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항산-지각산, 대간길 걷다

뻐끔한환선굴이…

11:40
강원산간을굽이굽이돌아닿은삼척신기면대이리는더이상오지가아니다.
동양최대석회암동굴이라는’환선굴’을찾는발길이잦아졌기때문이다.
주차장은관광객을실어온차량들로제법붐빈다.
등산복장을갖춘산객들의모습도적지않다.
도로사정이그만큼좋아져접근성이용이해진탓이다.

백두대간능선에오르면구부시령을지나온대간꾼들이
덕항산봉을찍고환선봉,장암재를거쳐두타산으로내달린다.

산행코스는바람빠지는풍선처럼…

오늘산행은환선굴매표소를지나왼쪽개울을건너골말로들어
덕항산을올라환선봉(지각산)-장암재를거쳐환선굴입구로내려서
들머리인골말과만나매표소로나오게된다.
마치바람빠져쭈글한풍선을연상시키는원점회귀코스다.


장시간버스에갇혀있어저리고쑤신삭신을편다.
산을올려다본다.산기운이범상치않다.깊게호흡을들이키며마음을다잡는다.
곧추선산벼랑이아찔해바라만보아도머릿속이어질해온다.
범접할수없는대간의위엄이온몸으로느껴진다.

굴窟보러온사람들,당연하게표를산다.
산山타러온사람들,뜨악하게표를산다.

박쥐처럼…

새처럼나는유일한포유류,박쥐가매표소위에날개를폈다.
박쥐특유의초음파감각에문제가생겼나,
활동공간을잊은채매표소위에올라앉았다.
활동시간대도잊었나보다.훤한대낮인데…
窟이든山이든매표하지않고들면
곧장날개털며내려설자세가영마땅치않다.

동굴이미지부각을위해공들여만든조형물이겠으나
주변경관과어우러지질않아보인다.
차라리굴피와너와를올려산촌의소박한느낌을
표현해놓았더라면…또괜한오지랖이다.

물통방아가…

왼쪽개울건너에물통방아가눈에든다.
나무통에물이차면그무게로공이가올라간다.
물이쏟아지면공이가떨어지면서방아를찧는다.
원리는어릴적늘봐오던디딜방아와같다.
발로공이를들어올리느냐,물로들어올리느냐차이다.

"한입먹어보래요.다른건택도안돼요.안먹어보면후회할끼래요"

강한향에이끌려좌판에시선을놓자,안사도좋으니맛만보랜다.
그래서염치불구맛만봤다.
더덕특유의짙은향내가입안가득배어든다.
여름산길을걷다더덕내음에이끌려등로를벗어나
헤맨적있을정도로야생더덕은그향이강하다.

밧줄을당겨잡고…

응달진왼편산비탈은쌓인눈이그대로이나
양지바른오른편산비탈은봄기운이돈다.

응달진등로는초입부터엄청가파르다.
얼어붙은눈위로푸석푸석해진눈이더해져
한걸음한걸음이여간신경쓰이는게아니다.
나뭇가지를후려잡고,밧줄을당겨잡고,쇠난간을부여잡고,
모자챙에서뚝뚝떨어지는땀을연신훔쳐가며
된비알을네발로사력을다해기어오른다.
숨이턱끝까지차오르고갈증으로입안이깔깔하다.

험한길지나면반드시평탄한길나오고
아스라히먼산봉도한걸음씩내딛다보면반드시다가선다.
만고의진리를산오르며되새긴다.

환선굴이건너다보이는전망대에서니환선봉산자락이한눈에들어온다.
뻐끔한환선굴을품고있는산세가예사롭지않다.
코발트빛하늘아래칼로벤듯깎아지른거대한암벽과암봉,
협곡은그대로한폭의산수화다.

13:40
골말에서1.9km걸어사거리안부에닿았다.
왼쪽으로틀어덕항산정상을향한다.
안부에서정상까지등로는완만한편이다.

13:50
백두대간덕항산.
나뭇가지에매달린리본엔온통백두대간일색이다.
수많은대간꾼들이거친호흡을토해가며지나간흔적이다.
을씨년스럽게서있는산불감시초소아래
앙증맞은크기의정상표지석이눈에반쯤묻혀있다.
아랫도리눈을털어내자1,071m표시가드러난다.

저산위고랭지채소밭이…

저멀리첩첩산릉은하늘과맞닿아동해에몸을섞고
봄을기다리는고랭지채소밭도아물아물눈에든다.
천혜의비경을디카에도담고가슴에도새긴다.
뱃속에도뭔가담아야겠는데…그래!컵라면…

이상하다.후미일행들이나타나질않는다.
컵라면을해치우고자릴뜰때까지도보이질않는다.
그랬다.안부사거리에서덕항산봉을밟지않고
곧장지각산으로내달린것이다.
졸지에맨꼴찌가된셈,지각산까지불을보듯지각?이다.

