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펜션아라클럽/ 어쩌자고 살만 찌웠어?

너무나부끄러운일이벌어졌네요.

섣달그믐날에기자가찾아왔더랬어요.

대목날인지모르고기자가와도된다고남편이말했나본데

내게는알려주지도않아정말로황당하고대책이없었지요.

손님들에게도,기자들에게도집중하여봉사를할수가없게된날.

부시시한얼굴로묻는말에대답했다가손님이부르면달려갔다가…

그런데이렇게신문에부시시한그대로나왔네요.

젊었을때함께근무했던이선생님에게서신문을보고전화가왔군요.

서울사는줄로알고있다가놀랐다고하시면서….

"길에서만나면몰라보겠어

어쩌자고이렇게살을찌웠어?

그날씬했던하선생맞나자꾸들여다보았네."

사연인즉슨남해군수님이아라클럽에방문을오신길에

제가공짜커피제공하고대신성금으로모으는저금통을사진으로찍어

페이스북에올리셨던겁니다.

그걸경남도민일보에서보시고이야기거리가되겠다싶었던지

취재하러기자두명이카메라를들고오신겁니다.

오직그뿐인데글로옮겨놓으니거창한것같네요

마치억억하는부유층이나된것처럼….

눈물나는사연의이야기는다감추이고

좋은모습만새해벽두에나타나는건좋은징조이지요?

노부부라는불림은아직은사양하고싶은데

첫마디가노부부라네요ㅎㅎㅎ

신문기사시작합니다.

새해를하루앞둔날남해군에서품격있는노부부를만났다.

남해사람들은이들부부를’천하부부’라부른다.천종욱(71),하태무(65)부부의성씨를붙여읽으면

천하가되는데실제로도천하에부러울것이없다.

부부는남해군에서펜션을운영한다.

"펜션이름을’아라클럽’이라고지어사람들이펜션인지찻집인지궁금해하더라.

보통펜션에방하나더놓아한푼이라도더벌려고하지만,

우리는사람이좋고대화를나누는것이좋아고집해서카페를만들었다."

카페’더블루’에는누구나와서놀다갈수있다.찻값도무료다.

대신남해군의고학생을위해조그만정성을보이면된다.

부부는1년남짓한기간에200여만원을모금했고틈틈이남해군향토장학재단에기탁하고있다.

부부는각각취미가있다.

남편은사진을찍고부인은글을짓는다.

둘의작품은책으로도출판됐다.

하씨는글쓰기를좋아해<남해시대>논설위원으로활동중이며

제1회남해유배문학상에서’신선의섬,꽃밭에서놀다’라는작품으로입선했다.

또하씨는문예지<문예한국>,<시조월드>를통해등단한작가다.

"어렸을적부터글쓰기를좋아했습니다.학보사편집장도했었지요."

남편천씨는사진말고도국화가꾸기를좋아한다.

남해국화사랑회에서활동하며키운국화는남해꽃길가꾸기에사용됐다.

천종욱(오른쪽)하태무부부가더블루다방에서포즈를취하고있다./임종금기자

부부는여행도즐긴다.크루즈여행만8번,세계100여개나라이상을다녔다.

"여행을하니젊어지더라고요.실크로드계의석학정수일교수,

그리스신화에해박한유재원교수등과함께공부도겸하며여행을했습니다."

여행기역시책으로출판됐으며블로그(천하부부의여행그리고삶,blog.chosun.com/cheonhabubu)에

차곡차곡쌓여있다.

부부는더블루카페를예술의전당처럼활용하고있다.

한번은<남해시대>사장의소개로이순신장군교향곡을작사한음악가정창민씨가족이방문했다.

이날열린즉석연주회에서하씨는수필을읽었다.

또한번은수녀10여명이이들의펜션에묵으러왔다.

식사대접에감동한수녀들은그레고리안성가를불렀다.

이러한감동들이날마다쌓여가면서남해생활이더할나위없이즐겁다는부부다.

부부는교사출신이다.1964년하씨가교육대학을졸업하고

첫부임한의령초등학교에서둘의인연은시작됐다.

교사시절도화려하게보냈다.

공동발표한논문(초등학교고학년성교육지도와실제)은당시교육계에일대파란을일으켰다.

"저희부부는열정적으로살았습니다.이논문으로교육부장관상을받았고

지금도국회도서관에서논문을찾아볼수있습니다.

이길로계속갔다면대한민국성교육계의시초가됐을겁니다."

하지만이들부부에게좋은일만있었던것은아니다.

남편천씨는교사로는가난을벗어나기힘들다고판단해교단을떠났다.

시멘트판매업에손을댔지만쉽지않았다.

친구의배신에빈털터리가된적도있다.

이를보고만있을수없던하씨도남편뒷바라지를위해교단을떠났다.

이대목을이야기할때분위기가잠시숙연해졌다.

"아이들을모아놓고논술과외를하며생계를유지했어요.

그때고생을생각하면말로다못합니다."

듣고있던천씨도"이사람이1인3역을하며도와줘서이런날이왔습니다.

돌이켜보면정직과신뢰가성공의밑바탕이었습니다."

후일부부는1년에100만포대라는판매고를올리며재기에성공한다.

우리사회여러분야가불신으로가득찬지오래다.

부유층에대한불신이특히심하다.이것이단순한시샘으로만비치지않는것은

이들의도덕성과교양수준이썩높아보이지않기때문이다.

하지만천하부부는상식이통했다.품격있는부유층이라는생각이들었다.

단순히금전적여유가아닌품격.

잔잔한남해바다를배경으로선부부는그렇게쪽빛바닷물을닮아있었다.

[동네사람]천하에부러울것없는’천하부부’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8706-경남도민일보

신정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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