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렇게 살았다 3 편

신음소리에이어지긋이감고있었던눈을얊게뜨고조용히몸을비트는이녀는

모든것을나에게맡기고애무하는내손을거부하지않았다.

어둠속에서내얼굴을주시하며애원하듯한표정으로나의뭔가를기다리는듯했고

내손은천천히부드럽게그러나강렬하게아코디언을쳐나갔다.

가슴에서밑으로그리고더아래로한옥타브를씩내려연주해나갔다……

얼마나되었을까?

나는이녀의마지막아성인깊고깊은계곡으로가던손을멈추고

서서히이녀의몸에서손을빼고떨어져옆으로돌아누웠다.

"………….오빠왜?..지금나안갖을거야?"

"응우리그냥오빠동생으로만지내자,

예쁘다고좋아하는꽃을꺽어화병에놓으면금방시들잖아?

예쁜꽃은그냥화단에놓고보아야오래가는거야나는너를그렇게생각해"

"……..그렇지만"

"이렇게지내다어찌될진몰라도지금은오빠와동생으로만지내자알았지?

앞으로순덕이는나보다좋은사람을만날수있을거야"

"…….."

한동안말없이천정만처다보고있던이녀가내가하는말뜻을이해하였다는듯

천천히내입에살포시입술을대었다떼는데그부드러움과은은한향기가

나를아주편안하게만들었다.

그날이후그녀는1주일에한번회사에서쉬는날은페인트집부인에게놀러왔다.

나와눈을마주치면예전과같이아주예쁘고발랄한모습을보여주고있었기

아주다행으로생각을하며나또한그녀를사심없이아껴주고예뻐해주고성숙한여성으로

대우해주었다.

그러나가끔은나의퇴근시간에마추어와서같이걷기도하고

또어떤날은내술자리에붙어앉아과음하지말라며몇잔의술을빼앗아먹는등열심히

따라다녔지만그녀와의관계는더진전되지는않았다.

첯데이트에서의청혼

나는항상김XX의얼굴을가슴에품고그렇게몇개월을보내다가내생일을

1주일앞두고용기를내어순덕이를불러말했다.

일주일뒤에지난번에모였던내친구들이모두오는데그때만났던아가씨들을

다시한번초청하고싶다고그리고김XX양은꼭참석해야한다고,

물론나의목적은김XX를만난다는일념으로이번생일파티를여는것이었지만….

어쨌던그녀는나의뜻에잘따라주었고계획은예정대로풀려나갔고그날나는

김XX와미리모종의데이트약속을하기위하여파출소앞에서그녀들을기다리다가

그녀에게만은밀하게말했고,그녀는약속을해주었다.

"김XX씨파티끝나고나랑잠간시간내서이야기좀해요"

"…..네"

조금망설인듯한대답이었지만간단명료했고그녀는순덕이를포함하여동료들과같이

서슴없이우리집을향해올라갔다.

파티가끝나고모두가헤어질때그녀에게한참따라가서편한시간에내가게근처의

제일다방에서만나기로약속을받아냈다.

그녀는인천의굴지의모회사생산라인조장이었고순덕이와그동료들은조원이라고

얼핏들었던것같았다.

나이는22살말씨는충청남도말씨,용모는흰얼굴에동글넓적하고허리까지네려오는

긴생머리에맏며느리감(내눈에만그런가?)ㅋ…

며칠후약속한송림동제일다방에서그녀와마주앉은첯데이트날,

나는이자리에서그녀에게프로포즈를했다.

"미스킴나는지금28살이고7남매의장남이며가난하지만몸과마음은

건강합니다,올해는꼭결혼을해야하며

당신과결혼하고싶습니다,나와결혼해주십시요"

갑작스러운나의청혼에아무말없이고개를떨구는그녀를한동안지켜본후

"무응답은긍정이라고생각하겠습니다,

라면하나를끓여먹고살지언정가난해서냄비하나숟가락두개만갖고

살아도서로믿고사랑한다면그것이행복이라고믿습니다.