왔던길을따라서둘러안부로내려와지각산으로올라붙는다.
남동산기슭벼랑은천길만길낭떠리지이나서쪽은안온하다.

옛날삼척사람들이’이산만넘으면화전할수있는편평한
땅이있어덕을봤다’하여덕메기산으로도불린다한다.

군데군데무릎까지빠지는눈길이라걸음이더디다.
양지바른산비탈엔눈이녹아내려질척거린다.
그래도얼어붙은된비알보다야백번낫다.

15:00
환선봉에이르자,저건너고랭지채소밭이확연하게모습을드러낸다.
채소밭아래마을도보인다.광동댐이주단지,귀네미골이다.
산봉에서벼랑쪽으로좀더나아가면환선굴도,골말도발아래다.


환선봉(지각산1,080m)정상석은덕항산것보다조금크다.
덕항산보다환선봉이9m더높아서?

동쪽산자락에길게산그림자가드리워진다.
예정했던산행시간보다30여분정도더걸릴듯싶다.
서둘러환선봉에서내려선다.
10여분가파른비탈길을내려서니헬기장,
다시막아서는봉우리를타고넘자,장암재다.


15:30
이곳에서계속직진하면큰재로향하는백두대간길이다.
환선굴방향인오른쪽으로발길을튼다.
이곳또한비탈이만만치않다.
약수터를지나좀더내려오면제2전망대다.

촛대봉이…

전망대에서보이는비경에자칫넋이외출할지도모른다.
무릉도원이여긴가싶다.
한참을내려서는데앞서걷던일행들의경악?에
고갤들어앞을보니철제계단이라기보다
사다리에가까운길고긴난간이암벽에매달려있다.
외길난간을올라천연동굴을통과해야한다.

천연굴을통과해야…

맥이풀리나마지막오르막이라는데서위안삼을수밖에…
천연동굴전망대역시빼어난산세를조망하기에더없이좋다.
어느방향으로셔터를눌러도그림이된다.

16:20
환선굴갈림길로내려섰다.
환선굴관광객들의신발을보아하니여기서부턴
등로라기보다골말까지잘닦여진산책로이지싶다.
흙투성이가된아이젠을벗고골말까지쭈욱~

16:40
하산을마무리하고서하산주가돌고도는데
주종도다양하다.권勸커니자酌커니…


개간歌

後川길고불고불平地길아득한대가야할지평선은산넘으로아물아물
玉洞탄광개발하고이리저리칙양할때18카부고개길도길손위해다행일다.
해발8백준령태산차길을닦았으니마이크로엔징소리숨갑부게들려온다.
五月불렬고랭지를개간지로정해주니셋식구가합심하여열심으로개간할세
풀뿌리조약돌을난낯이골라내고보니기름진옥토되어오곡이풍작일다.
농부의한평생을호미자루에막엿는지주경야독하고보니하나님말씀새롭구나
날이새어해가뜨니흙냄세도구수하고잡곡밥에팣을썩어보기좋고먹기좋다.
먼산에해가저서황혼이숨어들때는만경사종소리는밀레만종방불하다
춘하추동四시절은질서잇게순한되니수신지사인생들은하늘섭리감탄한다.

이글은강원도寧越하동면후천동에서화전을하시던친척어르신께서
개간하며노래한글을깨알처럼적어선친께우편으로보내온
내용입니다.언젠가블로그에한번소개한바있지만
강원영월산을오르며문득이글이생각나다시들춰보았습니다.

되도록원본대로옮기고자틀린어법그대로입니다.


4 Comments

  1. 박원

    2008년 3월 6일 at 5:56 오전

    산행길너무앞서가다꼴지가된적저도있지요.
    잔설은남아있어도볕은따스해보입니다.
    머지않아봄이오겠지요.   

  2. 와암(臥岩)

    2008년 3월 6일 at 1:43 오후

    산행에이어인생길도터득하신듯하여덩달아두둥실이랍니다.

    "험한길지나면반드시평탄한길나오고/
    아스라히먼산봉도한걸음씩내딛다보면반드시다가선다./
    만고의진리를산오르며되새긴다.//",

    언제나그렇듯’카스톱’님의산행기제목만봐도신이절로납니다.

    삼척두메산간에서눈마음껏밟으셨군요.
    사고없는산행이라다행입니다.

    추천올립니다.

       

  3. 박산

    2008년 3월 17일 at 7:23 오전

    좋은데다녀오셨습니다,카스톱님!   

  4. sni629

    2008년 3월 29일 at 1:19 오전

    벌써..
    몇년된거같습니다갔다온지..
    굴을통과해서지나온거도생각나고..지각산에서
    누가,,어디서오느냐고묻기에주차장쪽에서왔다고..
    영구같은대답을해주었던기억도나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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