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시간.
이화여대에코과학부의최재천교수는,

‘지식편집자’로불리우는분이다.

그는‘조용한밤,혼자책상에앉아글쓰는순간이제일행복하다’고했다.

한사람의직업이행복으로이어지는게이런경우다.

학자가되어글을쓴다는것은행운이자개인의행복임에틀림이없다.

한편,

정강찬판사는현재수원지법민사9부의부장판사다.

‘다른직장인들도그렇겠지만나의하루일과도정신없이돌아간다.

그래도노래부르기는멈출수없다.

노래는내행복의원천이자삶을즐기는휴식처이기때문이다.‘

그는예술의전당리사이틀홀에서독창회를가지는수준의아마추어성악가다.

자기의직업과무관한,전혀다른분야에서‘가장행복한시간’을만들어가고있는것이다.

그러나분명한것은두사람모두스스로의노력과열정으로‘가장행복한시간’을창조해나가고있다는점이다.

사람은그게누구든행복할권리가있다.

그래서모두가행복해지기위해그것을희구하고,그것을획득하기위해노력한다.

가장일반적인의미에서,

행복-幸福은,우리의일상안에서기쁘고,즐겁고,만족감을느끼는상태라고할수있다.

따라서행복은소유이기보다는‘느낌’인것이며그것이인간의정신과영혼의영역임을알수있다.

육(肉)에대해서는‘쾌락’이라는말을쓰는게그때문이다.

행복과달리쾌락에는긍정과함께부정적인요소가크게자리잡고있는게사실이다.

부패와타락이그런것들이다.

매일경제신문과MBN이전국7개도시에거주하는19-59세남녀500명을대상으로설문조사한결과지난해대한민국행복지수는5점기준3.4점으로백분위로환산하면68점이된다.

낙제점수는면했지만결코좋은점수는아니다.

응답자들은경제불안,부정부패만연,양극화현상이행복을저해하는부정적요소들이라고답했다.

행복을느낀다는것은그만큼주위환경에크게영향받는다는뜻이기도하다.

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모두는끊임없이행복을추구하고있는것도사실이다.

인간의행복은주관적기준에따르는것이기때문에지극히개인적인문제가된다.

행복은계량할수도없으며객관적수치로나타낼수도없다.

따라서서로다른행복에대해이해하고인정해야하며그차이들을수용해야된다.

다른한가지는,

남녀노소,연령,학력,직업등에따라그추구하는행복과누리고있는행복은다를수밖에없다.

개인이가지고있는가치관이연계되기때문이다.

그중하나가현역과은퇴자의차이다.

이차이는거의결정적이라고할수있다.

나는이미은퇴후노후생활이10년이넘었다.

나이도칠십대중반이니완전한노인이기도하다.

그런데스스로생각해도참으로놀라운사실은,현역때보다지금의생활이더행복하다는점이다.

그렇다해도나의‘행복론’도역시주관적인것임은말할것도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나의‘행복’에대해얘기하는것은현역이든,이미은퇴한분이든모두에게참고는될수있다는생각때문이다.

말하자면‘소중한정보의교환’인것이다.

나역시다른분들의‘가장행복한시간’에대해많은얘기들을듣고싶다.

그리고배우고싶다.

오래전에시청했던사극에이런장면이있었다.

동헌(東軒)에서퇴청한사또가평상복으로갈아입고사랑에서책을읽고있었다.

그때,당돌한아전의어린아들이사또에게다가가서질문을한다.

-원님,지금뭐하세요.

-보면모르느냐,책을읽고있지않느냐.

-책속엔뭐가있는데요.

-이속엔모든게다들어있단다.

-밥도있나요.

-그럼,밥도있지.

-옷도있나요.

-물론옷도있단다.

-그럼집이나벼슬도있나요.

사또는미소를지으며부드러운음성으로대답한다.

-얘야,정말책속에는모든게다들어있단다.그러니너도책을읽어야하느니라.

‘책속에모든게다들어있다는’는이말은지금도‘진리’다.

책은부족한인간을‘완성하는’힘이있다.

그래서책을읽는인간은더우수해지고,더효율적이되어상대적으로앞설수있으며그삶이풍요로워진다.

