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묘.
망쪼의시작,

망쪼는亡兆로서망하거나거덜날징조,조짐이라는뜻이다.

겉으로는멀쩡한인간조직-사회도내부적으로는붕괴될수있으며인류의긴역사는

그걸증명해주고있다.

1000년의역사를가진제국로마도안에서부터무너졌던것이다.

우리에게는오래전부터회자되어온경구가있다.

‘망쪼가들려면말부터망가진다.’가그것이다.

말-언어는,

인간이그사상이나감정을나타내고생각이나느낌을상대적으로소통하기위한

음성과문자의관습체계라고할수있다.

따라서그사용하는말이정확하고건전하면그사회의내용적삶이건전해진다.

반대로말이깨지면큰혼란이오고삶의질이떨어지며급기야는언어의폭력이

난무하는후진성이나타나게된다.

국가적으로표준어를지키려는노력이그래서생기는것이고학교의국어교육이

중요한것도그때문이다.

말이깨지면결국은다깨지기때문이다.

얼마전어머니와형을살해한엽기적인살이범이경철에체포되어압송되는과정

에서한젊은기자가범인에게다가가질문했다.

‘왜살인하셨습니까.’

말이깨지면이렇게된다.

이질문의정상적이고올바른표현은,

‘왜살인했는가.’

‘살인의동기는무엇인가.’여야옳다.

그기자는‘높임말’의의미를모르거나알면서도잘못쓰고있는것이다.

무식하기때문이다.

말과글이직업인기자가이지경이니무슨말을더하겠는가.

‘주문하신커피가나오셨습니다.’도같은케이스다.

말이나락으로굴러떨어지면이렇게된다.

이런예는들자면끝이없다.

SNS에서망가진말들은이루다열거할수도없다.

말이깨지면그건생각이깨졌다는뜻이고그만큼언어생활이타락했다는뜻이다.

학생들이욕을입에달고사는것도말이깨졌기때문이다.

학생들뿐인가,국회에서난무하는막말을들으면가슴이아파온다.

언어,말의수준이곧정치의수준이기때문이다.

오래된사찰의아름다운나무기둥들은겉으로는멀쩡해보여도거의모두가그속은

흰개미가다파먹어비어가고있다.

쓰러지는것은시간문제일뿐이다.

지금우리사회의언어현상이꼭그렇게되어가고있다.

징조와조짐을가볍게보면안되는이유다.

국.영.수.

대입준비생들에게국.영.수는하늘같은과목들이다.

국어가중요한것은지극히당연하다.

또자기나라말을제대로구사할수있어야외국어도잘할수있다.

영어도이제는국제어이기때문에철저히익혀야한다.

단,지금처럼문장해석중심보다는회화쪽에더비중을둬야실용적이다.

그러나수학은얘기가달라진다.

아니,달아져야한다.

학생이수학을공부하는근본적인이유는,

사물을보는수리개념(數理槪念)을알기위해서다.

삼라만상은수리개념이라는도구가있어야정확히파악하고바르게정의할수

있다.

고1에서고3까지배우고있는대표적인수학과목내용들은,

수와연산,방정식과부동식,도형의방정식,함수,삼각함수,순열과조합등이며

수학1의경우,

지수와로그,행열,수열,수열과극한,순열과조합,확률,통계,지수와함수,

로그함수등이며

수학2의경우,

함수의극한,방부동식,이차곡선,공간도형,공간좌표,벡터,미분법,적분법,

삼각함수등이다.

수능수학은,

수학1과2의미적분과통계기본,기하와벡터위주로출제되고있다.

나도학교에서비슷한내용의수학과목들을어렵게공부했다.

그런데,

모두가인정하듯학교를졸업한후수학전문분야가아닌한,

가감승제(加減乘除-덧셈,뺄셈,곱셈,나눗셈)와구구단(九九斷)외에어떤

수학과목도실행활에서써본일이없다.

쓸일도없다.

한교육시민단체가학부모1천9명을대상으로설문조사한결과99%가자녀들이

수학때문에큰고통을받고있다고대답했다.

이제는이문제도현실적으로접근할때가됐다.

수학전문분야로나아갈학생이아니라면그고통을줄여주는게옳다.

쓸일도없는과목을배우느라고고생할게아니라최소한의수학기본교육만

시키는게현명한처사다.

대신국사의비중은더높여야한다.

시민으로서의자기정체성을가지기위해서도그렇다.

교육에도실속은필요한것이며이제그걸챙길때도됐다.

책읽는VIP들.

대한항공에는시간당1000만원에서2000만원에대여하는VIP용전용기가2대있다.

삼성,현대,기아,한화등은회사전용기가있지만대부분의재벌총수들과고위

기업인들은필요에따라대여기를빌려쓰고있다.

김모란(37)씨는,

대한항공에서16년간스투어디스로일했으며2006년부터3년간‘하늘의집무실’

로불리는대여전용기의승무원으로일했다.

대한항공스튜어디스6.500명가운데에이스가맡는자리다.

나중김모란씨는대여전용기의사무장까지맡았었으며지금은박사학위를취득한후

부천대항공서비스과의전임교수가됐다.

김모란씨는3년동안대여전용기를타면서놀라운사실을발견했다.

재벌총수들,

그들의공통점은‘무서운독서’였다.

