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토왕성폭포를 가다

토왕폭아래는인산인해

토성아니명왕성만큼이나멀게느껴지는곳,
토왕성길이반짝열렸다.(星과城은다르지만)


1년에딱이틀만열린다는길,
토왕성길이열리면산악회들도따라서분주해보인다.
기정해졌던주말산행지도설악토왕성폭포로급변경되기때문이다.
365일중이틀개방이이번엔2월2일과3일로정해졌다.
바로매년겨울에열리는토왕성폭포빙벽대회에맞춰반짝개방된다.

빙벽대회라는게특성상날짜를고정으로못박아놓질못한다.
빙질및결빙상태가확인되어야만대회가능여부가결정되기때문이다.

07:00
이른아침,산행버스들출발지인사당이나양재,복정역인근도로는
겨울아침찬바람에웅숭그린산객들로북새통이다.
토왕성향하는여러대버스들도도로가장자리를가득메우고있다.

켄싱턴호텔앞에서내려

11:00
설악동입구켄싱턴호텔앞,하늘빛이맑다.
오른쪽켄싱턴호텔뒤달마봉은햇살을받아이마를반짝이고
왼편쌍천은응달진바위위로소복한눈이그대로다.
눈두덩사이맑은물빛은한껏여유로우며흐름이잔잔하다.

쌍천건너토왕골을향하는산객들

소나무사이저건너달마봉이보이고
쌍천을건너려는데어랍쇼!공원관리소직원이막아선다.
선두가징검다리에선채관리소직원과시시비비한다.
관리소직원은입구까지올라가’매표한다음쌍천을건너라’하고
일행들은’국립공원입장료없어진지언젠데매표타령이냐’며언성높힌다.
신흥사가있어문화재관람료를내라는얘기다.
토왕성폭포와신흥사는도대체엮어질수없는방향인데
문화재관람료를내라하니분명부처님의뜻은아닐진데씁쓸하다.

산이좋아산드나들며겪는문화재관람료징수시비는어제오늘얘기가아니다.
물론사찰을둘러보며경내문화재를관람한다면야흔쾌하게낼수있다.
차라리사찰입구에서입장료를받으면문제는간단할텐데…
답이이토록간단하다면진즉해결되었을터인데여태불씨로남아있는걸보면
‘뱁새가어찌봉황의뜻을알리오’다.

겉으로는문화재관람료이나실은통행료이다.
설악산내대부분의사찰이신흥사의말사이며설악동지역은
거의신흥사소유의땅이란다.
결국신흥사땅을밟지않고선옴짝달싹할수없다는얘기다.
산객들의거센반발에도아랑곳않고징수한다.

횡포다.무척기분찝찝하지만어쩌겠는가?
켄싱턴호텔앞3층석탑에서쌍천건너토왕골들머리가빤히보이는데
500여미터를걸어올라가소공원입구에서매표한뒤비룡교를건너
거꾸로내려와휴게소나무벤치에잠시배낭을내리고
스패츠를차고아이젠을건다음토왕골로들어선다.

장비를챙기느라분주한…

폭포로통하는계곡등로는매우혼잡하다.
좁게러셀된가파른눈비탈길에서교행하기란무척위험스럽다.
걷다서다를거듭하다보니시간또한엄청지체된다.
이틀간개방되는토왕성폭포를보기위해
전국에서산객들이대거몰려든탓이다.

비룡폭포까지는철계단이…

비룡폭포입구에서면저멀리하늘아래거대한토왕성빙폭이한눈에들어온다.
하늘과맞닿아있는토왕성폭포의비경은그야말로감탄불금이다.
禪光폭포라고도불리는이폭포는설악을대표하는3대폭포중하나이다.
마치옥양목을바위에널어놓은듯군더더기없이아름답다.
육담폭포와비룡폭포는얼음과눈에묻혀숨죽인듯고요하다.

저멀리토왕성폭포가하늘과맞닿아…

여기서부터반짝개방길이시작되고
12:00
왼쪽산행금지구역표지판을지나면서부터
반짝개방된토왕성폭포오름길이시작된다.
빙벽대회관계자가길목을지키고서서줄지어오르는
산객들을향해등로상황을안내한다.


"지금너무많은분들이토왕성폭포아래운집해있습니다.
외길이라교행하는데너무지체되고있으니
비룡폭포에서돌아내려가시는게좋겠습니다.
지금올라가시면해떨어지기전에못내려올지도모릅니다"


안내가아니라이건숫제공갈(?)수준이다.

예까지작심하고걸음했을터인데그깟
시간좀지체된다고발길돌릴사람있을까?
짐작한대로다.귀담아듣는이없다.
안내멘트를무시하고비룡폭포에서왼쪽으로걸음을틀어
꾸역꾸역눈비탈로올라선다.

무릎까지빠지는눈벼랑길이지만대회를위해임시로밧줄을연결해놓아
힘든줄모르고걸으며주변은빛설악비경을만끽한다.

