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찬, 반.
선행학습(先行學習)은,남보다앞서서하는공부다.

전통적인의미에서의선행학습은그대표적인형태가‘예습’이다.

예습은앞으로배울것을미리익히는것이며이에대해복습은배운것을다시익혀

공부하는것이다.

예를들어바둑에서의복기(復棋)가그것이다.

‘예습과복습만제대로해도우등생이될수있다.’는말은그래서빈말이아니다.

예습을기준한다면,

학교공부에서앞으로배울교과목에대해미리공부하는것이기때문에그범위는

학교의교과과정-커리큘럼안에서의선행학습이된다.

그러나선행학습이자기학기에배우게되는교과과목을넘어서거나그목적이학교

안에서의긍정적예습의범위를벗어난다면엄격한의미의‘예습’은아니다.

입시만을위한각종사설학원의선행학습은그래서일반적의미의예습이아니라

특수목적을위한‘기능적선행학습’이된다.

망국과외론이나온배경이그러하다.

이문제는지금도커다란사회이슈로자리잡고있으며공교육이붕괴된가장큰

원인으로지목받고있다.

이번대선에서박근혜당선인은‘선행학습금지’를공약으로내세웠다.

그내용은,

초,중,고교에서학년별로정해진교육과정을벗어나는시험문제출제를금지하고이를

어기면학교,학교장을처벌하겠다는구상이다.

또대학들이논술등입시에서교과과정을벗어난내용을출제하지못하도록하겠다는

계획도발표했다.

이공약에근거,선행학습금지법인‘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제정이추진될것으로

예상되고있다.

그런데이법은사설학원에서의선행학습은포함하지않을방침이어서그효과에

대해의심하는이들이많다.

1980년전두환정권당시‘과외전면금지법’으로선행학습을금지했지만음성적인

과외시장은더커졌으며2000년헌법재판소는과외금지법이공익을목적으로만들어진

것은사실이지만기본권침해의최소성과법익의균형을갖추지못해비례의원칙에

위배된다며위헌결정을내린바있다.

공부를좀앞서서하겠다는것을법으로제한하는것은기본권침해라는의미로해석

할수있다.

먼저선행학습금지법에대해찬성하는쪽의의견을들어보면,

초등학교때중학교과정을,

중학교때고등학교과정을미리배우는것은비정상적인일로서반드시없어져야한다는

것이다.

한주부가신문에기고한글을보면,

서울지역외고에합격한아들이합격의기쁨도누릴사이없이국,영,수평가고사를

봤는데고1전과정을망라한문제가출제됐다.

고등학교교과목에대해선행학습이없었던이우수한아들은졸지에보충수업을

받아야하는열등생이되었다는것이다.

제학기-중학교과정-에배운내용으로평가고사를봤다면이런황당한일은있을수

없지만많은학교에서선행학습을기준으로출제하기때문에‘제철학습’이결정적인

불이익을받은것이다.

다른한가지는,

선행학습때문에제학기의제철교육이부실해질수있다는점이다.

단계별-학년별커리큘럼은선행학습에대한전제없이짜여진교육-교과과정이다.

따라서선행학습없이교육받아야다음단계로갈수있는체계적지식을습득할수있다.

또한가지는,

지금과같은부정적인선행학습을금지해야공교육을정상화할수있다는주장이다.

지금학원에안다니는애는거의없다.

그아이들이내놓고이런말을한다.

‘학교는빠져도되지만학원은안된다.’

공교육이사교육에함몰된정도가어떤것인지를한마디로함축한표현이다.

학원-사교육이공교육에앞선다면공교육의붕괴와함께국가의‘교육’자체가

위험해진다.

모두가아는대로학원은학교가아니기때문에전인교육(全人敎育)이없다.

인격적인간을길러내는곳이아니라는얘기다.

학원은입시만을위한‘답안지작성기술’을훈련하는장사꾼의가게일뿐이다.

사실그들에게그이상의기대를가지는것자체가잘못된것이다.

상업주의는이문만을최고의가치로여기기때문이다.

물론여기에는부분적인전문성에서학교교육을능가하는경쟁력이있는것도사실이다.

학원강사들과학교교사들을수평비교하면어느쪽이우수한지는금방드러난다.

그만큼공교육으로서의학교와교사들이뒤처져있는게사실이다.

더심도있는주장의하나는,

모든학생은그년령대에맞는제학기,제철교육을받아야균형이잡힌,깊이있는

사고력을가질수있다는것이다.

선행학습이제철교육의시간을앗아가는것만큼교육내용이부실해질수있는것은사실

이다.

과일과같은먹거리도제철에생산된것이가장좋은것과같은이치다.

더러는선행학습이정상적인학교교육을방해만할뿐큰유익도없다고주장하며,

일부는선행학습을할수있는학생과그렇지못한학생사이의위화감을염려하고

있는것도사실이다.

학교교육만으로학교시험을소화할수있다면엄청난사교육비를줄일수있다는주장도

설득력을가지고있다.

논리적인주장을펴는부모들중엔,

학교가예습이필요한학생들에게적합한보수교육을제공하지못하고있는현실도

큰문제라고지적한다.

결국문제의핵심은공교육-학교교육이그내용에서사설학원을능가하지못하면

이문제는해결될수없다는결론에도달하게된다.

그래서풀어내기어려운모두의숙제이기도하다.

