤것인지깨달았다고했다.
듣던사람이듣지못한다는것,그건선천적인장애와그근본에서다른것이다.
나이가많을수록회복율이저조하기때문에더욱그렇다.
아무리현대의학과치료방법이발전했다해도아직도이명과난청은완전히극복
하지못하고있는실정이다.
이어폰을낄때마다그게나중에재앙이된다는사실을꼭알아야된다.

다음날,
갑상선에대한초음파검사를마친후통증클리닉에내려가서왼쪽목에주사를
맞았다.
왼쪽귀부근의혈류량을일시적으로증가시키는이주사는왼쪽눈의충혈과
왼쪽목안이붓는증상,그리고얼굴에열이나는후유증이약2시간정도계속된후
가라앉았다.
식사후복용하는약까지합하면그야말로전방위의공격적치료를하고있는것이다.
다음날오후,
나는담당전문의와마주앉아검사결과에대한간단한설명을들었으며MRI촬영
결과에서는아무이상이없었다고했다.
그리고내일아침다시정밀청력검사를실시해보겠다고했다.
병실로돌아온나는나나름대로의자가진단을실시해보기로했다.
병실에있는컴퓨터를가동,mnet.에연결한후,하이든,모짤트,베토벤의현악
사중주를차례로들어봤다.
음악을듣다청력문제를발견한만큼다시음악으로치료효과를점검해보고싶었기
때문이었다.
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그리고비올라와첼로가내는서로다른선율을구별할수
있을까가초점이었다.
전체적으로음악이들리는정도는분명히나아가고있었지만각악기의선율은
구별하기어려웠다.
오른쪽귀를막고왼쪽귀로만듣는정도도약간은호전된것을알수있었다.

결국,빠르게시기를놓치지않고시작한치료가효과를내기시작한것으로
감지할수있었다.
한가지부연하고싶은것은증세가발견되어아들과통화한후,나는즉시수지침으로
‘난청’을다스리는요혈에침을꽂았고,굳어있던귀상태가풀리는것을느낄수
있었다.
나는내가수지침을제대로공부한것과스스로내몸을수지침요법으로다스릴수
있다는것을감사하고있다.
이러한초기의적절한대응이나중치료에결정적으로도움이된다는것을나는잘
알고있으며,
수지침과병원치료의시너지효과도확실하다는것을체험으로알고있다.
공부해보면볼수록수지침은아주정밀한신체구조에의한체계적인과학임을
실감하게된다.

다음날아침눈을뜨니5시.
여러명이사용하는병실과내가쓰는1인실은상당히거리가떨어져있기때문에
조심스럽게컴퓨터를가동,쇼팽의‘에튜드’들을작은볼륨으로들었다.
처음곡은우리가잘아는‘나의기쁜마음’이었다.
그런데잠시후노크소리와함께청소하는아주머니가병실로들어왔다.
복도를청소하다‘나의기쁜맘’을듣고더가까이에서듣고싶어내방부터청소하기로
했다는것이다.
나는그냥웃기만했고,그분은한참을그자리에서서그아름다운음악을듣고
있었다.
그리고다음날아침에내방청소를하는그분에게물어봤다.
자기는수도여고출신인데학생때합창반에서‘나의기쁜맘’을자주불러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자기는국악기인‘퉁수’도잘분다고했다.
그분은연세가나와거의동년배인71세라고했는데60대처럼보였다.
내가건강의비결을묻자,그대답이놀라웠다.
‘남을즐겁게하는게건강의비결이다.
남을즐겁게하려면먼저내마음이즐거워야되지않겠는가.
그게건강에얼마나좋은것인가.
반대로남에게악하게하려면먼저내마음이악해지게되는데그건건강에아주
나쁜것이다.‘
그아름답고지혜로운설명은바로‘철학’이었다.
그분은립스틱도바르지않았고,이어링도하지않은건강하고검소한얼굴이었다.
스스로직업을택해돈을버니떳떳하고,손자들에게뭔가를사줄수있으니행복
하다고했다.
나는이병실에서만난이뜻밖의선물에대해감사하고있다.
배우려는,열린마음만있다면스승은어디에서나만나지는것이다.
그분은내병실에있는화분을보고,
‘저건병원직원가족에게보내는병원화분인데누가병원에근무하는가’고물었다.
의사인아들이심장내과전문의라고하자.
‘내가세상에서제일부러운게의사아들을둔부모들이다.
병원에서일하다보니더그렇다‘고하며나를’행복한아버지‘라고불렀다.

다음날아침,
나는이비인후과에서조금전실시한내청력검사결과를컴퓨터로읽고있는
담당의와얘기를나눴다.
내왼쪽귀가34에서30으로떨어졌다는것이다.
말하자면확실하게회복이시작되었기때문에당분간약물을복용하면지금보다
더좋은상태로갈수있다는것이다.
그것만으로도나는감사했다.
더나빠지지않고제자리로돌아온것만으로도그랬다.
일단통증클리닉에다시가서목에주사를맞은후병실로돌아와잠시휴식한후
나나름대로의자가진단을다시시작했다.
모짤트의오보,클라리넷,혼,바순과피아노를위한오중주를선택했다.
완전히그성질과소리가다른다섯악기의연구는실험용으로그만이었다.
약간볼륨을올린후듣기시작했다.
익숙한곡이기때문에각악기들이내는소리를구별하는것은어렵지않았다.
확실하게각악기들의선율을구별할수있었고왼쪽귀만으로들어봐도회복된것이
뚜렸했다.
다시본래의상태로음악을들을수있다는사실에감사했다.
그건청력의소중함을다시깊이느끼는시간이기도했다.
그래서청력도시력과함께그건강상태가좋을때잘관리해야한다.
일단일이벌어지면그결과가치명적일수있기때문에더그렇다.
내일이면퇴원하고,몇차례통원치료를받게될것이다.
그동안아들의동료들이내게배풀어준크고작은배려에감사하고있다.
특히학교후배인‘귀’전문의의노력에깊이감사드린다.
눈이보배라면귀도보배가아니겠는가.

퇴원하기위해짐을챙겨들고밖으로나와문을닫으면서,비로서거기에무슨
안내문이붙어있는것을봤다.
‘환자의안정과감염예방을위하여병실내’외부인출입을제한‘합니다.
(예:잡상인,보험사직원,전교하는종교인)
병원장.
신앙이잡상인과같은반열에서있는혼란스러운세상으로돌아가기위해나는
발걸음을옮기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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