較 行

지리산이었다.

세석에서영신봉가는갈림길.원추리,개망초,물봉선화등

여름야생화가넘실거리는안개속에지천으로피어있었다.

그곳에내가있었다.

영신봉쪽에서누군가걸어오고있었다.

지친걸음에안타깝고안쓰런표정.친구부인이다.

하얀소복차림.치마가랭이가이슬과흙에만신창이다.

그갈림길에서둘이는누구를기다리고있었다.

산새가울고있었다.물초롱새의울음이다.

반대편장터목으로난길에서누군가가또걸어오고있다.

사부작,사부작거리는걸음걸이다.

휘뿌연한모습이저만치앞에서다가온다.

친구다.삼베적삼을걸쳤다.

전화속,고향친구의대답은그다지마뜩치않아보였다.

전화번호를가르쳐달라고했다.

작년에죽은친구,그친구의일주기가지나갔다.

알고는있었지만,어떻게추스를새도없이그냥망연히지나갔다.

그친구의부인이생각났다.어떻게지내고있을까.

듣기로는서울로올라왔다는데,소식을끊고있다는것이다.

전화라도한번해보자는생각에고향친구에게

전화번호를묻고있었던것이다.

그친구는모른다고했다.그러면서덧붙이는말.

괜히전화하지마라.해도안받을지모른다.

다른고향친구에게다시물었다.

비슷한대답이다.

알기는안다.지금은없다.집에있다.그러나안하는게좋을것이다.

여러얘기들이오갔다.

부인이왜그러는가.

모르겠다.모르겠다.그심사가오죽할것인가.

얘기중에뭔가착오가있었다.친구죽은날짜에혼선이생긴것이다.

그친구는아직일주기가안됐다는것이다.

나는지나간것으로알고있었고.

어쨌든그친구는집에들어가는대로알려준다고했다.

만장을든친구.

얼굴이해맑다.알듯모를듯희미한웃음.

부인은슬픈얼굴이다.여보,여보…

내가가운데섰다.

가자,가자,인자같이내려가자.

친구와부인의팔을함께잡았다.그리고영신봉쪽으로한걸음.

그러나친구는발걸음을옮기지않는다.

잡힌팔에도버티는힘이느껴진다.

여보,가입시더.인자고마같이내려가입시더.

흐느끼는부인.그모습을지긋이바라보는친구.

말은없다.

그러나그표정은이렇게말하고있다.

나는안내려간다.너거들끼리내려가거라.

내가다그친다.

안내려가면우짤끼고.

나는가던길로그냥간다.그냥지나가게해다고.

잡힌팔을뿌리친다.그리고는우리들을그냥지나치려한다.

부인앞에잠시섰다.한참을바라다본다.

당신은산사람,나는죽은목숨.

우리는함께갈수가없소이다.

그냥이렇게지나칠수밖에없소이다.

고향친구로부터의전화.

전화번호는아직못찾았다.

어디엔가있을것이다.찾아서알려주마.

그리고또덧붙인다.

전화해봤자안받을낀데…

또친구의일주기날짜로티겨태격했다.

나는확신하고있었다.

친구죽기전,사나흘전통화한기록이휴대폰에있다.

고향친구는더확신하는말투다.

그라모내다이어리가거짓말한단말이가.

전화를끊고휴대폰통화기록을체크해봤다.

아,고향친구의말이맞았다.

나는6월6일로알고있었는데,7월6일이었다.

친구와의마지막통화는7월2일이었다.

어쩌면그렇게될수가있는가.

그게오락가락할수가없고,그럴사안이아니다.

충격의그날을나는분명히기억하고있었기때문이다.

그런데나의확신이틀린것이다.왜그럴까.

친구는꿈에서처럼나를비켜가고있는것인가.

나도비켜가야하는가.

그러면나는어디로가야하는가.

生死의구분이그런것인가.

步步一切生獨路

친구여,다시한번명복을빈다.

아프지않고걱정없는,

좋은곳에서기다리고계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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