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국사봉 넘어 호룡곡산으로

장딴지근육이파업을선언한지꼭한달만의산행이다.

바닷가공터에서2~30대에섞여발야구를한게무리였다.
몸은따라주질않는데의욕만앞선결과,
돌아온건3주간의깁스와1주간의물리치료.

그리하여꼼짝없이한달간의근신을끝내고서
시운전?해볼요량으로무의도국사봉과호룡곡산을택했다.

한달전,호룡곡산이빤히건너다보이는을왕리바닷가에서
발야구를하다가다쳐산행을접어야했던아쉬움때문이다.
홀로산행이못내불안했던지짝꿍도따라나섰다.

들어갈때갯벌이,나올땐바다로

선착장간거리는코에닿을정도인데…

잠진도가건너다보이는영종도서남쪽끝단솔밭에차를세워두고서
말끔하게닦아놓은포도를걸어잠진선착장으로이동했다.
잠진선착장에서배에올라5분이면무의도큰무리선착장에닿는다.
그야말로손을뻗으면닿을거리다.
뻥을좀섞는다면섬과섬사이에철제빔을걸치기만해도다리가될거리다.
그런거리인데도두당승선료2천원에,대당도선료도2만원씩이나된다.

여간짭짤한게아니다.아마도다리를놓아준다하여도반대할지모르겠다.
조선시대대동강물팔아먹은봉이김선달이환생해
이곳에서배삯을긁어담는건아닌지…
그러나어쩌겠는가,무의도에들어가기위해선선택의여지는없다.
배에빼곡하게실린차량사이를비집고오른사람들도만원이다.

물고기잡는법조차잊었을지도모를
갈매기들이뱃전으로무리지어날아든다.

뱃살탱탱한새우깡갈매기들…

새우깡으로식성이바뀌어버린배불뚝이갈매기를보며
조나단리빙스턴을생각한다.
단지먹이를구하기위해하늘을나는다른갈매기와는달리
조나단은비행그자체를사랑하는갈매기였다.
무리들중조나단리빙스턴은눈씻고찾아봐도없었다.
한결같이뱃살탱탱한새우깡갈매기들뿐이다.

차도사람도큰무리지어내린곳에큰무리선착장이있다.
배에서내려서면등로입구에깔끔하게그려진섬지도가눈에번쩍든다.
섬모양이흡사춤추는무희의옷자락같다.그래서무의도(舞衣島)란다.

솔갈비가수북히깔린유순한등로를따라오른다.
어릴적아버지께선뒷뜰에솔갈비가리가높게쌓여있어야
겨울나기걱정을놓으셨다.
세월은흘러이젠지천에솔갈비가널려있어도
어느누구도탐하지않는다.
그러나누구도장담할순없다.천정부지로치솟는기름값을생각하면
다시옛날로돌아가솔갈비를긁어모아밥을지어야할지도…

푸르름을더해가는나뭇잎사이를비집고든봄햇살은
이런나그네의걱정을아는듯모르는듯
바닥에깔린솔갈비위로무심하게쏟아져내린다.
그늘진송림사이로시원한바닷바람이훑고지난다.

10분을올랐을까,돌무더기쉼터에잠시배낭을내리고
장딴지를마사지하며땀을훔친다.
무리는절대금물,시운전?이란사실을잊어선안된다.

실미도가내려다보이는능선을지나조그만산봉에올라서자
썰물로인해실미해수욕장까지열린바닷길이뚜렷하게내려다보인다.
실미도까지걸어서건너는사람들도눈에들어온다.
비로소섬산을걷고있다는사실이실감난다.
큰무리마을사람들은이봉우리를일러당산이라한다.
당산에서내려오면실미고개다.
오른쪽길을따라1.3km를가면실미유원지다.
썰물때를맞추면바닷길이열려실미도까지그냥걸을수있다.

실미고개를가로질러국사봉방향(0.9km)으로다시올라붙는다.
연둣빛산색너머파란바다는하늘과맞닿아있다.
어디서부터가하늘이고또바다인지알수가없다.
천상의정토,도솔천이여긴가싶다.

국사봉(230m)에올라서니저만치에하나개해수욕장이모습을내민다.
연녹색산자락에살포시파고든모양새가한폭의그림이다.

사방의원경은하나같이그림인데딛고선발밑은딴판이다.
정상표시석은건들건들불안하고
삼각점시설물과녹슨철구조물또한흉물스럽다.
허술한시설물을보면서비싼배삯이머릿속에맴맴도는건왜일까?
그냥흘려버리면될일을…또오지랖이다.

산으로짜장면배달이라…

국사봉에서내려와완만한숲길을따라걷는데
어라~등로에중국집전화번호가내걸려있다.
호기심반,시장기반,휴대전화를꺼내들고’짜장면’을주문했다.
5분이나지났을까,철가방든배달맨이
저만치서헉헉거리며소리친다.
"짜장면시키신분!"
그저놀라울따름이다.
‘대한민국에서안되는거어딧니?’란말이실감난다.

자릴털고일어나도로를가로질러놓인구름다리를건너
호룡곡산으로향한다.
다쳤던장딴지부위에무리가가지않을까염려했으나
산에들때묵직하던느낌은오히려가뿐해졌다.