‘읽기’는‘깊이’를더하기때문이다.

때문에많이읽는사람은당하지못한다.

그만큼뛰어난경쟁력을가지는것이다.

내가가장좋아하는것이책이고,

내가가장많이가지고있는것도책이고,

노후생활에서가장많이구입하고있는물건도책이다.

나는언제나내가책을좋아하는사실에대해감사한다.

안락의자에앉으면왼쪽바닥에는언제나10-20권의신간서적이쌓여있다.

내가매일읽는책들이다.

나는지금도어디를가던지책한권은가지고다니며잠깐의짬이라도생기면책을읽는다.

내게있어책을읽는시간은‘가장행복한시간’이며가장생산적인시간이다.

책을읽으면지식-앎이크게쌓이고그만큼의‘깨달음’을얻게된다.

세상을보고,이해하는눈과수준이향상되며동서고금의일상들을읽으면서시간과공간을초월할수있다.

책은언제나스승이자친구이며또동반자이기도하다.

마음이비타민,아침편지의고도원씨는,

‘읽기는사색의기본이다.

매일물을마시고밥을먹지않으면육체가상하듯,읽기를멈추면정신이허물어진다.‘고했다.

인간이책을읽지않으면그정신이가난해지고결국은고사하는것이다.

말라죽은나무의모습이그러하다.

책을읽는시간,그것은사실무엇과도바꿀수없는행복한시간인것이다.

음악을‘영혼이거니는뜰’이라고한다.

육(肉)이노는마당은아니라는뜻이다.

인간의이성이철학을낳고,인간의고귀한영혼이종교를추구한다면인간의정서,그놀라운능력이음악을만들어냈다.

나는개인적으로,

최고의교향곡은베토벤의5번‘운명’이라고생각하며,

최고의피아노협주곡은베토벤의5번‘황제’이며,

그리고최고의실내악은베토벤의피아노트리오7번‘대공’이라고평가한다.

이기준은젊어서부터지금까지전혀변함이없다.

베토벤자신이당대최고의피아니스트였기때문에만들어진곡들이기도하다.

그는17세때모차르트앞에서피아노를연주,그실력을인정받았으며하이든의제자였고살리에르에게작곡법을배웠다.

근자한영란의피아노,김유미의바이얼린,나덕성의첼로가연주하는‘대공’을듣고깊이

매료된바있다.

특히한영란교수의피아노연주는발군의놀라운실력이었다.

오늘도KT의V.O.D.를통해그들의놀라운연주를다시시청했다.

아마도앞으로도자주다시시청할것이다.

나는음악과무관하게지나는날은하루도없다.

어떤날은종일여러곡을듣기도한다.

음악을감상할때마다금관,목관,현악기를배운사실에대해감사한다.

악기를알고듣는것과모르고듣는음악은같을수가없다.

음악을들을때의행복감은독서와는조금다르다.

내게있어그것은정말놀라운순간들이다.

음악을듣기위해가지고있는책들도상당히많다.

공부하면서듣기때문이다.

중학생이었을때부터지금까지가장집중해서듣는음악은바하의올갠곡들이다.

특히맹인연주자인헬무트발하의독보적인연주를좋아한다.

내게있어음악은언제나기쁨의원천이다.

‘악기는인간을다른사람이되게한다’는말이있다.

악기가내는소리는음악이며음악은선(善)이기때문이다.

나는중학교1학년이후지금까지악기를가지고있다.

무엇보다도악기를좋아하기때문이다.

칠순나이에첼로를시작한것도그래서이다.

매일악기를연습하고연주한다는것은보통사람으로는‘특별한경우’라고할수있을것이다.

현악기는어렵지만나는매일즐거운마음으로첼로를연습한다.

내삶의질이향상되는것을느낄수있기때문이며그시간이행복하기때문이다.

그리고악기만큼좋아하는게‘영화’다.

영화는내게있어상상력의보고다.

사람이상상력이부족하면목석처럼딱딱해져서매마른삶을살게된다.

나이들어고갈될수있는상상력을영화가메워주는셈이다.

어제는사이엔드필드감독이오래전에만든영화‘줄로-Zulu’의리메이크판을수십년만에다시봤다.

