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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유료화 행진은 멈추었나

20113월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한 이래, 뉴욕타임스(NYT)는 전 세계 신문사들의 주목거리였다. 물론 그 전에 파이낸셜 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유료화를 했다. 그러나 이 두 신문은 경제 뉴스로 보다 특화됐다는 점에서, ()품격 general news를 생산하는 뉴욕타임스가 인터넷 시대를 헤쳐 나가는 기업 전략은 그 콘텐츠의 압도적인 질()과 함께, 전 세계 신문업계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년여간 말 그대로 0(제로)에서 80만명에 이르는 디지털 콘텐츠 유료구독자를 이끌어냈다. ‘콘텐츠는 공짜’ ‘유통(플랫폼)이 왕이라는 인터넷 시대에 이룬 쾌거였다.

 그런데 최근 나온 2분기 실적은 앞으로 갈 길에 큰 그림자를 드리운다.

뉴욕 맨해튼의 8th 애버뉴와 41번가~42번가 스트리트 사이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새 사옥
뉴욕 맨해튼의 8th 애버뉴와 41번가~42번가 사이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사옥

 ■ 2분기 실적

1분기까지 NYT가 거둔 디지털 유료구독자 수는 80만 명이었다. 모바일 앱//PC 등의 기기별 구독 결합상품 구성에 따라 15~35달러인 구독료를 내는 디지털 독자들이었다.

2분기 들어서 NYT는 월8달러짜리 쪼개기 상품들을 많이 내놨다. NYT NOW, NYT Opinion, NYT Cooking과 같이 방대한 콘텐츠의 NYT쪼개서보다 많은 구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미 미디어업계에선 같은 고기를 얼마나 잘게 썰어서 팔 수 있을까라는 조롱도 있었지만, 벌크(bulk)로 일단 상품을 내놓은 회사로선 추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벌크 상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쪼개서 파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결국 2분기에 실제로 늘어난 유료 구독자 수는 약32000명에 불과했다. 6월말까지 총 디지털 유료구독자 수는 831000.

NYT2분기 증가 구독자 32000명의 어느 정도가 기존 상품 구독자(15~35달러)인지, 새로운 쪼개기 앱상품 구독자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간단한 산수는 가능하다. 32000명이 모두 기존상품 구독자라고 해도, 이는 1분기 증가분 36000명에 못 미친다. , NYT의 디지털 유료화는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만약 월8달러짜리 신상품 쪼개기 앱 구독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면 더 심각하다. 정기구독자(15~35달러)의 증가는 이제 멈췄고,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했던 쪼개기 앱들은 추가 독자 유치에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이들 앱을 개발하기 위해서, 1년간 쏟은 개발비와 앱 콘텐츠 구성을 위한 인력 운용을 생각하면, 완전히 마이너스다. NYT NOW 앱 하나를 운영하는 전담인력이 20명 가까이 된다).

■ 매킨지가 추정한 NYT의 유료독자수 전망

4년 전에 NYT 경영진은 컨설팅 회사 매킨지에 디지털 유료 독자수에 대한 추정을 의뢰했다. 유료화 장벽(paywall)을 세우기 전 얘기다.

당시 매킨지의 추정은 월 15~30달러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낙관적인 숫자는 80~90만 명이었다. 어쨌든 100만 명은 안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추정이 맞는다면, 현재 NYT의 디지털 유료독자수는 이제 한계점에 이른 것이다.

유료화 장벽: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장벽' 너머 풍경(콘텐츠)에 관심을 보일 수 있을까...
유료화 장벽: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장벽’ 너머 풍경(콘텐츠)에 관심을 보일 수 있을까…

NYT의 디지털 매출

이런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NYT가 보잘 것 없었던 디지털 매출(디지털 콘텐츠 유료 구독 +디지털 광고 매출)을 연간 36000만 달러 규모(2014년 예상)로 키운 것은 놀라운 일이고, 한국 언론사들로선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중 디지털 구독료가 15000만 달러, 디지털 광고 매출이 21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숫자의 위대함은 비슷한 웹트래픽을 유지하면서 웹 콘텐츠는 완전 공짜, 디지털 광고 수익 위주의 경영을 고집하고 있는 영국의 가디언과 비교해 보면 금방 드러난다. 가디언은 한해 디지털 광고로 6200만 달러를 거두는데 그쳤다. 그래서 가디언의 작년 전체 디지털 매출은 8500만 달러였지만, 적자는 4700만 달러에 달했다.