선행학습금지법에대해그제정을반대하는목소리도결코작지않다.

그들이가장크게지적하는점은전두환정권때처럼선행학습이법으로금지되면

음성적인사교육시장이더커지고위험부담만큼사교육비도크게늘어난다는것이다.

그것은바로가계의압박으로이어질터이다.

어떤면에선한국의사교육시장이공교육을압박하는수준까지성장한것은법이금지

했기때문에지하에서그세력을키운측면이없지않다.

다른하나의주장은,

선행학습금지법이개인의학습권리를지나치게침해한다는것이다.

이미헌법재판소의위헌결정도있었지만이주장은그근본에서상당한설득력을

가질수있다.

또하나의주장은,

어떤학생에게는선행학습이필요하다는것이다.

그학습진도에서평균보다떨어진다면선행학습과같은보충수업은필수라는얘기다.

이런학생들을학교가모두흡수했다면선행학습문제가지금처럼커지지않을수도

있다는것이다.

지금까지의경험으로본다면,

이번에그제정이추진되고있는‘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은사설학원이제외되었기

때문에기대만큼의효과를낼지는의문인것이사실이다.

이법의제정을반대하는학부모들까지도같은걱정을하고있을정도다.

학교들만제재하는것만으로는소기의목적을달성할수없다는비관론이그것이다.

사교육을제외하는경우,

사교육시장에서선행학습을할수있는가정과그렇지못한가정은계층적차별화가

일어날수있다.

지금도이미‘돈없이는공부도제대로할수없다’는얘기가공공연히들리고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빈부의격차자체는없앨수없는것이지만어떤법이나제도가

그것을부추긴다면그건심각한사회문제가될수있다.

선행학습이가지고있는폐해의한쪽뿌리인사설학원도그래서제재의대상이돼야

그근본취지가살아날수있는게사실이다.

물론쉬운일은아니지만거대한사교육시장의반발때문에학원이그대상에서제외

되는것은반드시다시생각해봐야할문제임에틀림이없다.

2012년5월,

신한은행은전국24-59세사이의고객1,524명을대상으로설문조사를했다.

많은통계가있지만금융기관의이조사는그밀도와체감에서각별한바있다.

조사결과전체가정은자녀의교육비로월평균134만원을지출하고있었다.

유치원이89만원,

초등학교가93만원,

중학교가108만원,

고등학교가149만원순이었다.

이조사에서알수있듯이웬만한중산층은사교육비로월100-200만원을쓰고있는

것이다.

심지어는맞벌이하는부부의경우수입보다지출이더빨리늘어나는현상까지있었다.

정도의차이는있지만,

어느집이나사교육에시달리고있다.

아이들은학교공부외에사교육을받느라초죽음이되고,

부모들은그나마팍팍한살림에사교육비대느라휘청거리고,

사교육을시키지못하는가정은‘우리아이만뒤처지는게아닌가’하는불안에사로잡혀

있다.

사교육이한국의가정,한국의학생,그리고우리사회에미치고있는이러한부정적

기능을생각하면지금처럼이문제를방치만하고있을수는없다는것은자명한일이다.

친한파의세계적석학인엘빈토풀러는,

‘한국의학생들은하루15시간이상학교와학원에서

자기들이살아갈미래에는필요하지도않은지식을배우느라시간을

허비하고있다.‘고했다.

선행학습이교육적낭비라는지적이다.

가계가휘청거릴정도의사교육비지출이단지입시만을위한‘기능적훈련’으로끝나는

것이라면지금의학원식선행학습은커다란낭비라고할수밖에없다.

무엇보다중요한것은지금의선행학습이학교에서의예습적기능과학원에서의교육낭비

라는측면에서비교돼야한다는점이다.

앞으로살아갈미래에는그필요성이없는지식을배우느라노심초사하고있는이미망에서깨어날필요가있다.

지금우리사회의가장큰착각은학원의‘입시기능훈련’을‘교육’이라고생각하는

점이다.

학원은이윤을추구하는상업주의일뿐인간을인격적으로길러내는학교는아니다.

또그것을기대해서도안된다.

우리나라의경우국가공교육의중요성은부존자원이없기때문에상대적으로

다른나라보다더중요한문제가된다.

우리의자원은사람밖에없기때문이다.

결국‘입시’라는초미의목표가사교육시장을키웠고예습이아닌기능성선행학습으로

이어졌으며그치열한경쟁에서탈락한백수가백만단위로늘어난게오늘의현실이다.

선행학습의문제는그뿌리가가치관에있다.

그래서가정,학부모의성찰이요구되는것이다.

다른하나는원인을제거하는차원에서의국가교육정책이절실히요청된다.

대학의출제범위와방법이바뀌지않는한학원의수요도줄지않는다.

공교육이정상화되지못하면전인교육을받지못한‘편식인간’이양산될뿐이다.

그부족한부분이국제경쟁력의약점이되는것은불을보듯확실하다.

긴안목에서본다면사교육학원들은과목별전문보습기능으로바뀔것이며

진학률의감소와함께축소될것이다.

그만큼공교육이제궤도에들어설공간이커지는셈이다.

그래서선행학습의문제는지금의문제이지앞으로의문제는아니다.

따라서교육의기본이제자리로돌아오는것은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단지시간이걸릴뿐이다.

내일이오기만을기다려서는안된다.

내일은만들어가는것이다.-가스통베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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