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일과.
일기(日記)는,

날마다규칙적으로하루의일을되돌아보면서느낌이나생각을솔직하게적는글이다.

따라서그내용이개인적이고은밀한것이기때문에노출을꺼리는게사실이다.

개인의일에는비밀도있을수있기때문이다.

그렇다면일과(日課)는무엇인가.

날마다되풀이되는일정한일들이다.

대부분계속해서되풀이되는게사실이지만경우에따라서는변경될수도있다.

일기와마찬가지로개인의일과도그내용에서는노출을꺼릴수있는부분들이있다.

날마다하는정해진일이라해도개인의생활방식에따라그내용은천차만별일수

밖에없다.

그래서일과는곧‘삶의질’이기도하다.

일과는그속성상현역일때와은퇴후는크게달라진다.

특히노년생활에서의일과는개인의건전한생활을위한절대조건이된다.

일과내용에따라개인의삶이그근본에서서로달라지는것이다.

어떤면에서는일과를공개한다는것은일기를공개하는것과비슷하다.

일기가느낌과생각의기록이라면일과는구체적인삶의기록이된다.

내가나의‘일과’를공개하기로마음먹은것은한일간지의기사때문이다.

지난7월16일자모일간지의기사제목은

‘놀줄몰라,한국중장년의퇴직후’였으며,

서브타이틀은,

‘놀줄모르는노년64%,취미가없다.’였다.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이‘노후준비지표’를개발해전국의성인남여1.035명에게

적용해보니,

여가활동준비점수가100점만점에48.1이었다.

일곱가지세부항목을종합평가하면응답자의64.1%가준비에관심이없었고,

21.2%만이적극적이었다.

삼성생명은퇴연구소최근조사에의하면,

60대이상남성의경우하루평균TV시청시간이4시간17분이다.

은퇴후생활에대한구체적인준비가없었기때문에TV리모컨을쥐고소파에앉는,

이미죽은생활의길목으로들어섰다는얘기다.

은퇴후노년생활11년차인내일과는,

상대적으로평범한노인의일과일뿐이다.

그런데굳이내일과를공개하는것은다른분들에게‘참고’가되기를기대하기때문

이다.

똑같이나도다른분들의‘노년일과’를보고더많은것을배우고싶다.

말하자면가장절실한문제에대한정보교환의차원이라는뜻이다.

사람은그게누구든죽을때까지배워야한다.

그보다더좋은생활태도는달리없다.

우리의일상에서‘일과’가중요한것은그게삶의‘틀’이기때문이다.

그게건실하면생활도건전해지고

그게부실하면일상이망가지는것이다.

그래서개인일과는‘프레임’이며‘페러다임’이다.

체험적인얘기를하자면,

노년의일과는현역에서의연장이라는점이다.

그만큼구체적인‘준비’의힘은절대적이다.

TV리모컨을들고소파에앉아야하는사람은결코새로운것을시작할수없다.

나이라는물리적조건이허락하지않기때문이다.

그래서과거에갇히게된다.

매일오전5시30분,

내가잠자리에서일어나는시간이다.

자명종시계를준비해놓고있지만대개는그시간에저절로눈이떠진다.

인간의육체-몸은살아있는유기체로서스스로의‘생체리듬’을가지고있다.

잠자는시간과일어나는시간을규칙적으로하는일은생체리듬을살리는첫걸음이며

건강과직결되는일차적인조건이기도하다.

우리부부의아침식사는오전6시.

결혼이후지금까지빵식을하고있으며,

이른아침식사시간은아내의주장인데하루를일찍시작하는것이시간을버는가장좋은

방법이라는것이다.

살아보면그건사실이다.

그만큼오전이넉넉해진다.

그리고7시부터9시까지조간신문을읽는게내일과다.

지금은신문의지면이많기때문에

내가읽고싶은기사,

꼭읽어야하는기사들에대해집중적으로정독하고언더라인은물론,스크랩여부까지

표시해둔다.

노년생활에서종이신문은정보의선별,해설을위해절대적인‘소스’가된다.

종이신문만잘읽어도충분히시대와함께갈수있다.

전혀뒤처지지않는다.

9시에서10시.

월요일에서금요일까지이시간에첼로를연습한다.

폐활량때문에Bb의목관클라리넷을놓고현악기인첼로를잡은것이70세때다.

한인간이그손에악기를잡는다는것은거의혁명적인일이라할수있다.

전혀다른또하나의놀라운세상을살게된다.