‘나는그들을보면서저분은그자리에앉을만하다는생각을많이했다.

처음에는비행기를타면모두가잠을잘줄알았다.

그런데에외없이책을읽었다.

식사후잠간눈을붙인후다시스탠드를켜고책을읽었다.

특히연로하신분들은돋보기를끼고책을읽었는데그모습을보면서깊이감동

받았다.

그분들의독서는밑줄을긋고,따로내용들을메모할만큼집중적이었다.

나에게는엄청난자극이었다.

좋은회사회장일수록책을많이읽는다.

전용기에오를때비서가책을한아름안고오는것이다.‘

우리들이생각하는기준대로라면그들은비행기안에서잠을자거나서류들을

검토할것같지만김모란씨의증언은뜻밖이다.

책을읽는사람들,

한조직의최고봉에있는사람들의공통점이‘책읽기’라는것은시사하는바가

크다.

검색은하면할수록머리가비어가지만,

읽기는하면할수록머릿속이꽉채워진다.

정말깊이생각해볼일이다.

읽기의힘은생각보다훨씬크다.

그리고읽기는성공의지름길이기도하다.

엘시스테마.

지난8월,

유명한잘츠브르크SUMMERFESTIVAL에는엘시스테마운동이만들어낸

‘베네주엘라어린이오케스트라’가초청받았다.

250명의단원들은어렸으며첼로보다작은꼬마도있었다.

놀랍게도그들은‘말러’의1번교향곡‘타이탄’을연주했다.

그곡은내가워낙좋아하기때문에여러연주단체의연주을자주듣는곡이었다.

그만큼그곡을분석적으로들을수있었기에더욱놀랬다.

특히2악장의연주는아주특이하고놀라웠다.

물론잘츠브르크에초청받았으니연습도많이했을것이다.

그러나그날의연주는더큰변수가있었다.

지휘를,

사이먼래틀이한것이다.

그가누군가.

베르린필의상임지휘자,캬라얀을잇는세계최고의지휘자가그꼬마들을위해

지휘봉을잡은것이다.

그는아이들을품고쓰다듬듯이지휘했다.

그꼬마들이타이탄을그렇게완벽하게연주하는것은래틀의힘이었다.

그는아이들을사랑했다.

베네주엘라의엘시스테마운동은,

아브레우박사가시작한것으로그는결혼도못한채이일에매달려늙었다.

빈민가의애들이가는길은뻔했다.

갱이되어총을손에쥐고,그리고그총에맞아죽는것이다.

아브레우박사는그아이들손에악기를들려줌으로서총의세계에서멀어지게했다.

그는본래가과학자이며베네주엘라정부의석유장관을지냈다.

그리고,그는오르가니스트이다.

사이먼래틀이나클라우디오아바도는모두가이음악운동의열열한자원봉사자들이다.

우리교육부도이운동의취지를받아들여지금1600여명의청소년들이손에악기를

잡고연습에열중하고있다.

지난8월12일,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는20개지역오케스트라에서선발한281명의청소년들이

‘신세계’를성공적으로연주했다.

지휘자금난새는연주가끝난후그들이모두퇴장할때까지무대에남아박수를쳤다.

교육부가아주잘한일중의하나다.

음악은그안에‘감동’을가지고있기때문에인간을승화시키는놀라운힘이있다.

이민을안간이유.

1960년대는,많은한국인이미국으로이민갔으며또가려고했던때였다.

나는그때미국인기관에근무하고있었기때문에이민을계획하는친지나친구들

에게많은도움을줄수있었다.

회화연습을위해미국인직원들을연계시켰으며,

여러가지유용한정보를위해직접미국인들을대면할수있도록주선했고,

외환사정이극도로각박했던그때그들이절실히필요로하는달러의준비에도

많은도움을줄수있었다.

그런데,

이민을가기위해가장좋은조건들을이미가지고있던나는이민갈생각을안했다.

한국근무를마치고귀국하는직원중에는자기고향으로이민오면재정보증은물론,

직장까지준비해주겠다는동료도많았다.

그런데도나는끝까지이민을가지않았다.

대단히막연했지만,

나는이민을가면안된다는어떤이유가나를붙들고있었다.

이제나이가드니그이유가분명히보인다.

찾는이가없는‘임자없는무덤’은두번죽는것이다.

나는부모님때문에떠날수가없었던것이다.

맏자식으로,큰아들로서부모님이영민해계시는무덤을‘임자없는무덤’으로

만들수는없었기때문이었다.

나는그보다더큰불효는없다고생각한다.

고루하고낡은사고방식인지는모르지만나는이러한내결정이옳다고생각하고있다.

이민안간일에대해추호의아쉬움도없다.

그리고이러한내가치관에대해흔들림없는확신을가지고있기도하다.

동생들은이러한내마음을모를것이다.

여동생과남동생모두가미국이민을갔다.

이제얼마후면아들손자며느리와함께부모님에게성묘를갈것이다.

동생들몫까지합해,나는두분에게큰절을올리곤한다.

그리고아이들에게할아버지할머니에대해자세한얘기를들려준다.

왜우리가족이‘동작동국립묘지’에서성묘하는지에대해서도일깨워준다.

인간은가족의무덤에꽃을바치는존재다.

그래서만물의영장인것이다.

샘이마르기전까지는물의소중함을모른다.-영국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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