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탕 – 지구촌목욕문화
nevsehir-hammam-masseur-Scan131

* 터어키 네브세히르의 터키탕 Hammam의 내부모습

이라크전쟁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마무리되었다는 뉴스에서 바그다드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미군들이 대통령궁에서 목욕까지 하였다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이는 은연중 물자부족에 헐벗은 일반 국민들의 생활과는 달리 후세인의 사치스러움을 강조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아라비아의 로렌스’,‘사막의 라이온’등의 영화에서 보듯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만은 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사막지대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목욕문화는 고대로마, 그리이스시대 부터 시작된다. 그리이스시대의 유적은 대부분 폐허로만 남아 있지만 로마 시대의 유적들은 폐허 속에서도 그 자취를 엿볼 수 있는 것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형극장과 목욕탕터이다. 언젠가 로마월드컵 때에 세기의 Three Tenores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가 처음으로 합동공연을 한 로마시내의 공연장인‘카라칼라’도 로마제국 카라칼라 황제가 세운 대형목욕탕터전인데 지금은 그 흔적만 간간이 남아 있지만, 그 유적을 배경으로 운치 있는 공연장을 만든 것이다.

roma-caracala-Scan5637

* 로마 제국시대의 카라칼라 목욕장터전

 

현재 남아 있는 로마시대의 목욕탕 터전을 둘러보면 고대 그리이스, 로마인들은 열탕과 함께 뜨거운 증기욕 등 지금 못지 않은 다양한 방법의 목욕을 즐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구조의 목욕탕은 앙카라에 남아 있는 로마 목욕탕 유적에서 지금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로마제국 시대의 초기에는 주로 왕족과 귀족들을 위한 목욕시설이 있었지만 B.C.25년 Agrippo 황제에 의해서 일반시민을 위한 목욕탕이 세워지면서 이른바 대중목욕탕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처음 등장한 대중목욕탕은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체력단련실, 식당 등이 부속으로 들어서면서 목욕탕은 단순히 몸만 씻는 곳이 아니라 남자들의 사교장소로 이용되어 고대 로마인들의 종합레저타운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ankara-Scan467

* 터어키 수도인 앙카라시내의 로마제국목욕장터

 

역대 로마제국의 황제들 중에서 목욕탕 건설에 적극적이었던 사람으로는 폭군으로 악명을 떨친 네로 황제와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 등도 포함된다. 당시와 지금의 윤리적 잣대로 단순 비교는 곤란하겠지만 어느 정도 퇴폐적인 분위기도 지금 못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내용은 포르노영화 같기도 하지만 형편없는 영화로 넘기기에는 워낙 유명한 배우 피터오툴이 출연한 영화 Caligula에서 당시의 문란한 목욕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로마 시대의 목욕탕의 주요시설을 보면 apodyteria(탈의실), frigidarium(냉탕), tepidarium(온탕), calidarium (열탕) 등과 우리 나라의 한증막과 같은 laconicum, 체력 단련 시설인 palestr-ae(피트니스룸),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수면실, 시를 읊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휴게실, 소규모 공연을 위한 극장, 파티를 위한 연회실 등을 갖추었다고 한다. 목욕도구로도 strigil이라 불리는 S자형으로 굽은 금속판인 때밀이 도구가 있었으며 맛사지사에 의해 맛사지도 받았다고 하니 이것도 우리나라의 이태리타월과 때밀이의 원조인 셈이다. 이 정도 되면 냉탕과 열탕을 번갈아 드나 들고 때밀이한테 때를 밀며 뜨거운 목욕탕 바닥에서 누워 몸을 지져 목욕을 마친 후 휴게실로 나와 사람들이 벌거벗고 왔다 갔다하는 곳에서 손톱 발톱을 깎으며 삶은 계란이나 자장면까지 배달해서 먹는 우리 나라의 동네 목욕탕과 비교해 보면 비록 품위에서야 차이가 있겠지만 어쩌면 고대로마제국의 멸망과 함께 사라진 로마제국의 목욕문화가 우리나라에서 부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역사적으로 화려한 시절을 누렸던 로마제국에서의 목욕 문화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넘기겠지만, 척박한 땅과 모래사막뿐인 아라비아에서의 목욕이라면 어찌 보면 거리가 멀고 사치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아랍 지역은 물이 귀한 곳이기는 하지만 모래 열풍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한테도 목욕은 어느 생활 습관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cairo-islamic-hammam2

* 이집트 카이로의 이슬람지역에 남아있는 수백년 된 함맘

 