호룡곡산정에서바라본…

국사봉에서2.4km를걸어오른호룡곡산(245m).
호랑이와용이싸운산이라하여虎龍谷山이라는데
얕으막한산세로봐서는虎龍이눈길이나주었을까?
글쎄다.전설은그저전설일뿐이다.

무의도북쪽끝큰무리선착장에서산에들어
국사봉찍고구름다리건너호룡곡산넘어
샘꾸미선착장까지3시간반의널널한산행을마감한다.

올망졸망한섬이있어,
연녹초목들로뒤덮힌너른산자락이있어,
눈이시리도록파란하늘과맞닿은쪽빛바다가있어더없이좋았다.
하늘과바다,연녹산자락위를두둥실떠다닌하루였다.

등로주변에서만난…

10 Comments

  1. 데레사

    2008년 5월 10일 at 10:56 오후

    높은산은아니지만시운전하시느라애쓰셨네요.
    바다가바라보이는산에서의풍경이아주아름답네요.

    그런데산에도짜장면배달이라니?
    얼마전에과천현대미술관엘갔다가공원에서앉아있을때
    보니까대공원안으로도짜장면이배달되더라구요.
    정말우리나라좋은나라,안되는것없는나라란걸실감했답니다.

    건강하세요.그리고시운전은항상조심조심하시구요.   

  2. 이영혜

    2008년 5월 11일 at 1:15 오후

    인천에있는남편한테가면꼭가봐야겠다는생각이들정도로
    매력적인게시물입니다.
    인천에서배타고을왕리~공항까지는가보았는데…
    제법운치있더군요.
    언제나느끼는데…카스톱님의글솜씨며사진이대단하네요.
    시운전…무리는없어보이네요.
    스크랩합니다~카스톱님~   

  3. 아멜리에

    2008년 5월 12일 at 1:12 오전

    영혜님따라저도구경왔습니다.   

  4. 아멜리에

    2008년 5월 12일 at 1:15 오전

    산행기도아주세밀하게쓰시는군요.짜장면ㅎㅎ..   

  5. 박원

    2008년 5월 12일 at 1:39 오전

    드디어시운전에성공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오월의녹음이참곱군요.
    우리네심성도오월을닮았으면합니다.
    몇년전에갔을때국사봉에그런서비스는없었는데누가기발한아이디어를냈군요.
    즐거운산행이셨습니다.   

  6. 래퍼 金愛敬

    2008년 5월 18일 at 10:36 오전

    강화도한섬에도다리를놓아준데도절대싫다고..

    배삯은물론이구요관광객이뿌리고가는수입이
    보통짭짤정도를넘어상상을초월한다고도하는데요
    다리를놓으면당일여행코스가되어서숙박업과식당업이큰타격을받는데요..ㅎ

    산행후건강은괘안으셨나요~?^^   

  7. 박산

    2008년 5월 19일 at 4:29 오전

    장단지시운전축하-등반이십니다

    사실저역시이런배삯에
    열받습니다
    줄만한걸주어야하고
    낼만한걸내야하는데
    다니다보면이런억축이참많습니다

    새우깡에살찐갈매기또한
    전국포구마다같은현상이구요

    아마도농심새우깡이갈매기먹이로
    매출에몇%될까생각한적도있습니다

    무이도산이아기자기한가합니다
    가보려하니
    배삯에열받지말아야하는데…

    날좋은날입니다!   

  8. 山 처럼.도연

    2008년 5월 19일 at 12:57 오후

    국사봉의철조건축물을피해서그림을담느라무척애쓴흔적이보입니다.
    국사봉오름길에서의실미도가그립네요.
    호룡곡산정상에서의서해바다풍경…그리고해수면에닿아하나개해수욕장으로흐르는바다와산길이나란히걷는바다내음이물씬풍기는산책길같은편안한길도그립네요.
    건강하시고산과함께하는아름다운시간이많았으면합니다.   

  9. 와암(臥岩)

    2008년 5월 26일 at 7:41 오후

    드디어산행재개하셨군요.
    우선축하드립니다.
    한달간이라는긴시간고생하셨습니다.

    시운전한산행,
    산행지를부상당한그곳을택하셨으니요.
    이산행에사모님께서동행하셨다니더욱의미가깊었다고느낌니다.

    언제나그렇듯임의산행기엔짚고넘어갈것하나도빼지않는군요.
    정책입안자들이이산행기를빼지않고읽는다면국민속에더깊이빠져들수있을텐데~하는안타까움이큽니다.

    추천올립니다.
       

  10. 상감마마

    2008년 5월 27일 at 12:38 오전

    여전히우리의백두대간을넘나드시는군요^^*..
    발야구ㅎㅎㅎ~
    난또..하여튼고생하셨습니다!
    녹슨철골구조물과비싼뱃삭…
    당연한걸요~
    저도사찰에들어갈때억울한생각이히히~~
    보시한다는마음으로당당히내고들어가지만
    그흔한무료통과증하나안만든다고
    맨날뱃살한테욕먹어요!!!

    다친다리가그나마잘견뎌준게
    참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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