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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시장의 맹수 스타벅스,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

전 세계 스타벅스 진출국가 / 사진 = 위키백과
전 세계 스타벅스 진출국가 / 사진 = 위키백과

성인 한 명이 1년간 마시는 커피는 약 348잔이라고 한다. 1년 내내 커피를 달고 산다는 것이다. 그를 증명하듯 점심을 먹고 난 시간대면 각종 커피숍들은 커피를 사들고 학교나 회사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 중에서도 굳건히 매출액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단연 스타벅스이다.

 

커피시장의 맹수 스타벅스

최초의 스타벅스 매장은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개점하였다. 1992년 기업 공개를 하면서부터 스타벅스는 165개의 점포를 소유한 커피점 체인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반세기도 지나지 않은 현재, 스타벅스는 64개국 20,0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스타벅스는 1999년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처음 생겼다. 이듬해 12월, 스타벅스는 신세계와 공동 투자로 ‘스타벅스 코리아’를 설립했다. 스타벅스 매장 수는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2017년 1월 기준, 스타벅스는 약 100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강남역 인근 스타벅스 매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근처에는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서 있다. / 사진 = 스타벅스 홈페이지
강남역 인근 스타벅스 매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근처에는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서 있다. / 사진 = 스타벅스 홈페이지

한집 건너 한집 꼴

서울 시내 웬만한 큰길에 서서 주위를 돌아보자. 스타벅스 매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타벅스 외에도 수백 개의 커피 전문점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커피 전문점만 최소 서너 개, 최근 커피 사업에 뛰어든 편의점까지 합치면 족히 7~8곳은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타벅스는 매장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전략을 택했다. 강남역을 기준으로 그 인근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수만 열 곳이 넘는다. 하지만 모든 매장들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왜 스타벅스는 여러 개의 매장을 한 곳에 낸 것일까? 스타벅스는 새 매장을 낼 때 유동인구가 뒷받침된다면 매장 간 거리나 카니발리제이션(한 회사 제품끼리 점유율을 잠식하는 효과)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는 스타벅스가 직영점만 고집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가맹사업은 상권 보호를 위해 가맹점 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지만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는 수완이 좋은 지역에 전략적으로 신규 매장을 낼 수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업계 추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0% 이상 늘었다.

 

▶ 스타벅스, 한국에 어떤 영향 미쳤나

 스타벅스는 한국에 실로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스타벅스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 ‘테이크아웃(take out) 커피’가 시작되었고, 그것은 곧 문화가 되었다. 스타벅스가 등장하기 이전,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는 다방에 앉아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길거리에서 들고 다니며 마실 수 있는 커피의 등장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혁신이었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의 최초 커피 전문점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1998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강남역의 ‘할리스 커피’를 제외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커피 프랜차이즈는 스타벅스를 필두로 생겨났으며, 외국계 커피 프랜차이즈 진입도 이때 시작되었다.

‘스타벅스는 커피 전문점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스타벅스가 커피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커피잔 안에 담긴 커피뿐만 아니라 커피잔 밖의 분위기와 환경, 브랜드, 그리고 이미지를 판다는 의미이다. 메뉴판을 가득 채운 커피의 이름들을 처음 본 이들은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망설일 정도로 스타벅스는 새로운 입맛의 보물창고가 되었다. 또한, 한국의 스타벅스는 외국의 스타벅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공간을 차지한다. 커피 전문점을 단순히 커피를 구매하는 장소로 인식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커피 전문점은 친구들 혹은 연인들끼리 수다를 떠는 장소, 공부를 하는 장소, 누군가와의 만남의 장소를 의미한다. 이같은 요소들은 소비자가 심정적으로도 ‘밥보다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를 한다’고 믿게끔 만들었으며, 상향된 문화를 향유하고 싶었던 소비 집단들에게 일종의 과시적 욕구 충족의 기회를 주었다.

▶ 무엇이 스타벅스를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스타벅스는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기존의 커피 시장과는 달리 가장 좋은 아라비카종 원두만 사용했다. 또 원두 로스팅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기하고 하루를 근무하는 파트너라도 한 달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고급 이미지를 형성했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는 다른 어느 카페보다 ‘커스텀(custom)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다. 고객의 취향대로 재료의 양을 가감할 수 있다는 점은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001년, 스타벅스는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무선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로써 최신 기술 동향을 잘 따라가는 젊은 기업이라는 평을 받으며 주 타켓층인 2, 30대를 끌어모았다. 2010년이 지나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장시간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매장 내에 아예 콘센트 수를 늘렸다. 스타벅스의 기술 혁신은 모바일앱 ‘사이렌 오더’에서 잘 나타난다. 사이렌 오더는 2014년 최초로 실시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최근 2000만 건 결제를 돌파하며 하루 평균 결제의 13%를 차지한다. 바쁜 현대인들이 혼잡한 시간대에 오랜 시간 기다릴 필요 없이 간편하게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편리성이 사이렌 오더의 인기 비결이다. 또한, 차 속에서 주문뿐 아니라 상품을 건네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T) 매장을 운영한 것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생활권이 확대됨에 따라 더욱 다양해진 소비 스타일에 대한 대응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타벅스는 커피라는 하나의 제품 판매에만 주력한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이미지를 상품화하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판매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즉, 소비자들은 1,000원 이하의 자판기용 커피 또는 캔커피를 마시는 대신 5,000원 대의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초기에 사람들은 다소 비쌌던 커피의 가격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으나 이러한 고가 전략은 궁극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나라에 맞게, 정서에 맞게‘ 스타벅스의 현지화 전략 

스타벅스는 한국만의, 그 지역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메뉴를 개발하여 한국인들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전통 간식을 한국 매장 특화 메뉴로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옥고감’이라는 푸드를 주문하면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구워준다. 제주도에 가면 ‘한라봉 그린티 레몬에이드’, ‘한라봉 그린티라떼’, ‘꿀 땅콩라떼’를 먹을 수 있다. 오직 제주도 스타벅스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한정 메뉴이다. 이처럼 고객들의 취향과 지역별 특색을 반영하는 메뉴 차별화는 스타벅스가 정상을 차지하는 비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옥고감' / 사진제공 = 스타벅스
스타벅스에서 제주도의 특색을 살린 지역한정 음료를 선보였다. 음료이름은 제주 꿀 땅꽁라떼. / 사진제공 = 스타벅스

물론 스타벅스가 그 출발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성공으로 커피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커피는 소비자들에게 ‘밥보다 비싸다’는 인식보다는 ‘후식,’ ‘출근 및 등교 필수품’ 등의 의미로 정착했다. 또한, 스타벅스는 학교나 직장으로 인해 지친 현대인에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문화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의 신제품이 나오는 날이면 새벽부터 사람들이 그 앞에서 줄을 서곤 한다. 이같은 측면들을 모두 고려할 때, 스타벅스는 단순한 외국 커피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 사회 전반을 뒤흔들어 놓은 스타벅스의 행보를 앞으로도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