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기자가 음성 해설을 자청한 DVD

원더풀라이프(1998)



▲’원더풀라이프’

이영화의배경이되는‘림보(Limbo)’는죽은사람들이저승으로가기전에일주일간머무르는일종의중간역이다.여기를떠나려면망자는일생을통틀어가장좋은추억하나를골라내야만한다.

어떤이는어느오후의따뜻한봄바람을,어떤이는어머니의포근한무릎을,또어떤이는여자와의잠자리를떠올린다.림보의직원들과망자들의인터뷰를지켜보고있자면,대부분의관객들은지금망자가앉은자리에자신을슬며시대치시켜보게된다.

그리고자신의내부깊숙한곳으로부터솟아오르는수많은질문에직면한다.정말놀라운경험이다.DVD는예술영화전문레이블인‘블랙하우스’에서출시되었는데특이한사항이있다.이영화에깊은감명을받은이동진조선일보영화전문기자가음성해설을자청해참여했다.

현재미국에서연수중인이동진씨는전문녹음실이아닌자신의방에서일반카세트레코더로녹음을진행했다.음질은형편없지만한기자의영화에대한사랑이더많은사람들에게전달되기를바란다.

-출처:http://www.chosun.com/se/news/200505/200505190230.html

비디오나DVD에집중도잘못하면서미국가있는
이동진기자의녹음이추가되었다니호기심이괜히발동한다
격자창이첫장면에나오고… 얼그레이한잔을마시고싶게하는그영화생각에’모란수구’몇알띄워놓고 늦은봄날하루도실없이끝나는이시간에오래된글을찾아본다. *** #어제는무거웠던날

죽은이들이사후세계로들어가기전1주일간머무는limbo
-천당과지옥사이머무는곳이란뜻외에감옥망각이란뜻도있단다-

고색창연하고칠벗겨져허물어진
아주옛날기숙사같은건물로들어서는대문
격자창으로…애쓴연출이돋보이던장면

‘안개속의풍경’으로한사람두사람
검정실루엣을배경으로하고회색빛네모속으로
빨려들듯등장하면서영화는시작되었다.

근래에봤던저예산영화(아니지작가주의한국영화)를보는
불안감을완전히해소시키는장면이기도했다
스토리탤링에만주력하며…예산부족이라고
합리화시키는건핑계가아닐까… 항상느끼는짜증은엔딩크레딧오를때
기절하게많은참여자의이름들을보면서
아…하는것으로자위도해버렸다만

영화내용맥빠지게설명은사양하면서
괜찮은영화한편뭐없나,망설이는분들께
그냥봐줬으면하는당부만드리고싶다 흔찮은소재의일본영화한편좀봐주기도하면서
이왕볼거면예술을문화를지원하는
그기업(태광산업흥국생명)이오래살아남도록,
씨네큐-브,아-트큐브를지원해주는
그건물구경도해보길권한다

1층넓은벽을장식하고있는강익중의자잘한그림들이박혀있고뒤돌아선벽의

홀로그램조명등-작가와제목을또잊어버렸다…죽으면늙어야지-도관람하시길

영화가끝나고바로옆식당몰에서점심을기다리는동안
우리는그영화이야기를아니할수없었다

‘그대의행복했던기억…그날개달고하늘나라’로갈장면들을얘기해보라고…
모두심각하게생각하고있는동안한회원은 "지금…요즈음…"이란말을했었다

딱히나도’요즈음’이면,…이시간이지난후돌이켜봤을때
다시그리워질시간이아닐까….라는생각도해보다가…
아니다사흘의말미를영화에서는줬는데…
한사흘동안나도그기억여행에빠져들참이다

그것보다도어제는참무거운하루였다
영화끝나고밥도먹고약속하나는취소해도
마지막대학로의사이코드라마한건이더있었다

시작시간은있어도끝날시간은아무도모르는…
주제의내용이나난이도…어디로흘러갈지도모르는사이코드라마가

매주월요일방송통신대옆현대자동차지하공연장에서 7:30분에한정신과의사의집요한애착으로
10년훨씬넘게공연되고있다(관람료5000원의실비로…)

어제의주제도참으로무거웠지만공연시작전오후5시쯤
방통대근처어디쯤버스안에서도,길을걸으면서도
너무나눈에잘띄는노숙자들의아주긴행렬을보고야말았다

그행렬끝에는차가운기운으로상대적으로
더욱따뜻해보이는밥과국이김을피워내고있었던것이었다
김사이사이로지친모습의긴기다림을만나고야말았단말이다
밥한그릇과바꾼자존심…그런건사치일게다

다양했다…나이도…차림도…
여자들은없었던거같기도하고…
이상해하면서도더이상여자들을찾으려고
눈을맞출수가없을정도로
그들과나의거리는너무나가까웠었다.