악보를읽기위한시각의집중,

음정을정확히들어야하는청각기능의역할,

정확한자리를짚어야하는왼손의촉각과그긴장감,

활을써야하는튼튼한체력,

그래서악기를하는사람은더디게늙고치매에걸리지않는다.

비록아마추어이지만(사실모든분야에서최고로즐기는사람들은아마추어다)

듣기만하는음악에서바하,모차르트,베토벤의음악을직접연주해본다는것은

경이로운체험이다.

그래서은퇴하면악기를시작하라고권하고싶다.

그보다더좋은길이없기때문이다.

오늘은첼로연습대신,

프리메라리가의바로셀로나와소시에다드의축구경기를시청했다.

9개월만에부상에서돌아온다비드비야의모습을볼수있었다.

그는이니에스타의어씨스트로골을넣었고,

누캄프의펜들은열광했다.

나는개인적으로구기종목중축구와야구를아주좋아한다.

경기시청의기준은,

축구는바로셀로나,레알마드리드,

그리고영국의맨유,맨시티,첼시,아스날이며,

MLB는뉴욕양키스와보스톤의레드삭스이고NHK의위성방송인BS-1으로

시청한다.

한편축구의경우A매치는빼놓지않는다.

10시에서11시사이,

점심식사준비를하는데점심은한식이위주이며밑반찬에포인트가되는

한가지반찬을추가한다.

근자에는상치쌈을자주먹었고오늘은‘애호박새우젓볶음’을만들었다.

우리집의점심식사시간은언제나11시

그래서오후시간도넉넉해진다.

11시30분에서오후1시까지는휴식시간이다.

아내는이때이미그려놓은그림들을마감손질하며,

나는음악프로그램들을시청한다.

KT의VOD를통해정말다양한연주들을선택,즐겁게시청한다.

대개의경우KT챔버홀연주들을시청하는데해설,연주모두가일류급이기때문에

하루중아주릴럭스한시간이다.

특별한일이없는한

1시에서3시까지는나의‘독서시간’이다.

지금내가읽고있는책들은,

시빌라이제이션니얼피거슨21세기북스

거의모든사생활의역사빌브라이슨까치

지식의역사찰스벤도렌갈라파고스

측정의역사로버트크리스에이도스

피로사회한병철문학과지성사

거대한침체타일러코웬한빛비즈

금융경제학사용설명서이찬근부키

예루살렘전기사이먼몬티피어리시공사

중국의본심장덕구중앙북스

나의이슬람문화체험기최영길한길사

365일유럽클래식기행김성현아트북스

가차없는자본주의조이스애플비까치

히스토리아주경철산처럼

등이며,

내게있어독서시간은하루중가장중요한일과가된다.

신간기준,연간100권정도를구독하고있으며

책을읽는요령은,

처음부터끝까지읽어야하는책도많지만,

모든책에서‘저자서문’을가장집중해서읽고,

목차를세밀히살펴필요한부분만읽는경우도많다.

독서를많이하다보면저절로그렇게된다.

어떤부분은여러번반복해서읽기도한다.

반드시언더라인을하고있으며그책을다시읽을때는그부분만읽으면된다.

책을읽고생각을계속하는한인간의두뇌는발전할수밖에없다.

정신적으로젊게사는첩경이,그래서독서다.

오후3시에서4시사이,

오래동안계속해온‘걷기운동’을한다.

보통월요일에서토요일까지매일걷기운동을하고있으며50-60분동안4키로에서

6키로를빠른걸음으로걷는다.

시간과거리는그때그때의몸컨디션에따라조정하며걷는장소가수로의둑길이기

때문에매일논과밭사이를걷게된다.

자연으로부터받는큰혜택이아닐수없다.

70대중반인내건강의요체가걷기운동에있음을확신하고있다.

걷기운동은다리가아니라‘의지’로하는운동이며가장간단한것같지만그효과는

놀라울정도다.

걷기운동후에는내몸에맞도록개발한스트래칭을한다.

나는현역이었을때도가능하면엘리베이터대신계단으로다녔다.

계단으로오르내리는것은사실강도높은걷기운동이다.

지금도젊은이들보다내가더빨리,오래걸을수있는것도그덕분이다.

정말걷기운동은모든운동의기본이라고할수있으며건강의요체이기도하다.

오후4시에서5시사이,

걷기운동후의샤워와휴식시간이다.

어떤때는한시간내내안락의자에깊숙이앉아쉬기도하지만,

대개는바하의‘평균율’을구스타브레온하르트의합시코드연주로듣는다.

1,2권48곡을차례로반복해서계속듣고있다.

