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 검봉산 ‘꿀비산행’

낭만을실어나르던추억의경춘선은역사의뒤안길로사라졌다.
이제스마트한ITX청춘열차가그길을달린다.

청춘열차라?
경춘선의낭만과추억을떠올리라고’청춘열차’라이름붙였을까?
아니,靑량리와春천의앞자에서따왔다.썩잘어울린다.

비내리는이른아침,우중산행을위해청량리발강촌행청춘열차에올랐다.
미끈한동체가북한강변을거슬러미끄러지듯내달린다.
창밖풍경은빗물에번져몽환적분위기를더하고…

말쑥해진새강촌역사를보며그래피티로얼룩진옛역사의플랫폼을떠올렸다.
옛역사의텅빈플랫폼에우두커니제자릴지키고선팻말은
옛추억을되새김하는듯그모습이처연하다.

쩍쩍갈라지고풀풀흙먼지이는논밭을보며애태우던농심을달래려는듯
간밤부터시작된빗줄기는,산들머리에선지금까지쉼없이내린다.
강촌역앞도로를건너왼쪽길로150여미터진행하면
강선봉(1.3km)과검봉산(3.6km)을가리키는이정표가,
산비탈길을800m를더들어서면구강촌역인근,강선사에서
올라오는길과만난다.나무벤치가있는첫갈림길이다.

여기서부터강선봉까지는등로가꽤나가파르다.
빗물은오목하게골이진등로를따라흐르며토사를쓸어내린다.
우의는아예입지않고배낭만방수커버를씌웠다.
올들어첫우중산행인지라온몸으로꿀비를만끽하기위해서다.

강촌역이내려다보이는첫쉼터에배낭을내렸다.
전날야심한시각까지주님?을알현한탓에컨디션이바닥이다.
바위에걸터앉아거친숨을고르며2010년9월어느날을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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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이산을찾았고오늘처럼산행내내비가내렸다.
그땐’억수장마’였고,오늘은’긴가뭄끝단비’다.
당시산행기를뒤져보니제목을’억수산행’으로매달아놓았다.
그렇다면오늘산행기의제목은’꿀비산행’이라해야겠다.

생명을다하고서도품격을잃지않고꼿꼿하게자리를지키며오가는산객들에게
포토존을제공하고있는고사목은그자체가그림이며詩다.

빗물과육수가범벅이된채기진맥진,강선봉에닿았다.
들머리에서강선봉까지1.3km등로는짧지만격하다.
곳곳이너덜길이며또몹시가파르다.
강선봉은북한강을사이에두고삼악산등선봉과맞보고있다.
강선봉에서너덜길을내려섰다.정상까지는능선길로약간의오르내림만있을뿐
울울창창~숲속오솔길이,룰루랄라~쭈욱이어진다.

정상을700m앞둔지점갈림길에이르러팻말을보자,
2년전억수산행때의기억이또다시또렷해왔다.
산행내내공포스러우리만치장대비가쉼없이퍼붓는통에
정상밟는걸포기하고이곳에서때골(1km)로탈출했었다.

그때접었던길을오늘비로소접수한다.
이런꿀비를맞으며,이런꿈길을걷는것은행복그자체다.
삶이뒤죽박죽일때,매사가배배꼬이기만할때,슬그머니내려놓고
숲길을걸어보라.오감이다열린다.숲은최고의항우울제다.

검봉산(530m)정상.
인증샷을위해디카를꺼내들긴했으나세찬빗줄기때문에쉽지않다.
모자챙으로빗줄기를가리고선후딱정상표시석만담았다.

정상에서문배마을방향으로내려서자,바로나무데크전망대다.
빗물잔뜩머금은데크에올랐다.
산야는자욱한비안개뒤로모습을감췄다.

데크전망대를내려서면목계단길이이어진다.
계단은두갈래였다가하나로,다시갈라졌다합쳐지길반복한다.
자로잰듯반듯하게만설치해놓은,그런흔한계단이아니라
지형과조화를이룬감각이돋보이는,그런계단이다.

비오는날숲길을걸으면숲향이더욱짙게다가온다.
초목은더욱푸르러싱그러움을양껏발산하고
나뭇가지사이로피어오르는비안개는신비감을더한다.
이렇듯매력만점인숲속오솔길을따라문배마을로들어섰다.

문배마을은해발350m에있는분지마을이다.
천수답농사와함께민박그리고음식점을겸하고있다.
구곡폭포와함께문배마을도유명세를타찾는이들이많다고하는데
왼종일비가내리는오늘같은날은대부분공치는듯,
한적한산간마을그대로다.