또한어떤어려움이있어도당신의마음을아프게하거나외롭지않게할께요"

그녀는평소부터순덕이에게나에대한이야기를많이듣고있었던것같았고아마도

성탄절모임에서그녀도나에게삘이꽃혔던것같았다.

별로놀라는기색없이내말을한참을듣고있던그녀가드디어입을열었다.

"있잖아요어머니에게물어봐야돼요그리고결정할께요"

"아그렇군요그럼어머니를뵙겠습니다,

언제든어머니와시간을잡아연락을주십시요"

며칠후그녀의어머니와만나는날….

나는페인트와기름때로얼룩진면장갑을손에들고현장에서작업하던그모습그대로

점퍼를입고한쪽귀엔몽당연필이끼워진체로나의간판집과태양당약국길건너편의

XX다방으로올라갔다.

그곳엔그녀와그의어머니가기다리고있었고,

조금도꾸밈없이털털하고거침없이웃으며다가가는나를주시하고있었다.

장모될분과의첯상면인데무슨억지꼴이냐구하겠지만,

그건아니었다.

나의평소가난하나근면하고야무진본모습을꾸밈없이이렇게당돌하게일부로보여

주고자했던나의생각이었다……..

차를마시며그런저런이야기로

가족관계는:7남매의장남,

월수입:대충굶지않을정도,

아버지의직장:기도주임,

집은있는가?:부모님의18평기와집

시집살이:부모님을모셔야한다.

결혼후나의희망;페인트집.등등을다듣고채점을끝내신

그녀의어머니가살짝미소를지으시며

"우리애하고내의견보다예아버지한테물어허락받아야해요"

하신다.

이정도면장모되실분의눈에는합격이아닌가?………………

아닌가?

기와집에서살게되었다.

입대후8개월군생활을하다가휴가를받아연갈색여름카키복을입고아버지가계시는

인천극장에들러기도를보고계시는아버지에게바짝다가가

"이~기~자~!!!"

하고거수경례를했더니입장권을받으려고손을내미시던아버지가언듯놀라시며나를

한참쳐다보시다가이내눈가가촉촉하게젖어드는것을느낄수있었다^^

기대한만큼많이달라진모습,새카맣고늠늠한모습으로변한큰아들문규,

바로몇달전훈련소에서아파서병원에입원했다고돈을보내라고호소하던아들문규가

이렇게멋있는군복을입고반짝거리는까만군화를신고늠늠한모습으로휴가를와서

애비인내앞에멋있게군대식경례를하며서있지않는가?

"아~천지신명님,그리고하나님감사합니다"

그병약하던내아들을이렇게씩씩하고멋있는군인으로만들어주시고무사하게

저에게보내주셔서…하고속으로뜨거운감사를드리고말했다.

"그래집에먼저가라나도오늘일찍들어갈께^^아참극장직원들에게인사해라"

극장직원들에게일일히인사를하게하고한마디덧붙혔다.

"우리집새로졌다"

"네?집을새로지으셨어요?넓게잘지었어요?"

"그래기와집으로우리동네서둘째로좋게지었다,어서가봐라"

일찌기혼자서저험한세파로나가며불평한마디안하고군대에입대하여잘견뎌내며

오랜만에집에온문규에게

이렇게기분좋은말을자랑스럽게하게되었고문규도또한무척좋아하는모습을보니

이세상은참으로행복하고감사하고고마운세상이다.

문규야하느님보다도천지신명보다도잘생기고늠늠한네가더고맙다^^.

……………………………………………………………….

집엘왔더니정말로이게웬일?

우리의판자집이없어지고깔끔하고번듯한기와집이그자리에세워진것이다.

우리부모님과동생들이합쳐일궈낸대단한성취였기에나는또한번아버지,어머니를

존경하지않을수없었다.

진열장이있는새로지은집마루풍경은

제법큰화분도들여놓을여유가생겼다.

