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모래위에 쓴 주소
모래위에쓴편지

한여름그렇게병원생활을하며지내던

뜨거운여름날토요일호후였다.

몇명의병실동료와침대시트등개인의세탁물을들고병원뒤쪽에흐르는시냇가로

나가몇명은세탁을하고나와몇명은천렵을하며즐겁게놀았다.

냇물의하류는곱고빨간모래사장이고상류쪽은수심이깊은곳이무릅밑정도이며

군데군데돌로제방을쌓아놓았고

우리는물속의그바위틈에손을넣어모래무치와붕어등을잡으며놀았다.

우리가잡아가는물고기는기간병들과함께끓여먹으며돈독한정을나누는매체가되었고

그것으로병실의동료들까지도아주편안한생활을할수있었다.

몇번인가우리가세탁을하러가는날이면건너편에4~5명의아가씨들이놀러와몇시간을

보내며무엇이그리즐거운지까르륵거리며웃어대고있었다.

우리와농담(언제퇴원하는가?집은어덴가?등등)을하기도하고또그들과몇번을보게되니

서로경계심없이그렇게지내는시간이즐겁기도했지만

그녀들은냇물을사이에두고우리가세탁을하거나물고기를잡는모습을보기만할뿐이지

우리쪽으로오지는않았다,

우리들은가끔딱딱한군생활에서외출하여그렇게보내는시간이즐겁고행복한시간이었기에

더욱자주세탁을핑계로자주나오게되었다^^*

나는그중에한아가씨와눈이몇번마주치면서그냥환하게미소지어주었던키156cm.

50kg정도의체격에목소리도고운묘령의아가씨(은숙;가명)가나와삘이꼬치게되었다.

그녀는일행중제일활달하고이성간에대화중에도자신의의사를뚜렷하게표현하였으며

5명중에언니라고불리었다.

몇번이나만났을까?

그날도그녀들은우리를만나려고거기에나와서우리를반기고있었다.

약10여미터거리를두고이런이야기저런이야기를나누었는데나와그녀의관계가

그녀들끼리는냇가에서만난연인사이라고놀리기도하는것같았다.

그것은가끔은수줍어하며얼굴을붉히는그녀의모습을보면알수있었다.

그렇게서서히정이들었던우리사이도언제인가는헤어질거라는생각은한번도안하고

그냥그렇게만날수있다는기쁨에언제나가슴이벅차있었다.

그러나….

어느날인가?헤어질시간이되어내일도만날수있느냐고물었더니

이제는못온다고하는데그순간얼마나가슴이메이던지…

병원으로돌아오는길…..

너무아쉬워그녀들을뒤돌아보며손을흔들고

또돌아보며손을흔들며그렇게돌아오면서절망감으로고개를떨구고잠시걷다가

모래위에찍힌발자국을본순간방주연이부른가요가불현듯생각이났다.

"바닷가모래밭에손가락으로그림을그립니다당신을그립니다

코와입그리고눈과귀턱밑에점하나~입가에미소까~지

그렸지만은아~아~아~~아마지막한가지못그린것은

지금도알수없는당신의마음~~~~~~~"

그렇다~~!

여기모래밭에내주소를쓰자그리고편지를기다리자^^*ㅎㅎㅎㅎㅎ

춘성군신XXXXX육군101후송병원이비인후과병동박문규.이렇게빨간모래밭에손가락으로

큼직하게주소를쓰고그녀를향하여두손메가폰으로소리쳤다.

"은숙씨~여기내주소를적어놨어~편지해~꼭이요~알았죠?"

그녀가알았다고손을흔들며응답해왔다.

"예~알았어요~^^*"

그렇게헤어지고다음날부터다시는그곳에서그녀와그녀의일행을볼수가없었다.

이제는그녀를못만날것이라는생각에가슴아리게지내기를꽤여러날이되었다.

얼마전에입원하며차트사운운했던서울친구이X선이내자리로찾아와한마디한다.

나중에술살일이있다고하며퇴원하면사단으로원복이아니고바로군단으로발령이

날것이라고한다.이게무슨소린가?

내신상문제라궁굼하고호기심에물어보았더니방석집에서술이나코가삐뚤어지게

살준비나하라고만하고입을다문다.

아무튼좋은일이있는가보다하며반신반의하며지나갔다.

그러던어느날……..

먼저점심을먹고온간호조무사가면회실에누군가가나를면회를왔다고가보라고한다.

누가면회를왔을까?

