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시간의 행적과 넉두리

어딘가로멀리떠나고싶은날이있었다.

그곳이어디라도좋았다.

무작정버스를탔다

오랜친구가있는부산

마침시립미술관에근대미술백인전을연다고한다.

친구는그곳에서먼저가기다린다고했다.

새로바뀐약이오전은맥을못추게만든다.

눈을감고약두시간,부산사상역이다.

거기서다시한시간전철을타야만한다

친구에게서전화가온다.어디야?

응,사상역.

지공,지하철공짜로타는나이이다.처음은참서글펐다.

그런데지금은그냥무작정타게만들지.

신분증차표처럼얹고가게만들지,왜신분증을대고표를타게하느냐?

사회구조적인불합리에못마땅해한다.

사람은좋은점은보이지않고나쁜점만보이는속성이있단다.

나쁜소문은하루에천리를가고좋은칭찬은십리도못간단다.

친구란만나면칭찬만하자.

어느님처럼만나면다른사람흉을보는사람은되지말자.

금방불평을해놓고선금방반성하며척한생각을하는나.

역무원에게신분증을제시하니표를하나주면서다음엔직접뽑으세요.

친구가시립미술관5번출구에서기다린다.

천천히걸어서3천원짜리할인권두장을사서입구로간다.

길례언니

모자에장미를잔뜩달고엷은미소를띠며빤히쳐다본다.

뭘봐언니너무예쁘다.그리고천경자씨

얼마나억울했겠나?한국이싫을만하지.

자기그림모르는바보가어디있어.

그건내그림이아니야라는데다들천경자그림이라고삿대질하는데

나라도더러워떠나겠다.수세월흘러그래.그그림은가짜였다.

그러나이미상처나고만일.그녀는죽었는지살았는지도잘모른단다.

한국이천재를그리만드는세상이었나?참으로마음아프다.

그녀의그림들은한껏화려하거나한스럽거나정답거나…

화가잔뜩난황소두마리이중섭은무엇에화가나있었을까?

다정한가족그림은구상선생가족이었다고말하는데.

그구상선생도말년에부인을너무나그리워하셨지.

나,오늘애인보러가네.

그날은용인부인의산소로가시는날이었지.

피란열차는고통속의사람들을잔뜩싣고가는데

마치수많은꽃송이가상자에가득담겨있는듯하다

그렇지,멀리보면고통은꽃송이란다.

삶은다꽃송이인게야

저급박한상황에화차가터지도록실린사람들이

왜다꽃같이보이는게야.피란을간다는데…

저기저수많은사람들의눈빛은얼마나당황스럽고불안할텐데

그분은눈빛을그리지않았어.

다만멀리서보면다꽃이란걸말하고싶었던게지.

나만그리느끼는가?

그러니현상을관조적으로보라는말.

이리저리낯익은그림들을보며행간에쓰인설명들을읽으며

벤치에앉아그분들의행적이담긴사진들을보다가

벙어리화가의예수님그림을하나하나살피다가

어쩌면예수님이단군의자손이었을수도있을까?

저두루마기입은모습이딱어울리지않은가?

둘러선동방박사들의근엄한모습마저어울리지않는가?

아라클럽브이브이아이피룸에걸려있는그분의대형그림예수탄생!

한곳에다모여있으니더생상하게다가오네.

도록한권을사고친구와냉장고에붙이는자석그림하나씩나누고

점심을먹다.

손님한테이불도없는한적한월남쌈집,

입구에장미가듬북그려진그림을본다.

꽃그림은언제나기분을좋게만든다.

꽃만꽃만그려보아?

냉커피한잔마시고아이스크림을한입크게먹고

거리로나섰다.

자고가라는친구의만류도뿌리치고함께두어시간을걷다가

다시돌아오는전철을탔다.

비가오고있었다.

돌아오는버스기사는참으로수다스럽다.

마이크에대고온갖말을다한다.

오늘비가온다느니사천까지한시간반걸린다느니

촉촉히비가오니기분이좀그렇다느니

빠트리는물건없이잘챙겨가라느니

약두시간의거리,앉아가만히하는일없는시간,.

큰아들이미국에서홍콩으로돌아왔고’작은아들은서울에있고

선배언니는서울이답답하고강기자는너무힘들어좀쉬고있단다.

비엔나의아네스는전화해도좋은시간을알려주었다.

그모든안부를두시간동안전철에서스마트폰으로확인한다.

사천을지나삼천포로들어오는버스는

비오는저녁여덟시의거리를미끄럼타듯흐르며달린다.

하루낮열두시간.

그렇게보낸시간도나의일생꽃한송이가될려나

고통의바다,너절하고시름많은일생의한부분부분꽃한송이

멀리서보면아름답기만한꽃한송이

<소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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