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왕국을 찾아서 – Jordan Petra

요르단은 사해를 가운데 두고 이스라엘과 대치하고 있는 조그만 이슬람국가지만 요즘처럼 이슬람 과격파로 추정되는 집단에 의한 테러가 세계 도처에서 빈발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나 국제적인 정세가 비교적 안정된 곳으로 중동지역에서 가장 여행하기가 안전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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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아직도 중동의 많은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에 입국한 기록이 여권에 남아 있으면 사전에 입국비자를 받은 여행객이라도 입국을 거절하는데 비해 요르단은 일찌기 이스라엘과 안정된 외교관계를 유지하여 육로뿐만 아니라 중동국가에서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과 항공노선을 열고 있어 이스라엘을 불씨로 한 아랍권과 서방세계의 갈등의 무대에서 빗겨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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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은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요르단이 갖고 있는 관광국으로서의 매력은 대충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현재의 사회체제가 이슬람사회이지만 옛적에 모세가 그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빠져 나와 홍해를 건너 가나안 땅으로 이동한 ‘출애굽’의 경로가 요르단을 지나고 있어 기독교의 성지순례로서도 빠질 수 없다는 점과 그러면서도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여행객들이 가장 쉽게 아랍-이슬람사회를 체험 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 매력의 하나는 요르단의 사막안에 파묻혀 있던 나바테안왕국의 유적지로 스필버그의 영화 “인디아나존스-마지막 성배”에서 소개된 페트라를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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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은 얼핏 중동지역 특유의 잿빛 일색의 건물들로 뒤덮힌 볼품없는 도시로 보여지지만 고대 도시로서의 흔적인 시타델과 로마제국시절의 유적인 원형극장 등과 인근의 그리이스시대와 로마시대를 거쳐온 유적도시 제라쉬 등 화려한 역사적 유적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집트나 요르단 등의 중동국가를 여행하면 같은 이슬람사회라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 느껴보지 못하는 다른 맛을 느끼게 된다. 하루 다섯 차례 기도시간에 맞추어 모스크의 확성기로 울려 퍼지는 아잔의 외침은 신비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에 참여하는 사회분위기는 중동 이외의 이슬람국가에서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때가 되면 길가의 사람들이 모두 모스크로 모여들어 수돗가에서 그들의 손과 발을 닦는 모습에서 사막생활에서 모래에 뒤덮혀 사는 중에서도 청결을 중요시하게 됨에서 아랍인들의 목욕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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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의 대형 홀 안은 별 다른 장식없이 간결하게 꾸며져 있다. 요란스럽고 화려한 장식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으며 성당이나 교회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천사조각상도 보이지 않는다. 이슬람에서는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절대자 유일신을 믿기에 우상을 거부하는데 그러한 조각조차도 우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어느 모스크든지 규모에 관계없이 그저 깔끔한 인상을 줄 뿐이다. 바닥에는 중동지방의 명물인 양탄자가 깔려져 있으며 그 문양은 전체적으로 한 방향을 암시하고 있어서 그쪽이 메카를 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당이나 교회처럼 예배를 인도하는 성직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모두들 한 사람의 인도로 절을 하며 각자의 기도를 할뿐이다. 기독교에서 목사나 신부처럼 인간과 신과의 연결을 맡는 성직자가 없이 이맘이라 불리는 인도자가 모든 예배의식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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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을 벗어나면 곧 사막이 눈앞에 펼쳐진다. 간간히 녹지도 보이고 농장도 보이지만 그 맥이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King”s Hihgway 라 불리는 사막가운데로 뻗은 도로를 지나면 곳곳에 베두인이라 불리는 유목민들의 텐트가 눈에 띈다. 우리가 영화나 TV에서 보아온 것과 다른 점은 요즘 베두인들은 픽업트럭과 함께 어디에서 끌어 왔는지 전선이 있어서 TV와 카세트녹음기까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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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베두인들은 양떼를 몰며 이곳 저곳 목초지를 따라 이동하였다고 한다. 지금만 하더라도 인구가 엄청 늘었지만 아브라함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베두인들이 사막에서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워서 찾아와 주는 이방인한테 환대를 하였다고 하는데 그 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기에 얼굴과 생김새가 다른 한국인손님도 그들의 환대를 흠뻑 받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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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자동차가 고장나서 내친김에 베두인과 하룻밤을 지내는데 밤이 되었다. 주인인 할아버지는 차가워진 사막의 찬 공기를 염려하여 연신 차를 대접하며 나를 위한 잠자리를 배려하여 아이들의 카페트를 하나 거둬 이중으로 카페트를 깔아주는데 그 호의를 사양하는 것보다는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나의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진정 나를 위한 배려에 대한 답례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저녁식사로는 쉬시케밥이라는 양고기 바베큐로 들었는데 식사 후에는 요르단에서 데리고 온 운전사가 가장인 아쉬랍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더니 혹시 술을 가지고 있냐며 물어보기에 양고기 바베큐를 안주로 사막에서 유목민들과 함께 위스키 한잔을 걸칠 수 있었다.

