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불밑에서엄마가밀가루푸대로바느질을하고있었다.
자세히살펴보니아버지가입을사각빤쓰였는데빤쓰가랑이안쪽으로바지주머니
비슷하게천을더대어주머니를깁고있어서물어보았더니
"넌몰라도돼"
하며어두운지등잔불을바짝끌어놓으며계속일을한다.
자세히보니양쪽다리안쪽부분에바지주머니같은주머니를속옷가랭이안쪽으로만들어
바느질을하고있었다.
내가볼때분명히사각빤쓰인데주머니가안으로달려있고있고허리는고무줄이아니라
천으로끈을만들어넣고바느질을끝내느데왜그렇게만드는지이유를물어봐도
나는몰라도된다며공부나하라며등잔불을밀어낸다.
속옷끈을고무줄로하면속에들은곡물의무게로속옷이내려오므로안된다고한다.
괭이부리에서곡물하역작업이시작된것이다.
아버지는매일이속옷을입고일을나가배에서하역작업을하며밀이나옥수수와콩등을
삽으로퍼옮길때가끔허리춤으로흘리고속옷주머니에약한되정도의곡물이채운다.
그리고작업이끝나집으로오면많을땐1되정도의곡식이모아지고이렇게몇일을모아서
돈을만들고급료는급료대로받아아껴쓰고하루두끼만먹으며악착같이모았다.
곡물하역작업을할때는최소한우리가한끼먹을정도의부수입은가끔만들수있었다.
또,노무자들의가족인부인들과같이엄마도양철다라이를들고한구석에앉아대기하고
있다가하역이끝나고물이썰며는뻘로내려가배밑주변에흩어떨어진뻘이묻은곡물들을
모두긁어담아뭍으로갖고올라와물로씻어내고
고개가부러질정도로물에젖어무거운곡물부스러기들을한줌이라도더머리에이고
집으로갖어간다.
물론이모든것들은극히적은량이라감독자나반장들의묵인도있었고품삯이너무박해
화주나선주들도심하게단속하지는않았다.
그러다보니가끔은노무자들이푸념을하며일부러조금씩배밑으로흘리기도했지만…..
석탄이나콕크스를하역하고물이썰면배밑에는흘린석탄보다삽을든사람들이
더많을때도있었다.
이렇게줏어모은석탄한다라(약15~20kg)가300~500환으로흰쌀한되값이넘기도했고
엄마들은이렇게힘들게배밑에서줏어담은석탄을팔아번돈을아끼고아껴아이들을
가르키고저축을하며하루하루를살아갔다.
수많은노무자들이뼈가으스러질정도로힘들게일하고받는임금이겨우쌀두어되
값이지만그래도이곳은인간이최소한으로먹고살수있는일자리가있었다.
괭이부리는언제나사람이들끓어땀냄새가났고,바다의비릿내가났고,
고단한인생의삶과애환의노래가울려퍼졌다.
누룩으로빚은막걸리나주정에물섞은35도짜리소주를먹고감정이겪해져
침과피를튀기는다툼도있지만그것은각자의이권분쟁에서가끔벌어지는일이었다.
나는이렇게일하는아버지와엄마를몇번따라가보았지만검은얼굴에비지땀을닦으면서
두분모두나에겐힘든내색은하나도하지않고오히려
"공부잘해야한다공부잘하면커서이런일안하고편하게산다"
는말만하고엄마가들고간막걸리와삶은고구마와김치로요기를하고또일을하고자
배로올라가며집에가서동생들과나누어먹으라고10환으로스폰지같은누런소다빵
반쪽을사준다.
ㅋㅋ얼마나좋았던지입에서단침이절로넘어간다.
깡충깡충뛰면서집에오며커다란빵의한족끝을조금잘라서입에넣었더니자를땐
큰줄알았는데입속에들어가니푹사그러들어목구멍으로넘어가는것도없었다,
하지만,
그래도달짝지근하고고소한소다맛도나서향기도좋고맛도있었다.
아버지,
우리아버지,
얼마나힘이들었을까?
일이끝나고기진맥진한모습으로집에오셔서씻지도못하고방에주저앉으며5환을주며
설탕을한봉사오라고해못난네구멍가게로가서5환짜리50g드리백설탕을한봉사다
드렸더니물한대접에다설탕을풀어벌컥벌컥마신다.
내가빤히보고있는데도나는한모금도안주고….ㅠ,ㅠ
나는나중에빈그릇을치운다며대접을들고나와바닥을핥아보았으나
별소득이없었다.
아버지에게는설탕물한대접이지친몸을풀기위한피로회복제역할을했던거였다.
그렇게잠시쉬고는마당에나가오늘의집안일을마무리하시고는다음날아침에또4시
통금해제만되면괭이부리로출근을하셨다.
그러기위해선엄마는늘아버지보다먼저일어나부엌에나가보리밥이지만따듯하게지어
밥을드시게했다,두분모두얼마나힘이드셨을까?
그때,말로다표현못하는고생하셨던모습을생각하면지금도내눈에는눈물이고인다…
아버지와엄마,그리고동생셋이잠이들때까지나는웃목에있는조그만상앞에앉아
검은끄름이천정으로길게올라가며흔들리는등잔불밑에서많은꿈을키워나갔다.
이담에커서꼭유명한만화가가되겠노라고…..
만화가가되어돈을많이벌어서아버지와엄마그리고동생들과고래등같은
기와집에서편안하게살며행복하게해드리겠노라고…..
