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나거라”
가산디지털단지역승강장,퇴근시간대라붐볐다.

"그래,6시반에당산역1번출구에서…"

친구와약속장소를정하고서통화를막끝내려는순간,
한남자가내게다가섰고다짜고짜

"고마해,내가고마하라했잖아!"


일갈과동시,손바닥으로내머리를내리쳤다.

‘아닌밤중에홍두깨’라했던가?
반사적으로그의멱살을잡았다.
뿌리치며손을뻗어또한번내목덜미를후리쳤다.

이유없이연거푸두차례나가격당한터라
부아가머리끝까지치밀어올랐다.
멱살을잡고승강장벽면으로밀어부쳤다.
40대초반으로보이는왜소한체격의그남자에게서
술냄새가확풍겨왔다.

"개값물어주고싶지않으니썩~"하고선
몇발자국자리를피해다시전화를꺼내들었다.

어느틈에따라와또뒤통수를후리쳤다.

"고마하라했는데왜말을안듣냐?"

황당무계에어이상실이다.
입에선나도모르게"이런ㅆㅂ!@#$%"

주위를둘러보았다.
그많은사람들,한결같이멀뚱하게쳐다만볼뿐이다.
몇몇은나와시선이마주치자슬그머니외면했다.
남의일에끼어들기극히싫어한다.
무괸심의극치에섬뜩했다.

졸지에술주정뱅이의먹잇감이되고말았으니,,,

……………………………………………………..

문득25년전,악몽이떠올랐다.

퇴근후회사동료와대포잔을몇순배돌린뒤
귀가를위해을지로4가삼풍빌딩앞택시승차장에줄을섰다.
누군가어깨를툭치길래돌아다봤다.

흰셔츠를입은건장한체격의사내가
눈을희번뜩이며,"왜새치기를하느냐?"고했다.

"맨뒤에줄을섰는데새치기라니…?"

그사내는"서너걸음떨어져있었다"고했다.
"그렇다면앞에서라"며자릴양보했다.

시비는여기서부터시작이었다.


"왜!기분나쁘냐"며어깨를밀치길래
함께있던동료가그의팔을잡았다.
아마도그사내는먹잇감이슬슬말려드는느낌에
내심쾌재를불렀을것이다.

언성이높아졌다.뿌리치는팔동작도격해졌다.
그에게멱살을잡혔다.

뿌리치는내팔꿈치가그사내의가슴을스쳤다.
순간,사내는코피를쏟아내며바닥에나뒹굴었다.

뭔가엮인느낌이들었으나우선일으켜세웠다.
몰려든사람들을향해사내는폭행을당했다고했다.

곧이어경찰차가도착했고셋은
인근을지로3가파출소로이동,조사를받았다.
사내는파출소전화기로누군가와통화를했다.

"형님,나가오늘어떤놈들한테당했어라.여그좀퍼뜩와주시오이"


마치인근에서대기하고있었던것마냥
불과몇분후깍두기타입의사내가
조금은오버해가며문을박차고들어섰다.

"니들이내아우를요모양으로만들었뿌럿어야!"

"야들콩밥좀멕이야것소.합의안할라요"

결국셋은중부경찰서로이송됐고몇가지확인조사를더거친뒤
동료와함께난생처음유치장에구금됐다.
철창안에서둘은곰곰히생각했다.

팔꿈치가코에닿지도않았는데흰셔츠앞판이벌겋게적셔질만큼
많은량의피가일시에뿜어져나올수있는걸까?
전화와동시기다렸다는듯수분안에달려온형이라는사람,
그의행동거지또한아리송했다.

뭔가지독하게꼬인것만큼은확실한데…

경찰,철창체험장면

새벽녘,경찰이우리둘을깨웠다.

"우선대단히미안합니다.두분은자해공갈범에게낚인것입니다.
저놈은미처자신이수배된상태라는걸모르고서
또일을저지르게된것이지요.두분께죄송한마음을전하며
봉투에1만원을넣었습니다.나가셔서샤워하시고
식사드시며기분을풀었으면합니다."

참으로어처구니없었다.


수세미같은몰골로경찰서문을나섰다.

"하룻밤가둬놓고서미안하게됐다니,
또1만원으로둘이서샤워하고밥먹고기분풀라고!"

참으로일진사나운하루였었다.

그로부터25년,
하마트면또한번제대로낚일뻔했으니…

파렴치한자해공갈범이나불특정다수를괴롭히는술주정뱅이?
이러한인간말종들에게고한다.

"지구를떠나거라~"

3 Comments

  1. 曉淨

    2011년 5월 31일 at 11:06 오전

    앗~~!
    카선배의글에첫댓글을다는행운이….
    잘계셨지요?참오랜만에블로깅을했더니만
    이상한놈들야기가..ㅎㅎ
    참말로…세상이요지경이지만그만큼팍팍한것이
    비단그놈들잘못만은아닌듯싶으니이무슨조화인지….
    양분화되는인간시장에중간인이설자리가점점왜소해지는듯합니다!

    지구를떠나야할놈들이이세상에참많지요^^*..
    저같으면아마도크게낚였을뻔~~~ㅎㅎ   

  2. 참여하는 눈길

    2011년 6월 1일 at 2:20 오전

    건장한남자분이이정도인데,이나라에서신체적/사회적약자들이겪는억울함은한둘이아니겠지요…
    유린당하는기초인권들은또얼마나많을지,,,   

  3. 와암(臥岩)

    2011년 8월 2일 at 12:12 오전

    오랜전의글,
    지금읽어도가슴이마구뜀답니다.

    세상에그런일이있었군요.
    ‘길을가다보면스님도만나고소도본다.’는속언이있지만~
    산사나이의참을성,
    너무돋보였습니다.

    만약힘이모자라이런일을당하셨다면얼마나억울했을까요?
    한주먹거리도안되는주정뱅이,
    그래도인간이니어쩌겠습니까.

    오죽분통이터졌으면이렇게하소연했을까요?
    그심정이해가갑니다.
    더멋진나날이어지시길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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