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게 흠뻑 땀에 젖는 통방산~중미산 산행

통방산에서 삼태봉을 거쳐, 중미산 정상을 밟는 코스는 경기도 근교의 한가한 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는 잘 알려진 코스다. 그러나 교통편이 마음에 걸려(한 번에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고,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아침 일찍 떠나야 한다) 숙제로만 남았던 코스였다.

823일 토요일, 일찍 집을 떠났다. 양재역 오전 7시 출발. 650m에서 800m 남짓을 오르는 코스. 인터넷에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등산 시간은 대략 5시간 반. 그러나 최근 들어 (체력 탓이지만) slow movement 주창자가 된 나는 애초부터 7시간 산행으로 마음잡고, 충분히 쉬어가며 느긋하게 산행하기로 친구와 다짐했다.

산행 들머리는 노문리의 정곡사 근처(아래 등산로 안내도에서 3코스). 3년 전에 상산재에서 통방산에 올랐다가(2코스)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통방산 기슭에 수많은 족적(足跡)을 남겼던 기억이 있기에, 아예 등산로가 분명해 보이는 정곡사 입구를 선택했다. 인터넷에는 주로 서너치 고개에서 거꾸로 중미산~삼태봉~통방산~정곡사(or 가마소 유원지)를 간 산행기가 많았지만, 서너치 고개는 들머리의 해발이 좀 ‘비양심적으로’ 높지 않나, 그래서 너무 쉽게 가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있었기에. 그러나 이는 나중에 밝히겠지만 착각이었다.

정곡사 등산로 초입에 세워진 통방산 산행 안내도

정곡사 등산로 초입에 세워진 통방산 산행 안내도

길은 분명했지만, 초입부터 전반적으로 경사가 좀 있었다. 남한강의 남북에 걸쳐 있는 양평군의 산들은 대개 산행인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사실상 산 속에 자신만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조용하다(그래서 멧돼지라도 만날까봐, 꿩이나 다람쥐의 부스럭 소리만 들려도 종종 겁이 난다).

통방산 정상
통방산 정상

정곡사 입구에서 1차 목적지인 통방산까지의 지도상 소요시간은 1시간 40. 전에는 휴식시간을 다 취하고도 지도에 표시된 시간 내에 산행을 마치는 것이 정상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공식 소요시간에 한 시간 정도 더 붙이는 것이 나의 산행 일상이 됐다.

 이날 기온은 29~30. 비 오듯 쏟아지는 땀과 턱에까지 차는 숨이란 상투적 표현이 딱 맞았지만, 나는 이 맛에 산을 찾는다. 마라톤을 뛰어볼 염두는 못 냈지만, runner’s high라는 것이 이런 것 아닐까.

날씨가 흐려 조망은 별 게 없었다. 점심은 삼태봉에서 먹기로 하고, 통방산 정상에서 잠시 쉬었다가 1.4km 떨어진 삼태봉으로 출발. 삼태봉 가는 길은 마지막 코스에 급경사에 밧줄이 계속 연결된 구간이었다. 삼태봉 부근엔 경치를 내려다보며 먹을거리를 풀어놓고 그늘 속에서 쉴만한 공간이 있다. 건너편을 보니 낮게 깔린 구름인지 안개 사이로 지나온 통방산 정상이 보인다.

7 드디어 삼태봉삼태봉 정상에서 한 시간 넘겨 노닥거리며, 친구와 뻔한 얘기를 계속 주고 받았다. 어차피 이 산엔 아무도 없으므로, 우리가 주인이다. 이날 산행 중에 통틀어서 등산객은 2~3인으로 구성된 두 팀 만났다. 바로 옆 나무 위에선 새들이 정말 엄청나게 지저귄다. 친구는 이럴 때마다 하는 얘기가 “(그렇게 돈 많다는) ○○○이가 지금 이 순간은 안 부럽다. 나는 좀 다르다. 그래도 부럽기는 하다. ^^

삼태봉에서 본 통방산 전경

삼태봉에서 본 통방산 전경

삼태봉에서 중미산으로 향하는 4.79km 구간은 곳곳이 잡목이 무성해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더운 날씨에도 긴팔을 입기를 잘했다. 등산 스틱으로 길을 막아선 잡목 가지들을 계속 헤처나가면서 고우(go)! 중간에 다른 동네로 내려가는 등산로들을 만나니까 종종 헷갈렸다. 이럴 때에는 감()으로 가는 수밖에. 또 한 달여 전에 다운로드한 등산 GPS 오룩스맵스(Oruxmaps)가 위력을 발휘했다. 이미 남들이 간 루트(route)gpx 파일로 받아서 오룩스맵스에 설치하고 내가 가는 길을 그 위에 트랙으로 남기면서 가는 이런 등산앱은 어디서 내가 잘못 길을 들었는지 곧 확인할 수 있어 불필요한 족적(등산객들은 이를 몇 년 전부터 알바라고 한다)을 남기는 수고를 덜 수 있다.

9 중미산 정상삼태봉을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834m의 중미산 바위덩어리 정상에 도착. 중미산 꼭대기를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늘 선어치 고개 건너편 유명산만 몇 번 가봤지, 정작 중미산은 오를 기회가 없었다.

10 선어치 내려가는 급경사중미산에서 선어치 고개로 내려오는 코스는 완전히 급경사의 끝판왕이었다. 30분에 걸려서 선어치 고개의 아스팔트를 만나기까지 밧줄을 잡고 급하게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gps로 확인해보니, 만약 이 길에서 출발해 중미산을 밟는다고 하면, 표고차 300m를 매우 가파르게 오르는 코스였다.

서너치 고개의 길거리 찻집들 중 한 곳을 들러 급히 칡차 한 잔 마시고 바삐 집으로.

차를 세워놓은 정곡사까지 가려면 이제 설악면에서 오는 콜택시를 부르는 수밖에 없다. 설악면에서 콜택시가 오는 비용만 18000여원. 여기서 다시 정곡사까지 가야하니 택시비만 모두 4만원이 들었다.

이날의 산행 시간은 정확히 7시간. 종일 기분 좋게 흠뻑 땀에 절어 본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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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방산~삼태봉~중미산 산행 총정리 (오룩스맵스)

통방산~삼태봉~중미산 산행 총정리 (오룩스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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