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막걸리를 마시며…

막걸리마시기에좋은날이야…

선배는전화속에서좀들뜨있었다.

꾸무적한오후,

거리엔비가줄줄내리고바람이몰아친다.

그집까지얼마안되는길인데도홍건히젖었다.

선배는먼저도착해있었다.

집엣걸좀따서갖고오마했던방아잎이테이블에놓여있다.

젊은사장은없다.대신젊은여인이수발을한다.

이거방아잎인데,부추전에넣어부쳐주소.

여인은방아를처음보는모양이다.방아를잘모른다.

그럴것이다.

방아잎은경상도에서만향신료로먹고있는것아닌가.

아무렴어떤가.부추전버무릴때함께넣으면되는것이고.

묵한접시와방아잎넣은부추전한접시,그리고막걸리한병.

한잔을들이키니귀가뻥뚤리는느낌,그래서인가

지붕을두들기는빗소리가더가깝게들린다.

시장거리는뿌옇다.내리는비가거리를완전히덮은형국이다.

세상사,고해와같은것이다.

싫컨좋컨닥칠것은닥쳐오고소멸될것은사라져갈것이다.

닥쳐오는것에흽쓸리고사라져가는것에몸을맡기는것,

나는그걸미망(迷忘)이라고하고싶다.

인간은결국미망속을헤매는미약한존재일뿐이고.

이렇게비오는날무얼할것인가.

정다운벗과함께저자거리에앉아막걸리를마시는것외

다른어떤깊고즐거운일이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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