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결혼을 인륜대사(人倫大事) 라고 불렀으며,
인간생활에서 가장 큰 행사라는 뜻으로 인간대사(人間大事)라고 부르기도했다.
그만큼 결혼은 우리의 생활에서 중차대한 의미를 가지는 큰 일이었다.
한남자와 한여자가 만나 결합하고 가정을 이루는일은 법적구속력 이상의 인간의
문화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독신자가 늘어나고 있어도 결혼은 우리가 살아가는 기본적인 방편으로서
그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결혼식의 형식은 여러 가지 있을수 있지만 남녀가 부부로 맺어지는 핵심적 내용은
불변인 것이다.
그래서 결혼은 모두의 축복을 받는것이며 부부로 백년해로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살아서도 한방을 쓰고 죽어서도 한방(합장)을 쓰는게 부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지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최근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의 경우 60세이상 노인남성으로 이혼상담을 요청한 경우가 524명이었다.
2000년의 57명에 비해 10배가 늘어난 것이다.
같은기간 노인여성의 이혼상담자도 254명에서 996명으로 네배 가까이 늘어났다.
상대적 비교에서 보면 노년남성의 이혼상담이 여성에 비해 2배이상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근자에는 결혼보다 이혼하는 숫자가 더 많은게 사실이며 그중 30%이상이 황혼
이혼이다.
결혼한후 30년 이상을 함께산 부부가 나이들어 이혼 한다는 것은 그 이유가 어떠
하든 인생에서는 실패한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높아도,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 결혼생활이 파탄난다는 것은
부부모두가 가장 중요한 삶의 방식에서 실패한 것이다.
이혼은 그릇에 끝까지 남는 금과 같다.
금간그릇은 이미 온전한 그릇이 아니다.
언제 깨질지 알 수 없는 위험한 그릇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상처는 끝까지 상처로 남는다.
이혼상담을 받거나 실제로 이혼을 요구하는쪽이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는 것은 최근
들어 생기기 시작한 현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여자들의 사회적지위가 향상됐고 경제력도 상당한 것은
물론, 과거와 같은 가부장적 가정의 분위기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의 부양을 전적으로 책임지던 가장인 남편이 정년퇴직하고 은퇴생활을 하게되면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가정안에서 존재감이 줄어들고 가족들이 대하는 태도도 달라
진다.
전문용어로‘소외’ 되는 것이다.
집안에서 이미 각자의 자리가 분명한 아내와 자식들 사이에서 ‘자기자리’ 가 없는
떠돌이가 된다.
여기에 자격지심가까지 생기면 자주 화를내게 되고 그럴수록 가족들과는 더 멀어
진다.
이미 현역일 때, 자기에게 힘이 있을 때 ‘자기자리’를 준비하지 못한 업보인 것이다.
그 자리는 아무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철저히 자기가 알아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지금세상은 가족, 부부라해도 경제력-돈이 없으면 모두가 찬밥신세가 된다.
그걸 받아들일수 없기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다.
한번결혼한 부부가 백년해로 하는 것은 그안에 수치로 계산할수 없는 노력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정, 가족은 혈연관계다.
그리고 부부는 애정의 끈으로 연결된 관계다.
자식들과는 끊임없이 소통해야하고,
부부는 애정을 관리해야한다.
권태기를 겪지않는 부부는 없다.
그래서 부부관계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이는 부부모두의 책임이지 어느 한쪽
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부부의 경우는 여행이 한가지 방법이었다.
특히 해외여행이 그러하며 가장 효과가 크기는 자동차여행 이었다.
낯선외국에서 차를 빌려타고 여행 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심과 도전정신이 있어야
된다.
차는 아내가 운전하고 어려운 지도읽기는 내가 맡았다.
둘이 협력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수 없는 여행이 그것이다.
그만큼 서로 의지하게 된다.
이런여행을 여러번 하면 부부는 가장 깊은관계의 ‘나와너’ 가 되며 함께 인생을 살아
가는 동지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노부부지만 젊었을때보다 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그게 어떤내용이든 먼저 형식이 있어야 하는이유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현역일 때, 방법과 수단을 가지고 있을 때 집안에 ‘자기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애들이 장성해서 떠나고 나면 남는방이 생긴다.
그것을 전제로 그 안에 채울 자기것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게 남자의 성(城)인 ‘서재’ 다.
크기는 관계없다.
자기의 영역이 되는 그 공간에는 내가하고싶고, 잘 하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걸 미리준비하는 것이다.
나는 은퇴후에 읽을책을 500여권준배 했으며 들어야할 음악 CD도 600여장 준비
했다.