혹시그녀?잠시지만면회실로가는동안나는그사람이그녀이길마음속으로

간절히,간절히바라고있었다.

또한인천의집에서는면회를올이유가하나도없었다.그렇다면누굴까?왜왔을까?

넓은면회실이거의자리가없을정도로많은사람이있었다.

면회실에들어가사방을둘러보는데저쪽창가에앉아서나를보고

반기며손을들어흔드는사람이보였다.

"여기요~"

하고…..

오~~감격의순간,

그녀였다,그곳에그녀가보였다.

하얀부라우스와파란진바지를입고말꼬랑지머리에하늘색리본을단청순한용모의은숙양,

그녀가그날내가모래위에써놓은주소를보고여행에서돌아온후나를찾아온것이다.

그녀가일어서서다가가는나에게예쁘게웃으며인사한다.

"그동안안녕하셨어요"

나는반갑고너무좋았다,아니황홀했다.

"은숙씨~!"

"반가워요그런데어떻게갑자기이렇게오셨어요?"

"어데좀갔다가어제집에돌아왔어요그리고시간이조금나서인사하려고왔어요"

하고웃으며탁자위에있던바구니를풀어놓는데곱게빚어진김밥과토스트그리고

음료수였다.

"점심만들어왔어요점심않드셨죠?"

온갖아름다운말을다동원해서그녀에게기쁜마음을표현하고싶은데별좋은말이

생각이안난다.

그녀를이렇게가까이서보는것이오늘처음이었다,그리고이여인이이렇게지고지순한

모습일줄은몰랐었다.

내눈에는한마디로맏며느리에현모양처감이다.

아마도나의부모님께서보셨다면한눈에반하셨을며느리감이었다…

"은숙씨도같이먹어요그래야더맛이있을것같아요"

나와그녀는처음부터시냇가에서만나그렇게인연이되었고헤어짐이아쉬워가수방주연의

"당신의마음"처럼모래위에급히써준내주소를보고그녀가찾아온것이었다.

(그녀의모습을이렇게그렸다1969년작)

그렇게맺어진나와은숙양의만남은얼마간계속되었다.

당시는그녀나나나연락할전화도없었기헤어질때언제몇시에어데서만나자고약속을하지

않으면그녀가나를찾아면회를오는수밖에없었다.

우편으로는소식을전할수있었으나편지가오고가는시차때문에병원생활이1개월이

남지않은나에겐몇번의서신을나눌수가없는처지였다.

그리고호전되어가는나의병세에군의관과간호장교의잦은검진과면담이계속되며

왼쪽귀의고막이새살이나오며재생되어자연치유가되고있다는낭보도기뻤지만

두살아래인은숙이를사귀게된것도큰행운이아닐수없었다.

특히나병실의모든친구들이나와그녀의교재가모래밭연정이며소설속주인공같다는

재미있는말을해줄때는무척즐거웠다.

1969년9월16일진료실에서돌아와병실에서미녀간호장교의초상화를펜으로그리는등

서서히병원생활을마감할준비를해나갔다.

(간호장교김X자중위101병원에서제일미인이었다)

군단사령부,전소속사단,병원등3개부처에서어떻게조율이되었는지는모르지만

원소속복귀쪽이우세하지않을까?하고생각을굳히고있었다.

그랬던다음다음날,

느닷없이계급과명찰이없는가죽점버를입은건장한체격의40대남자가병실로들어오더니

나를찾는다.

"박문규~박문규가누구야~?"

환자복을입고있는내가그앞에나가서며

"접니다!"

계급도명찰도없는그사나이는나를위아래를흝어보더니

"당신이박문규요?찝차에타시오~!"

하고,순간내머리에친구이X선의말이스치듯생각났다,술살일이있다던…

"복장과옷좀갈아입고관물좀챙.."

"아니요그냥타쇼관물은나중에찾으면되니까"

대답이필요없고핑계가필요없는상황이었다.

그렇게환자복을입은상태로밖에서시동도안끄고기다리던Jeep에올라탔다.

그리고그차는10여분을말없이어데론가흙먼지를날리며달려갔다.

은숙양과는그렇게헤어지게되고말았지만약10일정도뒤에101병원인근에서배회하는

그녀를다시보게되었으나작전차에타고있던내가내릴수없어서

만났다는기쁜순간이풍선처럼파란하늘로날아가고말았다.

차를세우지못하고신작로저끝으로멀어져가는나를바라보는애수에젖어있던

그녀의눈빛이내가슴에서두고두고지워지지않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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