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간, 나는 어느쪽일까.
사람을그신분으로분류하는것은,
시간과장소에따라서로다른기준을가지게된다.
대표적인사례의하나가인도의‘카스트’제도다.
카스트-caste는인도힌두교사회의세습적신분집단이며카스트는‘혈통’을의미
하는포르트갈어casta가어원이다.
여기에는브라만-사제,크샤트리아-왕후,전사,바이샤-상인,농민,수드라-노예의
4가지카스트가있으며이후이4개의카스트는분화를계속,서브카스트로세분화
되어지금인도에는카스트와서브카스트가수천에이르고있다.
인도의발전에큰걸림돌이되고있는악습이기도하다.
다른하나는,
현대와고대사이에신분적차이를극명하게보여주는‘노예제도’가그것이다.
신약성서마태복음25장에보면주인에게충성을다한노예를칭찬하는예수의
예화가있다.
적어도예수가살았던‘로마’시대에이미노예제도는확고히자리잡고있었으며
예수나바울도‘노예제도’자체에대해서는이를비판하는대목이전혀없다.
그들이그시대를살았던‘역사적인사람들’로서노예제도를사회체제로수용하고
있었다는얘기다.
미국의제16대대통령인아브라함링컨이‘노예해방’을선언한것이1863년1월,
세계는19세기까지노예제도를가지고있었던것이다.

기록을살펴보면,
우리나라도고조선시대부터노비가있었던것을알수있으며노예제도는삼국시대,
고려,조선시대를통해존속해왔으며노비제도-노예제도가없어진것은1894년,
(고종31년)공사노비제를폐지한때다.
사내종을노(奴)라했고,계집종을비(婢)라고불렀다.
지금으로부터불과100여년전까지우리에게도노예제도가있었던것이다.
신라시대의재상집에는3000여명의노비가있었으며,
세종의여럷째아들인영웅대군은역사상최대인1만명에가까운노비를데리고있었
다고한다.
조선성종때인15세기말에는노비가전체인구의30%가넘었으며공노비35만을
합쳐150만명정도의노비가있었던것으로추산된다.
(학자에따라서는노비의비율을전체인구의절반까지로보는주장도많다.)
한성-서울의경우,
그신분별비율은양반16%,양인30%,노비53%였다.
한성은관리,양반이다수거주하는특수성때문에수발을드는노비가많았던것이다.
한편양반들은납세의무자인양인들을노비로만들기위해양천교혼-良賤交婚을
통해그들의자식을노비로삼았으며17세기의울산호적을보면양반의남자노비중
94%가양인여자와결혼했다.
가난을이기지못해쌍방합의하에노비가된사례임을알수있다.

지금도우리의주위에는‘종친회-宗親會’가많이있으며,
이들의일차적인의무는‘족보-族譜’의정비와관리,유지다.
우리처럼‘족보’를따지는민족도별로없을것이다.
그러나거기에는충분히그럴만한이유가있었다는것을알아야한다.
‘우리조상은노비가아니었다.’는것을증명해주는게바로족보이기때문이다.
전체국민의30%나절반이노비였다면지금우리국민중노비조상을가진비율도
그만큼될것이다.
학자에따라서는백성의3분의2가노비였다고주장하는경우도많다.
중국과일본의노비신분은세습되지않았지만조선은달랐다.
삼국통일시대이후정복전쟁이사라지면서전쟁노비-포로를구할수없게되었다.
이에‘노비세전법-奴婢世傳法’을만들어노비신분이대대로세습되도록한것이다.
특히노동생산력이미약했던조선초기에는노비는토지보다부가가치가높은재산
이었다.
태종2년인1402년,
대궐밖문루에큰북을달았는데그게유명한‘신문고-申聞鼓’다.
백성들의원통한사연을임금이직접듣고처리하기위한것이었지만‘노비에대한
송사‘가너무많아폐지되기에이른다.
노비에대한송사가그렇게많았다는것은그만큼노비-노예의숫자가많았다는
뜻이기도하다.