그리고 은퇴와 동시에 블로그를개설, 지금까지 주1회 글을써서 올리고 있다.
전혀 어떤간섭도 없는 온전한 내 공간에서 독립적인 노후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은 30대의 젊은가장들도 자기집에 ‘자신의 동굴’을 만든다고 한다.
정말 기대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그 준비에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혼을 고민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자기자리’ 는 미리미리 만들어 놓는게 상책중 상책이다.
황혼이혼의 여러 가지 이유중 하나가 돈 문제다.
현역일때는 수입이 있기 때문에 가장은 ‘힘’을 가질수 있다.
그러나 퇴직하고 노년생활을 하게되면 대부분의 경우 경제권이 아내에게 넘어간다.
그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돈이 없는 남편은 자격지심이 생기고 가족들은 돈줄을
쥐고있는 아내편에 서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남편, 아버지는 더 소외감을 느끼고 열등감과 비굴로 이어질수 있다.
가능하다면 남자는 은퇴이후에도 경제권을 가지고있는게 본인, 가족 모두가 편히
사는 길이다.
그래서 은퇴이후 수입이 자기명의여야 하며 모든 생활경비는 자기손을 통해 지출
되도록 조치하는게 현명하다.
방석밑에서 용돈이 나가는 부모가 자식들에게 효도를 받는것도 같은이치다.
늙어 돈 없으면 그게 누구든 찬밥신세가 되고 개밥의 도토리가 된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세상이 그렇다.
반대로 늙어서도 경제력이 있으면 기대이상의 대접을 받는것도 사실이다.
이점 명심하는게 좋다.
평균수명이 짧았을때는 60세만 되어도 장수한 것이 었지만 지금은 이미 80까지
사는게 보통인 세상이다.
결국 황혼이혼문제가 계속 화두가 되는 것은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이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사람이 오래살기 위해서는 사는방법, 삶의질이 중요해진다.
지금의 결혼제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와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스츠콘-졸혼-卒婚’ 이 유행하기 시작했다고한다.
고령의 노부부들이 더 이상 결혼생활 이라는 형식에 구애됨없이 각자 평소
자기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기위해 서로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고 한달에 한번
정도 만나는 새로운 패턴이 그것이다.
이혼도 아니고 별거도 아니며 결혼생활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되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위해 쌍방 합의하에 떨어져 사는 것이다.
디자이너인 부인은 도시에, 농사를 지어보고싶은 남편은 시골에서 사는게 그런경우다.
대단히 합리적이고 건전한 발상이라고 평가할수 있다.
결혼의 틀은 유지하되 각자 자유롭게사는 새로운 형태라 할 수 있다.
자식은 혈육이지만,
부부는 무촌으로 남남이다.
그래서 갈라서면 그대로 남이된다.
황혼이혼은 두사람 모두에게 상처로 남는다.
아무리 좋은 재혼도 초혼만은 못한법이다.
그래서 부부사이라 하더라도 그 관계만 믿지말고 서로가 애정을 관리하고 백년해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생각도, 사는방법도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의 졸혼이 아마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다음이 집안에서 은퇴한 ‘남자의 자리’를 미리 준비하는 일에 부지런해야 한다.
애들이 떠난 빈 공간을 자기의 동굴로 꾸며 안주할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죽을때까지 할 수 있는 자기일을 만들어놔야 한다.
특히 나이가 많아지면 방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더 창의적인 일들이 요구된다.
아마도 취미를 살리는 것이 가장 빠른길일 것이다.
내 경우는 책읽기, 음악감상, 악기연주, 글쓰기, 영화보기, 걷기운동, 요리가 그런
것들이다.
그래서 무료할 시간이 없다.
80평생을 살다보니 부부사이는 젊었을때보다 늙어서가 더 큰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관리가 잘된 부부관계는 친구로발전한다.
이 험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파트너인 것이다.
서로가 더 깊이 의지하게 되고 배려하면서 살수있는게 노년이기도 하다.
지금은 자식도 전과같은 관계가 아니다.
모두가 제 살기 바쁘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부모자식 사이도 소원해진다.
그만큼,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게 부부관계다.
우정도 관리해야 하지만 애정도 관리해야 한다.
처음결혼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보이는 형식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생의 실패작인 황혼이혼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 누구라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가오는 재앙이다.
그래서 바쁘게 살면서도 잘 관리해야 하는게 부부사이다.
우리모두는 충분히 백년해로할수 있다.
황혼이혼예방, 모두앞에 던져진 숙제가 아닐수 없다.
가는실이 꼬이고꼬여 굵은밧줄이 되는게 부부관계다 – 임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