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한조각으로유명한인도의조그만마을카주라호에한글간판을내건식당들이있습니다.카주라호는1990년이후이번까지네번찾아갔고마지막으로1997년에들렀을때에한국식당이생겼다는얘기를들었지만바쁜일정에관심을두지는못했습니다.
이번에는진료일정에서해방되어비교적여유있는여행을하였기에저녁식사를한후마을을산책하다한글간판이눈에띄여일단들어가보았습니다.SafariRestaurant라는간판을단이식당은한식뿐만아니라,일식,중식그리고이스라엘식까지준비된다는거창한안내판도있었으며한글로"아씨식당"으로표기를하였습니다.
식당문을열고들어서자한젊은청년이"한국사람에요?"라며먼저인사를합니다.식당안에는저녁시간이이미늦은탓인지손님이많지않아서그청년과이런저런재미있는얘기를한국어로얘기할수있었습니다.우선식사주문은이미저녁식사를다른식당에서한터라따끈한국물을먹고싶어서감자국과김치볶음밥을주문하였습니다.
잠시후주문한음식을내놓는데그엄청난양에깜짝놀랐습니다.이미저녁식사도한터라맛만보려고빈접시를부탁하여먹을만큼조금덜고그청년한테반납했습니다.그런데청년의얘기가걸작입니다.
"한국여자들,굉장히많이먹어요.이거먹고도더달래는사람도있어요."
그청년은거의완벽한한국어를구사하고있었습니다.마침몇명남은손님도다떠나고식당에는저혼자남아그청년은저의양해를구하고식탁에앉아대화를나누게되었습니다.
"이름이뭐죠?"
"아저씨,한국이름요?아니면인도이름요?"
"한국이름도있어요?둘다알려줘요!"
"인도이름은임란(ImranKhan)인데한국이름은박진영에요!"
"?!?!…"
그러고보니얼굴인상이나몸짓이가수박진영과무척닮았다는것을느꼈습니다.
"박진영이누군지알아요?"
"그럼요,한국학생들이알려줘서잘알아요.굉장히부자죠!"
"그럼춤도잘춰요?"
"저…조금춰요."
그러고보니언젠가배낭족들의글에서이식당에대해쓴글을읽은적이어렴풋이생각이났습니다.한한국여성이인도인무슬림과같이살았는데,그여자가떠난후로는음식맛이별로고…그후는뒷말이있다는정도로기억이났습니다.
그러나내색을하지않고그식당에대한이력을물어보았더니내가알고있던것과는약간달랐습니다.그친구는삼형제가있고자기는막내인데큰형이한국여자와결혼하였다는것입니다.식당이름도우리말의아가씨의준말이아니라형이름인Assi을한글로표기한것이라고합니다.그리고형과형수는이스라엘과남미아르헨티나를오가며살고있으며지금은자기가식당을관리한다고합니다.식당과홀을오가며서빙하는또한명의얌전한젊은이와달리ImranKhan은속된말로까졌다고할정도로재치있고한국말을잘하더군요.
그식당이생긴지는14년전,그청년이8살때였고그동안이식당을찾아온한국배낭족젊은이들한테한국말을배웠다는것인데,자기는한국이정말좋다고하며한국에꼭가보고싶다며마치한국에서생활한인도인처럼유창한한국어로얘기하였습니다.
"지금나이가몇살이죠?"
"22살인데8살때부터식당에서한국형들한테한국말배웠어요.아저씨는몇살에요?"
"한번맞춰봐요!"
"…55살?"
"거의맞추었네…(씁쓸함)"
"(깔깔대며…)미안해요아저씨…"
한국인뿐만아니라누구나젊어보인다는소리를듣고싶어한다는것을아는모양입니다.
"한국사람들을다좋은것만은아니잖아요?나쁘게느낀것도있어요?"
그친구는한참생각하다입을열었습니다.
"한국사람은공짜좋아해요.주문한식사를하고커피같은것은돈도안낼라고해요.돈내야한다고해도막그냥가요.김치도공짜로싸가려하구요…"
대개인도를개별여행하는한국여행객들은배낭족들이니한푼이라도아끼려는이유도있지만언어장벽이없어지니친근감이있어서그럴수있을거라고나름대로거들어주었습니다.
그다음날카주라호마을을걷다가이번에는총각식당이눈에띄였습니다.그러고보니또그리떨어지지않은곳에전라도밥집도보였습니다.전라도음식이유명하다는것은한국인들은다아는사실이지만,사장님이름을한글로써놓은것을보니자기식당은진짜한국인이요리를하는한국식당이라는것을강조하는듯했습니다.전라도밥집을지나자이젠총각식당이나타납니다.인도인총각임란이하는아씨식당이한글의아가씨는아니지만다분히아씨식당을의식한작명인듯하였습니다.아씨식당에는한국총각들이들끓고총각식당에는한국아가씨들이찾아갈까요?
이때시간이오전11시쯤이니점심식사를하기에는좀이른시간이지만호기심에총각식당으로들어갔습니다.규모는아씨식당보다작았지만음식맛은자기들이더좋다고자랑을하는데그총각식당의총각주인은수줍음을타서그런지한국어에서투르고말도별로없어얘기거리를많이털어내지는못하였습니다.총각식당의찢어진방명록노트에는한국배낭족들이남긴많은글이담겨져있는데,각자동병상련의심정으로인도를여행하면서겪은노우하우를소개하고있습니다.
카주라호는조그만마을로웬만한숙소는모두걸을만한거리에있습니다만인도의릭샤꾼은거리를막론하고외국인여행객이두발로거니는것을그냥지나치지를않습니다.비행기시간까지시간도여유있게남았고거리를지나는인도인들의모습을지켜보기위해릭샤꾼의유혹을뿌리치고길을따라거닐었습니다.불과20루피(500원)을아끼기위한것은아니었지만릭샤꾼들의마음을애타게만드는것이미안한생각도들었습니다.결국마지막까지배고프다는듯이손가락으로배를가리키며떨어지지않는노인의릭샤에몸을맡기고호텔로돌아가는길이었습니다.
-10년전세번째로찾았을때도만났는데이번에찾으니이미저세상사람이되었다.
아…이번엔또고향식당!
길떠난나그네의심금을울릴만한단어는인도의식당들이한국인을유인하는광고에다동원되는모양입니다.