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호른Matterhorn이있는4천미터발스빙하지역,
등산가조반니세반티미도그곳에서세상을떠난그고지대의알프스풍광을
기차에앉아서보게된다.
나란히앉는앞좌석에는어제생모리츠역에서헤매고있을때보았던노신사부부가앉았다.
그들은캘리포니아에산다했고내것과닮은컴퓨터로사진도찍고
메모도쓰고하더니붓을꺼내그림을그린다.
나도어설프게그림을그리고있었는데나중에안드로메타역에서내릴때
사인펜하나를주고내렸다.
함께두어시간마주보며오느라고서로통성명을한덕에호두도나누고스프도나누며
조금친한관계가된것이다.
다시세계인한사람을사귀게된다.
요셉씨가참으로기이한사람이라웃는다.
영어를잘하는것도아니고말이잘통하는것같지도않은데
금방웃고주소를나누고먹을것을나누고금방친해지는이유를모르겠단다.
나는한국에서왔다너는어디서왔니?아,캘리포니아?엘에이?
아,나는거기두번가봤어.
거기오렌지참맛있더라.
너그림참잘그린다.
그정도.더이상도이하도아닌데단지신기하다말하는사람은쑥쓰러워못할뿐이고
그들도한국어모르는건마찬가지인데하고뱃장을부리는것이나와다르다.
우리말도아닌데좀틀리면어때?
<소리울여행노트>
대장이정한이번여행의하이라이트빙하특급,
호수공원에이은두번째명승지이다.
세번째가인터라겐에서가는융프라우라했으니
그가이빙하큭급에서기대하는정도는얼마인지,
8시간가는동안단10분도자리에앉지앉고
사진만찍으러좋은자리를찾아이리저리다녔다.
점심을먹는시간잠깐을제외하곤…
오래오래혼자앉아멋진경치를보고앉아있으려니사실경리장부가걱정이다.
대장을뺀두남자는와인잔을거우르며기분좋아이미거나하게
술이한잔된듯얼굴이발갛게화색이돈다.이쯤에서중간결산을하자.
나는경리장부를계산하기시작했다.
미리예상을했던것이지만숙소의비용이예상을훨씬웃돈다,
‘자스트고’란여행책자를보고부부당하루저녁40유로씩을결정했는데
부부당대개70유로스위스로오니이지역그배도훨씬더되는것이다.
패키지여행이거나개별여행이라하더라도밥까지사먹는것에비하면저렴한여행비지만
비용은꼼꼼하게분석해야한다.
그런데총소리나게비쌌던기차티켓을산영수증이없어졌다.
당장그걸적어야만중간결산을해서일행과대화해야했기에
대장에게영수증을달라고몇번이나말했는데여기저기두고찾질못한다.
그러더니생각끝에빈첸시오에게주었다는것이었다.
스위스패스포켓속에넣어빈첸시오를주었다는데
그에게내가패스를받았을때그포켓에영수증은없었다.
나는단지내가받았을때영수증은없었고그걸그의아내레지나도보았다고했는데
빈첸시오는내가정신이없어서받아놓고받지않았다한다고나를되려다구친다.
참환장할노릇이었다.
나는자기가어디두었다고잊었다고추궁한것도아니고그냥내가받았을때는
이미그게없었다고적으려니불편하다고말했을뿐인데자기는
확실한건확실해야한다고너분명받아놓고그딴소리하지말라면서
약간술끼있는얼굴로기차안이시끄럽도록고함부터치는것이다.
나는그게없어도나중에카드로결제될때적으면되지만지금하지않으면
잊을수도있고전체를계산하는데도분명해야하기때문에찾았다고했다.
그런데지금필요하지도않는데왜그럼자기에게말하느냐면서자기는분명해야
산다는것이다,그게그리고함을치며화를낼일이고
내가그게뭐라고받아놓고받지않았다고말할일인지,내가찾았을때
레지나도분명그속에영수증이없는걸함께보았는데내가어디둔걸모른다니,
그래그딴소리는하는게아니라고했더니천길만길뛰며그딴소리라했다고
화를내며야단이다.
귀신이곡할노릇이었고분하고억울했다.
아무리내가뭘잘잊어먹고다니지만받은걸안받았다할정도로
정신이없는건아닌데정말기가막혔다.
남에게사기까지당하며험난하게살아간다고,
산전수전공중전까지치른나였지만이게뭐란말인가
당장이곳에서한국으로나가고싶었다.
아무도말하지않아도누가뭐라고말하지않아도나는순간순간외롭고답답하다.
대장이원활하게일을잘처리한다면내가힘이좀덜들텐데
대장의고집때문에일행들이불편해하면
나는밥이라도더따뜻하게해먹여그런불평을없게해주려고,
밥값이라도줄여그거라도덕이되질않았느냐고할말이라도있게하려고,
우리를믿고따라온분들의불편함을덜어드리기위해최선을다한다생각했었다.
레지나가고산증이고형님도힘이든다고했을때발바닥통증을진통제로달래는
나는그럼아무렇지도않을것인가!
섭섭함은서러움으로변해하염없이눈물이흘렀다.
내가억지로움직이는건긴시간험한길을운전해온요셉형님도,
또긴장하며하루를보내는내남편도,전화한통화로순간적인결정을한그도
고마워노력하는거였다.
기를쓰고눕고싶어도참고움직이는나는그럼뭐란말인가?
누군공주가되고싶지않은사람이있더란말인가?
팔자는길들이기나름이란말이실감났다.
여덟시간달린빙하특급이체르마트에닿아역사앞식당에서스파케티랑스프를사먹고
역사앞가게에서티셔쓰몇개사고
마테호른을보면서택시로유스호스텔로찾아올때까지생각이많은시간이었다.
그런데달라는대로택시값을주고왔는데아무리생각해도택시값을
바가지를쓴느낌이었다.
내일아침데리러오기로했으니왕복값을받았겠지.그렇게생각했다.
그냥달라는대로주었는데그걸따져보지는못하다니…
전체의돈을가진자가할자세는아니다,
이런잦은실수가나는스스로힘들기만했다.
숫자에둔감한내가이일을치르기엔아무래도무리이다.
저녁시간,요셉형님이마테호른을간다기에따라나섰다.
리프트카는문을닫았고봉우리는구름에가려보이지않는다.
그래동네한바퀴돌다가방에들어왔다.
낮에기차에서일어난일이마음에걸렸지만성숙한자세를보이자.
마리아형님과이야기를나누면서레지나방에서커피한잔나누고기도하고헤어진다.
그래,또나가보는거야.정말가슴이아프지만나를알아달라는건욕심이다.
모든사람은다자기중심이니까.
그리고모든인간관계란크리스탈유리잔과같은것
깨어질수도있고금이가면더이상새로운자리로돌아가기어렵다.
회복하리란희망으로살긴하지만상처는쉽게제자리로돌아가지는않을것같다.
대장은사진을찍느라고힘이다빠졌는지내가얼마나가슴이아프고힘이드는지
아랑곳없이일찍잠이들었다.
그게더서운했지만다음날의일정이늘걱정인그에게내걱정이나
슬픔까지알아달라고아이처럼칭얼댈수도없었다.
혼자잠이안오니많은생각을했다.
빈첸시오가내게그림을그리라고준두꺼운원형마분지를생각하면서다그러려니,
그럼에도불구하고그러려니,그원형마분지가그의사랑이었다말할수도있잖아.
갑자기그런류의말씀을자주하시던주교님이생각나서사랑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