나는만화가의꿈을꾸며그림만전념하였고,내가그린그림은항상선생님이교실뒤
그림판에붙혀주셨는데그렇게즐겁고자랑스러울수가없었다.
불조심포스타도그랬고,식목일나무를심자는포스타도그랬고,상기하자6.25포스타도
그랬다.
그러나인천사생대회에나경기도사생대회는한번도참가하지못했다.
이는규모가큰대회를나갈땐월사금외에미술도구비용이들어가므로아버지와엄마가
참가를못하게하였기때문이었다.
매월내는월사금몇백환을못내1교시조회시담임선생님이내이름을불러집으로돌려
보내는일이허다하였다.
집에가서월사금을갖어오라며….
그때책보를허리춤에맨체로집으로돌아가며눈물을흘린적이몇번이던가?
그러나집으로가보았자아버지도엄마도모두일나가고없기에찍~찍~고무신을끌며
집으로안가고괭이부리대성목재뒤의바닷가로나가먼바다를처다보며통나무를타고
노는아이들을한없이부러워했다.
저아이들은학교도안다니고매일매일저렇게즐겁게뛰어노니얼마나좋을까?
어떻게하면나도학교를안다닐수있을까?
하는생각을가끔해보았다.
나도24색크레파스를무척갖고싶었다.
나는초로만든12색크레용으로그림을그리고덧칠을하는데
그림도잘그리지못하는아이들이24색크레파스로비싼도화지에떡칠을하는것을
보면엄청부러웠다.
이아이들은비싼크레파스를힘을주어부러트려버리기일수였고나는나중에라도
그것부러진토막들을주어서내가그림그릴때뺏길까봐몰래사용하기도했었다.
4학년때인가?
여름과,겨울방학을하면관례적으로방학책을전교생에게학년별로"방학공부"라는
숙제집을선생님께서전학생들에게나누어주는데나도받아다아버지에게보여주었더니
더말도않고방학책을찢어아궁이에넣으며소리치기를
"이놈아미국의아부람린컨대통령은집안이가난하여연필과공책도못사고
가랑잎에검정숯으로글씨를썼다,
그러고도훌륭한대통령이되었거던,앞으로는방학책같은이런것사지마,
이런것없어도국어산수만잘해알았어?"
라고소리치며찢어버린방학책을흔들며
"돈쓰며공부하려거던하지마라고…."
나는닭똥같은눈물을흘리며저쪽책상구석에서고개를떨구고소리없이흐느꼈다.
한동안조용히적막이흘렀고,
아무말없이밖으로나가시는아버지뒤를바라보며소리도못내고하염없이울었다.
아버지는우리식구를먹여살리기위하여뼈빠지게일하시는것이너무힘드셔서
홧김에그랬던것같았다.
내가너무속좁게지쳐서들어오신아버지에게자랑삼아방학책을샀다고내놓았으니
얼마나화가나셨을까?속상하고가슴이메이도록서러웠다.
월요일학교가는길에학교안간다며졸르며크레파스한번만사달라고석탄다라이를
이고가는엄마를끈질기게따라가며속을썩였다.
"엄마크레파스한번만사줘응?엄마한번만~응?"
엄마를따라가며칭얼대다가엄마가돌아서쫒아오면도망가고조금뒤또뒤따라가며
또칭얼대며조르고그렇게하면서집에서학교까지2km를칭얼대며도착했다.
물론그날나는1시간정도지각을했지만그날도크레파스를구하지는못했다.
엄마는힘들게머리에이고있는석탄을팔고자어디론가멀어지는모습이지금도눈에
선하고그때의불효했던순간을생각하며나의어리석음을뉘우치고있다.
…………………………………….
어느쉬는날,
괭이부리에서고철을싣고나오는화물차를만석동삼거리에서많은아이들과기다리고
있었다.
웅~웅거리며고철을산더미처럼실은화물차가보이고잠시후우리가숨어기다리는
구역으로트럭이느릿느릿다가오자키가좀큰친구가트럭뒤로가서순식간에짐더미
위로올라탄다,
화물차는얼마나많이실었는지힘겹게웅웅거리며만석동고개를올라가고있었고
나도재빨리트럭뒤에바짝붙어따라가며위에있는아이가던지는양은,신주,구리등을
주어자루에담으며고갯마루까지따라갔다가되돌아온다.
트럭위에있던아이도재빨리뛰어내려처음자리로모이고다시다음차를올라타고
이렇게몇대의트럭에서돈이되는고철을훔쳐모아고물상에팔아용돈으로나누어
갖는다.
(살기위하여배운위험한삶의기술)
이번에는면화(솜)뭉치를높이실은화물차다.
여기엔너나할것없이모두화물차에올라타고면화묶음여러개를갈쿠리로구멍을내고
묶음마다조금씩솜을뜯어웃도리가슴속에다가득쑤셔넣고역시만석동고개를
넘기전에뛰어내리고갖어온면화는자기가뜯어온만큼본인의몫이었다.
나와피난민들은이렇게
괭이부리에서화물차에실려나오는흑설탕과,조청보다까만사카린원료인물엿등
마대에담아서울로이송하는모든물자를절취하여내다팔기도하며최소한의생활을
유지할수있었다.
나는이렇게번돈으로드디어24색크레파스를내힘으로장만했고
그리고는그날아버지의가죽허리띠로웃도리를벗긴체채찍을맞아야했다.
못된아이들과몰려다니며도둑질을했다고….
아~괭이부리의삶이여~어린내가어찌세상을살아가야한단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