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기운 간직한 가평 석룡산

석룡산에서화악산을…

5월첫날에다녀온가평석룡산을6월첫날에되새긴다.

대한민국의5월은분주했다.
근로자의날로시작하여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
성년의날,부처님오신날,

그리고5.18기념식에이어盧1주기까지…
또한5월은통틀어가정의달이기도했으니.

누구는챙겨야할대상이많아지갑은비록얇아졌지만가슴뿌듯한달이었다고했다.
누구는챙겨야할대상이없어한달내리허허로운날이었다고도했다.

수필가피천득선생의5월표현은이러했다.

오월은금방찬물로세수를한스물한살청신한얼굴이다.
하얀손가락에끼어있는비취가락지다.
오월은앵두와어린딸기의달이요,오월은모란의달이다.
그러나오월은무엇보다도신록의달이다.

무지렁이블로거의눈에비친5월은
찬란하나허허롭고벅찬만큼어수선했다.

5월첫날,지도한장달랑들고나홀로산행에나섰다.

석룡산은경기가평군과강원화천군에걸쳐있다.
가평군북면적목리용수목마을에서도마치방향5분거리에조그마한다리,
38교가나온다.잠시지도를펼쳐들머리를확인한다.
38교에서오른쪽조무락골로향한다.

새들이춤추고즐거이노닌다하여鳥舞樂골이다.

석룡산은산꾼들의발길이뜸한오지산군에속한다.
가평을지나며간간이보이던산꾼들은연인산으로명지산으로꺾어든모양이다.
석룡산들머리,조무락골로들어서니사방이괴괴하다.

길을헤매다.

조무락골마지막민가를지나면서부터산길이모호하다.
팻말조차뚜렷치않아나그네를시험에들게했다.
지도를펼쳐방향을얼추가늠해보고선
왼쪽으로난임도를택했다.

간간이여린연두색이파리들이살랑대며5월임을일깨우나
전체산색은여전히브라운톤이다.

임도를따라오르다오른쪽계곡방향으로길이어렴풋하여
한참을홀린듯들어섰는데웬걸…’알바’다.
(산에서길이헷갈려헤매는것을두고산꾼들은’알바’라표현한다)

앞선사람도뒤따르는사람도없다.
오로지판단은스스로의몫이다.

왔던길로내려섰다가길을찾아다시오르자니여간맥빠지는일이아니고
그렇다고없는길을허우적대며오르자니이또한몇배나힘든일이다.

나뭇가지휘어잡으며수북한낙엽에미끄러져가며급사면으로올라붙었다.
그렇게20여분사투?를벌인끝에임도를만났다.

가야할길은아직먼데초입에서체력을급소진해버렸으니…
다행히도완만한임도를만나고갈됐던체력은다시급충전되었고.

‘길좋다고넋놓지말고길모르고과신말자’
딱맞는말이다.
융단처럼푹신한낙엽길의유혹에정신줄을놓고말았으니.
방심은금물이라했거늘,고갤들어주변경계만잘했어도
거듭된’알바’는하지않아도됐는데…요까지가한계다.

쭉쭉뻗은낙엽송숲길로한참을들어섰다.
고도가점차낮아지길래의아해지도를펼쳤다.
정상으로향하는등로에서한참을벗어난지점이다.
유턴하여갈림길에이르자,팻말은없고리본표식만있다.

즉,삼천포로빠지는길은오히려뚜렷한데
정상으로향하는길은어슴푸레했으니.
누구라도그냥지나치기십상이다.

어리버리’알바’끝에그제서야제길찾아들어섰다.
잣나무군락을따라이어진오름길이제법숨가쁘다.
길헤매며흘린식은땀은비지땀이되어온몸이흥건하다.
잣나무숲저편에서골바람이밀려온다.
파도소리를닮았다.
바람은그렇게산자락을훑고지나며
산천초목을흔들어일으켜세운다.

5월초에잔설이…

조무락골쉼터(석룡산1.5km,삼팔교3.5km)를지난다.
해발고도는900m를넘어서고있다.

