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의백미는뭐니뭐니해도’상고대’다.
코발트빛하늘과순백상고대의어울림은그야말로환상의하모니다.
아무리메마른감성을가진사람일지라도겨울산에들어
상고대를만나게되면감성이꿈틀대며탄성이절로새어나오기마련.
겨울이면각종매체들도앞다퉈순백의겨울산풍광을담아소개한다.
또한SNS상에도아름다운설산의상고대그림은차고넘친다.
이렇듯겨울산풍광중으뜸인상고대의환상적인영상을접하게되면
그다지산행에관심없던사람들조차감성이촉촉해져한번쯤산을찾게된다.
그러나상고대라는게고매한자태와는달리워낙변덕이죽끓듯한다.
늘그자리,그모습으로산객을기다려주지않는다.
지리산천왕봉의일출도3대가덕을쌓아야볼수있다고하듯
명품상고대역시아무때나제모습을쉬내어놓질않는다.
그렇지만쉼없이겨울산과교감하다보면感이온다.
그렇다면상고대는어떠한조건에서가장화려하게생성될까?
눈이오는날은일반적으로날씨가푹하다.눈이그치고나면대체로기온이떨어진다.
이때기온은영하6도이하,습도는90%정도,바람은초속3m면좋다.
여기에안개까지더해지면금상첨화다.
이런날,나뭇가지에달라붙은수분이밤새얼면서상고대의모습을갖춰간다.
이쯤되면칼바람은능선에쌓인눈을날려가며상고대의완성도를높인다.
바람은때로상고대를선인장의가시처럼날카롭게,솜털처럼보드랍게도빚어낸다.
자연은이렇게밤을새워상고대를빚고,산객들은몽환적상고대를기대하며겨울산으로든다.
겨울명산엔주말이면혹한마다않고찾아든산객들로늘북새통이다.
대부분방한복장과장비를갖췄지만더러는최소한의겨울산정보도없이
겨울산의아름다운풍광에이끌려무턱대고따라나선이들도없지않다.
그러나겨울산은때때로심술을부리기도한다.
우선상고대의아름다움에흠뻑빠져넋을놓다간길을잃기쉽다.
순백의설원에서면일단원근감과방향감각이흐려진다.
발길뜸한설산에서남의발자국만믿고따르다간조난에이를수도있다.
익숙한산길이라도심설이면사정은다르다.눈아래지형판단이쉽지않다.
최근선자령산행에나섰던노부부가산행중에실종,싸늘한주검으로발견됐다.
‘선자령눈꽃산행’하면흔히들만만하게생각하는경향이있다.
능선이완만한데다가산객들이워낙많이찾는곳이라
겨울놀이터정도로여기는모양인데천만의말씀이다.
해발1천미터넘는겨울고산의기상은속된말로’미친X널뛰듯한다’
결코만만하게봐선안된다는얘기다.
겨울산은거짓말처럼변화무쌍하다.그만큼치명적복병이도사리고있다.
안타깝게명을달리한노부부역시겨울산의심술을간과했고방심했던것이다.
또한70세를넘긴자신의나이를생각않고체력을과신했던것도같다.
보도에따르면,노부부는산들머리에서부터방심한흔적이엿보인다.
산에들기직전,기온이푹했던지방한용재킷을차안에벗어둔채산행에나섰던것.
정상에다다를즈음,갑자기세찬눈보라가몰아치기시작했다.
이미극심한체력소모로탈진상태에이르러앞선일행들과점점거리가벌어졌고
급기야저체온증으로쓰러져눈더미에묻혀버린것으로추정된다.
땀에젖은옷을입고산행할경우마른옷에비해스무배정도빠르게체열을앗아간다고한다.
그상태로추위에두시간정도노출되면저체온증으로목숨을잃을수있다.
아마도노부부는심설을헤치며걷느라옷이땀에흠뻑젖었을것이고
당연히체력소모가심해탈진상태에이르렀을것이다.
게다가칼바람에눈보라까지몰아쳤으니상황은더욱어려워졌을것이다.
결국산비탈에몸을쉬었다가변을당한것으로보여더더욱안타깝다.
상고대도좋고,코발트빛하늘도다좋다.
하지만준비없이,대책없이오르는겨울산은’NO’다.
안전한겨울산을즐기기위해서는철저한준비가필요하다.
변화무쌍한산정의날씨에대비,복장과장비를제대로갖춰야한다.
예상치못한기상변화로산행이지연될수있음을인식하고
등산지도를지참해탈출로를사전에파악해두는것도중요하다.
심설산행은특히나체력소모가심하다.허기진산행은탈진을불러온다.
간단한먹을거리와온수도필수다.
겨울등산복장과장비를갖추지않은상태로설산오를생각은꿈도꾸지말라.
겨울산에서가장염두에둬야하는건체온유지다.
방수투습력을갖춘장갑을착용하고귀를덮는방한모를써서머리열손실도막아야한다.
윈드재킷,속옷,양말,버프,모자,장갑은반드시여분을챙겨야한다.
설산에서시력보호용’고글’도필수다.
심설산을걷는속도는평소보다두세배더딜수있다.랜턴도챙겨야하는이유다.
물론스패츠와아이젠,그리고심설에서몸의균형을위해스틱은당연하고.
데레사
2013년 1월 30일 at 9:02 오전
지난주였지요?
가리왕산에서70노부부가시체로발견된것이.
사망원인이저체온증이라고했던것같아요.가지고간방한복을
버스에두고올랐다고하던데겨울산만만히봤다간정말큰일
나지요.
상고대,너무아름답습니다.
이제실제로보는건어렵지만이렇게사진으로보여주셔서고맙습니다.
박산
2013년 2월 8일 at 5:16 오전
산을향한
경험많은도사님의
절절한한마디
자연에대한겸손이묻어납니다
올한해도무탈하고건강한산행되시길바랍니다
와암(臥岩)
2013년 2월 22일 at 9:25 오전
어젠동네산악회따라산도봉도아닌야산을돌고왔습니다.
경남고성갈모봉.
그래도이름은峰이었으니요.^^*
해발387m이니봉도아니죠.
남쪽바닷가산이라도아이젠과다운외투를준비했습니다.
겨울산행은정말어떤상황으로변할지아무도예측할수없으니말예요.
칡넝굴이많은봉우리라선인들이’갈모봉’으로붙였는데,
지금은편백나무숲이꽉차암을앓는분들이많이산림욕을하고있더군요.
하산할땐땀이찬속옷때문에갈아입었습니다.
무턱대고산을찾는이들에게금과옥조같은교훈입니다.
추천은물론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