노예의반대쪽이‘주인’이다.
주인에대해노예-노비는‘물-物’이기때문에사고팔수있었으며생사여탈권까지
가지고있었다.
같은인간-사람이지만이러한주종관계는주인과노예가가지는‘의식구조-생각의틀’
에서전혀다른것이될수밖에없다.
‘노예-노비’는사람이지만인격적으로인정받지못하고자유가없는신분의개인이다.
따라서무엇이든지남의지시가있어야행동하고자주적으로는행동하지못하는
성질을가지게되는데우리는그것을‘노예근성-奴隸根性’이라고부른다.
이에대해‘주인-主人’은,
물건들의임자이며한집안의주장이되는사람이다.
그는자주적으로생각하고스스로결정을내리는것은물론모든책임을스스로감당
한다.
우리는그것을‘주인의식-主人意識’이라고부른다.
노예는자기것이아니기때문에훼손하고,훔치고,주인을속이고,타인을배척한다.
그어떤일에대해서도책임을지지않는다.
반대로주인은모든것이자기것이기때문에아끼게되고보이는사람모두가가족
이거나이웃이다.
주인의식과노예근성이함께있는게우리가살고있는지금의세상이다.
어느쪽이승하느냐에따라그사회의환경과수준이결정된다.
그래서‘나는어느쪽일까’하는의문과대답을가질필요가있다.

가끔엘리베이터안에담배연기가남아있을때가있고,
어떤때는음식쓰레기에서악취나는국물이바닥에떨어져있을때도있다.
언젠가는현장에서그런행동을하는얼굴들을본적도있다.
아주멀쩡한,그리고표정이없는두꺼운얼굴들이었다.
수많은이웃이함께사용하는엘리베이터는대표적인,가장구체적인‘공공재-
公共財‘다.
그것은내가매일사용하는‘우리들의것’,또는‘내것’이라고생각한다면그게
주인의식이다.
반대로‘나’편한대로만한다면그게바로‘노예근성’이다.
스스로현대판‘노비’가된위인들이다.
무엇이옳고그른지를판단하지못한다면비록주인과똑같은옷을입고있다해도
‘주인’은아니다.
분별력과책임의식이없는‘노비’일뿐이다.

많은사람들이밀집해서함께살때,
가장기본적인질서가‘줄서기’다.
오래기다린다해도그게가장합리적이고빠른방법이기때문이다.
거기에는줄을서서기다리면‘자기차례’가꼭온다는믿음이있다.
그래서‘줄서기’는모두의약속이기도하다.
그귀중한분위기를깨는게‘새치기’다.
순서를어기고남의자리에끼어드는것이다.
왜그러는가.
자기이익만생각하기때문이다.
주인의눈엔줄선사람모두가내가족이고이웃으로보이지만노예의눈엔속이고
밀어내야하는적으로보이는것이다.
새치기는줄서기에만있는것은아니다.
우리의생활-일상의구석구석에새치기들이존재하고있다.
온갖혼란과무질서,그리고대결구도가모두새치기들때문에생기는병폐다.
우리나라는무능하고부패한사법이차례를제대로지켜주지못하기때문에그
피해가더크다.
처벌이약하면주먹은점점더커진다.

규격봉투에꾹꾹눌러담은쓰레기를버리기위해쓰레기통을열면,
열의아홉은비규격봉투가눈에보인다.
쓰레기를수거하는사람들은규격봉투가아니면수거해가지않는다.
아파트에사는수준이라면돈이없어서규격봉투를못사는것은아닐것이다.
그들은,아마도대낮에는그걸버릴수가없으니까사람들이뜸한밤중에몰래
갔다버릴것이다.
왜그렇게비굴하게사는가.
‘노예근성’때문이다.
그렇게하는것이자기에게이익이된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생각해보자.
그들은쓰레기버리는일만그렇게할까?
아닐것이다.
모든일상생활을그렇게하는것이고그런부정적인요인들이우리사회의발전을
막는거침돌로쌓이는것이다.