낙엽틈을비집고나온야생화는방긋거리는데
꼬리를털지못한겨울은북사면에걸려있다.
바짝다가선경기최고봉,화악산에도잔설이희끗하다.
알프스가아닌,대한민국의5월풍경이다.

……

암릉구간을지나면이내정상이다.
석룡산봉우리엔정상표시석이두개나박혀있다.
그런데어찌된영문인지제각각이다.
우선흑과백이그렇고,한자와한글표기가그러하다.
또하나,黑石엔해발1,147.2m,白石엔해발1,153m이다.
온라인상자료에는1,155m이다.
시,군경계에있는산들중이처럼내팽개쳐진경우가더러있다.
정상조금못미쳐있는움막또한흉물스럽기짝이없다.
가평군과화천군홈피는깔끔하게관리되고있던데…
무개념관리의대표적표본이다.

소잔등을닮은화악산능선이손에잡힐듯다가서고
남쪽으로명지산이반갑게손짓한다.
석룡산정상에서면경기와강원산릉이물결치듯넘실댄다.

화악산을맞보며산을내려선다.
쉬밀고개에이르면팻말은’등산로없음’을알린다.
화악산방향은출입금지구역이기때문이다.
‘삼팔교5.2km’표시를따라본격하산길로들어섰다.

늪지에매료되어…

주능선에서고도를100여미터낮춘등로주변에늪지대가모습을드러낸다.
해발800m가넘는산상고원의늪지라웬지모르게
보호되어야할것같다는생각이전두엽을때린다.

산상고원늪지

늪지를지나가파른등로를10여분정도내려서면
계곡물소리가희미하게들리기시작한다.
비경,조무락계곡의시작을알리는신호다.

복호동폭포

태고의기운을실은계류가힘차게요동치며계곡곳곳에
온갖기묘한沼를만들어놓았다.
하얗게부서져내리는계류를따라걷다보면
조무락계곡의또하나명소,복호동폭포를만나게된다.
폭5m,높이30m의2단폭포인데물줄기는신통찮다.

숲을벗어나자,시야가트이면서저만치낯익은민가가모습을드러낸다.
태고의비경에서벗어나사바의세계로든다.

석룡산에서만난….

38교-조무락골민가-잣나무능선-조무락골쉼터-석룡산정상-

쉬밀고개-남쪽지능선-조무락계곡-복호동폭포-조무락골민가-38교

2010/05/01가평석룡산記

4 Comments

  1. 박원

    2010년 6월 3일 at 10:17 오전

    아름답고유서깊은곳은혼자만다니시나봅니다.
    조무락골한자를보니절로흥이납니다.
    좋은계절입니다.건강하십시오.   

  2. 데레사

    2010년 6월 5일 at 1:28 오전

    저는조무락이순우리말인줄알았어요.
    그런데한문으로보니까좀우습기도하고신기하기도하고
    그렇네요.ㅎㅎ

    6월의산이아주싱그럽습니다.
    좋은주말보내세요.
       

  3. 박산

    2010년 6월 21일 at 7:02 오전

    조무락,,,

    재미있는’말’입니다

    저게5월산이니

    지금은뭐숲과나무가대단하겠습니다   

  4. 와암(臥岩)

    2010년 6월 24일 at 1:45 오전

    들꽃의대가이신’박원’님께서’석룡산’에핀5월초들꽃에관해아무언급이없으셔서서운하기도하답니다.^^*
    그산의이름모를꽃들,
    너무아름다군요.

    ‘오지산’의’나홀로산행’,
    오직지도한장달랑들고찾아나서시는’카스톱’님이야말로진정한산꾼이아닐런지요?
    존경스럽습니다.

    "조무락골쉼터(석룡산1.5km,삼팔교3.5km)를지난다./
    해발고도는900m를넘어서고있다.//

    낙엽틈을비집고나온야생화는방긋거리는데/
    꼬리를털지못한겨울은북사면에걸려있다.//",

    참멋있는명문장입니다.

    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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