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인도를 얘기하면 라자스탄의 사막땅이 머리에 떠오르게 됩니다. 낙타도 등장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터번을 머리에 두른 라자스탄의 사람들이 인도를 대표하는 사진으로는 타지마할 다음으로 많이 소개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거대한 나라 인도의 남부지방 케랄라지방에는 열대수목으로 뒤덮힌 전형적인 열대지방의 모습을 색다르게 지켜 볼 수 있습니다. 아라비아해를 따라서 라군으로 분리된 내해는 때로는 좁은 하천의 모습으로, 곳에 따라서는 거대한 호수의 모습으로 비쳐집니다. 파도만 없을 뿐 바다와 같습니다.
수로가 잘 발달된 케랄라지방의 Alappuzha는 “인도의 베니스”로 불려지고 있으며 따라서 케랄라 지방에서의 뱃놀이를 빼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중에서의 백미는 역시 바지선을 개조하여 움직이는 수상호텔로 개조한 Houseboat trip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기에 따라서는 객실이 2개 이상인 큰 배는 모터를 이용하여 움직이지만 아직도 선실 1개 정도의 소형배는 케랄라지방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배를 움직입니다.
긴 장대를 수로의 바닥에 꽂고 이를 밀어서 배를 움직이는 뱃사람의 모습은 그냥 보기에는 너무 안스러워서 신선놀음에 비교되는 뱃놀이의 마음 한구석을 찜찜하게도 만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들은 일거리가 없어 대부분이 외국인인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서 그들의 안스러운 모습을 보게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의 생계를 도와주는 것 이라고 스스로를 자위해 봅니다.
1박2일 동안 함께 뱃놀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뱃사공과 요리사 두 명 입니다. 뱃사공은 전혀 의사 소통이 안 되지만 젊은 요리사는 간단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합니다. 낮 시간에는 배 앞의 갑판에 마련된 매트에 누워 낮 잠을 자거나 안락 의자에 앉아 독서를 하며 쉴 수 있지만 힘들게 노를 젓는 뱃사공 앞에서 태평스럽게 누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 식사는 인도식 요리에 생선튀김. 같이 뱃사공과 요리사한테 함께 식사를 하자고 했지만 승객과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이 그들한테는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배에는 모기장이 있는 침대와 샤워를 할 수 있는 수세식 화장실이 전부 입니다. 큰 배는 동력으로 움직여 전기가 있겠지만 내가 빌린 배는 전기는 없고 요리를 위한 간단한 주방기구 뿐 입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며 여행을 하는 나로서는 한가하게 수로여행을 하는것이 시간이 아깝기도 하였지만 모터보트로 휑하니 지나가는 유람선에 비하면 차분히 주변 경치를 구경하고 케랄라지방의 마을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뱃사공은 거의 두 시간에 10분 정도 쉴 정도로 낮시간에는 계속 똑같은 동작으로 배를 움직입니다. 해가 아라비아해로 빠져 들어갈때 쯤이면 큰 호수의 한 복판에서 하룻밤을 지세게 됩니다. 배에는 물론 동력이 없으므로 전기도 없습니다. 전화나 TV도 물론 없습니다.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는 것은 오로지 주방의 가스렌지뿐 입니다. 비로서 하루 중 밤시간이 얼마나 길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요리사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배의 갑판에 펼쳐진 침상의 매트리스위에 누워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을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지만 그 어디에 비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요리사와 뱃사공은 일과가 끝나면 손님의 눈에 띄지않게 배의 뒷전 좁은 공간에서 기거하게 됩니다. 이번 여행은 혼자하였기에 그들의 일과가 끝난 후에는 그들을 모두 불러내어 함께 지내려고 하였습니다. 가지고 간 위스키도 꺼내어 한잔씩 권하고 담배도 권하며 나름대로 하루종일 나를 위하여 봉사를 한 그들의 노고에 보답하려했지만 이런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은 나의 호의가 오히려 부담으로 느끼는것 같았습니다.물론 좀처럼 접하기 힘든 양담배와 양주를 주겠다는 말에 호기심도 있었겠지만 배의 뒷전 그들 만의 공간에서 앞으로 나온 것도 손님의 명령(?) 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 스스로를 위하여 그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보다는 그들을 풀어주는 것이 진정 그들을 위함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