19세기후반,남아프리카줄루왕국의4000명의전사와100명의영국군이벌인‘독스드리프트’의치열했던전투를그린옛영화다.

오래된영화에는지금은찾아볼수없는‘순수함’이있다.

내게있어영화는삶의반경을넓혀가는중요한방법이기도하다.

영화가종합예술이기에더그렇다.

나이들어서까지도변함없이영화를사랑하는사실에대해늘감사하고있다.

그게누구든글을쓴다는것은,

대단한정신작업이다.글쓰기자체는즐겁기보다는힘든과정이며,특히디테일한자료들을찾고확인하고인용하는일련의작업은사람을지치게할정도다.

그런데도글을쓰는것은그것이대단히비중이큰‘창작활동’이기때문이다.

일주일에한편씩블로그에글을올리는일은생각보다훨씬어렵다.

그러나글을쓰기위한노력자체는대단히생산적인삶의한부분이다.

자료를찾고,plot를세우고,생각들을숙성하는시간이지나면,나는언제나종이에볼펜으로글을쓴다.

창의적인생각은손에의해나타는것이며손으로하는작업이가장창조적인방법이라고생각하기때문이다.

글은,다쓰고난다음에야만족감과행복감을느낄수있다.

자판을두드려글을워드에입력시킨후,정밀한수정과교정작업을하게된다.

대개의경우글한편에다섯번이상의교정을보고있다.

그리고최종적인원고가작성되었을때,나는‘학문하는행복’에깊이빠진다.

과정은어려웠지만글한편을완성했을때의기쁨은그것을상쇄하고도남는다.

학문-공부하는즐거움은그렇게큰것이다.

참새,까치,산비들기,까마귀,백로,그리고커다란철새인큰기러기,오리들,

때로는제비까지내가수로에서만나는친구들이다.

여름에서가을까지는나비,논메뚜기,잠자리,사마귀까지나타난다.

어떤때는전봇대위에거만하게앉아있는맹금류를볼때도있다.

그리고도라지를심어놓은밭을지나면,

상치등푸성귀밭이나타나고더걸어가면마늘밭,논,포도밭,오이를기르는비닐하우스,

그위로는보리밭이있다.

무와배추밭이나타나고더위로걸어가면아주커다란고추밭이있다.

나는네계절을수로의둑을걸으면서겪고있다.

그렇게매일자연속에서걷기운동을하고있다.

수십년째계속하고있는‘걷기’는이제하나의철학적인과정이됐다.

오래걸으면,모든인간은신중해지고,깊이가생기며겸손해질수있다.

그러한마음의보상이‘건강’이다.

나는일주일에주일을빼고는매일한시간씩수로의둑을아주빠른걸음으로걷는다.

혼자서수로를걷는그시간은사색과명상의시간이며자연과교감하는,대단히행복한시간이다.

그래서나는늘감사하고있다.

내건강의원천은단연코‘걷기’라고확신한다.

나의경우,

지금의행복한시간들은은퇴후에갑자기,새로만들어진것이아니라대부분현역일때의생활패턴이이어진것들이라고할수있다.

그것들이더많은시간을얻고더전문적인것으로발전했을뿐이다.

은퇴후의노후생활에서가장무서운적은‘무료-無聊’다.

할일이없어지루하고심심한게그것이다.

무료는사람을늙게하고못쓰게만든다.

그래서‘가장행복한시간’이절실하게필요한것이다.

그게무엇이든,악한것이아니라면,남에게피해를주는것이아니라면자기가즐기는일이있어야한다.

바쁘다는핑계로하루하루미루다보면코앞에다가와있는게은퇴다.

그때는이미늦었다고봐야한다.

그래서중요한게준비와그연속성이다.

‘가장행복한시간’도결국은자기가만드는것이다.

그리고누구에게나가능한일이기도하다.

일상에서행복한시간이많으면그게바로축복된삶이아니겠는가.

행복은절대로특별한게아니다.

일상안에숨어있는,발견되기를기다리는보물일뿐이다.

그래서모두가서둘러준비할일이다.

행복하기위해서는반드시‘감사하는마음’을먼저가져야한다.

감사는행복으로들어서는문이기때문이다.

인생은흘러가는것이아니라채워져가는것이다.-중국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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