물에빠진생쥐꼴로문배마을로들어가처마밑에배낭을내렸다.
젖은옷과신발을벗고여벌옷으로갈아입고샌들로바꿔신었다.
그제서야행동식으로준비해온빨강노랑파프리카를우적우적씹어먹었다.

때마침비도그쳤다.
뽀송뽀송한기분으로잘조성된산책길을따라구곡폭포까지.

가뭄으로쫄쫄거리며의기소침해있었을폭포수가
어제부터내린비로수량이넘쳐나자신감을찾은모양이다.
쉼없이새하얀물줄기를기운차게쏟아내고있다.

구곡포포를벗어나주차장에이르러강촌역으로가는버스시간대를보니
40여분을기다려야한단다.내친김에강촌역까지또걸었다.

강촌에와서춘천닭갈비를빠트릴순없는법?
격하게소비한칼로리를그렇게또한방에원상회복시켰으니ㅠㅠ.

#뱀발

검봉산에필이팍꽂혀일주일뒤다시찾았다.
이날은파란하늘에흰구름두둥실,독하게덥긴했지만날씨는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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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9월,검봉산억수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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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데레사

    2012년 7월 10일 at 10:24 오전

    비오는날가셨다가아쉬워서다시가셨군요.
    너무더워도힘드셨을텐데…

    저는서울에서학교를안다녔기때문에강촌에대한애틋한추억은
    없지만그래도젊은학생들로만원이던그강촌역을생각하면
    마음이즐거워지긴하거든요.

    이제는더워서계속방콕할겁니다.건강하십시요.   

  2. 흐르는강물처럼

    2012년 7월 10일 at 11:18 오전

    강촌역옛역사그리워지는군요.검봉산주변숲속길눈에선하고..멀리있어가보지못하는마음안타갑지만..산행기를읽고,사진을보며이미지를그려봅니다.강건하십시오.   

  3. 정종호

    2012년 7월 12일 at 10:47 오전

    형님이강촌에갈때마다큰비가오다니…진작계획세워서가셨슴전국이가뭄으로몸살하는것도없었을것을…안전하게하산하셨으니다행~~출장잘댕겨오세요^^   

  4. 와암(臥岩)

    2012년 7월 22일 at 8:41 오전

    ‘검봉산꿀비산행’,
    ‘검봉산억수산행’,
    검봉산산행은정말’비’와의특별한인연이있는모양입니다.^^*

    다행스럽게일주일뒤찾은검봉산,
    "파란하늘에흰구름두둥실……",
    대단하신열정이십니다.

    "삶이뒤죽박죽일때,/
    매사가배배꼬이기만할때,/
    슬그머니내려놓고숲길을걸어보라./
    오감이다열린다./
    숲은최고의항우울제다.//",

    그렇더군요.

    저도지난주19일(목)태풍이전국을휩쓸때동네산악회따라산행에나섰습니다.
    "삶이뒤죽박죽이고,
    모든것이배배꼬여가기만했을때죠",^^*

    경북청도군운문면신원리복호산(伏虎山)과지룡산을올랐습니다.
    비구니청정도량이며유일한비구니승가대학이자리한운문사(雲門寺)입구에자리한산이죠.
    비가후두둑거리는가운데50여명의회원중산행팀은고작25명.
    전날이초복(初伏)이라친구들과어울려생맥주몇잔들이킨게산행때도멍하게만들었고요.
    25명중70객은물론혼자이고.
    높지않은산인데선행그룹이정상부근우회도로를두고도70~80도에이르는깎아지른절벽으로인도하는바람에맨꼴치에서초죽음이되었답니다.
    가이드가바로앞서서험한곳엔손으로당겨주고,밀어주어겨우1시간50분만에정상을했습니다.
    정상에서가이드의권유로예정된코스도아닌이웃봉우리’지룡산’까지타곤힘든내리막길에서쩔쩔헤매면서운문사내원암으로내려왔지요.
    빗물과땀이뒤덤벅되어계곡에서실례하곤보송한옷과신발갈았습니다.

    하산주,
    맥주마셔도마셔도시원하지않았지요.
    그리곤지금까지후유증에시달린답니다.ㅠㅠ
    그전피로때문에다래끼가났는데그날얼굴너무훔치면서탈이나아직도항생제를먹고있지요.

    ‘카스톱’님!
    저의실없는얘기가너무길었습니다.
    아직도이렇게철이나지않았으니~

    추천올립니다.
       

  5. 박산

    2012년 8월 3일 at 6:04 오전

    꿀비산행

    약이됐겠습니다이런산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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