가디언은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스캇 트러스트(Scott Trust)가 있어서 다행이지, 가디언의 디지털 전략에 대한 온갖 찬사는 숫자로 환산되는 순간 절망적이다. 그러나 스캇 트러스트 재정적 지원으로 가디언은 앞으로 19년간 지금의 적자 규모를 유지해도 계속 신문과 인터넷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NYT는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NYT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디지털 성과에도 불구하고, NYT의 디지털 사업 규모는 결국 36000만 달러짜리라는 것이다. 이 숫자로는 NYT1100명에 달하는 편집국 인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세계 최고의 퀼리티 뉴스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숫자가 아니다.

 NYT의 디지털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에 불과하다. , NYT가 이 정도의 디지털 매출로서 유지할 수 있는 digital-only 언론사의 편집국 규모는 200명 정도라고 한다. 이는 한국의 큰 신문사들 편집국 규모와 비슷하다. 

물론 BBC 사장을 역임했던 NYTCEO 마크 톰슨은 여전히 투자가들에게 자신감을 보인다. “높은 숫자의 백만 명대 숫자를 미국에서 유료 독자로 확보하겠다는 생각이 터무니없지 않다(It’s not ridiculous to think of a high single million number in the U.S. as an addressable market.)” , 700~900만 명대의 유료독자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그 숫자에서 너무나도 멀다.  

콘텐츠는 ‘최고’인데, 뉴미디어에선 진다는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5월 ‘혁신 보고서(Innovation Report)’를 낸 이래, 미국 언론계에선 이에 대한 온갖 비평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만큼 전 세계 최고의 저널리즘이라는 NYT가 디지털 프런트(front)에서 겪는 고민이 주목을 받는다는 얘기다. 뉴스룸(편집국) 간부와 기자들 사이에 소셜 미디어의 활용을 비롯한 디지털 변화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고, 전통 미디어의 해묵은 유산을 갖고 있지 않은 인터넷 뉴스매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을 좇아가지 못한다는 자성(自省)이 인쇄매체의 역사를 안은 이른바 legacy media에게도 남의 일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의 표지 사진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의 표지 사진

 

그런데 이후에 덴마크의 미디어 컨설턴트인 토마스 벡달(Thomas Baekdal)은 이 보고서를 읽고선 코웃음을 친다. “우리(NYT)는 여전히 최고의 저널리즘을 생산하고 있고, 다만 뉴미디어에서 인터넷 매체들에게 경쟁에서 지고 있을 뿐이라고? 최고의 상품을 내는데, 어떻게 뉴미디어 시장에서 동시에 질 수 있나?”

다음은 벡달의 글에 주목한 미국 미디어 비평가 매튜 인그럼(Mathew Ingram)의 6월21일 gigaom 칼럼을 요약한 것이다.

 

NYT의 혁신 보고서는 많은 가치 있는 부분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 신문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비켜 지나갔다. 그것은 NYT의 콘텐츠 자체, NYT가 생산하는 저널리즘 자체가 변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벡달은 “NYT 보고서는 NYT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퀄리티 저널리즘 자체에 대해선 전혀 물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즉, 보고서는 NYT 저널리즘 자체는 아주 좋고, 바뀌어야 하는 것은 기사 마케팅, 기사 홍보, 독자와의 보다 활발한 교감·상호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글쎄, 그럴까? 백달의 주장이다. “사실 내가 얘기해 본 모든 신문사가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자기네 언론 생산물은 최고 수준이고, 문제는 ‘다만’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이 얘기를 지난 5~10년간 들었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계속 남아 있다.