한순간나는가해자라는생각이들기도했었다.
엄밀하게따지면맞는말이기도할까?
노숙자들의행렬은참으로길기도했었다
시위하듯…

어쩔것이냐사이코드라마의제목은’나를찾아서’라는데
나는과연나를찾는그드라마를팽개치고
그행렬끝어디메서포개진그릇하나라도빼내가면서
그들과따뜻한말한마디라도건넬용기가있단말인가
일주일이나기다린약속을파기할용기가있느냔말이지…

나는히히득거리며한편의영화를보기도하고또권하기도하고

안봐도지구안무너지는사이코드라마한편도봐버리면서
잘먹고잘살고있는걸…

P.S:
답글로쓴글이처음의도와는달리
나도모르게무겁게흘러가버렸다
어제본사이코드라마처럼…

아홉살때빨간드레스빨간구두신고헹카치프뱅뱅돌리던할머니가
대역을맡은어린(9살)소녀에게실연을하면서행복해하던표정과
대사한마디없는꼬부랑할머니는여전히뜰안을두리번거리며
마른열매랑낙엽등을주우며…사쿠라꽃잎을담은비니루봉지를
제작자한사람한테전하던장면이자꾸눈에밟힌다 소품으로이용한가짜꽃잎도그녀에겐아름다운추억이었을래나…
그할머니가자꾸떠오르는건 세월이더쌓인후내모습같아서는혹아니었을까… 날짜2001-12-11오후12:00:32 참나무. *** #제목EarlGrey한잔… 영화원더풀라이프를보던날은몹시추웠지요
영화속에서limbo역의상담원들이김을폴폴내면서마시던
얼그레이가어찌나마시고싶었던지….
저는오늘아침에유럽식으로따끈하게우유데워서섞어마셨지만…

또다시남은숙제마무리를해야겠네요
사흘을훨씬지나고도내내답을못얻어서…

"지금현재가가장아름답다…"답입니다

근데이답은,문제에맞는답일지확신이안서거든요
‘과거어느한순간…’이랬으니…딱하나를못찝겠더라구요 -영화속에서도몇몇사람은자꾸바뀌고그러더군요
한며칠파노라마같은좋은추억으로 많이즐거웠다는걸고백합니다-

즉이말은해답을못구했으니

계속limbo역에머무르겠다는소리도되겠지요
천당도지옥도못가고 煉獄에떠다니겠다는소린지도모르겠구요

좀더리얼하게표현하자면죽기싫고

계속남들의아름다운순간을이끌어내는
상담자로남겠다는말도되겠지요…영화속여주인공처럼… 2001-12-17오전10:30:32 참나무. ***

고레에다히로카즈감독의‘원더풀라이프’는

사자(死者)들이이승과저승사이의‘림보’에머무르는1주일간을다룬작품입니다.

죽은사람들은지나온삶의

가장행복했던단하나의기억을선택해서

그장면을영화로찍은뒤관람하고,

그추억만간직한채영원으로사라지게되지요.

이영화모티브를그대로빌려말한다면,

아름답고속깊은걸작‘원더풀라이프’는

올한해상영된수많은작품들중

마음에담아영원속으로가져가고싶은

단하나의작품이었습니다.

이영화는표면적으론

삶에대해거대한긍정으로일관하는것같지만,

사실그속엔삶에대한절망이담겨있습니다.

단하나의행복한경험만선택할수있다는모티브에는

다른모든일들은잊고싶다는소망이

역설적으로담겨있는셈이니까요.

다른사람들과달리

“왜기억하나를골라야하느냐”고뻗대던어느청년이

다른모든일들은잊게된다는설명을듣자

“그렇게되면천국”이라고혼잣말하는장면에

이영화의속마음이담겨있는지도모릅니다.

기억은망각을전제로합니다.

루소는“먼저잊어버리는법을배우지않으면

어떤진리도자신을드러내지않을것”이라고한적이있지요.

결국우리는잊어버리기위해기억하는게아닐까요.

이작품에서가장이색적인설정은

기억을고르는데서그치지않고,

그것을굳이영화로찍게하고

또찍은내용을보게한다는데있습니다.

골라낸기억을영화로찍는다는설정은

내면의선택을외화(外化)하는작업을의미하는셈입니다.

영화를찍거나글을쓴다는것은

결국수많은선택의결과로이뤄집니다.

기억과망각의관계처럼,

글로적힌하나의문장은

적히지않은수많은다른문장들을전제하지요.

이야깃감을선택하고이어붙여서

줄거리를지닌영화로만들어내는일도,

그렇게보고싶고남기고싶은것들만골라내는작업의결과물입니다.

창작작업의가치는

삶이그같은원리로작동하지않는다는데있는지도모르지요.

영화엔편집이있고글에는구두점이있지만,

삶엔그저수많은길흉화복이,

아니길흉화복이랄것도없는지루한시간들이

끊이지않고뭉쳐흘러가는경우가많으니까요.

기억이든영화든문학이든,

그것들은사실단절을바탕에깔고있습니다.

그런것들은지겹고수동적인연속속에서

짜릿하고능동적인불연속을꿈꾸는작업입니다.

단단한문장과정련된샷(Shot)만으로삶을재구성하려는바람이지요.

추억이란것도따지고보면

삶에서특정사건을토막내고박제화함으로써

불연속적매듭을만드는일입니다.

선택한한가지가

포기한나머지전부보다더가치있다고말하는‘원더풀라이프’에서,

한사람의정체성은사실특정기억자체가아니라

그기억을선택하는작업에담겨있는셈입니다.

선택은결국면을선으로,

선을점으로만들어손아귀에쥐고야말겠다는소망입니다.

그것은가능성의이름으로우리를옥죄어오는시간이란살을,

삶의뼈에서발라내려는몸부림입니다.-이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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