그동안편안한군대생활을하며조금아파병원애서치료좀받는다고철없이엄살을떨며

부모형제들에게걱정끼치며돈이나들고면회를오라고했던몇개월전그때의내가

더욱창피하게느껴졌다.

휴가기간동안집에서느낀것은내부모형제들이열심히노력하며살아오기도했지만

국가적으로는열심히일하는모든이들에게똑같이기회가주어지는이나라.

누구나일하고자하는사람에겐어떤일을하던최소한의배고픔을면하게하였고

열심히일하고저축하면잘살수있을거란희망을심어주는나라가되었음을느끼게되었다.

우리집은내가군에가있는동안판자집을새로지어깔끔한기와집으로바뀌었고

작지만아담한방3개와반듯한마루까지갖춘18평정도로작지만동네서두번째로

아담하고깔끔한주택으로부러움받는집이었다.

이제는손님이와도부끄럽지않게마루나안방에모시고접대도할수있게되었고

과거엔집에서송판으로대충만든네모박스로농짝을대신했지만

지금은번듯한10자짜리호마이카장롱도안방에들여놓았다.

군대가기전의집모양(마당에서웃방을배경으로찍은사진)

참으로뜻밖의일이있었던것이다,내가군대에간뒤에기적에가까운사건,

우리집이반듯한기와집으로바뀌었던것이다.

이런기와집을짖는데빛도안지고18만원정도들었다했지만동네서내노라하는

반듯한새기와집을지은것이었다.

내가군대가기전수년전1967년도까지도

순진한민간인과소규모자영업을하며살아가는시민들을갖은협박과폭력으로괴롭히는

자칭국가유공참전상이용사(웬만한공권력도피했던)와거지가엄청많았다.

그시대에는

시장등에서묵묵히일만하는많은서민들에게공갈과협박과폭력등으로사업방해도

서슴치않고했을뿐아니라거지들을떼거리로보내는등여러가지로괴롭히며갈취하는

일을아무꺼리낌없이자행하는자들이상이군인들이었다.

그상이용사와거지를사라지게한

이나라의경재정책(경재개발2차5개년계획)이성공적으로진행되고있었다.

한달에서,너번은해가중천에뜬늦은아침에바가지나깡통을들고찾아와

대문앞에서처량하게

"쉰밥이라도좋아요,밥한술주세요~"

하고호소하는거지들에게먹다남은찬밥을준적이가끔주었었다.

또한

그중나이를알수없는신들린듯한미친여자거지는한여름에도다헤어진씨커먼

누더기옷을더덕더덕입고다니며우리집에만오면무조건(위사진의왼편뒤가부엌)

웃방부엌으로들어가얼마되지도않는살림들을뒤집어엎으며

이집에용이났다,아이고어쩌나이집에용이산다~

는등한참발광을해도엄마와내가불쌍하게여겨아무말없이씨커먼때국물이흐르는그녀가

들고있는꽤맨바가지에김치와밥을담아주면아무소리않고뒤를힐끔힐끔돌아보며

부엌을나갔던일이몇번있었다.

(6.25동란으로생긴1950년대거지아이들,내나이와비슷하지않을까?:합성사진)

이제는

거지동냥이란말은이제먼나라이야기가된것이다.

뻔뻔한용기와힘이있는자는쉰밥이라도얻어다나누어먹고살아남았을것이고

얻어먹을용기도없는허약한거지들은피골이상접한배를움켜쥐고추위에잔뜩움크리고

양지쪽만찿다가얼어죽거나배고품과싸우다병들어죽었을내또래의전쟁고아와거지들…

나는그들을생각하며꿈에그리던기와집에서살게된나의오늘의모습에감사하며

눈물을흘린다.

그러면서이제머지않은장래에추위와배고픔에괴로워하는불쌍한저들한사람이라도

도울수넉넉한사람이꼭~되리라고다짐하면서…

군대입대전에우리집으로자주밥을얻으러왔던힘없고애절했던거지들의

처량했던목소리를기억해본다…..

"쉰밥이라도좋아요,밥한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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