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가셨다

10월8일12:00

점심시간

오전내뒤집어쓴뽀얀먼지를AIRGUN으로불어내고

식당으로향하는길.

보은의사촌동생이전화로부음을전해왔다.

가운데할머님께서10월7일어제숙환으로요양중별세하셨다는…

다른직원은모두야근을하지만

나는내일정상출근하고자다짐하며

불이야불이야17:00조퇴하고

시몬스와함께충북대학병원장례식장으로

왕복900리길을단시간에문상을다녀왔다.

할머님은노당의에세이

"노을앞에선박문규의여정"에서도

우리집안의이야기한자리를차지하셨던분이시다.

6.25피난때인노당의어린시절부터은혜를베푸셨고

장성하여군입대할때와

선친께서돌아가셨을때도늘도움을주셨던할머니셨었다.

이제그분의영정앞에서그때를다시회상해본다.

이하

노당의에세이"노을앞에선박문규의여정"

68쪽~71쪽

그리고138쪽에소개된내용이다.

(피난길험준하고가파른피반령고개)

보은군회인면,

할아버지와그위할아버지,또윗할아버지그리고아버지의고향회북(회인)면늡실(눌곡리)

마을이다.

아직은그곳이보이지는않지만,

한달음에그곳을향하여우리네식구가살림살이를실은구르마를끌고달려갔다.

면사무소를지나고시냇물을옆에끼고수리티재를통하여보은으로가는삼거리를지나

대전쪽으로한발한발쉬지않고앞으로걸어나갔다.

지붕이높은방앗간이왼쪽에보이고오른쪽에는커다란느티나무가우뚝서있는

아버지의고향늡실,

이난리통도아랑곳없이피난갈생각도안하는험준한산으로둘러싸인오지마을,

모두가먹고살기위하여잠시도쉬지못하고논과밭으로나가일을해야만살수있는곳

그곳에드디어도착을하였다.

얼마나긴여정이었던가?

얼마나힘들었던고생길이었던가?

얼마나몇번이나죽을고비를넘기며쉬지않고달려온피난길이었던가?

우리식구는이렇게무사하게난리를피해아버지의고향으로돌아왔다.

(2010,4,10현재회인면눌곡리마을입구;이곳이피난길최종목적지였다.60년전에

비해변한것은신작로가포장되었고토담울타리가블럭울타리로바뀌었을뿐이다)

아버지가골목의문간방대문앞에구르마를멈추고

나를내려주며할아버지에게인사하라고했다.

"문규야저기가할아버지집이다어서가서인사드려라"

"아버지여기가할아버지집이야?그럼할머니도있어?"

"그래할머니도계셔어서들어가인사드려"

"응알았어~"

"할아버지~~~"

그렇게할아버지를부르며문간방을향하여뛰어가할아버지와할머니를찾았다.

9일동안제대로씻지도못하고입지도못했던몰골로난리를피해내려온둘째아들내외와

손자둘을맨발로뛰어나와맞이하시던아버님의얼굴,

그얼굴에맺힌뜨거운눈물을보았고그리고한참을목을놓아

엉엉울고는아버지를방으로모시고들어가

"그동안무고하셨습니까?둘째아들이난리를피해피난왔노라고큰절을올렸다"

문규도따라그옆에서큰절을올리고….

할아버지는사촌간이신가운데할머니댁문간방에서기거하고계셨었다.

천성이농사일을못하시고학자로서체면때문에굶을지언정밭이나들로나가

삽자루한번안들고사시는책상다리양반이셨고,

슬하에는4남2녀6남매를두셨고아버지가차남이셨다.

큰아버지는해방전후인천의화수동(1940년대~1950화수목욕탕)에서이발관을하셨고

아버지밑으로큰고모(인천신포동鄭씨댁으로출가)와작은고모(공주延씨댁으로출가)

그리고큰삼촌(힘이좋고전국을돌아다님)과막내삼촌(나보다13살연상)등이계셨다.

큰아버지는방앗간옆에서이발업을하시며생계를유지하고있었고큰삼촌은집에없었고

작은삼촌은집안일을도우며할아버지와함께기거하고있었다.

(60년전이나지금이나변하지않은문간방,지붕이넓적한얇은돌너와로되어있다)

오늘도할머니는밭으로일을나가셨다가둘째병록(아버지)이가피난내려왔다는

소리를듣고하던일손멈추고부랴부랴집으로달려오셨다.

난리가터지고공산군이충청도까지밀고내려왔다고하건만인천에사는둘째아들이

무사한지소식을몰라오매불망하며하루한시간이한달처럼길고힘들게느껴지고아침에

눈뜨면문간방대문을열고내다보며

어머니~하며돌아오기를기다리며살아있기만바라고있었는데….

오늘에야온동네가

인천에서병록이네가피난왔어~라는소식이퍼져나갔다(중략…)

이하138쪽.

백두(白頭)로수용연대입소

1968년1월25일

내가군에입대하는날이다.

1,500원을주머니에꼭챙겨넣고단신으로선친의고향인충청북도보은으로내려갔다.

고향으로찾아간이유는본적지인근기차역에서입영열차를타기위해서였다.

그곳엔아주어렵게사촌동생4명과홀아비로이발업을하시며연명하시는

큰아버지가계셨고또어릴적에노당을귀여워해주시던

예쁘셨던창자아줌마와가운데할머님,그리고환수조부님이계신곳이다.

한마디로예기하면나의본적지이며아버지어머니의고향인곳이다.

그날저녁가운데할머님댁에서정성으로차려주신만찬을큰아버님과하면서

큰아버님께머리를깍고입영하기위함이며또한입영열차를타는곳이대전역이라이왕이면

고향에들려선산에계시는할아버님께인사드리고가려고왔노라말씀드렸다(이하생략).

향년93세

남편을잃고홀로되신세월이6개성상하고도몇년인가?

박씨가문에또한분의열녀이신할머님.

소손문규가

가운데할머님의명복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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