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굴러가는게 신기해.
근자많은사람들의입에자주회자되는말이있다.

‘이렇게구석구석이썪었는데도나라가굴러가는걸보면신기해.’

그표현은조금씩달라도마음은한가지다.

지금우리나라는정치,경제,사회는말할것도없고,

문화,교육,종교까지부정부패와비리가만연해있는게사실이다.

특히정치1번지인여의도의썪은냄새는천지를진동하고있으며대통령측근으로부터

시정잡배에이르기까지온갖비리와범죄가없는곳이없다.

여기에는언론의보도기능이사회의부정적측면을더강조하는속성도한몫하고있다.

사실긍정적인측면도많지만상대적으로덜알려지고있을뿐이다.

정말모든분야가다썪었다면나라가굴러갈수가없다.

이만큼굴러가는것은긍정적인기능도충분히있기때문에가능한일이다.

현재미국하버드대학의역사학과교수이자명실상부한세계최고석학중한분인니얼

퍼거슨교수는근저‘시빌라이제이션’에서한국에대해이렇게말한다.

‘아시아는1970년대와80년대에도지속적으로성장했다.

한국의성과는그중에서도특히두드러진다.

국민1인당소득면에서1960년아프리카의가나보다도낮았던나라가엄청난발전을

거듭해1996년선진국모임이라할수있는OECD에가입했다.

1973년부터1990년까지한국은세계에서가장빠른속도로성장한국가다.‘

1948년8월에독립한대한민국은,

1949년세계보건기구WHO에가입했으며

1955년국제통화기금IMF에,

1967년세계무역기구WTO의전신인GATT에,

그리고1991년국제연합UN의정식회원국이되었다.

뿐만아니라1996년12월에는선진국부자클럽인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이

되었으며,

2011년기준경쟁력19위,세계경제규모에서10권국가가되었다.

지난런던올림픽에서는종합순위5위의위업을달성하기도했다.

이모두가우리가밟아온단계들이다.

오늘의북한과우리를비교할때,

하나의국가가채택하는체제에서자유민주주의와자본주의시장경제가얼마나

막강한시스템인지는충분히증명되고도남았다.

사회주의종주국소련이볼세비키혁명후한세대도버티지못하고붕괴된것도

같은맥락에서얘기할수있다.

아무리그안에문제점이많다해도오늘의강소국대한민국이여기까지발전하고

계속성장하고있는것은‘체제’의덕분이다.

건국대통령이승만의‘국제적안목’이없었다면어려운일이었다.

여기에주위의반대를뿌리치고중화학-방산업에집착한박정희의애국심이

더해진사실을부인하면안된다.

단초(端初)라는말이있다.

실마리라는뜻이다.

문제해결의실마리라는의미도있다.

비슷한말에단서(端緖)가있는데

어떤일의실마리라는같은뜻이다.

이제온갖장애요인에도불구하고나라가굴러가는‘실마리’에대한일상안의

얘기를해보자.

지금내가서재로쓰고있는방은본래가안방으로서별도화장실이딸려있다.

운동후샤워를할때마다침실에있는수납장에서속옷을꺼내와야하는불편이있었는데

어느날아내는3단의설합식옷장을구입,화장실바로옆에붙여놓은후속옷과양말등을

옮겨넣었다.

그편리함은이루말할수없을정도다.

거의1년이지났을때가운데설합의손잡이가떨어졌다.

자세히살펴보니신주를소재로주물로만든것이었는데설계상오래쓰면손잡이부분을

물고있는몸체가벌어지고헐거워져빠지게되어있었다.

나는아내를통해그설합장이홈플러스매장에서구입한사실을알았다.

매주토요일장을보러가기때문에하루는가구매장에들려손잡이를바꾸려고했지만

직원이보이지않았다.

탁자위에놓인작은안내판에‘무진퍼니쳐’라는브랜드와함께전화번호가있어전화를

걸었다.

직원은12시30분이되어야출근한다는대답이었다.

그때가11시50분,

나는매장안에있는중국음식점만다린에서내가즐겨먹는수초면으로점심식사를한후

시간에맞춰다시가구매장에갔다.

매장의직원은중년의여인이었는데화장이짙었고조금답답해보이는인상이었다.

내설명을들은직원은,

‘우리는3개월전에들어왔기때문에작년에사간물건에대해서는잘알지못한다.’는

것이었다.

나는저간의사정을다설명한후책임자를통해망가진손잡이를새것으로바꿔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다음토요일에다시오겠다고일렀다.

일주일후,시간에맞춰다시그녀를만났을때사장이와서그고장난손잡이를가지고

갔으며지금은출장중이기때문에다음주화요일에직접내게전화를할것이라고

했다.

그러나화요일에되어도전화는없었다.

다음날,나는내쪽에서전화를걸어사장과통화할수있었고일이어디에서꼬였는지를

알게됐다.

문제의핵심은,

가구들은그대로있고판매하는주체가바뀐게아니라

먼저의가구점은전부나가고‘무진퍼니쳐’는새로입점한,전혀다른회사라는점이다.

그중년의여직원은바로그점을내가알아들을수있도록설명하지못한것이다.

답답한인상그대로였으며그건인간적부족때문이라고할수있다.

나는같은가구일뿐사람만바뀐줄알았고,그래서부품교환을요구했던것이다.

화요일에전화를하겠다는약속은지키지않았지만,

그사장은상대가알아듣기쉽게설명했다.