토왕성폭포가더욱가까이다가서고…


화채능선칠성봉에서발원한물줄기가흘러와
330여미터의3단연폭의토왕성폭포를이룬다
그길이가어찌나긴지건너편노적봉에올라야전체를볼수있다한다.
또한큰비가온뒤쏟아지는물소리는어찌나요란한지
토왕골계곡이뒤흔들릴정도라한다.

암벽릿지를해야오를수있는노적봉인지라
토왕성폭포의길이를직접눈으로확인하기란쉽지않고
여름철에나들을수있는우렁찬폭포음또한
언제든지근접할수있는곳이아니라안타까울따름이다.

미끄러지고자빠지고…

가파르게치솟은좌우암봉들은은빛겨울설악의자태를한껏뽐내고있다.
엎어지고자빠져가며힘겹게오르다보니어느새거대한빙폭이눈앞에펼쳐진다.
토왕성폭포하단부에이르자지체가더욱심하다.

밧줄에매달려바둥거리면서도즐거운표정이역력하다.
또주저앉아눈썰매타다가가속붙어
눈밭으로내동댕이쳐져도아이어른할것없이천진난만하다.
밧줄부여잡고기다리지만절대지루하지않다.
활기차고건강한표정들이있어그러하다.


생면부지이지만산에서는너와내가따로없다.
끌어주고,당겨주고,밀어주고,받쳐준다.


13:00
하단폭에올라서니그야말로인산인해다.
예선전여자부빙벽대회가한창진행중이다.
대회를후원하는등산용품브랜드로고가빙벽중앙부에선명하게내걸렸다.


발디딜틈없는빙벽아래너른눈밭한켠에
용케도누군가파놓은빈눈구덩이가있었으니…눈이보배다.
눈구덩이안으로들어가배낭을내리고버너를꺼내불을당긴다.
산행거리는짧아도무릎까지빠지는
눈비탈을걸어온탓에기진하여뱃속이허하다.
컵라면으로허기를채우고빙벽대회주최측에서제공하는
뜨끈한어묵도게눈감추듯뚝딱해치웠다.

라면맛=꿀맛
14:00
토왕폭에서내려서는길,
걷는다기보다미끄러져내린다는표현이옳다.
급사면눈벼랑길을맞닥뜨린일행이멈칫거리자,대열에서주저없이

튀어나온용감무쌍女,아슬아슬미끄러져내리며시범을보이자,
그제서야하나둘급사면에몸을내맡긴다.
(용감무쌍女=M산악회총무를맡고있는그녀는산악회의든든한살림꾼.
작년설악무박산행때는’졸음보행’의진수를보여주기도^^*)


조심한다며어설프게걸음옮겨놓기기보다는
눈비탈길에선몸을내맡기는게훨씬낫다는사실을접수했다.
다행히올라오는산객들이뜸해져하산은수월했다.
오후들어토왕성폭포로향하는산객들의발길이계속이어지자,
안전사고를우려한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출입을탄력적으로통제했기때문이다.


16:00
토왕골입구휴게소에이르자,곧장쌍천을건너켄싱턴호텔앞으로
질러가야겠다는생각이불현듯든다.
매표하여돌아들었던게못내아쉬웠었던게아닌가싶다.
산봉에걸린햇살이눈덮혀봉긋한쌍천의돌무덤에길게그림자를드리운다.


16:20
설악C지구주차장.
어찌나넘어지고자빠지고굴렀던지버스에올라앉자엉치뼈가시큰거린다.
설악에왔다가바닷내음맡지않고어찌맹숭하게올라갈수있겠는가.
버스는동명항으로방향을튼다.

접시에오른광어와우럭의눈알이말똥말똥하다.
그놈이그놈이겠으나바닷가라서그런지유난히싱싱해보인다.
바닷가전망대로이어지는보도가로등이일찌감치불을밝힌다.


18:00
바닷내음을뒤로하고미시령터널을빠져나올즈음,
버스안은곤한잠에빠져들었다.

2 Comments

  1. 와암(臥岩)

    2008년 2월 7일 at 9:37 오전

    가슴툭틔이는산행기입니다.

    산에대한열정,
    식지않는군요.

    첫새벽눈덮인산행길에나서는등산객들,
    그설레임얼마나대단할까?짐작이되지않습니다.
    이젠다잊어버린지오래이니깐요.

    ‘토왕성폭포’나들이,
    전가보지도못한곳이며,
    처음접한빙벽입니다.
    엄청많은산꾼들이몰려들었군요.

    시원한마음으로추천올립니다.   

  2. 아바단

    2008년 2월 11일 at 10:56 오전

    설연휴를토왕성폭포로가셨네요.
    가는길이험한만큼산행기는더욱빛이납니다.
    한번쯤가보고싶은곳입니다.
    사진으로..글로…전달해주셔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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