평균율은서양음악의가장확실한기초이기때문에반복해서듣는게학습효과가

크다.

들을수록그깊이를더하는음악이기도하다.

오후5시에서6시30분,

저녁식사준비와식사시간이다.

아침식사6시,점심이11시,

그리고저녁식사도6시다.

우리집의저녁메뉴는면종류일때가많다.

그만큼저녁시간도넉넉해진다.

오후7시에서8시,

나는카톨릭수지침학교를14개월다녔다.

그리고고려수지침학회가시행하는시험에합격,정식‘수지침사’가되었다.

내건강관리를위해서였으며그생각은전적으로옳았다.

수지침은글자그대로손과손가락에위치해있는345개의인체각부위점을침,뜸,

압봉으로자극,질병을예방하고치료하는방법이다.

수지침은한방도아니고전래의민간요법도아니며한국인유태우가발명한새

치료법인데상당한과학적근거를가지고있다.

수지침에서는‘일뜸이침’이라는말이있다.

그만큼뜸(灸)의효과는탁월하다.

뜸은약쑥을해당부위에올려놓고태우면서그열기로몸의각부위를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수지침에서의뜸은피부에먼저구점지를붙이고그위에서쑥을태우기때문에

화상이없다.

뜸의효과는체험한사람만이알고있다.

나는추운겨울을피해봄부터늦가을까지매일한시간씩손바닥에뜸을뜨고있다.

뜸을많이뜬사람을보면혈색부터다르다.

오장육부가튼튼해졌기때문이며그게뜸의효과다.

나이들어건강하게살기를원한다면단연코수지침을배우라고권하고싶다.

노년의잔병들은거의수지침으로예방,치료할수있다.

8시에서9시,

블로그에올리기위해써놓은원고를읽어보고수정,보완하며,

워드에입력해놓은것도다시열어서오타를걸러내고내용을보강한다.

이시간에는대단히집중적인작업을하기때문에그만큼긴장도가높다.

인터넷을통한자료들의검색도이때에병행한다.

9시에서10시,

KBS1TV를통해뉴스를시청한다.

KBS1을선호하는것은단지광고가없기때문이며

이것이유일한지상파시청시간이기도하다.

10시에서11시,

오전에읽었던신문에표시해둔부분을오려내스크랩하며(크게35가지카테고리로

분류)인터넷을열어여러가지신문들을읽는다.

내일시청할프로그램들을검색하며,

메일과페이스북을열어보고필요한답신을한다.

다음은내가운용하는블로그들을점검하고,새로나온영화DVD도이때검색한다.

필요한인터넷뱅킹도이시간대에한다.

말하자면이시간은인터넷에집중하는시간이며하루를마무리하는시간이기도하다.

그러나블로그에올릴원고를쓰는경우,

밤9-11시사이는내게있어가장힘든시간대이기도하다.

일주일에한번은글을쓰기위해이시간대를이용한다.

준비된자료들을정리하고,

국어사전과옥편을펴놓고정확한어휘를선별하는것은물론,

plot도다시리체크한다.

고도의정신집중과함께한문장한문장을거듭다듬어야하며미진한부분은

인터넷을열어자료검색을다시한다.

글을쓰는시간은내자신이강도높게공부하는시간이며정신적으로발전하는시간

이기도하다.

따라서내게는여러분야의사전류가많다.

원고를쓰는작업은힘들지만그만큼인간적인보람도가질수있다.

얼마전내가운용하는4개의블로그에서방문자합계누계가백만명을돌파한것이

그런사례다.

사실백만명은절대로적은숫자가아니다.

밤11시취침.

아내가내게붙여준별명이‘5분’이다.

머리를베개에대고5분이면잠들기때문이다.

나는깊은잠을자기때문에주변의웬만한소리에는깨지않는다.

노인정에나가지않는것도,

공원에나가벤치에앉아있지않는것도,

무료전철을타고돌아다니지않는것도,

리모컨을들고소파에앉지않는것도,

그렇게할수있는시간이없기때문이다.

다른이유는없다.

평범한일과지만하루24시간이모자랄정도로타이트하기때문이다.

나이들어노인이라고풀어지면안된다.

더빨리늙어버린다.

하루하루를정해진일과에따라규칙적으로,생산적으로살아야건강하고건전하게

오래살수있다.

노년의생활은준비된자에게만행복을선물한다.

그게하늘의법칙이다.

하루가시작되는이른시간에깨어있다는것은그만큼자신의삶에충실하다는

뜻이다.-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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