먼저홈플러스에입점해서가구를판업체에대해서는홈프러스의담당자가그들과

연락할수있는방법을알고있을것이니접촉해보라는것이다.

그리고자기가직원을통해받아든고장난손잡이는자기들에게는없는품종이라고

했다.

그사장의설명은아주조리가있었고논리가정연했다.

그만큼나도쉽게알들을수있었다.

말하자면원활한소통이이루어진것이다.

이런과정을새산성이높다고말한다.

홈플러스에전화,

상담원과접속이되었고,나는저간의사정을설명한후이미퇴점한가구점에대한

정보를요구했다.

얼음처럼찬음성을가진그여자상담원은우리가구입한설합장이지난해입점해

있던업체의물건인것은인정했고,내가손잡이에대해AS를받으려고하는점도

알아들었다.

그러나자기들로서는퇴점한업체에대해아는게없다는것과114에물어보면

좋겠다는무성의하고냉정한대답만했다.

인간이그심성이사악하면일이이렇게된다.

한가지건진게있다면그업체의상호가‘엔하우징’이라는것뿐이었다.

불쾌한마음으로전화를끊은후114에문의했지만그런상호로등록된전화는없다는

대답이었다.

할수없이인터넷을열어계속검색했지만같은이름의부동산만뜰뿐,가구점은없었다.

일이이렇게꼬이면잠시접어두는게큰도움이될때가많다.

수색은내일계속하기로하고물러섰다.

다음날,

다시홈플러스에전화,다른여자상담원과접속했다.

내게서저간의긴사정을듣고난그상담원은,

‘어머,고생하셨네요.

그럼제가우리쪽자료를조사,엔하우징과연락할수있는방법을알아낸후

전화를드리겠으니기다려주시면좋겠다.‘는대답이었다.

그리고얼마후전화가왔다.

엔하우징의점주(店主)전화번호를알려줬고,

나는즉시그쪽과접속했다.

그점주는친절하고신중했다.

휴대폰으로그설합장을촬영하고사진과함께문자로주소를알려달라고했다.

그리고이틀후,

그는직접우리집에와서손잡이세개를전부새것으로교체했고,세개를여분으로

주고갔다.

손잡이는자주쓰기때문에또고장이날수있으니그때교체하라는것이었다.

아내가말했다.

‘신사가따로없네.’

그분은그냥장사꾼이아니었다.

인간적으로그이상이었다.

이평범한얘기에서우리는아주중요한단초와단서를찾아낼수있다.

요령부득(要領不得)이라는말이있다.

말이나글에서핵심을전하지못하는부족이그것이다.

짙은화장에만신경을쓰고있는그중년의여직원은그역할에서순기능보다는

역기능에더가깝다.

소비자-고객에게무엇이바뀌었는지를정확하게설명하지못하는,소통을가로막는

걸림돌인것이다.

그리고,우리는알수없으니114에물어보라고하는‘직무유기’의사악한여상담원,

홈플러스같은대형할인매장을경영하는기업의인사-人事수준이이정도라면

문제가있다는뜻이다.

소비자와일차적으로접촉하는창구에이런부적절한직원을배치하는게그렇다는

얘기다.

이두사람은분명히우리사회에서는역기능의‘부정적인세력’이다.

반대로,

논리정연하게,사람이쉽게알아들을수있도록설명하는무진퍼니쳐의사장이나,

연결고리를찾아고객-소비자에게서비스하는여상담원이나,

직접집에까지와서손잡이를교체해주는성실한엔하우징의점주는그역할에서

순기능의‘긍정적인세력’이다.

백분율로나누면40대60이다.

다썪은것같지만나라가이만큼이라도굴러가는것은60%의순기능을하고있는

긍정적인세력이있기때문이다.

사소한것같지만60%가이룩해내는모든생산적인일들의합-合이나라의

‘힘’이되기때문이다.

마지막으로가장중요한것이‘나’다.

건전한민주시민,

정당한AS의요구를굽히지않는소비자.

그래서‘나’는‘우리들’이다.

우리들이건전하면사회도나라도건전해진다.

우리들이있기때문에나라가굴러가고있는것이다.

이비율을30대70으로끌어올릴수는없을까.

아마나라가달라질것이다.

동서고금을통해그방법은딱하나다.

‘교육’이그것이다.

앞을로의세상은‘교육’이결정한다는미래석학들의전망은전혀틀린말이아니다.

교육의요체는,

밥상머리-가정에서시작되어야하고,

유치원과초등학교같은기초교육에서뿌리를내려야한다.

그리고종교의역할이중요해진다.

이제대형불사-大型佛事는접고,

축복대성회에서기복-祈福하지말것이며,

냉담한거대조직으로인간을관리하지말고,

공자왈보다는실천을중요시하는,

윈칙과상식을존중하는건전한민주시민을길러내야한다.

신앙인이기이전에,

건전한인간이먼저이기때문이다.

이제종교는지금과같은역기능,역세속화를끝내야한다.

우리는지금까지우리가이룩한업적들을바탕으로더발전해나갈것이다.

그중심에원칙과상식을알고있는건전한‘우리들’이있는것이다.

똑똑한가구점사장,

친절하고자기일에성실한상담원,

집에까지찾아와부품을교체해주는성실한점주,

그리고정당한요구를굽히지않는소비자.

이렇게평범한사람들의순기능과효율,생산성이나라를굴러가게하고있다.

앞으로도마찬가지다.

산을옮기는사람은작은돌을옮기는일부터시작한다.-중국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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