그러면서 7세기에 무하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전해 받고 이슬람교를 창시하여, 무하마드가 예배 전 몸의 청결을 강조하자 아랍사회에서는 함맘이라 불리는 목욕문화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요즘 터키뿐만아니라 오스만터어키제국이 점령하였던 유럽의 일부 도시에 남아 있는 터키탕도 이슬람문화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랍어로 함맘은 열의 전파자라는 뜻으로 무하마드는 함맘의 열기가 번영과 증식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그 때까지는 아랍사회에서는 찬물로만 샤워를 하는 정도였다. 아마 몸을 담글 정도의 충분한 물을 얻기가 어려워서 그랬을 것이다. 그 후 아랍 세력이 시리아와 북 아프리카 등 로마제국 시대의 식민지를 차례차례 점령하자 로마시대에 세워진 목욕탕을 보고 뜨거운 증기욕을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알콜성음료를 금지하는 이슬람사회에서는 여가생활의 대체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istanbul-blue-mosque-Scan124

* 이스탄불 술탄아메트(블루모스크)사원 입구의 세면장

 

 

아랍이 이러한 고대로마제국시절의 목욕문화를 받아 들이고 그들의 독특한 방식으로 아랍 사회에 맞게 변형되었고, 위생과 청결을 강조하는 이슬람법에 따라 모든 이슬람사원은 신도들이 예배를 드리기 전에 몸을 씻을 수 있는 간이목욕시설을 설치하였다. 로마시대에서는 목욕의 마지막 절차가 독서실이나 연회실에서 끝났지만 아랍의 함맘에서는 목욕이 시작된 탈의실이 있는 휴게실로 나와 모여 앉아 차를 마시거나 잡담을 건네며 몸의 물기를 마르게 한다. 로마시대의 목욕탕과 마찬가지로 함맘도 단순한 목욕 시설이 아닌 사교적인 장소로 자리잡게 되어 함맘은 수크라 불리는 재래식 시장과 함께 아랍 마을의 중요 시설로 자리잡게 되었다.

로마제국시절에는 목욕문화가 종교와는 상관이 없었지만 아랍의 경우는 목욕과 잡담을 즐기는 외에 종교적인 정화 목적으로 함맘을 이용하였다. 아랍문화의 산물인 함맘은 로마제국시대의 목욕문화를 접목시켜서 오스만터어키시절에는 이른바 터키탕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이는 유럽에도 Turkish Bath 터키탕의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물론 오스만 터어키가 지배하지 않았던 영국과 독일 그리고 미국에도 19 세기에 들어서 터키탕이 소개되었지만, 한때 오스만터어키가 지배하였던 헝가리에는 아직도 예전에 사용되었던 터키탕이 지금도 계속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img_2579

* 헝가리부다페스트시내의 Kiraly 터키탕

 

함맘은 마을의 사교 생활의 한 부분이므로 자신의 집에 개인 목욕 시설이 있는 부자들도 함맘에는 자주 들렀다고 한다. 함맘은 이슬람사원과 정부의 도움으로 지어지기도 하지만 부자들이나 죄를 많이 지은 사람들도 속죄의 표시로 함맘을 지었다고 한다. 초기 함맘시대에는 여자들은 함맘을 이용할 수 없었지만 위생효과가 너무나 탁월하여 여자들도 병후 또는 산후조리에 함맘의 이용을 허용하였다고 하며 지금 남아 있는 함맘도 요일을 구별하여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 가며 함께 사용하고 있다.

1800 년대 중반부터 서구 사회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부자들이 스스로의 현대식 목욕 시설을 집안에 갖추게 되자 함맘을 지원하는데 인색해지게 되고 가난한 자들만 이용하게 되자 함맘의 운영이 어렵게 되었고 오래된 건물을 수리하거나 유지하는 등 직접적인 운영비도 만만치 않게 되어 요즘은 아랍의 일부 도시를 제외하고는 자취를 감추고 있는 추세이다.

 

img_3558

* 이스탄불 시내에서 현재 영업중인 수백년 된 터키탕 Hammam, 영업시간 전에 촬영.

 

지금 남아 있는 함맘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에 있는 것으로 터어키탕의 원조를 주장하며 영업하는 곳이 몇 군데 된다. 그 외에 요르단이나 시리아 등에서 그 명맥을 찾아 볼 수가 있지만 웬만한 가정에서도 목욕시설이 갖춰지면서 남아 있는 함맘, 터키탕들은 목욕하러 찾아드는 사람은 줄어 들어가는 추세고 호기심에서 찾아 온 관광객이나 은밀한 시간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 이곳을 찾아 이용하는 사람들은 시선 관리를 잘 할 필요가 있다.

 

img_3555

* 타키탕에서 맛사지해주는 마사지사. 위 사진의 가운데 대리석 큰 테이블에서 누워 맛사지한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