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 베네치아

유럽의수많은도시중에서가장개성있는도시를꼽으라면단연베네치아가아닌가생각된다.베네치아는물의도시로서다른어느도시에서도느껴볼수없는정취를맛보게한다.스웨덴의스톡홀름,러시아의생트뻬테르부르그,중국의소주등이자신들을소개할때에이탈리아의베네치아와비교하지만흉내는커녕어림도없다.베네치아가풍기는멋은사실가보지않고는어떻게말로설명하기가어렵다.많은사람들이베네치아를방문하면서새로운느낌을갖는것도그때문이다.

베네치아의역사를들춰보면베네치아는아드리아바다에세워진인공섬으로태어났다고한다.요즘처럼간척사업이필요한시기도아니었고,건축술이뛰어나지도않았던시기에이러한규모의섬이구축되었다는것이믿어지지않는다.이탈리아의한지방에살던롬바르도족이이민족의침입에밀려바닷가의갯벌에말뚝을박고도시를세운것은7세기경으로알려진다.지금은커다란섬가운데로역S자모양의큰운하가지나고그사이에는수많은작은운하가베네치아를120여개의크고작은섬으로만들어놓았지만,달동네의골목을누비듯거미줄처럼얽힌작은운하는도랑이라고부르는것이좋을듯하다.

베네치아로들어가는길목에는베네치아-메스테레라는역이있다.베네치아-메스테레는이탈리아의본토에있으며이곳에서약5km정도바다를가로질러달리면베네치아-산타루치아역에도착하게된다.우리가얘기하는베네치아의관광은바로베네치아-산타루치아역에서시작된다.베네치아섬에는기차길외에연육교가있어자동차가들어가지만이도로는베네치아-산타루치아역뒤의주차장에서끝이난다.베네치아의교통수단이라고는자신의믿음직한두다리와대운하를따라다니는수상버스’바포레타’,그리고곤돌라뿐이다.바퀴달린것이라고는자전거도안보인다.사실베네치아는별도의교통수단이필요하지않을정도로크지않은편이다.그나마도시의시내버스못지않게분주히다니는바포레타덕분에곤돌라는더이상베네치아시민들이찾지는않는것같았지만,베네치아의상징인곤돌라는주민들의발역할을마감하고관광객들을위한상품으로재빨리성공적으로변신을하였다.교통수단의가치로만따진다면곤돌라는아마비행기다음으로지상에서가장비싼교통수단이아닌가생각될정도로비싸다.우리나라택시처럼야간할증도있다.

베네치아에는구조적으로고층건물이나대형건물의건축이불가능하고,20세기산업화의대열에서빗겨난듯보이지만,오히려그탓에베네치아의성가를더욱높이고있는지도모른다.대부분의집들이3층이내이고지은지오래된집들이지만,외벽일부에세멘트가떨어진채로방치되고바닷물에수시로잠겨버려서인지,나무문짝이뒤틀린형태로남아있기는해도예쁘게장식된테라스의꽃들과창문에드리워진커튼이더욱돋보인다.지도에는Palace라고적힌건물도막상찾아가보면한때귀족들이산곳일뿐,외관만으로는궁전임을알수없을정도다.모든집들이예외없이낡았지만,반면에예쁘지않은집들도전혀없다.해가진뒤에곤돌라로소운하를따라한바퀴돌아보면허름한건물외관과는달리창문안으로보이는밝은조명아래의건물내부의모습은영화에서보아온유럽귀족들의호화로운저택의내부를보는것같았다.

베네치아를효율적으로돌아보는방법은우선베네치아-산타루치아역앞에서수상버스를타고리알토다리에서내려지도를보며산마르코광장을찾아가는것이좋다.16세기에지어진르네상스양식의리알토다리는처음에는목조다리였으나그후에개축되었다고한다.이다리양옆에들어선가게들을보면서세익스피어의소설’베니스의상인’을떠올려본다.리알토다리주변에는관광객들을기다리는곤돌라들이많이있지만막상비싼탓에베네치아의대운하와리알토다리,그리고베네치아의명물인곤돌라를배경으로사진촬영을하려는관광객들로항상넘친다.리알토다리에서소운하를따라골목길로접어들면군대에서배운독도법실력을발휘하게된다.야간에는제법골목마다거리의연인들도나타나는데,어째베네치아의여인들같지는않다.

좁은골목에위치한베네치아의상점은그위치와건물과는상관없이모두내부장식과상품들이매우화려하다.베네치아의명물인가면과유리제품들을취급하는가게들은독특한조명장치로지나가는사람들의눈길을잡아끌고있다.가면과유리제품은모두베네치아의특산품으로베네치아에서아주싸구려가아닌호텔에만투숙하면유리세공공장을견학시켜주는상품을무료로제공하지만막상가보면선뜻지갑을꺼내들정도의가격은넘어서는고가의제품들만소개한다.대부분의관광객들은기차역부근의토산품점에들러싸구려유리제품을사지만유리공예에대한안목이짧은우리들눈에는모두같은베네치아의유리공예품일뿐이다.

베네치아의가면에는그럴듯한역사가있다고한다.베네치아는한때도박으로유명한도시였는데,도박판에서서로자신의신분을감추려는목적에가면을쓰고도박을하였다는얘기가들린다.
리알토다리에서산마르코광장으로가는길은미로와같은골목길의연속이지만굳이자세한지도를찾아보지않아도갈림길마다집들의외벽에산마르코광장방향이표시되어있고어렵지않게찾을수있다.길눈이어두워골목길을헤매어도베네치아의구석구석을돌아볼수있어시간에쫓기지만않는다면상관없는일이다.

산마르코광장은골목길만들어선베네치아로서는거의유일하다고할넓은광장으로산마르코상당과함께베네치아관광의중심이되는곳이다.11세기에세워진비잔틴양식의산마르코성당이먼저들어서고그후주변갯벌을메워넓은광장을구축하였다고하는데이광장에는비둘기들로가득차관광객들과비둘기들이옥수수먹이를매체로데이트를즐길수있는곳이기도하다.넓은광장주변에는유서깊은카페들이둘러가며있으며카페앞마당에서실내악연주를하는데그중플로리안카페가유명인사들이즐겨찾았다는곳으로유명세를타고있는곳이지만,실제로는그건너편의카페에서펼치는코믹한연주가더재미있다.

산마르코성당은신약성서의마가복음을기록한성마르코의유체를모신곳으로유명하며대리석과모자이크장식이돋보인다.그옆의두칼레궁전은베네치아공화국의총독관저로베네치아에서는지금까지도제법번듯한건물로보인다.산마르코광장주변을둘러보고바닷가로나오면베네치아대운하가끝나고아드리아해로이어지는곳이다.대운하건너편어귀에보이는산타마리아델살루트성당은17세기초유럽을휩쓴페스트의공포에서벗어난것을기념하여세운것으로,어디선가많이본듯한데인디아나존스등많은영화들이베네치아를배경으로촬영을하여우리들눈에낯익은곳이많이보인다.

밤이무르익으면베네치아의열기는식당으로이어진다.비록허름하고낡은목조발코니지만대운하를향한식당에들어가려면지갑사정을한번살펴보아야한다.베르디의라트라비아타음악이흘러나오며,식탁위에서장미한송이가꽂힌화병옆에서타오르는촛불의분위기에젖어,와인을제의하는웨이터의권유에우리식으로"아무거나알아서좋은거하나주세요…"하면아무래도크레딧카드신세를져야되지않을까!

<이글은월간Golfguide10월호에기고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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