‘중요한 문제의 한 부분은 바로 저널리즘 그 자체’라는 사실이야말로 신문업계가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맹점(blind spot)이다.” 물론 그의 주장은 NYT가 저질(低質) 또는 나쁜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신문사들은 자신들이 콘텐츠를 어떤 식으로 쓰고 보도하는지, 이게 시장의 수요에 맞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NYT 보고서에서 전혀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1996년에 nytimes.com을 처음 만들었고, 뉴욕타임스에서 디지털 사업 분야를 총괄 지휘했던 마틴 니젠홀츠도 벡달의 주장에 동조한다. 니젠홀츠는 미국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디지털 시대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꽤 높은 퀄리티의 저널리즘 생산품이 넘치기 때문이다(‘불행히도’ 이는 미국 미디어업계 얘기다!) 다양한 방면에서 고(高)퀄리티의 콘텐츠가 쏟아지다 보니까, 더 이상 기존 전통 언론 매체들이 권위적인 목소리로 “몸에 좋으니까 이 시금치(같은 콘텐츠)는 먹어야 한다”고 독자에게 강요할 수가 없다.

미 언론사들은 적절하고도 흥미로운 콘텐츠로 독자들을 유인해야 하고, 또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독자가 즐겨 찾는 인터넷 웹사이트로 해당 콘텐츠가 제공돼야 한다). 무한한 선택의 시대에, 독자가 왕인 것이다.

이런 현실은 NYT에게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한다. 단순히 프린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고 독자와 더 접촉해야 하는 차원을 넘어서, NYT는 이제 특권을 누려왔던 소수의 정보 가공 업체, 일방적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던 독과점 업체가 아니라는 현실을 마주쳐야 한다. 이제 NYT는 매우 광대하고 차별적인 미디어 지평선에서 그저 한 명의 플레이어일 뿐이다.

다른 인쇄 매체들은 물론, 써카(Circa)나 야후의 뉴스 다이제스트 앱, 플립보드, 자이트, 버즈피드, 복스 등 온갖 앱과 매체들이 더 민첩하게 이전에 NYT가 누렸던 독자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NYT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저널리즘을 한다. NYT나 기존의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인쇄 매체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아직도 이렇게 생각한다. 디지털 매체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뭐 테크놀로지 면에서 근사한 지식과 능력을 갖췄을지 몰라도, 그들이 하는 저널리즘은 아무래도 자신들보다 떨어진다고.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다.

그런데, 시장 교란적 기업에 대한 이론(disruption theory)을 조금이라도 안다면,가장 두려운 경쟁자는 더 나은 상품을 만드는 경쟁자가 아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상품’을 더 싸게 제공하는 업체다. 그저 간단한 뉴스 요약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굳이 훨씬 퀄리티가 높다는 NYT의 저널리즘이 큰 가치가 있을까. 벡달은 소비자의 시장 수요는 변했는데도, NYT는 여전히 ‘정보의 수퍼마켓’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한다.(NYT가 올해 내놓은 앱들, 그날의 뉴스 요약 앱인 NYT Now나 데이터 저널리즘을 근간으로 한 Upshot 같은 섹션은 NYT가 최소한 변하려고 애쓴다는 느낌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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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NYT 내부에선 차라리 당시 잘나가던 야후!를 사들이는 제안도 나왔다고 한다. 니젠홀츠의 농담 섞인 회고담은 이렇다. “아마 (우리의 신문사 마인드로는) 야후를 망가뜨려놨을 것이다.” (지금 야후는 ‘삽질’하고 있다) 당시 NYT가 인터넷 초창기에 미디어 랩을 시작했었더라면 지금 NYT이 주장하는 고(高)퀄리티 저널리즘의 뉴미디어 혁신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었을까.
어쨌든 지금 NYT는 어쩌면 이제 완전히 자신들의 손을 벗어났을지도 모르는 디지털 뉴스 시장을 따라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애써 외면하면, 고민의 무게도 한결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