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펜션아라클럽의토요일입니다.
성수기토요일이라도빈방이있을정도로금년여름은
하늘이말짱하고바람도없는데태풍소식으로방을취소하고
그분들과설왕설래에어려움이따릅니다.
그래도저는아라클럽을사랑해주시는손님들을믿습니다.
오늘은이웃님의도둑이야기를읽고
오래전의도둑이야기를기억해냅니다.
서울방배동새로지은집으로이사한지얼마지않은일요일밤이었습니다.
남편은카메라한대를애지중지했던시절입니다.
그리고일본에사시는외삼촌이선물로주신
낡은로렉스손목시계가그의자랑인특급재산이었습니다.
예나지금이나제것은,있어도그만없어도그만인물건들전부랍니다.
새로장판을한방바닥은걸을때마다버석거리는소리가들렸습니다.
마를때까지그겉종이를뜯어내고콩기름칠을하는전통장판을깔예정이었지요
새벽쯤되었는데방바닥에서버석버석사람발자국소리가나는겁니다.
깜짝놀랐지만소리를벌컥지를수가없었어요.
전어떤사람이건대부분의살인은돌발상황에서생긴다고믿거든요.
그러니도둑이라도갑자기놀래게해서는안된다고생각했습니다.
옆에누운남편의손을끌어당겨손바닥을살짝꼬집었습니다.
그리고는잠이깨어도둑을쫓아보내게해줄줄알았어요.
갑자기잠이깬남편은버석거리는발자국소리,
그리고방을왔다갔다하는사람그림자에기겁을하고는벌떡일어났습니다.
도둑은칼인지총인지막대기인지길다란것을들이대며
"쉬!!조용히!!"
그러는것입니다.
남편은무척겁이나말이안나옵니다.
"무,무,무얼워언하아노오오!"
도둑은
원하는것은말하지도않고
"위층에사람많아?"
그러더니황급히앞창문을열고옷걸이에걸려있던
남편의바지와성당에서쓰는찬송가와레지오수첩,미사보가든내가방을
휙걷어사라졌습니다.
낮에밭에갔던이웃할머니가밭에던져져있던제성당가방속레지오수첩에서
이름을찾아내고는가방과남편바지를가져오셨습니다.
그들은일당은꼭챙겨갑니다.
라이카카메라,로렉스시계,그리고남편의바지에있었던현금얼마
재산일호를잃고도남편은사람상하지않았으니되었다고.
우리는지금도손녀들이랑남편을놀릴때
"무무무어얼,원하아노오…."
하며더듬던그긴박한상황의이야기를하며웃습니다.
뭐든지가져갈게있어야사람이상하지않는다면서…
싱거운이야기한자락으로
가을빛이살짝비치는토요일을익힙니다.
<소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