시속 900km로 하늘을 나는 20세기의 첨단과학문명인 제트여객기를 타고 와서 시간을 초월하여 아브라함시대의 주거형태에서 지낸 것은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한테 잘 알려진 이슬람사회의 풍습인 남자아이들의 할례의식이나 돼지고기를 금식하는 것은 아브라함시절부터 내려오는 것이어서 이슬람사회 뿐만 아니라 아랍인의 사촌격인 유태인들한테도 내려오는 풍습이다. 아브라함한테는 아들이 없던 차에 첩인 하갈로부터 이스마엘을 낳고 이어서 본부인인 사라도 이삭을 낳았는데 이러한 가족구성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복형제를 둘러싼 불편한 관계를 나타나게 되어 할 수 없이 아브라함은 첩과 하갈을 내 보내어 이들이 아랍인의 조상이 되었고 그의 후손들도 이삭의 후손인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아브라함시대의 풍습을 함께 전해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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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의 사막은 이집트에서 본 모래사막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오랜 가뭄으로 인하여 계곡이 마른 것 같은 모습의 와디(Wadi)가 이어지는데 험준한 계곡으로 차량 두 대가 겨우 지나갈 도로를 따라 가자면 등에 식은땀이 밸 정도로 아찔하지만 운전사는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빠른 템포가 반복되는 아랍음악을 따라 콧소리만 흥겹게 낼 뿐이다. 이러한 지형이 어디선가 본 듯한 생각이 드는데 바로 이곳이 ‘인디아니존스-마지막 성배’에서 독일군의 탱크에서 격렬한 격투신을 연출한 곳이었다. 아찔한 창밖 장면에 지긋이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영화의 장면을 그려보는데 얼마 안 가서 마침내 마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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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는 2500년 전 나바테안왕국의 전성기를 이뤘던 도시로 ‘페트라(Petra)’는 그리이스어로 바위를 뜻한다고 한다. 나바테안왕국이 로마제국에 의해 멸망한 후에는 점령자에 의해서도 잊혀진 도시로 전락하고 그 후 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무려 1000년간 잊혀진 사막의 도시로 남아있었던 곳이다. 사실 페트라의 나바테안왕국은 그리 큰 세력도 되지 못하였고 로마제국시절 아랍과의 무역로에서도 빗겨져 있어서 주목받지 못하였지만 이곳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페트라의 신전이 영화 ‘인디아나존스’에 소개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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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서 계곡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갑자기 높이 50미터가 넘는 절벽 틈으로 좁은 길이 나타나게 되는데 당장이라도 인디아나존스와 그의 아버지가 말을 타고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이 좁은 절벽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바로 그 영화에서 보았던 웅장한 모습의 암굴신전이 나타난다. 물론 ‘인디아나존스’가 아니라도 높이 40미터가 넘는 붉은 사암으로 된 절벽의 암굴신전인 카즈네(Khazneh)의 위용과 아름다움은 어디에 비견하여도 뒤지지 않을 정도이지만 영화 속의 신비로운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요르단의 제일 가는 유적지로 나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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