아파트에살면서겪게되는고통중소음처럼사람을나쁘게만드는것도달리없을
것이다.
층간소음과함께개짖는소리도그중하나다.
문을열어놓고사는계절,개짖는소리는동과동사이의공간에서공명이되어더
크게들린다.
아파트라는밀집된공간에서개를기르는것은결코바람직스러운일이아니지만
개를기르려면다른사람들에게피해가없도록세심하게신경을써야한다.
대개의경우개는한번짖기시작하면계속해짖어대고,그소리를들은다른집
개들까지합세,개짖는합창이되기도한다.
이웃을배려하는것이곧‘문화’다.
함께살고있는사람들을가족이나이웃으로생각한다면반드시어떤조치를해야한다.
관리사무실에서‘민원’으로거듭당부해도아무소용이없다.
노예의눈엔자기가기르는사랑스러운개만보일뿐이웃은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
남의고통은자기와는무관하기때문이다.
그래서소통이안되는사람을‘벽창호-碧昌牛’라고부른다.

버스를탔을때,
옆에휴대폰으로수다를떨고있는여자가앉으면그건일진이매우사나운날이다.
그런여자들은목소리도크고또통화도아주오래한다.
참으로견디기힘든고역이그런경운데아마도비슷한경험을한분들이많을
것이다.
정부에서이동전화의통신비를내리려는계획이있다고하는데나는전적으로반대한다.
지금의‘수다들’은근본적으로통신비가싸기때문이다.
통신비가숨이찰만큼올라가야이고통에서벗어날수있을것이다.
많은사람들이함께타고있는버스안에서별것도아닌얘기를그렇게오래,그렇게
크게통화한다는것은‘타인들’을의식하지않기때문이다.
다른사람들의고통을모르는것이다.
말하자면‘염치-廉恥’(체면과부끄러움)가없기때문이다.
염치에서얌체라는말이파생된게그때문이다.
‘노비’에게무슨염치가필요하겠는가.
그래서‘노예근성’이무서운것이다.
잃을게없으니막사는것이다.
주인의식을가진사람들만고스란히그피해를입고있다.
이보다더큰불평등도달리없을것이다.

아직도우리주변엔방석을깔고앉아식사해야하는식당들이있다.
대개는4인용식탁이나8인용식탁밑에숫자대로방석을쌓아놓고있다.
한창식사를하고있는데,
몇사람이함께옆자리에오는경우가있는데그때,한사람이식탁밑의방석을
꺼내반대편에있는일행에게던져준다.
서서던지기때문에높이가있게되며바닥에떨어진방석에서는먼지가피어오른다.
그먼지가우리식탁까지오는건당연하다.
아마도비슷한경험을한분들이많을것이다.
방석을던지는사람들은한결같이나이에관계없이그얼굴이무표정하고두꺼운
사람들이다.
바로옆에서식사하는사람들에게먼지가간다는것은생각도하지않는다.
그들‘눈’엔다른인간은보이지않기때문이다.
노예는결코타인을배려하지않는다.
사실은배려할줄을모른다.
사고방식-생각하는틀이그렇게되어있기때문이다.
아마도죽을때까지그렇게살것이다.

지금까지얘기한사례들은,
사실아주째째한얘기들이다.그리고이런얘기는수도없이널려있다.
총론(總論)에강한우리눈으로볼때보잘것없는각론(各論)일뿐이다.
나는20년이상을선진국국민들과같은사무실에일했다.
그리고알아낸사실은,
그들이선진국인것은모두가째째한일에서크게앞서있기때문이었다.
그들은남이시켜야마지못해일하는노비가아니라스스로자기일을찾아서해내는
생산성과책임감을가지고있었다.
그리고타인을배려하는깊은정신이있었으며그들은어려서부터그렇게길러진
사람들이다.
나는국경일이면밖으로나가태극기를게양한집을세어보는습관이있다.
‘국기’는독립국가의상징이자국민들을응집하는구심점이다.
태극기게양율은언제나5%로수준이다.
민주국가-民主國家는국민이주인인나라다.
국기의게양은주인의식과애국심없이는안된다.
‘노예근성’은생각보다넓고,깊게퍼져있는지도모른다.
노비는사라졌어도‘노비의정신-근성’은살아있을수있는게세상이아니겠는가.
정말깊이생각해볼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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